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실 때, 당신보다 높은 분이 없어 그러한 분을 두고 맹세하실 수
없었으므로, 당신 자신을 두고 맹세하시면서, "정녕코 나는 너에게 한껏 복을 내리고 너를 한껏
번성하게 해 주겠다."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아브라함은 끈기있게 기다린 끝에 약속된 것을
받았습니다.(13~15)
히브리서 저자는 히브리서 6장 9~12절에서 끝까지 믿음과 인내를 지켜 약속된 상속을 받으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어지는 히브리서 6장 13~20절에서는 이러한 목표를 세우고 추구하는 이들에 위로와 희망을 주시는
하느님의 약속을 다룬다.
특히 이 단락을 시작하는 히브리서 6장 13~15절에서는 히브리서의 일차 독자들인 유대계 그리스도인
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아브라함이 인내를 통해 약속을성취받았다는 사례를 제시하여 용기와 격려를
주고 있다.
본문에서 '약속하실 때'로 번역된 '에팡게일라메노스'(epanggeillamenos)의 원형 '에팡겔로'
(epanggello)는 '공언하다', '약속하다'등의 의미를 갖는다.
이 단어는 신약 성경에서 인간의 약속과 제의는 물론(2베드2,19; 마르14,4) 하느님의 약속에 대해서도
쓰였다(로마4,21).
저자는 본절에서 하느님의 약속을 근본으로 삼아 생활했던 아브라함에 대해 언급한다.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주신 약속들이 여러 가지 있는데(창세12,1~7; 17,5~6; 18,18; 22,16~18),
히브리서 저자가 염두에 둔 것(히브6,14)은 창세기 22장 16~18절의 내용이다.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이 약속을 주실 때에 당신 자신을 두고 맹세하심으로써, 이것이 확실하고
영원히 변치 않을 것임을 보증하여 주셨던 것이다.
'맹세하시면서'로 번역된 '오모센'(omosen)의 원형 '옴뉘오'(omnio)는 원래 성전의 뿔이나 제단과
같은 거룩한 대상들을 '굳게 잡다'라는 뜻을 나타내었으나 후에 '맹세하다'는 의미로 발전되었다.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하신 맹세는 은총의 맹세로서 그 효력이 끝없이 미친다.
절대로 변함이 없는 이 약속으로 말미암아 아브라함의 후손은 모두 축복을 받게 되는데, 이것은
육적 이스라엘을 가리키지 않고 영적 이스라엘인 교회를 말하며(갈라4,7), 진정한 의미에서의
아브라함의 후손인 그리스도의 교회가 이 축복을 이어받는다.
한편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두고 맹세하셨다는 것은 당신 자신을 담보로 하여('카타'; kata; by)
맹세의 약속을 하셨다는 것을 말한다.
하느님께서 담보로 내어놓으신 당신 자신은 얼마나 믿을 만하겠는가!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아니시므로 실언하지 않으시고(민수23,19) 거짓말하지 않으시며(히브6,18)
변함이 없으실(야고1,17)정도로 믿을 만하다.
이보다 더 믿을 만한 맹세의 담보는 없다.
따라서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담보로 해서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셨다는 것은 그 약속이 천지가
진동하더라도 지켜질 것임을 말한다.
'정녕코 나는 너에게 한껏 복을 내리고 너를 한껏 번성하게 해 주겠다'
'정녕코'로 번역된 '에이 멘'(ei men)은 '참으로', '확실히', '틀림없이'라는 뜻으로 서약에 사용되는 용어이다.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틀림없이 어떤 것을 이루어주시겠다고 맹세로 약속하셨는데, '너에게 한껏
복을 내리고 너를 한껏 번성하게 해 주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것은 창세기 22장 17절을 70인역(LXX)에서 인용한 말씀이다.
신구약 성경을 모두 알고 있는 우리는 그분의 이 약속이 이사악의 후손인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그대로
성취되었음을 잘 알고 있다(갈라3,16; 4,26.28; 사도3,25).
한편 '너에게 한껏 복을 내리고'(너를 복 주고 복 주며)라는 표현은 히브리어 동사 구문법에서 강조를
나타내는 형식으로 '틀림없이 복을 줄 것이다'란 의미가 된다.
영어로 하면, 'I will surely bless you, and I will surely multiply you.'이다.
'너를 한껏 번성하게 해 주겠다'로 번역된 '플레튀논 플레튀노'(pllethynon pllethyno)에서 본문에
두 번 쓰인 동사의 원형 '플레튀노'(pllethyno)는 '가득 참'(fullness)을 의미하는 '플레튀스'
(pllethys)에서 유래한 단어로 '가득하게 하다', '번성하게 하다'라는 의미이다.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주신 번성하게 하신다는 약속은 본래 '나는 너에게 한껏 복을 내리고, 네
후손이 하늘의 별처럼, 바닷가의 모래처럼 한껏 번성하게 해 주겠다. 너의 후손은 원수들의 성문을
차지할 것이다' (창세22,17)는 것이다.
따라서 본문의 2인칭 단수 대명사 '쎄'(se), 즉 '너'(you)는 아브라함의 후손을 나타내는 비유법적
표현(제유법; 사물의 한 부분으로 전체를, 또는 한 말로 그와 관련되는 모든 것을 나타내는 표현 방법)
이라고 할 수 있다.
하느님의 이 약속은 이사악이나 이스라엘 시대에 성취되지 않고, 아브라함의 영적 후손인 신약 시대의
교회를 통해 성취되고 있다(갈라3,9).
'그리하여 아브라함은 끈기있게 기다린 끝에 약속된 것을 받았습니다'
'끈기있게 기다린 끝에'로 번역된 '마크로튀메사스'(makrothymesas)는 '마크로튀메오'
(makrothymeo)의 과거분사이며, '마크로 튀메오'는 '인내하다', '오래참아 기다리다'는 뜻이다.
이 단어속에는 '질긴 기질'이라는 의미가 들어있다.
적극적인 측면에서 '마크로튀메오'는 '(무엇을) 묵묵히 기다리고자 하는 태도'를 나타낸다.
'끝에'에 해당하는 '후토스'(hutos)는 '이같이'(so)라는 뜻을 강조의 의미로 쓰인것 같다.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말씀이 당장 성취되지 않는다 하여도 체념하지 않고, 믿음으로 큰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으므로, 하느님의 약속을 받을 수 있었다.
'약속된 것을 받았습니다'에서 '받았습니다'로 번역된 '에페튀켄'(epetychen)은 '얻다', '도달하다'를
뜻하는 '에피튕카노'(epitingchano)의 부정 과거로서 결과를 나타낸다.
물론 아브라함이 사는 날 동안에 그 약속의 성취가 있었지만, 그 기간에는 매우 부분적으로만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가 죽어서 천국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 동안, 이 약속은 신약 시대의 교회를 통해 더 많은
성취를 맛보고 있다.
그의 약속은 점점 더 충만하게 성취되었는데, 메시아의 강생과 그의 영적 후손의 번성이 그것이다.
하느님의 말씀은 참된 것이었고, 아브라함은 그 말씀에 충실했으므로 이같은 놀라운 일이 현실적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하느님의 약속은 변경되거나 취소되는 법이 없다.
그분은 언제나 성실하시며(2티모2,13), 변함이 없으시므로(야고1,17) 그분의 입으로 내신 모든 말씀은
반드시 그대로 성취된다(이사55,10~11).
설사 그 약속의 대상인 인간의 성실성에 문제가 있을지라도, 주님의 약속이 무효가 되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출처: 피앗사랑 글쓴이: rig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