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절 천인의 문답과 보살의 육바라밀
1 어느 때에 천인과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문답하셨다.
천인, 어떤 것이 드는 칼이며 어떤 것이 독한 약이며 어떤 것이 타는 불이며 어떤 것이 어둠입니까?
부처님, 악한 말이 드는 칼이요 탐하는 마음이 독한 약이요 성내는 마음이 타는 불이요 무명이 가장 어둠이니라.
천인, 어떤 사람이 이익 얻으며 어떤 사람이 손해당하며 어떤 갑옷이 가장 굳으며 어떤 기계가 가장 큽니까?
부처님, 보시하는 자 이익 얻으나 보시 받는 자 손해 당한다. 인욕이 제일 굳은 갑주요 지혜가 제일 드는 칼이니라.
천인, 무엇을 도둑이라 이르며 무엇을 지자재라 합니까? 세상과 하늘과의 사이에 도둑질 누가 능히 합니까?
부처님, 사견을 도둑이라 이르고 계행을 지자재라 이른다. 세상과 하늘 사이 도둑은 계행을 범한 사람이니라.
천인, 누가 가장 안락하오며 누가 제일 부귀입니까? 누가 항상 단정하오며 누가 항상 추루합니까?
부처님, 욕심이 없으면 가장 편하고 족한 줄 알면 제일 부귀다. 계행을 가지면 항상 단정코 계행을 파하면 항상 추하다.
천인, 누가 착한 권속 되오며 누가 악한 원심 품고 무엇이 극중한 고통이 되고 무엇이 제일의 락이 됩니까?
부처님, 복이 좋은 권속이 되고 죄는 악한 원심이니라. 지옥이 극중한 고통이 되고 무생이 제일의 낙이 되니라.
천인, 무엇이 즐거우나 마땅찮으며 무엇이 마땅하나 즐겁잖습니까? 무엇이 극히 더운 병이 되오며 누가 참말 어진 의원입니까?
부처님, 욕심은 즐거우나 마땅치 않고 해탈은 마땅하나 즐겁지 않다. 탐심이 극히 더운 병이 되겠고 불타가 제일 용한 의원이니라.
천인, 누가 능히 이 세간을 둘러엎으며 이 세간은 누구에게 매혹됩니까? 누가 능히 친한 벗을 버리게 하고 누가 다시 천당 길의 장애됩니까?
부처님, 지혜가 없으면 세간을 엎치고 세간은 우치에 매혹을 당한다. 간탐에 친한 벗을 버리게 하고 염착이 천당 길의 장애가 된다.
천인, 어떤 물건이 불에도 타지 않고 바람도 능히 그것을 못 부수며, 물도 그것을 썩히지 못하지만 그것은 능히 세간을 가집니까? 무엇이 능히 임금과 도둑에게 용맹스럽게 마주 서 대항하며, 사람이거나 사람이 아닌 것에 침노하거나 당하지 않습니까?
부처님, 복은 불에 타는 것도 아니요 심한 바람도 부수지 못한다. 물도 그것을 썩히지 못하나 능히 세상을 그것은 가진다. 복은 넉넉히 임금과 도둑을 용맹스럽게 마주 서 대항해, 복은 넉넉히 사람과 비인에 침노되거나 당하지 않는다.
천인, 내 마음 아직도 의심 있으니 원컨대 부처님 풀어 주소서. 금세나 후세에 무엇이 있어 자기를 끝끝내 속이겠습니까?
부처님, 만일에 재물이 많이 있으면 도리어 복덕을 닦지 못하고, 금세나 후세나 그것 때문에 스스로 속임을 받는 것이다.
2 어떤 천자가 문수보살에게 물었다.
"처음으로 수행하는 보살이 마음에 간탐이 있고도 보시바라밀을 성취할 수 있는가?"
"그런 사람도 있다."
"어째서 그런 사람이 있는가?"
"만일 수행하는 보살이 중생을 성숙시키기 위하여, 보리심을 버리지 않는다면, 버리지 않는 것은 곧 간탐이지만, 중생을 성숙시키는 것은 보시바라밀을 성취하는 것이 된다."
"수행하는 보살이 범계를 하고도 지계바라밀을 성취할 수 있는가?"
"그런 사람도 있다."
"어째서 그런 사람이 있는가?"
"수행하는 보살이 중생을 섭수하는 것은 구족계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중생을 섭취하여 성숙하게 하는 것은 지계바라밀을 성취하는 것이 된다."
"수행하는 보살이 인욕하지 아니하고도 인욕바라밀을 성취할 수 있는가?"
"그런 사람도 있다."
"어째서 그런 사람이 있는가?"
"수행하는 보살이 외도행을 버리는 것은 인욕을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없는 보리 법인을 온전히 익히므로 인욕바라밀을 성취하는 것이 된다."
"수행하는 보살이 아만심이 높으면서도 정진바라밀을 성취할 수 있는가?"
"그런 사람도 있다."
"어째서 그런 사람이 있는가?"
"수행하는 보살은 벽지불ㆍ아라한 도를 즐기지 않는다. 즐기지 않는 것은 아만이지마는, 일체지를 드날리기 위하여, 대승을 즐기어 게으름이 없는 마음이 무상 보리를 생각하면 정진바라밀을 성취하는 것이 된다."
"수행하는 보살이 산란심으로도 선바라밀을 성취할 수 있는가?"
"그런 사람도 있다."
"어째서 그런 사람이 있는가?"
"수행하는 보살은 꿈에도 벽지불ㆍ아라한과를 즐기지 않는다. 그것은 산란심이지마는, 오로지 무상 보리를 구하여 선바라밀을 성취하는 것이다."
"수행하는 보살이 우치하여 지혜가 없는데도 지혜바라밀을 성취할 수 있는가?"
"그런 사람도 있다."
"어째서 그런 사람이 있는가?"
"수행하는 보살이 지혜가 좁아서 세속의 염매ㆍ주저ㆍ기시가 사람의 마음을 놀라게 하고 요란하게 하는 것을 보고도, 방편으로 구호할 지혜는 없지만, 보리심을 위하므로 불지를 섭념하여 지혜바라밀을 성취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