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보다는 텍스트가 읽고, 퍼가기 편하실 듯 하여 타이핑을 했습니다.(한타 500타 이상이라 전혀 힘들지 않으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ㅎㅎ) 그러고보니 소위 '명문대'로 불리지 못하는 학교들의 대자보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듯 해 안타깝습니다.
http://zamong.co.kr/farm/post_list?cid=54
다른 많은 대학교들의 대자보가 있으니 이 곳에서 읽어보세요.^^
카이스트 대자보 전문(굵은 글씨와 따옴표, 밑줄은 원문 그대로입니다. 소괄호 안은 글씨가 너무 작고 사진 해상도가 낮아 식별하기 어려워서 확실하지 않은 부분입니다.)
이 미친 세상에 우리는 안녕할 수 없다.
우리는 너무 오래 침묵했다. 세상에 벌어지는 많은 일들에 너무 오래 입을 다물고 있었다. 우리의 장고는 정치혐오증이라는 새로운 질병을 일으켰다. 사실 우리의 잘못은 아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공부와 미래 걱정만을 강요했으며 추잡하게 만들어진 정치는 우리로 하여금 저절로 정치에 관심을 끄도록 만들었다. 침묵한 우리는 그들이 만든 사회질서를 충실히 따르는 모범생일 뿐이다.
이제 우리가 침묵한 결과를 보아라. 우리는 훌륭한 모범생이 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어디에도 '나'는 없다. 우리는 사회를 이루는 벽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온갖 부정과 불의가 벌어지는 사회를 지탱하는 벽돌이다. 카이스트니까 좀 비싼 벽돌이라고 하겠다.
아직도 이 세상에는 "차별"이 있다. 세련되게 개편된 "노예제"가 있으며 "빈곤"과 "기아" 또한 명백히 존재한다. 포이동, 구룡마을, 밀양, 평택 등 멀지 않은 곳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추운 겨울 거리에서 죽어가는 빈곤한 노인, 길을 잃은 노동자와 거리에 버려지는 갓난아이들을 보아라. 불의에 항거한다는 이유로 탄압받는 이들을 보아라. 우리의 민주주의는 너무나도 쉽게 그리고 (치밀하게) 자주 훼손되고 있다.
정의감의 발현은 우리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 미친 시대가 끝나고 우리는 필연적으로 스스로를 평가하고 또한 시대는 우리를 평가할 것이다. 이 격변하는 사회에서 우리의 기여는 반드시 평가받는다. 불편한 사실을 인지하고 양심에 따라 행동할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 자신일 수 있다.
단순히 정치에 관심을 갖고 행동하자는 진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 아니다. 정치 "따위"에 관심이 없어도 상관은 없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하며, 옳지 못한 일에는 분노할 수 있어야 하고, 불의가 횡행할 때에는 행동하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그러하지 못함에는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세상에는 선과 악이 분명한 싸움이 너무나도 많다. 이 상황에서 이를 '원래 더러운 정치적 해프닝'으로 치부해 버린다면 우리야말로 더러운 정치판에 일조하는 꼴이 되어버린다.
선택은 우리 개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나는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자 한다. 그것이 나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임을 믿는다. 그리고 우리 자신을 지키는 이 길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기를 바란다.
-물리 II 개나리-
12월 32일 철거하겠습니다.
포스텍(포항공대) 대자보 전문(//으로 구분된 문단은 가독성을 위해 줄바꿈으로 바꾸었습니다.)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물음에 답합니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이 문제가 되지 않고, 삼성 서비스센터 노동자의 자살사건이 일어나도 처우가 개선되지 않고, 역사를 왜곡하는 교과서가 학생들에게 읽혀지며,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를 전형적인 님비 현상으로 치부하고, 성 소수자의 인권을 무시하고,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부정하는 이 사회에서 내 스스로의 안녕을 위해 침묵해 왔습니다.
생각이 다른 주위 사람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 졸업 후 사회의 기득권층으로 들어가고 싶어하는 내 미래를 위해, 대학원생으로서 연구에만 전념해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국민으로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일들을 외면해 왔습니다. 이 사회의 참모습을 알면 알 수록 느껴지는 죄책감 때문에 더욱 더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았습니다. 무지로써 얻어지는 평온함에 안주하고자 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안녕하지 않습니다.
이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곧 나의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이 자랑스러운 학교를 졸업한 뒤 피라미드의 상층부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발을 헛디뎌 떨어진다면, 운이 좋아 나와 내 후손이 사회의 보편적 특권을 누리게 되더라도 내가 갖는 부와 권력으로 인한 이웃의 고통을 외면할 수 있을까요. 내 이웃이 하룻밤 응급실 입원비 수백만원을 내지 못해 죽어간다면, 기회의 균들을 보장받지 못한 인재들이 사장된다면, 내 아이가 학교 내 폭력에도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학우 여러분은 그 때에도 관심을 끊고 안녕하실 수 있습니까?
대한민국 동남쪽 끝의 이 곳에서 진정한 나의 안녕을 위해 이 대자보를 붙입니다.
첫댓글 노고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