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1719
발심수행장134
동봉
탐착과 애착1
위와같은 나의이말 다하기전에
탐착하는 그마음은 그치지않고
다시하는 나의이말 다함없는데
애착심은 끊으려고 하지않도다
저언부진遮言不盡
탐착불이貪着不已
제이무진第二無盡
부단애착不斷愛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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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삭告朔'이란 말이 있다
많은 이들은 이를 '곡삭'이 아닌
'고할 고告 초하루 삭朔'
곧 '고삭'으로 읽는다
보고는 평소처럼 '고'로 읽되
제사를 뜻할 때는 '곡'으로 읽는다
실제로 자전字典에 의하면
많이 알려진 고할 고告 자 외에
뵙고 청할 곡告, 국문할 국告으로 읽는다
고할 고告로 새길 때 담겨 있는 뜻은
딱한 사정을 간곡히 호소하다
고하다, 알리다, 발표하다
아뢰다, 말씀드려 알리다
하소연하다, 고발하다
가르치다, 깨우쳐 주다
여쭈다, 안부를 묻다 따위가 있고
뵙고 청할 곡告으로 새길 경우
신神을 청하여 모시기를 간구함이다
물론 외양간喂養間이나
또는 마구간馬廏間을 비롯하여
말미, 겨를 따위로 해석할 경우에도
고告가 아닌 곡告으로 읽는 것이 맞다
그리고 또 다른 새김이 있다
첫째는 국문할 국告 자며
둘째는 조사할 국告 자다
오늘이 마침 음력 초하룻날이다
초하루신朔神에게 제를 올리는
곡삭일告朔日이다
초하루 삭朔 자를 살펴보면
그믐을 지나면서 사라졌던 달月이
거슬러屰 밝아지기 시작한다
따라서 역월屰月로서
초하루朔를 삼은 것이다
초승에서 보름달로 밝아지는 달은
영어 D 자의 모습을 띄고
보름에서 그믐으로 줄어드는 달은
영어 C 자의 모습을 띄고 있다
여기에는 도플러 현상이 적용된다
그믐을 뜻하는 그믐 회晦 자에는
달月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초하루朔에는
풀섶䒑 아래 돋는 싹屮처럼
비록 한없이 가냘프기는 하지만
작은屰 달月이 점차로 커가고 있다
옛사람들은 초하루를 관장하는 신으로
삭신朔神이 있다고 믿었다
이 삭신을 청하여 제사를 모시는데
이를 곡삭告朔이라고 한다
우리가 자주 쓰는 말에
고사告祀라는 민속 용어가 있다
새로 이사를 한 뒤 집들이를 하거나
가게나 업소를 처음 열면서
토지신이나 가택신을 불러
번영과 안위를 부탁하는 제사다
보통 '고사'라 하는데 '곡사告祀'가 맞다
고사라 해서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제사를 지내며 고하는 것이니까
하나 약간의 느낌을 달리한다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는
고告하기에 앞서 초빙告을 한다
조상신이든
가택신이든
또는 토지신이든
하늘의 신이든 간에
초대하여 모심이 우선이다
초빙하여 모신 뒤
정성껏 대접을 하게 되면
그 뒤는 따로 부탁하지 않더라도
원하는 바를 신이 알아서 들어준다
보통 영어에서도 있는 예例지만
따라오는 앞뒤 문장에 따라
언어의 소릿값이 달라지는데
한문도 이와 마찬가지로 다를 것이 없다
이《발심수행장》탐착과 애착에서도
'저언부진遮言不盡'의 '저遮'를
'이 저遮' 자로 발음하지 않고
'가릴 차遮' 자로 소리내어 읽는다
일반적으로 '가릴 차'로 읽고는 있으나
여기서는 '이 저遮' 자로 읽는 것이 옳다
아미타경 끝부분에 이르러
많은 이들은 '오탁오세五濁惡世'를
'오탁악세'로 읽고 있는데
이는 다섯 가지로 혼탁하고
그리하여 악한 세상이 아니다
혼탁하고 다소 오염된 세상일뿐이다
따라서 '악세惡世'로 읽지 않고
'오세惡世'로 읽어나가야 맞는 말이다
발심수행장 바로 이 대목에서도
'차언遮言'이 아니라 '저언遮言'이다
중국어에 지시대명사 '저這'가 있다
'저彼'와 '이此'를 표현할 때
'이此' 자처럼 쓰이는 글자로서
'이것, 또는 이곳 등 '이'의 뜻이다
마찬가지로 여기 '가릴 차遮' 자는
'가릴 차'로 읽지 않고 '이 저'로 읽는다
그럴 때 문장이 더욱 명확해진다
우리 한글과 달리 한자에서는
하나하나의 사건마다
그에 어울리는 명사, 동사
또는 형용사 따위를 붙여나간다
우리가 쓰는 특별한 용어 가운데
망자亡者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망한 자요 죽은 자다
왜냐하면 '망할 망'자요 '죽을 망'자니까
그런데 여기에 종교적 의미를 살려
'죽을 망亡'으로 발음하지 않고
'없을 무亡'로 읽을 때 느낌은 달라진다
왜냐하면 죽음死의 세계란
실제 죽어서 없어진 게 아니라
우리 눈에서 사라졌을 뿐이기 때문이다
죽음은 삶의 다른 형태일 뿐이다
비록 시야에서는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없어진 게 아니다
죽을 사死 자를 파자해 보자
어느一날 밤夕 다가온 변화匕다
우리가 자주 쓰는 속담에
'밤새 안녕하셨느냐'며 묻듯이
시나브로 그냥 찾아온 변화일 따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죽음死은 변화匕의 다른一 때夕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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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에서도 변화는 진행 중이다/사진 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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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2019
음력 9월 초하룻날
종로 대각사 봉환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