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지맥 가창산 구간 종주후기)
오늘의 산줄기는 제천의 동쪽 가까이에 있는 노래 부르는 산이란 가창산(歌唱山)과 믿기 어려운 전설을 갖고 있는 그 옆의 왕박산(王朴山)과 그 산줄기를 동시에 종주하는 계획산행으로 충북과 강원도의 경계이기도 한 영월지맥에 있는 산을 추억(追憶)삼아 찾아본 하루였다.
한여름 이상의 뜨거운 햇볕은 포장길에 반사되는 복사열로 우리에게 이중의 고통을 주기도 하는 마지막 더위인 것 같았지만 오늘은 전보다 많이 달랐다.
시작부터 사유지라며 오르지 못하게 하는 산주의 눈을 피해 어렵게 첫 봉우리에 올랐다.
길은 분명하지 않았지만 왕박산을 향한 평평한 길에 시원한 바람이 몸의 안정을 찾아 주는 듯했다.
시작할 때는 왕박산을 다녀올 계획이었는데 시작부터 힘을 빼고 나니 갈 길이 걱정이라 눈팅만 하고 그대로 진행했다.
산행도 타고난 활력(活力)과 남다른 정열(情熱)이 있어야만 제대로 된 산행을 즐길 수도 있는 것 이라 보아진다.
맹자삼천독득문탁성(孟子三千讀得聞坼聲)이라고 맹자를 삼천 번만 읽으면 스스로 “탁”하며 도가 터진다고 하는데 나는 언제쯤에나 산에 대한 진리(眞理)를 얻을 수 있을 것인지 막막하기만 하지만 언젠가는 나에게도 그런 행운의 기회가 올 것을 기대하며 오늘도 하염없는 산길을 걸어 보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진리보다 먼저인 산운(山運)이나 항상 같이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다.
어려운 산길을 찾다보면 무덤만 만나도 반가운 것이다.
우선 무덤엔 장애물이 없어 좋기 때문이다.
깨끗하게 벌초를 마친 무덤은 보기만 해도 아름답고 조상을 잘 모시는 것 같아 숙연해지는 마음이었다.
땀수건을 물수건 짜듯 짜가며 이제는 가창산을 향해 인고(忍苦)의 길을 가는 것이다.
땀에 젖은 나의 모습이 물에 빠진 사람 같다.
산소길이 끝나자 산길은 본래의 모습 그대로였지만 살랑살랑 불어주는 바람에 생기가 들기도 하는 것 같다.
습도 많은 무더위와 길 없는 경사에 간벌한 나무들이 길을 방해한다면 어느 정도인지 이해가 갈 것이다.
매미소리가 노래수준이 아닌 바로 소음수준이다.
너무 시끄러워 귀찮을 정도이나 저들은 여름이 가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도 많은 모양이니 내가 참아야지 별 수 있나.
이곳 바위들은 대부분 석회석이라 돌들이 약간 하얗다.
그렇다고 바위들이 많은 것도 아닌 육산인데 석회석 매장은 그 량이 대단한 모양이다.
이곳저곳 광산이 아주 많아 푸른 산에 많은 상처자국이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뚜렷이 보인다.
폐 석산이 있는 안부 가는 길엔 쇠 파이프가 길게 놓여 있는데 무슨 용도로 사용 했는지 짐작이 되지 않는다.
모두가 소나무 숲이라 길은 잘 나있지만 영월지맥 종주자는 많지 않은 모양이다.
맨발시그널이 제일 높고 멋진 곳을 전부 장악 장기 집권할 눈치다.
10여 년 전 우리부부가 종주할 때 걸어둔 표지기가 지금도 몇 개보여 감회가 새로웠다.
큰 나무가 없는 잡목 길에 내려쬐는 오후 햇볕은 너무 뜨거워 현기증이 날 것 같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인내심(忍耐心)인 모양이다.
오르내림이 보통 아닌 벌목지역의 잔솔밭은 마치 헤엄치는 기분으로 헤치고 나간다.
이젠 날씨도 많이 시원해질 것이고 서울과의 거리도 자꾸만 좁혀질 것을 기대하며 다음 구간을 기대해 본다.
아름다운강산 정병훈 하문자.
첫댓글 삭고개 왕박산 등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연일 계속되는 산행에 어쩌다 보니 답글 늦어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