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1024 --- 마음으로 전하는 말이 더 살갑다
봄날에 길목 좋은 곳에 잠시 앉아서 가을을 느끼기도 하고 봄을 맛보면서 여름을 엿보기도 했다. 때로는 땡볕에 여름날을 같이 하기도 하면서 풍경에 매료되어 수묵화를 그리고 시심을 키우며 사계를 넘나드는 날씨였다. 찬샘마을에서 텅 빈 도로를 따라가며 외부와는 단절되다시피 한 자연 속에 푹 빠져들었다. 내가 먼저 자연 속으로 찾아간 것에 배려인지 다독거려주는 것은 자연이었다. 망중한에 빠져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날이었다. 오솔길을 가는가 하면 숲속을 거닐고 호수와 만났다. 야생 곰보배추가 꽃 피우고 은방울꽃을 바람이 두르려 은은한 종소리가 들릴 것 같다. 엇비슷한 둥굴레도 있다. 거대한 초록의 물결에 휩싸여 잘 보이지 않지 싶어도 요소요소에 크고 작은 야생화가 때를 놓치지 않고 있다. 금강이 흐르다 대청댐이 생겨나면서 생겨난 대청호수다. 호수는 계곡에 갇히고 산자락에서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급경사로 위험해 안전한 산길로 간다. 호수를 옆에 끼고 아슬아슬 가기도 한다. 강과 숲을 함께 즐기는 셈이다. 물은 멈추지 않고 흘러야 하는데 호수로 갇히면서 기약 없이 제자리걸음을 하다 한여름에는 녹조현상이 너무 심하다. 충청인의 생명수로 식수의 원천인데 장마철에는 온갖 쓰레기까지 몰려들어 아주 곤욕스럽게 한다. 주변에 물이 넘실거려도 막상 먹을 물이 부족하다. 마음은 말로만 전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으로 전하는 말이 더 살갑다. 직접적인 소통은 아닐지라도 뭔가 전함이 있고 받아들임이 있다. 그 자체로 대화가 된다. 작은 몸집에 앙증스럽게 피운 꽃을 본다. 저 나무는 줄기가 화살의 깃털처럼 생겼다고 화살나무이며 보들보들한 잎은 홑잎 나물이다. 봄날이 불쑥 소환하는 추억 속 선물이다. 알록달록 곤줄박이가 기웃기웃 지켜본다. 청설모가 존재를 확인시키듯 슬쩍 드러낸다. 멀리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순간 여기가 멀고 먼 산속이 아닌 대전시의 한 부분임을 일깨운다. 도심서 조금 벗어났는데 이런 곳이 있었구나. 등잔 밑이 어둡듯이 새삼스러워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