국왕 금(昑·영조의 이름)은 선빈(先嬪·돌아가신 어머니)의 영전에 밝게 고합니다. 아, 소자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무술년(1718년) 이후로 세상 살 생각이 모두 없어졌습니다.’
조선 21대 임금 영조(재위 1724~1776)가 ‘무수리’ 출신 어머니에 대해 각별한 사랑을 표현한 제문이 6일 공개됐다. 국왕이 쓴 유일한 제문이다. [영조가 '무수리' 출신 어머니 기일에 친필로 쓴 '숙빈최씨치제문'.]
원래 임금의 제문은 신하들이 쓰는 것이 관례지만, 영조는 왕위에 오른 지 2년째 되던 1726년 11월 6일 ‘숙빈최씨치제문초(淑嬪崔氏致祭文草)’를 직접 쓰고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절절하게 토로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이 공개한 ‘숙빈최씨치제문초’는 영조의 평소 필체를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다. 영조는 친어머니의 제사를 지내기도 어려웠다. 한 나라의 국왕으로 일개 후궁의 제사를 직접 지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영조는 그래서 이 제문에서 ‘지금은 사계절에 드리는 제사조차도 몸소 행하지 못하니 하늘에 계신 어머니의 영혼은 어두운 저승에서 반드시 서운해 하실 터입니다. 항상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한밤중에 눈물을 삼키곤 합니다’라며 ‘아, 오늘 이 술잔에 6년 동안 펴지 못했던 마음을 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영조의 어머니 숙빈 최씨(1670 ~1718)는 일곱 살에 궁에 들어와 숙종비 인현왕후 처소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미천한 신분이었다. 1689년 인현왕후가 폐비된 후 왕비의 생일상을 차려놓고 혼자 눈물짓다 숙종의 승은(承恩)을 입었다고 전해진다. 둘째 아들(영조)이 임금이 되기 전 49세 나이로 눈을 감았다.
첫댓글 잘 봤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