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꾀까다로운 사람이 있다. 모임을 함께하는데 한 사람이 약속된 시간보다 5분쯤 늦었다. 모임은 서로가 약속인데 이처럼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다른 회원에 대한 모욕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배려의 따스한 감쌈보다는 매정하리만치 냉랭하고 모질게 몰아쳤다. 늦고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점에 대하여는 과히 틀린 말은 아니지 싶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번 모임에서 금방 터졌다. 그토록 큰소리 탕탕 치던 그 사람이 아무 말도 없이 30분쯤이나 늦은 것이다. 크게 혼쭐났던 사람이 뭐라고 한마디 나무람을 하자 미안함보다는 그럴 수도 있는 거란다. 좀 늦었다고 호들갑을 떠느냐면서 오히려 성깔을 부린다. 부지런히 오다가 중간에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 사실 한 사람이 약간 늦었다고 모임에 큰 변수가 생긴 것도 아니다. 몰아붙이면 기분이 좋을 리 없고 순간적으로 반발심리가 작용하며 한 마디 쏘아붙인다. 그러고 보면 그것도 과히 틀린 것은 아니지 싶다. 그러나 지난번과는 너무 상반된 모습이고 자신과 직접 연관된 것에 대하여는 아주 후하게 말을 하며 참으로 편리한 정말 멋대로 이고 입맛대로 잣대이다. 냉정하게 주객이 뒤바뀌게 되면 그때는 또 다른 엉뚱하지 싶은 답변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누구나 있을 수 있는 일인데도 먼저 퇴로 없는 막말을 해서 이런 곤욕스러운 일을 당하지 싶다. 내가 못하면 네가 환호성을 치고 내가 잘하면 네가 우울해할 일이 아니다. 네가 잘했으면 당당하게 박수를 보내고 내가 잘못 했으면 미안하다고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서로 격려하고 이끌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모습에서 밝은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 내가 잘하면 같이 축하해 주고, 내가 못하면 같이 위로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모습이 정정당당하며 건전해 보인다. 상대의 실수를 기다린 듯이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으려고 하기보다는 감싸주는 마음이다. 재수나 운보다 실력으로 다투어 보는 것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손해가 아니다. 나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돌아와 위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