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신자교리 [사회교리] 교의신학 관점에서의 인간 생명 존엄성의 문제 고찰

[영원한 언니]

교의신학 관점에서의 인간 생명 존엄성의 문제 고찰

I. 머리말

지난 1991년 4월 4일 7일까지 개최되었던 특별 추기경회의는 낙태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인 '인간 생명에 대한 현실적 위협'을 두 가지 주제 가운데 하나로 채택하였다. 물론 낙태가 초점이긴 했지만 안락사, 폭력, 게릴라 활동, 비인간적인 감옥, 열악한 노동조건, 인신 매매, 기근, 전쟁, 독재, 유괴, 자연 재해, 교통사고 등의 인간 생명을 파괴하는 여러 가지 물리적, 윤리적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대하여 끊임없이 가르치고 호소하였다. 각국 주교회의 역시 낙태의 합법화를 반대하며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호소하였다.

지난 특별 추기경회의는 인간 존재의 무한한 가치를 확신에 찬 어조로 선언해야 한다는 점에 의견의 일치를 보고, 인간 생명의 존중을 위한 철학적, 신학적 토대를 마련하고, 생명 수호와 존엄성에 대한 가르침을 강조할 것을 다짐하였다.

1988년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발표한 '인공 유산과 불임수술에 관한 담화문'에서 인용, 보도한 정부의 통계를 따르면 우리 나라에서 한 해에 이루어진 인공 유산 건수가 120만 건으로 나타났고, 1991년 12월 15일자 평화신문이 보도한 인공 유산의 통계는 한 해 150만 건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한 해에 인구 100만이 넘는 도시전체가 살상당하고 있다는 엄청남 비극의 현실이다. 낙태 뿐 아니라 인간 생명을 경시하는 사회 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음을 신문지상을 통해 날마다 확인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지난 특별 추기경회의와 함께 보조를 맞추어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1991년 12월 8일 인권주일 사목교서를 통하여 "인간 생명 존중의 새 문화 창조"를 역설하면서 인간 생명권의 보장을 주장하고, 낙태, 안락사, 자살, 신체의 고의적 상해등을 경고하였다.

인간 생명 존중의 수호는 언제나 강조되어도 당연한 일이다. 교회는 인간 생명이 하느님께서 주신 성스러운 선물이기에 다시 말해서 하느님이 생명의 주인이기에 인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생명을 함부로 다를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생명에 대한 도전은 하느님께 대한 직접적인 도전으로 간주한다. 그 근거는 무엇보다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되었다는 사실에 있다. 또 한가지 인간 존엄성의 신학적 근거는 하느님께서 손수 인간이 되셨다는 육화의 신비라고 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성서를 바탕으로 인간을 하느님의 모상으로 이해하는 구약성서의 인간 이해와 육화하신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이해되는 인간의 의미와 가치를 논하는 것으로 그치고자 한다.

II. 인간의 의미와 가치

인간 생명 존중의 근거는 인간의 가치에 있다. 따라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앞서기 마련이다. 인간이란 인간 스스로에게 다 밝혀질 수 없는 신비요, 수수께끼이지만, 그렇다고 인간의 의미를 묻는 일이 인간에게 면제될 수 없는 일이다.

그리스의 철인 소크라테스가 텔피 신전의 "네 자신을 알라"는 신탁의 문구를 철학 신조로 내세운 이래 철학은 그 대상을 자연 또는 신으로부터 인간으로 전환하였다. 그 후 철학은 신, 자연이라는 대상과 함께 인간을 중요한 물음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현대철학 사조 역시 인간이 그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소위 1920년대를 인간학적 전환이라고 할 만큼 칸트 이래로 철학은 인간을 중점적으로 거론하였다. 최근에 와서 신학도 인간을 중심 문제의 하나로 다루고 있다.

인간이란 문제를 놓고 세 가지 사상권이 서로 팽팽하게 대립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첫번째는 인간을 하느님의 창조물로 이해하는 그리스도교 인간학이요, 두 번째는 인간을 정신(또는 영혼)과 육체로 분리하는 그리스의 이원론적 사상이요, 세 번째는 동물계에 나타나는 인간 이하의 동물적 존재와 구별하고, 비교하는 자연과학, 또는 발생심리학의 인간이해이다.

그리스도교 인간학이 인간을 하느님의 모상으로 이해하였을 뿐 독자적이며 고유한 인간에 대한 연구가 없었다는 비판이 없지 않다. 한편 철학계는 막스 쉘러로부터 출발하여 헬무트 플레쓰너에 의하여 '인간은 실제로 인간에 의해서 해석된다'는 기치 아래 인간 중심적인 철학적 인간학을 정초했다. 그러나 플레스너 역시 인간의 특별한 위치가 흔들리고 따라서 인간의 권위와 책임도 파괴된 이유가 종교적인 구속의 상실에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 인간을 해명해 주고, 의무를 지어주는 구속 원리는 인간의 자기 창조적이며 가능성이 개방된 불가해성으로 이해하는데, 이 창조적이고 가능성이 개방된 불가해성의 원리를 바로 육화라는 그리스도교적 신앙에서 그 원상을 가져온 것으로 보고 있다. 역시 칸트도 도덕적인 선 의지를 생의 가치로 받아들이고, 인간이 진실한 인간의 언어를 귀담아 듣는 곳이면, 그 곳에서 항상 원초적인 명령과 약속의 말씀이 울려 나온다고 고백하였다.

인간이 인간 자신과 우주를 인식하는 데 으례 창조주를 의식하는 일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인간이 만물의 척도"라는 프로타고라스의 주장에도 일면의 일리가 있겠지만, 인간의 한계가 분명한 곳에 '인간의 척도'는 인간 자신이 아니라 신이라는 것을 솔직히 고백하여야 할 것이다. 성서는 인간과 인간 생명 존엄성의 근거를 바로 하느님에게 두고 있다. 과거 철학과 신학, 이성과 신앙은 서로 대립하는 관계로 이해되었다. "알기 위해 믿느냐?" "믿기 위해 이해하느냐?"는 문제로 시비를 벌였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일찍이 "나는 우선 믿고 난 다음에야 그것을 통찰하거나 이해하려 한다"고 선언하였다. 실제로 우리가 분명히 깨닫는 것조차도 더 이상 내가 믿으려 하지 않을 수 있다. 학문을 성립하는 데 있어서 믿음이 결코 경시될 수 없는 일이다. 인간과 신, 철학과 신학, 또는 이성과 믿음은 대립으로서가 아니라, 동전의 양면처럼 통일적 차원에서의 융합을 이룰 때, 비로소 인간의 실상이 제대로 파악될 수 있으리라 본다.

1. 인간 존엄성의 성서적, 신학적 근거

교회가 오늘날까지 인간 이해의 핵심으로 고수해 오고 있는 바는 창세기가 전하고 있는 것처럼,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존재라는 사실이다. 사실 성서는 창조 사실을 신앙의 대상이 되는 어떤 조항으로 보지 않았다. 구약성서 시대 사람들은 이 세계가 하느님에 의하여 창조되었다는 사실을 특별히 '믿을' 필요가 없었다. 그것은 이미 그들의 사고 속에 전제되어 있는 요소였고, 다른 대안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성서 이외에도 수메르나 바빌론 신화를 비롯해서 창조 이야기가 전세계에 두루 퍼져 있고, 원시 문화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래된 전승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있다. 그리고 아울러 과거처럼 더 이상 신화가 역사와 대립하는 비역사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어떤 실재에 대한 성찰로서 실제로 일어났던 것에 대한 진술로 이해되고 있다.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는 신앙과 관련된 물음이 아니라, 이 세계와 인간이 어떻게 창조되었는가 하는 물음이었다. 여기서부터 우주에 대한 인간의 통치권, 또는 인간의 타락을 이야기한다.

한편 신약성서 역시 구약성서의 핵심을 유지하면서, "안식일을 위해 인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위해 안식일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언급함으로써 철저하게 인가나을 위한 하느님의 모습을 보여준 예수를 인간이 되신 하느님, 즉 육화하신 하느님으로 이해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이 육화의 신비에서 찾는다.

1. 하느님의 모상

구약성서의 인간 이해를 창세기 1,26-27의 "우리 모습을 닮은 사람을 만들자! 그래서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 또 집짐승과 모든 들짐승과 땅 위를 기어 다니는 모든 길짐승을 다스리게 하자 …당신(하느님)의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내셨다. 하느님의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내시되 남자와 여자로 지어내시고"라는 구절로 시작할 수 있다. 영역본 The Jerusalem Bible에 의한면 창세기1,26-27의 보다 본문에 가까운 번역은 "God said 'Let us make man in our image(selem), in the likeness(demut) of ourselves, …' God created man in the image of himself, in the image of God he created him male and female he created them"이다 우리말 번역으로는 선종완 신부님의 번역을 더 정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람을 우리와 비슷이 우리 모습대로 만들어 바다의 고기와…천주께서 당신 모습 따라 사람을 창조하셨다. 천주의 모습을 따라 그(사람)을 창조하셨도다. 그들을 사내와 계집으로 창조하셨도다."

여기서 두 가지 용어, 셀렘(selem)과 데무트(demut)가 사용되고 있다. selem은 본래 조각의 상을 뜻하는 히브리어로서 모습 또는 모상으로 번역할 수 있겠다. 아모스 5,26에서는 아모스 예언자가 이방인들의 신상(selem)을 가지고 다니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풍자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모상 또는 모습을 상당히 구체적인 의미로 보아야 한다. demut란 용어는 selem보다는 추상적인 용어이긴 하지만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경우에도 사용되었다. 예컨대, 열왕기 하 16,10이하에 나오는 경우이다. 앗시리아 왕국을 방문하던 아하즈는 대단히 아름다운 제단을 보았는데 그 제단의 도형과 자세한 도본(demut)을 만들어 사제 우리야에게 보낸 것이다. 또는 창세기 5,3에서 "아담이 자기 모습을 닮은 아들 셋을 낳은 것"처럼, demut은 selem과 거의 구별되지 않고 서로 교환되어 사용될 수 있는 용어로써 한글로 정확하게 번역하는 일이 쉽지 않다. 어떤 원칙적인 실제를 그대로 베낀 모형, 또는 그 실제의 것을 대표하거나 본보기가 되는 무엇으로서 모상, 모습, 유사함, 비슷함, 닮음으로 번역할 수 있겠다. selem과 demut의 성서작 용법은 바로 하느님과의 인간의 특별한 관계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창조에 있어서 이러한 인간의 특별한 위치를 잘 드러내 주는 성서 귀절들이 있다.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생각해 주시며,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보살펴 주십니까? 그를 하느님 다음 가는 자리에 앉히시고, 존귀와 영광의 관을 씌워 주셨습니다. 손수 만드신 만물을 다스리게 하시고, 모든 것을 발밑에 거느리게 하셨습니다."(시편 8,5-6)

"주님께서 사람들에게 일정한 수명을 주시고, 땅위에 있는 모든 것을 다스릴 권한을 주셨다. 또한 그들을 당신 자신처럼 여겨서 힘을 주시고, 그들을 당신의 모양대로 만드셨다."(집회17,2-3)

"그러나 하느님은 인간을 불멸한 것으로 만드셨고, 당신의 본성을 본따서 인간을 만드셨다."(지혜2,23)

이와 같은 성서 귀절들은 하느님의 모상으로서 특별한 배려 가운데 창조된 인간이라는 점에는 일치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인간에게 무엇이 하느님을 닮고 있는지에 대해서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지 않다. 시편 8,5은 "하느님의 영광에의 참여", 내지는 "영광의 관"이 인간이 하느님을 닮은 점과 관련되고 있으며, 지혜서 2,23은 "불멸성"과 관려되어 나타나고, 창세기 1,26-27과 집회서 17,2은 다른 동물과 세상의 만물을 다스리는 지배권 내지는 통치권과 관련되어 있다. 창세기 1,26 이하의 구절들을 바빌론 유배 이후에 쓰여진 제관계 사료로서 고려되고 있는바, 제관계 작가가 의도하고 있는 selem과 demut는 인간의 탁월함과 세상에 대한 인간의 지배권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스 베스터만은 인간의 특성으로서 하느님의 모상과 인간의 세상에 대한 지배권을 구별하기도 한다.

1. 하느님의 모상으로서의 인간의 탁월함

하느님의 모습을 따른 인간 창조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발생하는 어떤 것과 관련되어 있는데 그것은 창조자 자신과 상응하는 말을 주고받는 '대화' 즉 하느님과 인간의 비슷한 관계는 인간이 듣고, 그 다음에는 순종하기도 하고 대답하는 일을 통하여 하느님의 말씀에 응답한다는 사실에 있다고 본다. 예컨대 야휘스트계 사료로 여기고 있는 창세기 2장의 설화에서 창조자는 인간에게 피조물을 맡겨 줌으로써 책임져야 할 과제를 부여하셨고(2,15-17) 피조물들을 분류할 수 있는 자격을 주셨으며(2,18-23) 인간은 여기에 상응해서 동물들의 이름을 지어주었다는 것(2,19이하)이다. 또 인간에게 그와 비슷한 돕는 자를 만들어 주시겠다는 하느님의 결단(2,18)에 인간은 자기 짝을 보고 환성을 올리며(2,23)상응하였다는 것이다.

사실 하느님의 모상으로서의 인간의 탁월성에 대해서 여러 가지 해석들이 있었다. 그리스 철학가였던 필로는 인간의 영적 능력을, 아우구스티누스는 영혼의 능력들, 즉 기억과 지성과 사랑을 하느님과 닮은 인간의 모습으로 이해했다. 새로운 해석으로는 인격성과 이해, 자유 의지, 자아 의식, 지성, 영적 실존, 영적 우월성, 영혼의 불사성, 다른 창조물에 대한 인간의 지배권 등을 들 수 있다. 심지어 궁켈은 '형상과 외모'에 있어서 하느님과 닮았다고 주장하였고 쾰러는 '직립'하여 보행하는 외양이 하느님과 닮았다고까지 주장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인간에 관한 한 구약성서는 구체적으로 육체적인 것과 영적인 것의 어떤 구별을 짓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비판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는 새로운 접근을 칼 바르트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 그는 "그것은 인간이 존재하는 혹은 행하는 그 이외의 다른 어떤 것을 이루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 자신이 바로 그렇게 하느님의 창조물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인간은 만일 그가 하느님의 모습, 모상이 아니라면 인간이지 못할 것이다. 인간은 바로 그가 인간이기 때문에 하느님의 모습, 하느님의 모상인 것이다. 만일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이라는 것이 인간의 어떠한 특별한 자질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인간으로 존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어떤 구별 없이 모든 인간에게 예외없이 적용될 수 있다. 이 존엄성에 대한 치밀한 규정은 별개의 문제로 치더라도, 인간의 존엄성은 하느님이 인간을 당신 모습대로 창조하였다는 사실에 근거하게 된다.

2. 하느님의 모상으로서의 인간의 세계 통치권

하느님의 모상으로서의 인간이 하느님으로부터 세상에 대한 지배권을 선사받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를 뒷받침해 주는 제관계 문헌은 창세기 1,26과 더불어 창세기 1,27-28이다. "당신의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내셨다. 하느님의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내시되 남자와 여자로 지어내시고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복을 내려 주시며 말씀하셨다. '자식을 낳고 번성하여 온 땅에 퍼져서 땅을 정복하여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 위를 돌아 다니는 모든 짐승을 부려라!" 여기서 하느님이 인간에게 축복의 말씀을 선포할 때에, 동물을 지배하라고 말씀하기 전에 먼저 일반적으로 땅을 정복하라고 명령하셨다. 이런 비슷한 의미는 이미 보았듯이 시편 8,6에서 하느님이 인간에게 "왕관을 씌워주셨다"는 의미와 상통하며, 이것은 하느님이 창조자의 능력으로써 지으신 모든 것을 인간에게 다스리게 하셨고, "모든 것을 인간의 발아래 두셨다"는 것을 뜻한다. 이 귀절들은 한 인간 존재가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요약해 주고 있다. 즉 인간은 하느님의 한 창조물로서 띠는 모습 바로 그대로의 존재로서 그의 창조물로서의 신분이 그의 능력과 실존의 의미를 규정한다는 것이다.

한스 발터 볼프는 하느님의 모상이란 바로 인간의 통치자 신분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신분은 축복에 의해 능력을 부여받게 되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번식 능력으로서의 축복은 인간이 바로 그 실존과 짐승들의 생명 모두를 포괄하고 있는 것을 두고 성서가 축복한다는 말로 의미하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축복은 인간에게 '자연적'인 것이지만, 인간을 다른 창조물과 연결짓는 그것 없는 상태에서의 경우 인간은 '자연적'이지 않는 것이다. 하느님의 선물로서, 명령으로 주어진이 사명으로서의 이 지배권은 인간이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는지, 그 목적에 대해서 알려준다. 인간은 땅을, 곧 세상을 문명화하기 위하여 창조된 것이다.

이 지배권에는 봉사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창세기 1,28에서 인간이 동물에 대해 행사하는 히브리어 동사 rada(부리다. 다스리다)는 땅에 대해 행사하는 왕권적 통치권을 의미하는 히브리어 동사 kabas(발로 짓밟다, 내리 누르다, 정복하다)와 구별되어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동물에 대한 인간의 지배권은 군사적 정복과 아울러 복종시키는 왕권적 통치권과 구별되고 있다. 인류 역사의 초기에 있어서 동물이 인간의 결정적인 적이었으며, 인간이 동물들과의 싸움을 통하여 인간으로서의 자신의 지위를 획득했다는 고대 전승의 반향이 자리잡고 있긴 하지만, 동물들에 대한 지배는 인간 실존의 특성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리고 땅을 복종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물을 복종시키는 것은 켤고 착취를 내포하지 않는다. 땅을 복종시킨다는 것은 고대에 형성되어 있던 왕권 개념에 의하여 분명하게 밝혀져야 할 어떤 함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왕은 그 영역에 있어서 주군으로서의 책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맡겨진 영역을 위해 축복을 가져다 주는 자요, 또한 그 축복을 중재하는 자이기도 한 것이다. 땅을 복종시키라는 명령은 곧 창조의 축복과 연결된다. 이제 풍부한 생성력을 뜻하는 번식 능력은 전적으로 인간에게 맡겨진 것이다.

하느님을 '대신' 또는 '대리'한다는 의무로서의 하느님의 모상은 인간이 하느님과 세상의 중간자로서 세상에 대한 다스림과 봉사를 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사초부터 인간 조건에 속하는 노동과 관련되어 있다고 하겠다. 그런 의도로 인간은 에덴 동산에 데려다 놓이게 되었고, 동산을 돌보는 사명(창세2,15)을 받았다. 또 한가지, 동물을 다스리라는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이 명령이 간접적으로는 인간은 인간에게 지배를 행사하도록 창조되지 않았다는 점을 인식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다음 창세기 귀절은 인간이 다른 모든 창조물의 귀결점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하느님께서 다시, '이제 내가 너희에게 온 땅 위에서 낟알을 내는 풀과 씨가 든 과일나무를 준다. 너희는 이것을 양식으로 삼아라. 모든 들짐승과 공중의 모든 새와 땅 위를 기어 다니는 모든 생물에게도 온갖 푸른 풀을 먹이로 준다'하시자 그대로 되었다".(창세1,29-30)

"하느님께서는 노아와 그의 아들들에게 복을 내리시며 말씀하셨다. '많이 낳아, 온 땅에 가득히 불어나거라. 들짐승과 공중의 새와 땅 위를 기어 다니는 길짐승과 바닷고기가 다 두려워 떨며 너희의 지배를 받으리라, 살아 움직이는 모든 짐승이 너희의 양식이 되리라. 내가 전에 풀과 곡식을 양식으로 주었듯이 이제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준다.…'"(창세9,1-3)

인간이 다른 모든 창조물의 귀결점이라면, 하느님이 인간의 귀결점이라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것이 인간이 하느님의 대리자로서 하느님의 모상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한다. 하느님과의 관계를 무시하고는 세상에 대한 인간의 지배권은 정당할 수 없으며, 그 한계를 지니기 마련이다. 인간의 지배권은 하느님의 지배권으로부터 유래된 선물이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은 하느님의 의지를 따라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다.

3. 하느님의 모상으로서의 남자와 여자

하느님의 모상으로서 인간에 관해서 보아야 할 세 번째 관점은 "인간이 하느님의 모습을 따라 남자와 여자로 창조되었다"(창세1,27)는 점이다. 이 제관계 자료는 여성이 남성과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되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것이 나중에 사도 바오로에게 있어서 남성은 하느님의 모상이요, 여성은 남성의 모상(1고린11,7-12)으로 변형되었지만, 여성에게 하느님의 모습이 전혀 없다든지 또는 여성에게는 남성보다는 하느님의 모상에 있어서 부족하다고 말할 수는 결코 없다. 남성이 하느님의 모상인 만큼 여성도 하느님의 모습을 따라(2,18)위해서, 고독한 지아비(isch)의 동반자 지어미(ischscha)로서 창조된다. 아담은 어떤 동물에게서도 자신의 일을 동등하게 도와줄 동반자를 찾지 못하였다.(창세2,20) 이 표현들은 인간 공동체의 의미를 본질적으로 드러내 준다. 왜 하느님의 모상들로서의 인류가 남성과 여성으로 창조되었느냐는 문제 해석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 자식을 낳고 이로써 인류를 확대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인류의 성장과 땅과 동물을 지배하는 것이 서로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다. 여기서 동등한 협조자로서의 여성의 도움을 단지 후손을 낳는 일만으로 제한해서는 안된다. 여기서의 도움은 가장 넓은 의미에서의 도움으로서, 이는 모든 삶의 영역에서의 상호 협력적인 도움을 뜻한다. 이러한 상호 협력적인 도움에는 말과 응답, 침묵과 활동에 있어서의 상호 이해도 포함되지 않을 수 없다.

창세기 2,23의 환호성은 인간이 자기 동료를 반겨 맞는 기쁨의 절정의 표현이다. 여기서 하느님이 창조한 인간이 비로소 참으로 인간 공동체속에서의 인간이 됨을 말해준다. 또 24절은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 보이는 근본적인 위력을 지적하는 것이며, 남자와 여자가 서로의 끌림으로 해서 집과 부모를 떠날 만큼, 이 사랑의 위력은 기존 제도들을 압도할 수 있기까지 한다는 강력한 결속력을 보여준다. 이것은 두 사람을 하나의 새로운 공동체로 형성하여 친밀하게 일치, 결합케 하는 근본적 위력은 남자와 여자 상호간의 사랑으로 나타나는 것만은 아니다.

이러한 상호간의 살아은 생활공동체라고 하는 더 넓은 맥락에 놓여 있다. 서로가 상대방을 위해 상호 도움을 베풀면서 살 수 있을 만큼 상대방과 어울리고, 또 상대방에게 응답하는 것이다. 이것이 상호간의 사랑의 본질이다. 칼 바르트는 창세기 1,27을 두고 인류는 서로 사랑을 통하여 보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인류는 이처럼 살아서, 서로 전쟁을 하지 않고 사는 것이 인간에게 위탁된 세계 통치권을 성공시킬 수 있는 본질적인 전제 조건이요, 인류가 서로 하나가 되어 있는 한에서만, 인류는 하느님의 모습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내릴 수 있는 결혼이란 인간은 서로를 향하도록 창조되었으며, 남편과 아내처럼 서로 보충해 줄 때에만, 인간은 자기가 받은 창조의 위탁을 하느님의 모습으로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남녀 공동체로서의 하느님의 모상은 인류 전체가 피조물을 지배하는 세계 통치권에 참여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2. 타락한 인간

두 번째로 볼 수 있는 구약의 인간 이해는 죄 짓는 인간이다. 하느님의 모상으로서의 인간이 인간의 긍정적, 적극적인 면이라고 한다면, 죄 짓은 인간은 인간의 부정적, 소극적 차원을 말한다. 죄라는 개념은 신학적 용어로서 하느님과 관련해서만 사용될 수 있다. 히브리어의 hata는 모두 우리말로 "빗나가다"로 번역될 수 있다. "빗나가다"라는 이 동사는 윤리적 의미에서 "범죄하다"로 풀이된다. 종교적 영역 밖에서 이 단어의 일인칭은 어떤 사람을 거슬러 잘못했다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내가 범죄했다."는 말은 야훼 하느님 앞에서 고백할 때, 의로우신 하느님 앞에서 자신이 나빴다고 시인할 때 사용되었다. 이처럼 구약성서는 hata를 야훼를 거슬러 범죄하는 것을 뜻하였다. 여기엔 내적인 불의와 죄책, 그리고 하느님을 거스리는 반항, 하느님께 끼친 모욕 등을 내포한다.

창세기 3장이 전하는 타락한 인간은 인간의 한계, 결핍, 나약성을 모두 포함한다. 여기서 인간의 한계, 나약성은 신체적인 것이 아니라 의지적인 차원으로 보인다.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열매"는 지식의 차원도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마음으로는 선을 행하려고 하면서도 나에게는 그것을 실천할 힘이 없고,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선은 행하지 않고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악을 행하고 있다"(로마7,18-19)는 사도 바오로의 고백으로 분명하게 드러난다. 죄는 하느님께 대한 모든 신뢰심을 포기함으로써 시작하여 불순명으로 진전시킬 뿐 아니라, 하느님께만 속해 있는 것을 자신의 힘으로 잡으려 하고 그분과 같이 되려는 노력을 하게 한다. 이러한 인간은 자신을 은인으로부터 인격적인 관계를 끊음으로써 은인을, 두려움을 주는 낯선 분으로 체험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간은 스스로의 한게를 누구나 의식하고, 인정하고 있다. 창세기 3장의 범죄는 이러한 죄의 보편성을 말한다. 더욱이 인간이 범하는 죄악들은 따로 떨어진 채로 고립되어 있지 않다. 바오로 사도가 '결국 그런 일을 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내 속에 들어 있는 죄'라고 고백하는 것처럼, 개인적 범죄는 개인적 책임이 없는 것이 아니지만, 흔히 죄악의 상황과 연류되어 있고, 사회적 범죄 및 구조적 범죄와 연루되어 있다. 범죄의 상황에서 완벽하게 면제된 사회는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다. 그리스도교 종말론은 범죄의 상황에서 완벽하게 벗어난 사회가 이 땅에서 아직 나타나지 않았음을 단언한다. 죄가 인류 안에 뿌리 깊게 내리고 있고, 인류의 기원과 결부되어 있음을 본다.

인간의 결정적인 한계는 죽음이다. 창세기 3장은 죽음을 죄와 관련시키고 있다. 꼭 창세기가 전하는 원죄 이야기만이 아니래도 구체적으로 불행을 당한 자들이 자기가 당하는 불행에 대한 원인으로서 죄를 거론하려는 것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난다. 바오로도 역시 죽음을 죄와 연결시키고 있다.

"한 사람이 죄를 지어 이 세상에 죄가 들어 왔고 죄는 또한 죽음을 불러들인 것같이 모든 사람이 죄를 지어 죽음이 온 인류에게 미치게 되었습니다."(로마5,12)

그러나 반드시 모든 고통의 원인을 죄로 돌리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창세기 2-3장에 나오는 낙원 설화가 죄와 벌로 받는 죽음과 피조물의 죽음을 명백하게 구별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창세기 2,17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 손을 대면 사형을 받을 것이라고 위협하는데, 사람이 뱀과 대화를 하고 금지된 과일을 먹음으로써 이미 사형을 받게 되었지만, 사형은 집행되지 않고 인생의 고통을 당하는 것으로 변화되어 나타난다.(창세3,6이하) 인생의 최후에 맞이하는 죽음은 인간의 피조성에 대한 회상을 통하여 명백하게 설명되고 있다.

"너는 흙에서 난 몸이니, 흙으로 돌아가기까지 이마에 땀을 흘려야 낟알을 얻어 먹으리라,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기라"

이 귀절은 창세기 2,7과 정확하게 연관되고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은 흙으로 창조된 것이다. 이런 사실에서 창세기 3,22에서 좀더 명확한 교훈을 보게 된다.

"야훼 하느님께서는 '이제 이 사람이 우리들처럼 선과 악을 알게 되었으니, 손을 내밀어 생명나무 열매까지 따먹고 끝없이 살게 되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시고 에덴 동산에서 내쫓으시었다. 그리고 땅에서 나왔으므로 땅을 갈아 농사를 짓게 하였다."

'오래 사는 것'은 인간의 일이 아니라 하느님의 일이요, 그것은 인간을 찬탈하거나 약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인간이 그 동산에서 쫓겨나 생명나무에 이르는 길이 인간에게 막히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야휘스트계 문헌은 인간이 죽을 수밖에 없는 흙의 창조물로 보았다. 후기 지혜 문학들은 이러한 견해를 폭넓게 받아들이고 있다. 욥기 20-23은 죽음을 "모든 살아 있는 것이 집합하는 집"으로 이해하고, 전도서 3,19은 인간이든 짐승이든 모두가 똑같이 진흙으로 돌아갈 운명의 존재라고 말한다. 전도서 9,2-4과 7,15-18은 의인이든 악인이든, 선한 자이든 죄인이든 똑같은 운명을 겪게 되고, 자신의 의로움에도 불구하고 멸망한 의인이 있는가 하면, 자신들의 악에도 불구하고 오래 산 악인도 있음을 명백히 한다. 물론 전도서 역시 하느님 경외와 수명이 보편적으로 결부되어 있음을 이야기하지만, 반드시 악행을 함으로써 자신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결론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본질적으로 모든 인간이 생명의 유한성안에 창조된 것임을 말하면서 피조물에게 주어진 이 선물을 배당된 기간에 충분히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바오로(로마5,12-14)에 의해서 해석하게 되는 창세기의 원죄는 어떤 실존 상태를 지적한다고 볼 수 있다. 율법이 없었기 때문에 개인적인 죄들은 단순히 죄로서 인정되지 않았다든지, 또는 개인적인 죄들은 주체성이 있는 죄로서 인정되지 않았다든지, 또는 개인적인 죄들은 주체성이 있는 죄로서 여겨지지 않았다든지, 어떻든 그래도 사람들이 죽어갔고, 이 사실이 원죄를 지적한다는 주장들이 있다.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죄와 더불어 이 세상에 돌아오게 된 죽음은 누구나 다 죽어야 하는 자연적인, 신체적 죽음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기스벨크 그레사케는 이 신체적인 죽음은 인간이 생성되어 왔고 생활하게 되어 있는 진화적 세계구조에 필연적으로 속해 있는 바, 새로운 삶과 새로운 삶의 형태의 전제 조건으로서, 이 죽음이 지상의 삶을 시간적으로 한정한다는 의미를 지니는 한, 죄의 결과일 수 없고, 다만 인간이 죽음을 체험하는 유형 양식은 죄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삶 속에서 자신을 페쇄시키거나 충분히 개방시키지 않은 사람에게는 지상 생애의 시간적 결말인 죽음 속에서 하느님을 가까운 분으로 체험하지 못하며 인간으로부터 벗어나 소원한 죽은 하느님으로 체험하게 되고, 더 이상 복된 생활에 이르는 단순한 통로로써가 아니라 위협과 공포를 안겨주는 죽음은 죄의 결과라는 것이다.

죽음과 긴밀하게 결부된 죄는 인간의 한계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죄는 인간이 자유를 누리고 있으면서, 무엇보다도 의지적인 차원에서 자신의 연약한 의지력과 미성숙한 판단력을 드러낸다. 사회저 차원에서 구조적 한계도 드러내고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으로서, 하느님과의 대화의 능력, 다른 창조물에 대한 지배권, 다른 존재에로 개방되어 있는 상호 협조적 사랑의 능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창세기 3장의 타락한 인간은 다른 한편으로 신체적으로 죽음이라는 한계, 알면서도 행하지 못하는 의지적 나약성을 지니고 있고, 세계를 다스리도록 책임과 권한을 지녔으면서도 인류의 뿌리깊은 구조적 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비참한 실존, 고귀한 자유를 하느님과의 대화와 상호간의 사랑을 거부하는 쪽으로 행사할 수 있는 불안한 존재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죄는 인간이 용서와 은총을 필요로 하는 존재요. 미완성의 존재로서, 하느님과의 대화, 인간 상호 협력과 사랑, 세계 지배의 사명을 완수하거나 또는 그것을 포기할 수 있는 개방되어 있는 존재이며, 하느님과 세계, 선과 악, 위대함과 비참함의 중간적 존재라는 것을 말할 수 있겠다.

2. 하느님. 인간: 예수 그리스도

마르코 복음사가는 자신의 복음서를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복음"(1,1)이라고 서두에 밝히고 있다. 이것은 모든 복음서와 사도들의 서간에도 해당된다. 신약성서는 한 마디로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신앙적 진술이다. 물론 복음서 작가들과 사도들이 바란본 예수 그리스도는 시각적으로 차이가 없지 않다. 그러나 예수를 두고 인간이 되신 하느님, 하느님의 아들, 메시아(그리스도) 인자(사람의 아들)로 고백하는 일에는 일치를 보이고 있다.

한편 사도들과 복음사가들이 전하는 예수는 철저하게 인간으로서, 인간을 위해서 사셨음을 증언한다. 우선 예수의 사명은 예수 자신이 이해하듯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묶인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알려 주고, 눈먼 사람들은 보게 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며,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는 것이었다. 그의 이러한 사명에 걸맞게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님"(마르3,27)을 공공연하게 선언하였다. 이처럼 철저한 인간을 위한 예수는 양면의 한 쪽면이다. 왜냐하면 한편으로 예수는 철저하게 하느님 나라와 하느님의 뜻, 바로 아버지를 위해 사셨기 때문이다. 공생활 시초에 터뜨린 제일성은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다"(마르1,15)였다. 하느님 나라는 예수의 핵심 메시지였다. 예수의 철한한 하느님 위하심은 그의 마지막 기도에서 무엇보다도 잘 드러난다. "아버지, 나의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무엇이든 다하실 수 있으시니 이 잔을 나에게서 거두어 주소서.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마르14,36)

결국 예수의 관심은 인간과 하느님, 인간과 엮어 가시는 하느님의 역사였으며, 이것이 곧 그의 소신이요 관심사이며 사명이고 목표였다고 말할 수 있다. 예수에게 최고의 계명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인간 사랑'이었으며 인간 사랑을 결코 하느님 사랑과 분리하지 않았다. 인간을 결코 하느님과 분리해서 사유하지 않았던 예수, 그리고 바로 하느님이자 동시에 인간이었다고 고백되는 예수를 중심으로 신약성서의 인간 이해를 살펴보고자 한다.

1. 예수의 인간 이해

1. 하느님의 자녀로서의 인간

에수 역시 구약성서의 인간 이해, 즉 하느님으로부터 창조된 존재임을 전제하고 있다. 하느님과 관계에 있어서 단순히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가 아니라 아버지와 자녀라는 친밀한 인격적관 계임을 강조하고 있다. 예수에게 인간이면 누구나 예외없이 하느님의 자녀라는 인간 이해가 일차적이다. 하느님이 인간의 아버지시라는데 옳은 사람, 옳지 못한 사람의 구별도, 선한 사람, 악한 사람의 구별도 없다. 여성이라고 해서 어떠한 차별을 두지도 않았다. 오히려 대접받지 못한 당시의 여성들에게 극히 이례적인 존경심을 가지고 대하였다. 어린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애정을 가지고 그들을 받아들였다. 병자나 소외된 인간일수록 "병자에게 의사"가 필요하듯이 자신은 그들을 위해 필요한 자로 처신하였다. 보잘것없는 사람들 가운데 누구 하나라도 업신여기는 일은 지나칠 수 없다.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 계신 하느님을 모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모든 인간이 하느님께서 의식주는 물론, 머리카락 하나까지 돌보시는 귀한 존재이다. 따라서 어느 인간이든지 악에로 인도하는 잘못은 엄청나고, 그 책임을 모면할 수 없다. 반대로 어린 아이거나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베푼 선행은 비록 작은 것일지라도 세상 창조 때부터 준비한 상급이 베풀어진다. 모든 인간이 하느님의 자녀라는 기본 이해에서 모든 인간은 서로 형제 자매가 된다. 여기서 형제 자매에 대한 모독은 간과할 수 없는 중죄가 된다.

2. 완전에로 개방되어 있는 존재로서의 인간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같이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마태5,48) 이 귀절에서 예수가 인간을 완전을 향해 개방되어 있는 존재로 이해하였다는 점을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은 본성상 하느님과 같이 되고픈 기본적 욕망을 지니고 있다. 창세기 3장이 전하는 아담과 에와의 범죄, 하느님처럼 되고 싶어 명령을 거역하고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를 따먹은 일은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기본적인 욕망의 표현일 수 있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인간은 본성적으로 한계 없는 무한한 갈망, 즉 완전한 것에 대한 욕망을 지니고 있는 바, 최후충만으로서의 자복을 가져오는 하느님의 관상에 대한 갈망으로써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예수는 이런 기본 이해에서 출발하여 인간에게 완전할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개방성에서 첫째 계명,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사랑하는 일이 가능하고 둘째 계명, "이웃을 자신의 몸처럼" 사랑하는 일, 그리고 "원수조차" 사랑하는 일이 가능하다. 가능하지 않는 계명이나 법은 이미 계명이나 법으로서의 가치와 의미를 상실하기 마련이다. 사실 예수는 부자 청년과의 대화(마르10,17-22)에서 계명 이상의 차원을 요구하는 것도 완전을 향하여 개방되어 있는 인간 이해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기에 예수는 설교로 가르쳤을 뿐 아니라 스스로가 완전을 향하여 개방되어 있는 인간의 길을 걸어갔다. 그에게는 세상이 하느님의 선한 조물이었기에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과 함께 그들 가운데 살았다. 부자집에 초대받아 식사하는 일에 있어서 이목이나 소문을 두려워하지도 않았고, 경건한 부인들로부터 물질적인 지원을 받는 것을 창피하게 여기지도 않았으며, 정통 신앙을 정확하게 고백하거나 일정한 몇 가지 의식적인 행사에 참가하고 예규를 지킴으로 인간이 자기의 종교적 의무를 다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이런 사고 방식은 부모에 대한 존경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부모 공경을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해드려야 할 것을 하느님께 받쳤습니다"라는 뜻으로 '코르반'이라고 한 마디만 하면 된다는 바리사이파 사람, 율법학자들을 두고 서슴없이 "입술로만 공경하고 마음은 멀리 떠나 있는" 위선자임을 지적하였다.(마르7,6-13) 결코 그는 종교라는 기숭를 가르치지도 않았고, 윤리적 결의술을 가르치지도 않았다. 그는 이런 형식주의를 탈피하고 마음으로부터 하느님을 추종하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릴 것을 결단하였기에 가족과 결별하고, 세상에 정처없는 나그네 되기를 자청하였다.(마태8,20)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점은 인간의 완전을 향하여 개방되어 있는 이 능력은 인간 스스로의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것으로 이해하였다는 사실이다. 부자 청년과의 대화에서 불가능한 것에 대한 예수의 대답은 명확하다. "그것은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으나 하느님께서는 무슨 일이든지 다 하실 수 있다'(마르10,27) 인간이 자신의 무한한 능력을 성취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하느님에 대한 믿음에 근거한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하느님을 믿어라, 누구든지 마음에 의심을 품지 않고 자기가 말한 대로 되리라고 믿기만 하면 이 산더러 "번쩍 들려서 저 바다에 빠져라" 하더라도 그대로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내 말을 잘 들어 두어라. 너희가 기도하며 구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이미 받았다고 믿기만 하면 그대로 다 될 것이다.'"(마르11,22-24)

3. 스스로 전락할 수 있는 존재로서의 인간

"그때에 두 사람이 밭에 있다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또 두여자가 맷돌을 갈고 있다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이렇게 너희의 주인이 언제 올지 모르니 께어 있어라"(마태24,40-42) 이것은 세상 종말에 대해 깨어 있기를 경고하는 말씀이다. 이어서 충실한 종과 불충실한 종의 비유와 현명한 다섯 처녀와 미련한 다섯 처녀의 비유, 오른편의 양과 왼편의 염소처럼 갈라세워 놓고 이루어지는 최후의 심판의 비유는 반드시 인류의 50%가 실패한다는 것은 아닐지라도, 인간이 스스로 완전을 향한 도정에서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물론 인간이 창조 때부터 멸망에로 운명지워져 있다는 사상을 예수에게서 결코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예수는 인간의 실존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예수가 생각하는 인간은 구체적인 역사 속에 실존하는 인간이며, 그의 설교도 그 인간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인간이 스스로 자유의지로써 멸망으로 결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하고,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맥 안에서 예수는 지옥의 실재에 대해서 언급한 것도 사실이다. 인간이 자기 페쇄되어 있지 않고, 자신을 개방하여 사랑을 실천할 때 인간으로서의 자기 충만에 이르게 된다는 삶의 체험으로부터 천국이란 사랑의 완성, 완성된 사랑의 통교로 이해되는 실재인 것처럼, 인간이 실제로 자기 자신을 참된 의미에서 괴물로 전락시킬 수 있고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파멸시킬 수 있는 가능성에서 지옥은 실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가 더욱더 구원의 길과 멸망의 길을 놓고 긴박하게 결단하기를 요구할 수밖에 없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마르1,15 루가10,10이하)

2. 하느님. 인간 : 예수 그리스도

1. 새 아담 예수

무엇보다도 바오로에게 있어서 예수는 하느님의 모상(2고린4,4)이며. 우리 인간을 위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보이는 영광스러운 모상(4,6)으로 소개된다. 하느님의 완벽한 모상으로서의 말씀이셨으나 종의 모습을 취하여 인간이 되신 분(필립2,6-7)으로서, 인간이 낡은 인간을 벗어버리고 불사의 옷을 입은 새 인간이 되기 위해선 그 분과 긴밀한 친교와 일치를 이루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한다. 인간 구원의 최종목적은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하느님의 아들과 같은 모습을 지니는 것이며 예수는 하느님의 모상으로서의 인간은 단지 하급 동물을 다스리는 지배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이다. 그리고 예수는 이러한 영광에의 참여에 대한 보증이요, 모델이라는 것이다. 그 결정적인 근거는 예수가 죽은 자들로부터 부활한 첫 사람이라는 사실에 있다. 바오로가 제시하는 아담과 새 아담 그리스도의 병행 귀절은 그리스도가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고 모든 것을 새롭게 하며, 그분 자신이 세계 역사의 대전환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리스도께서는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셔서 죽었다가 부활한 첫 사람이 되었습니다. 죽음이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온 것처럼 죽은 자의 부활도 한 삶으로 말미암아 왔습니다. 아담으로 말미암아 모든 사람이 모두 죽은 것과 마찬가지로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모든 사람이 살게 될 것입니다."(1고린15,20-22)

"성서에 기록된 대로 첫 사람 아담은 생명 있는 존재가 되었지만 나중 아담은 생명을 주는 영적 존재가 되셨습니다. 그러나 영적인 것이 먼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육체적인 것이 먼저 있었고, 그 다음에 영적인 것이 왔습니다. 첫째 인간은 흙으로 만들어진 땅의 존재이지만 둘째 인간은 하늘에서 왔습니다. 흙의 인간들은 흙으로 된 그 사람과 같고 하늘의 인간들은 하늘에 속한 그분과 같은 형상을 또한 지니게 될 것입니다."(15,45-49)

이 병행 귀절을 요약하면, 아담은 교만스럽게 하느님과 동등하고자 욕망하였고, 불순종하였으며, 인간들에게 죽음을 초래케 하였고, 땅으로부터 진흙으로 창조된 육체적인 존재요, 생명을 받은 존재였다. 여기에 반해서 그리스도는 새 아담으로서 겸손하게 하느님과 동등한 본질과 권리를 포기하였고, 십자가에 죽기까지 순명하였으며, 인간에게 새로운 생명을 가져다 주었고, 하늘로부터의 천상적 존재요. 생명을 주는 영적 존재라는 것이다. 바오로가 자랑하는 그리스도의 구원행위는 아담과 대비하여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에 있다. 우선 아담과 그리스도은 죽음과 삶의 관점에서 대비되어 있고, 여기서 그리스도의 영향력은 아담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둘째로 그리스도와 아담은 죄의 관점에서도 반대입장인데, 여기서도 그리스도의 영향력은 아담의 영향력을 능가한다.

이러한 병행 귀절의 속뜻은 알베르 즐렝에 의하면, 첫째로 세계로 뻗어가는 바오로의 타고난 보편주의적 경향을 드러낸다. 바오로 역시 예수를 "다윗의 후손으로 태어나신 분"으로 소개하지만 세계의 신기원을 제한된 이스라엘에 국한해서 말함으로써 예수의 업적을 제한된 모양으로 전할 위험 때문에 다윗을 뛰어 넘어 아담과 관련시킴으로 전통적인 메시아 칭호를 확대심화하자는 것이다. 둘째로 부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새로운 아담은 부활하신 분이다. 그분은 부활하셨기 때문에 새로운 아담이 된 것이다. 부활과 부활에 관련된 성령의 선물은 인간성에 있어서 새로운 생명의 원천이다. 이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는 실천적 영성에 관한 관심이다. 우리는 종말에 가서만 천상 아담의 모상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미리 선취하여 천상시민이 될 수 있다. 은총의 생활이 이미 천상의 영광이기 때문이다.

2. 하느님의 아들

예수가 인간의 전형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칭호는'하느님의 아들'이라는 명칭이다.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표현은 이교 신화에서 자주 나타난다. 신화에 나타나는 신의 아들은 생물학적, 생식적 의미로 사용된다. 그리스 시대에는 특별한 자질을 타고난 명인, 영웅들을 신의 아들이라고 불렀다. 더욱이 에집트에서는 파라오를 신의 아들로 일컬었다. 구약성서에서도 이스라엘을 하느님이 '이집트에서 불러낸 아들'이라고도 하고,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왕을 아들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사도들과 복음사가들이 예수에게 드리는 칭호로서의 하느님의 아들은 앞서 말한 신화의 생식적-생물학적 의미나, 이스라엘의 경우처럼 선택 또는 계약의 의미, 또는 입양의 의미와도 다르다. 실제로 복음서에 의하면, 예수는 자신을 두고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한 적이 없다. 에수가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한 것은 교회가 신앙으로 고백한 것이다. 그렇긴 해도 전혀 근거 없이 드린 칭호는 아니다. 그 근거는 예수가 언제나 하느님을 아버지, 아빠로 부르고 있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물론 예수가 다른 모든 인간들에게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르도록 가르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자신의 아버지와 너희의 아버지를 엄격하게 구별하고 있다. 어떻든 복음서에 예수와 하느님과의 특별한 관계, 철저한 순종과 철저한 신뢰가 드러난다. 예수의 부활 이후,예수의 하느님과의 이러한 친밀한 관계를 하느님의 아들 이외에 다른 칭호로 표현할 수 없었다. 이런 점에서 예수가 인간을 하느님의 자녀로 이해했다면, 바로 자신이 어떻게 하느님과의 관계를 이루어 나가는지를 보여준 모형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문맥에서 "나를 따르라"는 말씀의 의미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수 자신이 자신을 두고 일컬었던 인자(사람의 아들)이라는 표현도 복잡하긴 하지만, 같은 문맥으로, 모든 인간의 원형, 전형으로 간주될 수 있겠다.

3. 육화 : 인간이 되신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

부활을 결정적인 근거로 예수를 하느님의 아들, 또는 하느님으로 고백하는 신앙을 역사의 예수, 그분의 말씀과 행적과 인격을 질문하고 입증하는 유형을 상승형의 그리스도론이라고 할 때 "한 처음, 천지가 창조되기 전부터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똑같은 분이셨다…말씀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와 함께 계셨는데…"(요한1,1-14)라고 고백하는 요한 복음사가의 진술 방식을 하강형의 그리스도론이라고 한다 어떤 문제의 해답을 검증하는 데는 일반적으로 귀납법을 사용한다. 해답이 정확할 때, 진술 방법은 귀납법이든 연역법이든 상관이 없다.

하강형의 도식으로 육화를 진술하는 요한계 문헌에서 나타나는 인간관의 용어들은 그리스도론적 성격이 더욱 짙다. 인간의 실존이 그 기원에서부터 제약을 당하고 있다. 인간은 사탄, 악, 어두움, 거짓이 지배하는 '이 세상에 속해 있다'는 바오로와 마찬가지로 요한에게도 우주는 자체의 사악함 때문에 사멸할 인간들의 세상이며, 육화하신 말씀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다. 인간은 자만심을 갖고 있고, 악마의 손아귀에 갇혀 있다. 여기서 벗어날 길은 오직 하나 '위로부터 태어나는'(요한3장) 하느님으로부터 태어나는 것뿐이다. 성자의 출생으로 인간은 생을 누릴 참신한 가능성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요한 복음사가가 의도하는 육화의 진술이다. 우리가 여기서 얻어낼 수 있는 또 하나의 귀중한 결론은 하느님이 인간이 되실 만큼의 '인간의 가치'다. 창세기가 전하는 하느님의 모상으로서의 인간이 하느님의 육화에서 더욱 분명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마리아가 예수 잉태 예고를 받고 부른 찬미의 노래 '마니피캇'은 인간을 하느님과 같은 위치에 높이였다는 것을 인류가 불러드려야 할 찬미의 노래다. : "보잘것없는 이들을 높이셨으며, 배고픈 사람은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루가1,46-55)

육화는 하느님의 인간 긍정이다. 선과 악, 빛과 어둠, 구원과 멸망, 천당과 지옥, 하느님, 또는 완전에로 개방되어 있으면서도, 또 한편으로 파멸로 전락할 수 있는 긴장 상태에서 육화는 인간에게 크나큰 은총이다. : "하느님이 우리 편이 되셨으니 누가 감히 우리와 맞서겠습니까? 우리 모든 사람을 위하여 당신의 아들까지 아낌없이 내어 주신 하느님께서 그 아들과 함께 무엇이든지 다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하느님께서 택하신 사람들을 누가 감히 고소하겠습니까? 그들에게 무죄를 선언하시는 분이 하느님이신데 누가 그들을 단죄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스도 예수께서 단죄하시겠습니까? 아닙니다… 어떤 피조물도 우리 주 에수 그리스도, 예수를 통하여 나타날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로마31-39)

III. 맺음말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되었다는 신학적 인간 이해의 기점으로부터 인간이 자유를 지닌 하나의 주체로서 하느님과 정정당당하게 대화하고 하느님께 순수하고 책임성 있는 응답 행위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의 존재임을 보았다. 하느님과의 친밀한 관계는 인간으로 하여금 '하느님의 본성' 내지는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특별한 위치와 신분의 표징으로 인간은 하느님과 세상을 중재할 능력을 부여받았다. '땅'과 '짐승'으로 표현되는 이 '세상'을 다스리고 지배함으로서 문명화를 이루어야 할 책임도 아울러 주어졌다. 오늘날 인간은 과연 세상을 제대로 문명화하고 있는가? 아마도 여기에 대한 현실적 대답은 긍정적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자원 고갈, 각종 화학 물질 합성과 산성비로 인한 재해, 수질 오염, 대기 오염, 생태계의 파괴, 군비 경쟁, 원자력, 쓰레기 처리 문제 등의 심각성과 더불어 현대 과학 문명에 대한 회의가 일고 있다. 심지어 세상이 "종말을 항하여 행진"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축복으로 주어진 번식 능력에 있어서도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상호 협력하도록 짝 지워진 남녀간도 갈등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인간의 인간에 대한 지배이다. : 낙태, 안락사, 폭력, 테러, 전쟁, 인신 매매, 폭정, 독재 유괴등등. 성서가 말하는 신학적 인간은 인간이 인간을 지배할 권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생명에 관한 한 더욱더 책임이 크다. 가장 보잘것 없는 형제 하나에게조차 잘못한 책임은 하느님의 자녀에게 잘못한 아니 하느님에게 잘못한 책임을 묻게 된다.

현실은 부정적인 가능성으로 제시되고 있는 타락한 인간상을 구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타락한 인간상은 성서와 신학이 말하고 있듯이, 하느님을 '대신' 또는 '대리'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하느님의 치워비리고 하느님의 자리에서, 하느님 행세를 하려는 데에서 기인함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요구되는 인간 회복은 '용서'와 '은총'을 필요로 한다. 용서와 은총은 회개를 전제로 요구한다. 하느님께 돌아서는 일, 하느님 앞에 서는 일,하느님과 대화하는 일을 우선 요구한다. 여기서 우리는 에수 그리스도를 만난다. 모든 인간을, 남녀 노소의 구별 없이, 소외된 자, 불행한 자, 병자, 죄인과 의인의 차별 없이 소중한 하느님의 자녀로 여기고 오히려 불쌍한 처지에 있는 자일수록 더 큰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대하는 육화하신 하느님을 만난다. 이제 그분이 결단을 요구한다. 하느님께로, 완전에로 개방되어 있는 인간 자신의 나래를 펼 것이냐? 아니면 스스로 괴물로 전락할 멸망의 길로 택할 것이냐? 완전에로의 개방된 인간의 가능성이 육화하신 하느님에게서 현실로 이루어졌다. 그는 인간의 길이다. 생명의 길이다. 그는 '코르반'이라는 형식적 의무를 떠나서, 온 마음으로, 온 생각으로, 온 힘을 다해서, 목숨을 다해서 아버지를 사랑하고, 사랑으로 일치한 명실공히, '하느님의 아들됨'을 실현하였다. 그는 모든 하느님의 자녀들이 이루어야 할 '하느님의 아들임'의 원형일 뿐만 이니라, 보중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완성으로서의 인간, 완성으로서의 하느님의 자유는 항상 인간에게 주어져 있다.

여기서 우리는 칼 라너와 함께 말할 수 있다. : "인간의 근본적인 품위는 인간이 시공의 역사안에 살면서 정신 능력으로서 자신을 파악하고 자유를 행사하여 자기를 정립함으로써,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사랑에 스스로를 - 무한하신 하느님과의 직접적이고 인격적인 상통을 향해서-개방할 수 있고 또 개방하여야 한다는 사실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