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대
지난 주 화요일 이후로 발 뻗고 잔 기억이 없습니다. 자다가도 번뜩 눈이 떠지고 혹시나 불합격 메일이 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몸을 뒤척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차라리 떨어져도 빨리 발표 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 했다가 다시 고개를 좌우로 뒤저으며 그건 안 된다고 스스로 되뇌었습니다. 면접 때 느낌도 나름 좋았고 해피엔딩이 될 것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주변
아버지께서는 평소 KB카드와 현대 카드만 사용하셨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 인가 신한 카드로 모든 물건을 결제 하고 계셨습니다. 깨달았습니다. 나만 간절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지쳐감
정말 질질 끌고 간다고 생각 했습니다. 제 친구 회사는 첫 면접 보고 최종 발표까지 2주에서 3주 정도 밖에 안 걸렸다고 그러는데 내가 본 회사는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건지 의아 했지만 합격 메일을 받을 것이라 기대하고 기대하면서 기다렸습니다. 마치 내가 합격 한 것처럼 행동하라는 말에 머리 속으로 창구에 앉아 있을 내 모습을 그려보고 또 그려보고 내 회사가 신한은행이라며 세뇌 시켰습니다.
두려움
신체검사 재검자에게 메일이 왔다는 소식을 보았습니다. 재검자가 부러웠습니다. 불합격자에게 굳이 돈 들여서 재검 시킬 이유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한 가닥 기대를 가져 봅니다. ‘난 이미 합격 했을 거야. 그래서, 그래서 나한테는 전화가 오지 않는거야.’ 그래, 그래서 전화가 오지 않았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생각해 봅니다. 합격 메일을 받을 모습을 생각하며 배시시 웃었다가 만약 아니면 어쩌지 하며 인상을 찌푸렸다가….. 누가 보면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직전, 초긴장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그런지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또 낮잠을 잤습니다. 그리고는 일어나 취뽀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오늘 7시경 발표가 난다고 그랬습니다. 7시까지 뭘 할까 생각 하다가 증권투자 상담사 책을 펼쳤습니다. 강의를 듣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7시가 지났습니다. 그런데 문자가 오지 않습니다. 왜 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7시 경이라고 했으니까 조금 늦나 봅니다.
접속
신한은행 채용정보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하지만 텔러 공고만 있을 뿐…. 그렇게 두 세번 들락날락 거리다가 좌측에 못 보던 메뉴를 보았습니다. 클릭 합니다. 주민 등록 번호를 넣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여태껏 봐왔던 그런 메일이 아닙니다. 다른 회사에 넣었을 때 왔던 그런 글귀를 신한 은행이 나에게 이야기 해 주고 있습니다.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다시 접속해 봅니다. 확인해 봐도 내 주민등록 번호가 맞고 내 이름이 맞습니다. 죄송하답니다. 죄송하답니다.
현실 부정
잘못 본 것이라 생각 합니다. 그렇게 5번 이상을 접속해 보았습니다. 다시 메일함을 열어 봅니다. 메일함에 메일이 와 있습니다. 또 죄송하답니다. 뭐가 죄송한지, 죄송할 일을 왜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분노
내 지갑에 있던 신한 카드를 과격하게 꺼냅니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카드를 밟습니다. 밟고 또 밟아도 화가 사그라들지 않아 밟고 질질 끌고 다닙니다. 카드의 마그네틱선에 흠집이 났습니다. 서랍에서 통장도 꺼냅니다. 통장을 꺼내 찢으려 하다 창 쪽으로 던지고 또 떨어진 통장을 밟고 또 밟습니다. 그러다 다시 책상에 앉습니다. 다시 메일을 열어 봅니다. 또 똑 같은 말 뿐입니다. ‘죄송합니다.’ 노트북 앞에서 고개를 떨굽니다.
전화
아버지께서 전화가 오셨습니다. 솔직히 할 말이 없습니다. 이제 하반기 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며 하반기에도 다 떨어 지면 어쩌나 하는 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버지께서 제 눈치를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술
친구를 불러 술 한잔을 합니다. 세상이 더럽습니다. 어째 잘 풀린다 생각 했습니다. 어째, 오랜만에 어째 이상하게 잘 풀린다고 생각 했습니다. 내 인생은 늘 그랬던 것 같습니다. 언제나 결말은 이랬습니다. 이런 푸념을 하는 저에게 친구가 한마디 해 주었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확인
혼자 소주를 2병 가까이 마셨는데도 취하지 않습니다. 방문을 열면서 메일이 잘 못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컴퓨터를 켭니다. 또 메일을 열어 봅니다. 한마디가 보입니다.
‘죄송합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좋은 일이든 싫은 일이든 지나갑니다. 이 또한 지나갈 것입니다. 힘들고 더러워도 지나갈 것입니다. 신한은행 발표 기다리면서 6월 6일 증투 준비도 못했는데….. 갑자기 금융권 준비하면서 증투 하나 없는 제 자신이 한 없이 작아 보입니다. 내가 잘 하는 것이 뭐가 있을까 하는 자괴감부터 시작해 이왕 떨어 질 거면 왜 굳이 여기까지 왔나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하지만……
저에게 면접이라는 큰 경험을 주신 신한은행에게 감사 드립니다. 카드를 밟고 통장을 밟고 그랬지만…. 이성을 차리고 생각해 보니 면접이라는 큰 경험을 주신 신한은행에게 정말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카드 밟고 통장 밟은거 신한은행 관계자 들께 사과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인연이 여기까지라 생각 하렵니다. 또 인연이 된다면 만나겠지요…….
P.S. : 돌+I 같은 제 글 끝까지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저 같이 떨어 지신 분들… 모두 힘 냅시다.
이 또한 지나갈 것입니다.
첫댓글 이 시간들이 지나가 분명 추억이 될 것입니다. 힘내세요 화이팅!
분명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ㅋㅋㅋㅋㅋ
저도 작년부터 그 생각으로 여기까지 달려왔습니다. 스스로의 자리와 스스로의 날이 모두 있으리라 믿습니다. 화이팅
작년 부터라고 하니 제가 내공이 많이 부족해 보이네요 .....
파이팅!!! 힘내세요^^ 저는 1차에서 떨어졌는데 그때도 정말 속상했거든요ㅠㅠㅠ 이 또한 지나갑니다. 도약의 기회로 삼읍시다!
네,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겠어요. ㅋㅋㅋㅋㅋ
아..힘내세요 분노를 열정으로 , 원망을 애정으로, 좌절감을 용기로 바꾼다면 분명히 다음번엔 좋은길이 있을겁니다.
화이팅입니다.
감사 합니다. 그리고 님 축하 드려요
아픔을 딛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시길 바래요..그렇다면 반드시 다음 기회에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님 화이팅입니다!!
이런 자세를 갖고계신 분이라면 어딜가든 성공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셨네요...이것 또한 지나갈거에요...
저도 모르게 가슴이 져려 옵니다. 누구나 다 공감할 수 있는 글인것 같습니다. 힘내세요. 힘내세요. 힘내세요. 힘내세요. 보다 좋은 기회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탈락의 아픔이 당신의 가치를 never 바꿀수 없습니다. 스스로 가치를 높이세요! why? 좋은기업은 많으니깐 이건 정말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닙니다.
힘내세요!!!!!!!!!!!!!!!!!!!!!!!!
제 요즘 생활과 너무 비슷하네요..휴...힘내세요!!
힘내세요!!! 같은 마음입니다..좋은 곳 가실꺼에요!
남일같지 않습니다... 토닥토닥
아........... 우리힘내요!! 취준생화이팅
너무나도 공감이 갑니다... 저 또한 "죄송합니다."라는 말에 바로 눈 앞이 뿌옇게 되더라는....ㅠ ㅠ 하아.... 이 것도 정말 다 지나 가겠죠... 이 여름만 지나면 다시 하반기가 기다릴 터이니.... 우리 힘을 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