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0715 무등산, 지산유원지-바람재 왕복

[범고개]

조선대평생교육원에서의 자살예방 연수를 오전 3시간 받았다.

동기들도 보이고 아는 얼굴도 많은데 고개를 푹 숙이고

'왜 엄하게 가르치지 않는가'를 읽고 있다.

서원채가 앉고 성향숙과 임금순이 앉는다.

목포에서 온 강사는 시작을 박수로 하면서 이야기를 잘 끌어간다.

난 자살위험군의 어느 수준에 있을까?

내 주변의 아이들을 잘 살펴서 좋은 관계로 도와줄 수 있고

전문가에게 연결시켜 주면 된다고 한다.

내 주변에 그런 아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더 사랑할 수 있을까?

12시 전에 이수증 2개를 주고 끝낸다.

주차요금 정산소에서는 1000원짜리 확인증을 가져오지 않아 지체한다.

세상 참 서툴게 산다.

광주극장의 데몰리션을 보고 싶은데 아침에 챙겨나온 배낭ㅇ이 있어

지산유원지 호텔 주차장으로 간다.

난 사람없는 어둔 극장에서나, 사람없는 산 속으로 도망을 친다.

그 속에서 현실과 부딪혀 약해지는 걸 숨기는 걸까, 외면하는 걸까?

난 언제쯤 천화하듯 긴 산길을 걸을 수 있을까?

계단을 내려가 무등산 보리밥집에 들어간다.

8천원을 내고 밥을 비며 먹고 돼지껍닥과 제육볶음을 가져 다놓고

또 채소를 가져온다.

된장국을 가져온다. 밥을 조금 가져왔는데도 비벼놓고 보니 많다.

수박을 먹고 매실차를 떠 먹고 나온다.

들어올 때 일꾼 인듯 세 남자가 호기롭게 나가더니

나갈 때엔 세 여자가 조용히 들어와 지퍼를 풀고 먹겠다고 한다.

옷을 갈아입고 뜨거운 주차장을 벗어나 저수지 옆으로 걸어가니 12시 40분을 지나고 있다.

골프연습장을 오가는 고급차들이 지나간다.

약수터에는 한 남자가 펫트병에 물을 받고 있다.

리프트카는 움직이는데 사람은 열에 하나나 타고 있다.

깨재에 닿는데 숨이 차다.

더운 열기가 온 몸을 감싼다.

리프트카가 내리는 곳에는 나무에 달린 스피커의 노래를 의자에 앉은 중년이 따라부르고 있다.

'밧줄로 꽁꽁 밧줄로 꽁꽁 단단히 묶어라---'

마음껏 따라부르던 중늙은이는 나를 의식해 소리를 줄인다.

족두리꽃이 피어있는 막걸리집을 지나 팔각정 쪽으로 걷는데

찻집이 새로 단장했고 무등산역 모노레일로 준비 중이다.

지산유원지는 옛명성을 되찾을 것인가?

사람은 없다.

장군봉 오르기 전에 왼쪽으로 빠져 덜 가파른 길을 잡는다.

낙타봉 오르는 갈림길에서 물한모금 마시고 배설하고 낙타봉 앞 봉우리로 오른다.

작은 분홍 패랭이꽃이 무덤 주위로 피었다.

2시 10분쯤, 한시간 반이 걸려 바람재에 닿는다.

나이 지긋한 산객들이 띄엄띄엄 쉬고 있다.

물 한모금 마시고 바로 돌라온다.

낙타봉 쪽으로 오르지 않고 능선 옆을 따라 장군봉에 지나 돌아온다.

쉬지 않고 걸어 차로 돌아오니 3시 20분이 지나고 있다.

싸구려 양말에 꽉 낀 등산화에 새끼 발가락에 물집이 생긴다.

밀리기 시작하는 도로를 달려 집에 오니 4시가 다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