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책책책을 읽읍시다
오래 전에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에
책읽기를 권장하고 도서관 설립에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어.
아빠의 기억이 맞다면 그 프로그램의 이름은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이었고,
그 프로그램의 ‘책책책을 읽읍시다’라는 코너가 있었어.
그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그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책들도 자연스레 당시 베스트셀러에 오르게 되었단다.
그 책들이 숨어있는 좋은 책들도 많아서,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가이드가 되기도 했었어.
그 때 소개되어 알게 된 책 중에 하나가 바로
아빠가 이번에 읽은 최순우님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였단다.
이 책을 알게 된 지 오래되었는데,
읽기까지 참 오래 걸렸구나.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
단지 세월이 빨리 흘러갔을 뿐이란다.
이 책을 구입해서 책장에 꽂아 놓은 지는 꽤 오래되었어.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얼마 전에 읽은 유홍준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산사순례>에서
부석사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나서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단다.
그냥 부석사의 이야기를 읽기만 해도
최순우님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유홍준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산사순례>의 부석사 편에서
최순우님에 대한 일화를 실으면서 이 책을 이야기하셔서
더 늦기 전에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단다.
=====================================
1992년 7월 15일 오후 6시, 국립중앙박물과 중앙홀에서는
<최순우 전집>(전5권) 출간기념회가 열렸다. 도서출판 학고재가 제작비 전액을 부담해준 미담이
남아 있는 이 전집의 출간은 당시 학예연구실장인 소불 정양모 선생이 맡으셨고 편집 자체는 내게 떨어진 일이었다.
행사가 시작되기 바로 직전에 소불 선생이 급히 나에게 달려와 하시는 말씀이 “식순에 선생의
글 하나를 낭독하여 고인의 정을 새기는 것이 좋겠으니 자네는 편집책임자로서 아무거나 하나 골라 읽게”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거침없이 “그러죠”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소불 선생은 너무도 쉽게 대답하는 나에게 “무얼 읽을 건가?”라며 되물었다. 나는
또 거침없이 “그야 <무량수전>이죠”라고 대답했다.
-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 산사순례> 중에서…
=====================================
1. 문화재 백과사전
아빠의 편견.
이 책을 읽으면서 책 제목만 보고서,
이 책 전체가 부석사에 관한 글이라고 생각했어.
그러면서 읽기 전에 그런 생각을 했지.
참 대단하신 분이네,
부석사를 절 하나에 대해서 이렇게 두꺼운 책을 쓰시다니..
이 책을 읽고 나면 부석사에 대한 모든 것을 알게 되려나 싶었어.
앗, 그런데 이 책은 부석사에 관한 이야기만 적은 것은 아니었단다.
부석사에 대한 이야기는 한 꼭지에서만 다루었단다.
그렇다고 지은이 최순우님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접은 것은 아니야.
오히려 더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들게 했단다.
왜냐하면 이 책 한 권에 우리나라의 문화재에 평가가 가득 실려 있기 때문이야.
그제서야 이 책의 부제 <최순우의 한국미 산책>의
의미가 확 다가왔단다.
이 책에 실린 수많은 문화재들…
아빠가 모르고 있던 문화재들이 절반이 넘었어.
그러면서 느낀 것은 우리 문화재에 너무 관심이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한국의 미와 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조선 시대의 그림에 대한 소개, 전통 건축과 공예에 대한 이야기,
불상과 탑에 관한 이야기들, 마지막으로 토기와 도자기까지…
우리나라 문화재의 총집합이자 백과사전 같은 책이란다.
하나의 문화재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원하는 이도 있지만,
이런 다양한 방면에 짧은 설명으로 된 책도 나쁘지 않았단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아빠는 문화재를 볼 때 아무리 뚫어져라 쳐다보아도
그 문화재에 숨어 있는 깊은 뜻을 모르겠는데,
지은이 최순우님은 우리 문화재 하나하나에 깃든 사연들을 이야기 주셨단다.
책의 중간을 넘어가면서,
최순우님의 글을 보기 전에
책 속에 나와 있는 문화재의 사진을 한참 쳐다보고 나서,
아빠도 마음속으로 그 문화재의 감상을 생각해보았단다.
그리고 나서 최순우님의 글을 읽어 보았어.
아마추어인 아빠로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감상문을 읽고 나서야
그 문화재의 진면목을 다시 보게 되었단다.
나중에 국내 여행을 가기 전에 그 지역 주변의 문화재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 보고
이 책에서 그 문화재에 대한 설명을 잘 읽어보고
너희들에게 이야기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2. 아름다운 우리말들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하나 느낀 점은 모르고 있는 우리말이 참 많다는 것이란다.
문장의 앞뒤 문맥을 보면 그 뜻을 알겠는데,
그 단어는 처음 보는 말들이 많았어.
“예를 들어… “ 이러면서 그 말들을
너희들에게 알려주어야 하는데,
적어 놓은 말이 없구나.
아빠가 책을 거의 덮을 즈음에 이것을 깨닫고
이 말들을 적어 놓았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말들을 찾기 위해 다시 책을 읽기는 좀 그렇고 말이야
정작 너희들에게 책을 읽을 때 처음 보는 말이 나오면 적었다가
아빠나 엄마한테 물어보라고 하면서, 아빠는 그냥 넘겨버렸구나.
그러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새로 알게 된 말에 대해 따로 공부한 적이 없는 것 같아.
모르는 우리말이 나와도
앞뒤 문맥으로 보아 유추하거나
몰라도 이야기 전개에 문제가 되지 않아서 그냥 넘겨버리곤 했어.
지금부터라도 아빠도 책을 읽을 때 모르는 말이 나오면
꼭 적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앞으로는 아빠도 꼭 그럴게.
이 책에 나오는 모르는 말들은 너희들이 나중에 커서 읽고 나서
리스트업해 주길 바래…^^
PS:
책의 첫 문장: 간혹 비행기를 타고 조국의 강토를 하늘에서 굽어보면 그림같이 신기한 밭이랑
논이랑의 무늬진 아름다움과 순한 버섯처럼 산기슭에 오종종 돋아난 의좋은 초가지붕의 정다움이 가슴을 뭉클하게 해줄 때가 있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이것이 과연 어느 왕공자의 조촐한 숨소리건 지체 있는 어느 선비의 잠
못 이루는 사색의 소리건 여전히 흥겨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책제목 :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 최순우의
한국미 산책
지은이 : 최순우
펴낸곳 : 학고재
페이지 : 496 page
책무게 : 590 g
펴낸날 : 2015년 10월 30일
책정가 : 12,000 원
읽은날 : 2019.04.07~2019.04.11
글쓴날 : 2019.04.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