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울산에서 성장한 현대자동차와 현대중업이 울산을 대하는 태도가 과거와 같지 않다. 한창 성장기에 있던 지난 89~90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도 최고의 천혜 임해(臨海)공업지역인 울산에 생산거점을 두고 세계 일류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되었던 울산에 창업주인 (告)정주영 회장은 최소한 감사하는 마음은 가졌었다. 그래서 명촌과 방어진을 잇는 해안도로를 개설해 울산에 기부했던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형태는 어떠한가. 현대중공업은 2018년 조선경기침체를 이유로 지주회사를 만들어 울산에 있던 본사를 서울로 옮겨갔다. 그 뿐인가. 현대중공업 안에 있던 사업부들을 쪼개 타지로 옮겼다. 울산시민들의 강렬한 반대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다. 기업의 생리는 오로지 이윤추구다. 이윤이 되지 않는다면 은혜도 의리도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는 곳이 기업 집단이다.
울주군에 소재를 둔 대우자일버스를 보라. 20년 전 부도직전의 대우버스를 인수한 영안그룹이 울산으로 옮겨 온다고 했을 때, 울산시는 각종 편의와 행정적 세금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동안 잘 운영하다가 최근 조금 어려워진다고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보따리를 싸고 울산을 떠나겠다고 한다. 최근 현대차그룹도 몇몇 행보들을 보면 울산과 미래를 함께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미래 먹거리로 인식되고 있는 수소전기차와 관련해 기존 울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기자와 수소 전기차 생산물량은 생색만 낼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신규 수소전기차 공장은 전라도 광주에 생산라인을 집중 배치하고 있다. 또 수소전기배터리 핵심 부품공장은 충청도 청주에 건설해 생산 중이다.
거기다가 미래차 연구의 핵심역할을 할 미래차연구소는 경기도에 둥지를 텄다. 현대차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현대차 모(母)공장인 울산공장은 이에 비해 기존 내연기관차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산시는 수소전기차와 수소관련 산업을 미래먹거리 중 하나로 선정하고 기반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육성책으로 수소전기차 충전소 보급, 수소전기 대중버스 구매 등 관련 산업 활성화를 위해 행정적인 지원은 물론 시민혈세까지 아낌없이 쏟아 붓고 있다. 지난 16일 현대차그룹은 수소전기차 중장기 로드맵을 위해 약 124곳의 주요 부품 협력사와 2030년까지 연구개발과 설비를 확대를 위해 7조6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라 전했다.
현대차그룹의 투자는 자신들의 앞날을 위한 것이지만, 그 돈을 울산공장과 울산협력업체에 투자해 주길 바란다. 하지만 수소전기차 거점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울산시 노력에 비해 현대차그룹의 최근의 선례를 봤을 때 얼마나 울산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할 지는 의문이다.
수소차 생산거점으로 거듭나고자하는 울산의 바람과 현대차경영진의 생각 사이에 동상이몽이 존재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기우기를 바란다. 울산시는 혹시라도 나중에 닭 쫓던 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수소전기차 생산거점에만 목을 매지 말아야 한다. 수소산업과 관련된 다양한 산업을 유치하여 진정한 수소산업 선도도시를 만드는데 목표를 둬야 한다.
수소산업은 수소를 전기로 변화하는 산업과 이렇게 저장된 전기에너지를 활용하는 관련 사업을 육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울산은 다양성을 가지 수소산업도시 건설에 올인 하는 것이다. 그러면 장래에 현대차가 설사 울산에서 보따리를 싸거나 문을 닫는다 해도, 스웨덴의 말뫼시가 골리앗크레인을 떠나보내고도 새로운 번영에 길을 걷고 있듯이, 울산도 현대차 없이도 새로운 수소산업 선도도시를 기반으로 신번영의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