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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이 오고야 말았다!!!
그것도 여름에 장마철이라면 그놈은 더 몸서리치게 싫다.
밖이 너무 깜깜했는데, 눈을 뜨니 8시인데다 비가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아.. 내가 못살아..
“한강 홍수 위험수위인 6m에는 아직 한참 못 미칩니다 … ”
아침뉴스가 야속했다. 한강 다리라도 잠기면 출근은 안할텐데. 어느 뉴스에서는 혹시 휴직령이라도 내리는 건 아닐까?
늦은 시간에도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포기하고는 얼른 옷을 입었다. 세수만 했는데 벌써 8시 30분!!
헉.. 날씨를 생각해서 질질 끌리는 팬츠나 펄펄 날리는 스커트 대신 옷장에서 검정색 7부 팬츠와 얼른 눈에 띄는 흰 티셔츠를 입고 화장품을 주섬주섬 챙겨 가방에 쑤셔 넣었다. 비에 젖어도 아깝지 않을 2년째 내 여름을 책임지고 있는 파란색 샌들을 신었다.
우산을 챙기고 후다닥 문을 걸고는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까지 겨우 10분이 걸렸다. 지하철역으로 미친 듯이 뛰어가는데 심장이 멎을 뻔 했다. 이런 경우는 산재처리가 되는 건가?
‘맹장이 터지거나 아님 팔이 하나 똑 부러지는 것 같은, 몇 개월 후엔 반드시 100%완치되는 그런 병으로 입원이나 하면 좋겠다.. 반드시 나아야 하는 걸로, 너무 아프거나 나중에 후유증 같은 게 남는 건 절대 안되지.. ’
비 오는 날, 그것도 월요일 출근길 지하철 1호선이 대체 어떤지 상상이 갈까!! 정말 “Oh, my God” 이다.
그 끈적하고 구린 체취와 매연 섞인 공기의 냄새란.
대체 이 좁은 서울에 뭣 하러 이 인간들이 다 모여있는 거냐고. 귀향이 유행이라는데 좀 분산하지 그래!!
회사 사무실에 도착한 시간은 정확히 9시 5분. 도대체 저 사람들은 어떻게 벌써들 다 도착했는지, 또 내가 꼴찌다.
지하철을 타고 왔는지 지하철과 함께 뛰어왔는지. 벌써 피곤하다.
“안녕하세요? 비가 너….무 많이 오죠? 날씨가 왜 이런대. 어쩌구 어쩌구.. ”
또 지각이라 민망한 마음에 주절주절 분위기 좀 풀고 있는데 갑자기 헉.. 난 노메이크업 이잖아!! 내 눈썹! 아.. 내가 미쳐 정말.
얼른 한 손으로 눈썹을 가리고는 파우치를 들고 화장실로 직행했다. 화장실 거울 속에는 비 맞아 머리는 산발이고 눈썹은 없어 섬뜩하기까지 한 27살의 “달이”가 서 있었다.
젠장.. 집에 핸드폰도 놓고 왔잖아. 오늘 왜 이러냐.. 월요일부터 왜 이러느냐고!!!
언제부터 월요일은 공포와 동일시되는 대명사가 되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역사가 꾀 유구하다.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 아쉬움이 쌓이는 소리, 내 마음 안타까운 소리~”
15년도 더 전에 일요일 저녁에 하던 어느 퀴즈 프로그램의 Ending Title로 나오던 노래 ‘노찾사(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 노래 가사가 지금도 어쩜 그리 딱인지.
그때부터도 월요일은 공포의 대상이었나 보다. 주말 내내 밀린 숙제를 해야 하는 시간 일요일 저녁. 늘 예습이나 준비성과는 별로 관계없었던 나는 벼락치기 스타일이어서 일요일 저녁에는 바빴던 것 같다.
그런데 학창시절에는 그래도 애교 정도로 봐줄만했던 월요일이 직장생활을 하고부터는 “공포”가 되어가고 있다. 특히 주 5일 근무가 시작된 이후로는 더더욱 월요일이 싫다.
그런데 이 공포심은 전염병이다. 나만 가진 고질병이 아니라 약 1,600만 명(우리나라 임금근로자수 대략..)이 함께 동시에 앓고 있는 병이 아닐까? (설마 출근하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이 있는 건 아니겠지? 우리 팀장님은 참.. 예외로 해야겠다. 휴가가 재미없다고 하시는 분이니까)
나의 경우엔, 월요일이 끔찍한 이유는 회사에 가기 싫기 때문이며 회사에 가기 싫은 이유는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배부른 소리라고? 재미로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하지만, 비록 돈을 벌기 위해서라도 사람은 어떤 활동이든 흥미를 느껴야 가능하다고 난 생각한다.
게다가 회사란 단순히 생계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깨어있는 시간의 70% 정도를 회사에서 보낸다.
그런데 돈을 주니까 재미없어도 참아야 한다고? 또 언제 떠나야 할지도 모르는데 그냥 계속 참아야 한다고?
아… 이건 아니다. 정말이지 이건.. 아닌 것 같다.
U/I Renovation 플젝(Project)도 끝날 무렵이라 MSN으로 진양과 월요일 악몽에 대해 한참 채팅을 하다가 결국 거한 저녁으로 액땜하기로 합의하고는 칼퇴근을 시도했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허리를 굽히고 소심한 인사와 함께 빠져 나오는데 회사 건물앞에서 삼삼오오 담배를 피고 있는 김대리 일행이다.
앞으로 다가온 인사이동에 관한 열띤 토의를 하는 중인 것 같은데… 참 남자들이란 신기하단 말이야. 어느 팀장이 어느 부행장 측근이고, 어느 차장이 어느 팀장 측근인지 무슨 상관이라고. 저렇게 다들 훤히 꿰고 있는 건지.
저 담배모임에서 이루어지는 온갖 루머와 정치공작들을 알아야 승진한다고? 흥! 저 시간에 일이나 좀 하시지 들!!
광화문 파이넨스 빌딩의 “My ex wife’s secret recipe”은 우리의 월요병을 치유하기에 충분했다.
비록 예약을 못해 30분이나 기다리기는 했지만 보람이 있었다.
꽃잎을 장식하여 향도 맛도 깔끔한 샐러드에 하나도 안 느끼한 돼지고기를 새콤달콤한 소스에 익힌 요리, 그리고 적당히 유럽스런 인테리어까지.
“어제 두시까지 잠을 못잤어. 아니.. 위기의 주부들(Desperate housewives)은 왜 그 시간에 방송되는 거냐구. 우리 출근은 어쩌라구. 그걸 보고나니 잠이 안오잖아”
“맞어. 난 못봤어. 진짜 KBS홈페이지에 서명운동이라도 해야지. 소수의 의견을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거냐. 응”
“하하하.. 암튼 그래서 싸이에 갔더니 온통 사람들이 월요일 출근에 대한 고통을 토해내고 있더라구. 쿡.. 특히 Y군은 정말 매주 그러니 어떻게 회사를 나가는지”
“맞어. 하하하하.. 나두 싸이보구 넘 웃었다니까. 다들 어찌나 처절하게 울부짖던지”
우리가 비운 접시를 재빠르게 치우던 웨이터가 물었다.
“디저트 하시겠습니까? 저희 커피와 치즈케익이 좋습니다”
앗.. 디저트.. 까지 하면 너무 비쌀 듯 하지만. 에잇 몰라. 이 정도쯤은 나를 위해 괜찮잖아? 거기다 오늘은 월요일이잖아.
“진양.. 언제 우리 꿈 이룰 수 있을까?”
“우아한 백수? 큭.”
“응… 우아한 백수로 지내면서 남들 다 출근한 시간에 스타벅스에서 커피마시기. 아.. 생각만 해도 황홀해. 이렇게 소박한데 말이지 왜 안되는거냐”
“소박하기는.. 그거야 말로 럭셔리한 꿈이다. 솔직히 너나 나나 이렇게 돈을 써대는데 언제 생계로부터 자유로워지냐 이거지. 문제는”
“그러니까.. 저축이라도 해얄텐데.. 점점 이건 아니다 싶고, 월요일이 우울해”
“….”
우아한 저녁식사는 대충 딱 두시간 정도의 약효만 지속하고는 눈물 어린 영수증으로 남았다.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 길, 1호선 지하철이 싫어 굳이 광화문에서 버스를 갈아타면서 돌아돌아 집으로 향했다.
장마 끝무렵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하늘에 숨막히는 습한 더위가 나를 감싼다. 수많은 불빛들, 사람들.
뭐든지 너무 많이 존재해서 뭐든지 싸고 넘쳐나는 이곳에서 도대체 나는 어떤 가치인지.
되풀이되는 생활에서 탈출구를 찾아야 해. 더 이상.. 이건 아니니까. 뭔지는 몰라도 이건 아니잖아. 벌써 스물일곱. 더 늦기 전에..
안타까움에 고개를 떨구니 비에 온통 험해진 파란 샌들이 보인다.
아… 이쁜 샌들이나 하나 갖고 싶다.
* about Dal-e 내 이름은 륵(늑)달이.
성은 “륵(늑)” 이름은 “달이”
남자친구 하나 없고 주변에 Single 친구들만 득실거리는 27살
졸업 후 지루한 은행에 들어와 벌써 4년 차 대리.
취직과 동시에 가입한 유일한 적금 “근로자 어쩌구 적금”이 이제 딱 2천만원
매달 저축액 50만원, 카드값 노코멘트…
(월급중 50만원과 무슨 여성건강어쩌구.. 하는 보험 오만원을 빼고는 다 어디론가 사라진다)
내 꿈은.. 꿈은.. 꿈? 꿈이라… 아!! 회사 그만두기.
우아한 백수생활 해보기, 그래서 남들 다 일하는 오전 또는 오후에 스타벅스에서 책 읽기.
너무너무 소박한 내 꿈. 그런데 또 동시에 너무너무 실현하기 어려운 내 꿈.
( From http://blog.naver.com/namoo0419/70007965802 )
첫댓글 -_- ............................................................... 난 그쪽이 더 부럽다 -_-
흠.. 혹시 백조이신가요? ㅎㅎ
소설인가요
네... 일기처럼 제가 계속 연재할 에세이랍니다. ^^
그래도..백조분들이 보면 염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22222222 ㅠㅠ 전 남들 다 일하는 오전, 오후에 좀 일하고 싶어요 ㅠㅠㅠ 큭
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