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는 이 달 13일부터 닷새간 제주도를 다녀 왔습니다.
유채가 만발했던 삼십수년전 4월초에 허니문을 갔었고, 동경지사시절엔 하이얏트 관련 업무로, 그 후 비지니스 미팅 등으로 수
차례 들린 적이 있지만 순수한 관광의 이번 여행은 이전에 보지 못한 제주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여행 테마를 미술관, 건축물, 생태공원 같은 데로 정하고 집을 나섰는데 의외로 제주는 그 모든 걸 보여 주었습니다 .
제주에서 가장 비중있게 다가온 인물은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 이타미준(伊丹潤/いたみじゅん/1937-2011)이었습니다.
재일한국인으로 동경에서 태어나 주로 시즈오카에서 자랐는데 무사시공대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후에 한국을 답사해 조선시대
미술도 공부합니다.
한국 국적으로 유동룡이란 이름을 고수했던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건축사무소 허가를 내려할 때 한국이름으로는 차별이 심하다
는 걸 알고, 즉흥적으로 성은 자주 드나들었던 옛 오사카의 공항(伊丹空港)에서 따오고 이름은 평소 친분이 있던 작곡가 길옥윤의
윤자를 따와 이타미준으로 등록을 했다 합니다.
그리고 완숙기인 말년에는 고국의 「제주프로젝트」를 맡아 제주를 대표하는 건축물을 디자인하게 됩니다.
창세기의 노아의 방주를 형상화한 방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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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초가집에서 모티브를 얻은 지붕과 곳곳에 자연을 들여놓은 설계의 포도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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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스CC 18번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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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미준의 건축은 자연과 어우러졌을 때 비로소 아름답다고 합니다.
한국인으로 일본에서 자랐으니 두 나라 요소가 함께 녹아 있을 듯 싶고, 또 그는 유리나 철 같은 가벼운 재료보다는 돌이나 목재
같은 자연 토착 소재를 즐겨 써 자연과의 소통을 통한 온화하고 고요한 아름다움을 정착시켰다고 합니다.
특히 제주 프로젝트의 정점인 비오토피아의 6만평의 생태공원에 있는 물 돌 바람의 뮤지움은 자연과의 대화를 체험하고 공감할
수 있는 그의 작품의 정점입니다.
시시각각으로 자연에 반응하는 미묘한 변화를 통해 자연의 언어를 듣게합니다.
이곳은 잠시 세상의 잡스러운 소음을 떠나 물에 비치는 하늘의 다양한 얼굴을 보고, 바람이 불면 자연은 어떤 말을 걸어오는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면 그건 그대로 머리를 맑게 해줄 그런 곳이었고, 자연생태 산책길을 걷는 기쁨도 잊지못할
즐거움이었습니다.
물, 바람, 돌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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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가장 권위있는 무라노도고(村野藤吾)건축상을 그는 재일교포라는 신분 때문에 여러번 탈락하지만, 끝내는 그의 높은
예술성이 평가되어 외국인으로서는 첫 수상자가 됩니다.
일본의 건축가 하면 세계적 명성의 안도타다오(安藤忠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1941년 오사카에서 쌍둥이로 태어나 권투선수를 하며 겨우 기계공고를 나온 그는, 어느 날 건축관련 책 한권에 매료되어
시베리아를 횡단해 유럽으로 여행하며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해 이례적으로 동경대 교수까지 되고 최고의 건축가 반열에 오릅니다.
재료를 들어내는 (노출콘크리트), 일명 누드건축으로 유명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여는, 사람의 감각을 깨우는 지적인 자극을 주는 건축을 지향한다는 그가 제주에도 글라스하우스, 지니어스로사이,
그리고 본태미술관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본태미술관과 전시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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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태(本態)미술관의 하일라이트는 바로 위 호박모형의 일본의 설치미술가 쿠사마야요이(草間彌生)일 것입니다.
그녀는 어릴적부터 정신질환에 시달려 왔는데, 집안에 있던 꽃무늬 천을 본 뒤 질환으로 인해 검고 둥근 땡땡이 모양의 잔상이
남아 그녀를 괴롭혔는데 그것이 평생 그녀 작품의 가장 중요한 소재가 됩니다.
일본 시고쿠현의 나오시마는 그야말로 낯설고 외딴 작은 섬이었으나, 안도타다오가 미술관을 짓고 쿠사마야요이가 바닷가에
검은 땡땡이 호박을 설치해 매년 수십만명이 찾는 명소 예술의 섬이 되었습니다.
일본 나오시마의 쿠사마야요이 설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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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호텔(총26실)에서 일요일 아침 늦은 블랙퍼스트에 커피를 시켜 놓고 매니저에게 물었습니다.
주말인데도 어제 저녁부터 조용하니 손님이 없는 것 같은데 호텔 운영은 괜찮으냐고 주제넘은 참견을 했더니, 매니저가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어제 저녁은 만실이었습니다. 저희 호텔 찾으시는 손님들이 다 조용하시거든요.』
헐- 한 방 먹었습니다.
HJ
제주의 이 계절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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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제주 테마여행...또다른 제주의 볼거리가 있었군요. 작품에 연관된 스토리도 잘 소개해 주셔서
한번 가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깊어가는 제주의 가을풍경도 잘 보았습니다.고맙습니다.
예사롭지 않은 통찰력이 있어 흥미를 더 불러 일으킵니다. 여행이란 이런 관점에서 보고 느끼는게 제격인듯 합니다.
일본 건축가의 작품도 있었군요.미처 알지를 못했습니다.
작년 년말에 나도 다녀와서 추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나오시마는 버키리스트에 있는곳이지만 호재씨 여행기 읽고 다녀온것으로 가름하기로 하였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크로아티아도 다녀오는데 나오시마야 동네나 마찬가지입니다. 계절 좋을 때 가셔서 부라 부라 섬 한 바퀴
산책하면 좋습니다. 섬 안에 괜찮은 숙소도 있구요.
제주는 도둑 거지 대문이 없는 3無의 섬이었습니다. 조금 한적한 어촌 마을을 갔더니 아직도 낮에는 거의 모두 대문을
열어두고 있었지만, 외지인과 중국인이 몰려 들면서 대형 건물들이 수수하던 조그만 식당들을 밀어내고, 순박한 어촌
사람들의 마음도 빼앗아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아름다운 산과 수많은 오름과 산책길과 바다는 어디 가겠습니까.
갈치가 안 잡혀 좀 비싸지긴 했지만 방어가 제철이니 즐기시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