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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의 對러 경제제재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국, EU 등 서방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광범위한 경제제재를 도입하여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주고자 하였다. 서방의 제재는 크게 △금융제재 △수출통제 △중앙은행 및 국부펀드 제재 △인적제재 △에너지 제재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제재는 교역, 투자 등 러시아의 대외경제활동의 판도를 크게 바꿨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주요 금융기관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여 국제금융거래를 제한하거나 ‘거래통제목록(CCL, Commerce Control List)’의 확대와 ‘해외직접생산규칙(FDPR, Foreign Direct Production of Rules)’ 등을 적용하는 수출통제 제도를 도입했고, 러시아 국적 선박과 항공기의 자국 내 진입도 금지하거나 철도운송로를 차단하는 방식의 제재를 통해 러시아와의 교역을 차단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여기에 더해 자국 기업들의 러시아 투자를 금지하거나 러시아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자금조달을 제한하는 서방의 전방위적인 제재 도입은 러시아가 대외경제 협력에 있어서 다른 대안을 찾을 수 밖에 없도록 하였다. 특히, 에너지제재의 도입을 통해 러시아의 주요 수출품인 에너지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조치는 대안을 찾고자하는 러시아의 움직임을 더욱 빠르게 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러시아의 대외경제 동향
러시아는 교역 부문에서 미국, EU 등 서방과의 관계를 빠르게 단절하고 있다. 제재 이전 러시아의 대(對)EU 수출은 2020~2021년 중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었으나 2022년 3월 에너지 173억 달러(한화 약 21조 3,360억 원), 비(非)에너지 상품 85억 달러(한화 약 10조 4,737억 원)를 수출하여 정점을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대(對)EU 에너지 수출은 2022년 10월 기준 97억 달러(한화 약 11조 9,200억 원)까지 감소하였다. 다만, 러시아에 대한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EU로서는 단기간 내에 러시아로부터의 수입을 전면적으로 대체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현상태에서 수입이 추가로 크게 하락하기는 힘들다는 것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일례로 독일은 러시아에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인데, 2021년 1~10월 러시아로부터의 총 수입액은 약 312억 달러(한화 약 38조 4,446억 원)였으나 2022년 같은 기간에는 343억 달러(한화 약 42조 2,404억 원)로 오히려 증가한 상황이며1) 여기에는 에너지 수입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러시아의 대EU 수입의 경우, 러시아에 대한 수출통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기계류, 전자제품, 통신장비 등 모든 품목에서 러시아에 대한 수출이 크게 감소하였고, 2022년 2월 기준 82억 7,000만(한화 약 10조 1,845억 원) 달러 수준이었던 EU의 수출은 4월에는 31억 3,000만 달러(한화 약 3조 8,545억 원)까지 축소되었으나 더 이상의 하락없이 40억 달러(한화 약 4조 9,268억 원) 수준에서 하방경직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림 1> 러시아의 對EU 수출
* 자료: Bruegel Institute
<그림 2> 러시아의 對EU 수입
* 자료: Bruegel Institute
미국과 러시아의 교역은 EU보다 더 크게 축소되었는데, 미국의 대러 수출은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제재 이전에도 큰 편은 아니었으나 제재 도입 이후에는 제로(0) 수준에 수렴했으며 수출도 상황은 이와 비슷하다.
이와는 반대로 러시아에 우호적인 국가와의 교역은 에너지를 중심으로 크게 확대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수출은 2022년 2월 소폭 감소하였으나 이후 추세적으로 증가하면서 2022년 7~10월 4개월 연속 100억 달러(한화 약 12조 3,150억 원)를 상회했다.
<그림 3> 러시아의 對중국 수출
* 자료: Bruegel Institute
<그림 4> 러시아의 對인도 수출
* 자료: Bruegel Institute
인도에 대한 러시아의 수출 증가는 더욱 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2022년 2월 기준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수입은 2억 7,000만 달러(한화 약 3,325억 원)에 불과했으나 10월에는 41억 2,000만 달러(한화 약 5조 746억 원)까지 확대되었다. 이 같은 교역국 전환으로 러시아는 서방의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이 급감하는 가운데 주요 수출품인 에너지를 판매할 수 있는 대상을 확보했으며 러시아의 우호국들은 러시아산 원유를 저렴하게 들여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되었다. 중국이 2022년 4월부터 7월까지 러시아로부터 구매한 원유평균구매가격은 톤당 708달러로 타 국가로부터의 구매가인 816달러에 비해 15%이상 저렴했으며 중국은 이를 통해 약 30억 달러(한화 약 3조 6,951억 원)를 절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2).
투자 부문에 있어서도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에 대러 투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서방 자본이었다. 외국인 총 투자금액은 2018년 87억 8,500만 달러(한화 약 10조 8,240억 원), 2019년 319억 달러(한화 약 39조 2,912억 원), 2021년에는 404억 달러(한화 약 49조 7,606억 원)를 기록하는 등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네덜란드, 키프로스, 버뮤다 등 조세회피처의 투자를 제외하면 투자 상위권 국가는 독일, 프랑스, 영국, 스위스 등 유럽계 국가들이 주로 차지했다. 하지만, 제재 이후 많은 서구기업들이 러시아를 떠나고 있으며 이들의 투자는 감소하고 있다.
영국 최대 정유기업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British Petroleum)은 소비에트 해체 이후 러시아에서 오랜 기간 동안 자원개발에 참여해 왔으며 러시아 최대의 원유개발기업인 로스네프트(Rosneft)의 지분 19.75%를 보유하는 등 자원개발 분야의 대표적인 외국 투자기업이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지분 전량을 매각하기로 결정하는 등 러시아에서의 철수를 서두르고 있으며 이와 같은 상황은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Total)이나 다국적 석유기업 쉘(Shell) 등 기타 에너지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일본 자동차 제조기업인 니산(Nissan)은 2007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공장을 건설하며 러시아 시장에 진출한 이래, 2012년 르노와 함께 러시아 자동차 기업 아프토바즈(Avtovaz)의 지분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실시해 왔지만, 러시아자동차연구소(NAMI)에 러시아 지분 모두를 매각하기로 결정하였다. 현재 러시아에서 철수했거나 철수하기로 결정한 서구기업은 약 1,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중국기업들은 서구기업의 빈자리를 점진적으로 메우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경제통계를 발표하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기업의 투자금액을 정확히 알기는 어려우나 과거에 비해 투자규모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중국의 주요 자동차 기업들은 러시아 내의 판매 증가에 따라, 생산시설 확충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국제금융시장에서 러시아 기업의 자본조달이 어려워짐에 따라, 러시아 기업은 위안화 표시 채권의 발행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자원개발기업 중 하나인 루살(Rusal)은 2022년 7월 위안화로 표시된 20억 위안(한화 약 3,638억 원) 상당의 5년 만기 채권을 발행했으며 금광기업인 폴리우스(Polyus)도 2022년 8월 46억(한화 약 8,367억 원) 위안의 채권발행에 성공했다. 또한, 러시아 최대의 원유개발 기업인 로스네프트(Rosneft)는 2022년 9월에 150억 위안(한화 약 2조 7,285억 원) 상당의 10년 만기 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한 바 있다3).
이러한 러시아 기업의 행보는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 2000년대 후반부터 지속적으로 노력해온 중국기업에게 금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러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신흥지역권으로의 사용범위 확대를 위한 좋은 기회가 된다.
전망 및 시사점
우크라이나 사태와 경제제재로 인해 러시아는 서방국가들과의 정상적인 경제관계를 추진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그리고 서구로부터 단절된 러시아에게 중국은 현재 부각되고 있는 다양한 경제적 어려움을 상쇄시킬 수 있는 중요한 협력파트너이다. 중국도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을 통해 에너지, 교역, 금융부문에서 나름의 실리를 챙기는 모습을 보이면서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양국은 양자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상하이협력기구(SCO)’등 유라시아지역 내의 다자간 협력기구를 통해서 관계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정치·외교적인 연대의 필요성이 유지되는 한,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구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서는 반미(反美) 전선을 공동으로 형성하고 있는 러·중 관계의 분열요인을 현재로서는 크게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만, 중국도 미국의 경제적 견제를 받고 있으며 향후 중국에 대한 제재가 심화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미국에게 빌미를 줄 수 있는 무조건적인 러시아 편들기의 양상을 예상하기는 어렵다. 중국은 최대한 자국의 실리를 취하는 방식으로 러시아에 협조적인 자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서방과 러시아의 대립이 장기화될수록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중국의 경제적 레버리지는 확대될 것이다.
또 러시아는 중국뿐만 아니라, 인도, 이란 등 러시아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는 다른 국가들과의 형제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과제는 러시아가 이러한 국가들과 ‘얼마나 효율적으로 상호 지속가능한 협력의 틀을 만들 수 있는가?’이다. 러시아와 유럽은 수십 년간 에너지를 기반으로 기술과 상품 부문에서의 비교적 단단한 협력체계를 만들어왔다. 러시아가 인도나 이란 등의 국가와 실용적인 경제관계를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러시아의 대외경제정책 전환의 성공이 좌우될 것이다.
* 각주
1) 독일 통계청 (https://www-genesis.destatis.de) 자료를 근거로 저자계산
2) “China reaps energy windfall as West shuns Russian supplies,” https://www.reuters.com/ business/energy/china-reaps-energy-windfal-west-shuns-russian-supplies-2022-09-14/, (검색일: 2023년 1월 9일)
3) “Роснефтъ разместила облигации на 15 млрд юаней,” https://wwwfinmarket.ru bonds/news/5804645, (검색일: 2023년 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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