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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뚫고 하이킥] 105
씬/1 거실 (D)
세경, 쓰레기봉투 들고 나오는데 지훈, 들어온다.
세경 (지훈 보고) 오셨어요?
지훈 어. 미안한데 나 방으로 커피 한잔만 갖다줄래?
세경 네.
씬/2 지훈방 (D)
지훈, 책상위에 의학서적들 잔뜩 늘어놓고 노트북
으로 작업하는데
세경, 커피들고 들어온다.
책상 위에 내려 놓으려는데 책 때문에 놓을 자리가 마땅
찮다.
세경 저기..
지훈 (노트북 치는)
세경 (좀 더 큰 목소리로) 저기 커피 어디다..
지훈 (그제야 보고) 어?
세경 커피 어디다 놓을까요?
지훈 어. (책 치우며) 여기다가. 미안해. 귀찮게 해
서.
세경 아니예요. (놓는데)
지훈 땡큐. (하다) 근데 너 손등 왜 그래? 다쳤니? (손
만지는)
세경 (얼른 손 빼며) 네? (자기가 보다가 뭔가 떼내며) 아니예
요. 실이에요.
지훈 (좀 민망한 표정) 어..근데 누가 보면 내가 무슨 전염병
환자라도 되는 줄 알 겠네. (양손 들어 보이며) 나 손 깨
끗해.
세경 (민망한 표정)
지훈 (표정. 커피 들어 보이며) 고맙다. 잘 마실게.
씬/3 2층 거실 (D)
지훈 방에서 나오는 세경.
자기가 생각해도 바보 같은지 머리를 꽁꽁 때린
다.
씬/4 순재 사무실 (D)
순재, 책상위에 오래돼 보이는 금관이 유리상자
안에 놓여있다.
보석, 순재에게 혼나고 있다.
순재 돈 받아 오라고 보냈더니. 이따우 껄 왜 들고 와?
보석 박사장말로는 이거 진짜 귀한 거라는데.
순재 귀하긴. 넌 눈도 없냐? 딱 봐도 싸구려 개뼈다귀
같은 걸.
보석 일단 담보로 확보한 거니까.
순재 (OL) 담보같은 소리하고 있네. 이 허접한 걸로 담
보가 돼?
보석 진짜 박사장 말로 이거 중국 갔다가..
순재 (OL) 박사장말 그렇게 잘 들을 거 왜 우리 회사에
있어?
당장 짐 싸서 박사장 밑으로 가!
보석 (표정)
씬/5 순재집 밤 전경
씬/6 거실 (N)
순재, 현경, 과일 먹고 있고 해리 신애, 금관을 가
지고 놀고 있다.
보석, 씻고 나오다 금관을 갖고 노는 걸 보고 놀란
다.
보석 어어.. 그거 함부로 가지고 노는 거 아냐.
현경 아버지 말대로 딱 봐도 무슨 모조품같구만..뭘 대
단한 물건이라고.
보석 아니야. 진짜 박사장이 중국에서 산 건데 명나라
때 왕관이래.
순재 놀고 자빠졌네. 그게 진짜면 몇억 하는 문화잰데
가지고 올수도 없을뿐더러
빚 2천에 너한테 그걸 주겠냐. 이 바보야.
보석 (표정)
순재 (일어나 방으로 가며) 그건 니가 쓰고다니면서 거
지왕 노릇을 하든지 맘대로 하고 빨리 돈이나 받아.
보석 (표정) 예..
해리 줘봐. 내가 한번 써볼게~
현경 됐어. 쓰지 마. 어디서 구르던 물건인지도 모르는
데.
해리 뭐 어때? (하고 금관 써보는데 표정 있다) 아..
신애 왜 그래?
해리 뭐가 좀 찌릿한데? 머리카락이 걸렸나?
신애 나도 한번 써보면 안돼?
해리 이게 어디 왕한테 까불어? 여봐라~ 나 좀 어울리
나?
미스터리한 효과음과 함께 금관 기분 나쁘게 반짝
거린다.
씬/7 2층 거실(N)
정음, 지훈 방문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지훈을 부
르고 있다.
정음 (개미만한 소리로) 지훈씨. 지훈씨.
지훈 (화장실에서 나오며 뒤에서 역시 개미만한 소리
로) 왜요.
정음 (놀라) 엄마~
지훈 (피식한다) 과외 왔어요?
정음 놀랬잖아요. 기척도 없이.
지훈 기척도 없이 남의 방 앞에 있던 사람이 누군데.
정음 꼭 말꼬리 잡고. 한 두 살만 어렸어도 확 패버리
는 건데..
지훈 어? 다 들리게 하는 혼잣말.
정음 됐고. 언제 나가요?
지훈 지금 나가는 길인데.
정음 (가방에서 예쁘게 포장 한 쿠키 꺼내며) 이거 가져
가서 먹어요.
지훈 (받으며) 뭐예요?
정음 (좀 쑥스럽다) 오랜만에 쿠키 좀 만들어봤어요.
병원 가서 민선생님이랑 안선 생님이랑 나눠 먹어요.
지훈 (상자에서 쿠키 하나 꺼낸다) 이걸 직접 만들었다
고요?
정음 큼.. 선생님들한테 자랑 치는 거 까먹으면 안돼요.
지훈 담부터는 힘들게 만들지 말고 그냥 사요.
정음 치.. 고양이 쥐 생각해주나..
지훈 그게 아니라.. 사는 게 더 맛있으니까.
정음 에이 씨! (뺏으려고 하며) 줘요! 줘!
지훈 (손을 들어 상자 지키며) 에이..농담도 못하나. 잘
먹을게요.
준혁 (올라오다 그런 둘 못마땅하게 보고) 큼.
지훈 어. 왔냐?
정음 (깜짝 놀라 괜히 지훈에게 멀찍이 떨어지며) 예습
다 했어?
준혁 다 못했는데 좀만 더 놀다 와. (하며 정음을 슥 밀
치고)
정음 엄마야~ (하며 넘어지며 지훈에게 안기는, 당황
해 급히 떨어지며) 야!
준혁 (힐끔 보며 구멍으로 쑥 들어가버리는)
정음 저눔쉬끼가.
지훈 준혁이한테 뭐 잘못한 거 있어요?
정음 지눔쉬끼가 어딜 선생님을 밀고..나중에 봐요.
씬/8 준혁방 (N)
준혁, 책상에 앉아있는데 정음, 기어 들어와 책상
에 앉는다.
준혁 좀 있다 오라니까.
정음 됐고! 야! 너 사람을 왜 밀어? 나한테 무슨 불만 있
어?
준혁 불만은. 뭐..
정음 어쭈구리. 너 일부러 민거구나. 왜?
준혁 아. 거. 말 많네. 그럼 수업이나 해. 빨리.
정음 어쭈 이게 왜 이러지? 좋아. 너 내가 그냥 넘어갈 거 같
애? 두고 봐.
준혁 뭘?
정음 늘 긴장하는 게 좋을 거야.
(가재미눈 뜨고 벼르듯) 언젠가 나도 너 확 밀어버릴 거니
까.
준혁 차. (표정)
씬/9 거실 (N)
순재, 바둑책 보며 혼자 바둑 두고 보석, 해리 학
원 숙제 봐주고 있다.
보석 자 봐봐 해리야. 8더하기 13이지? 너 더하기는 잘
하잖아. 얼마야?
해리 이 정도야 누워서 침 뱉기지.
보석 해리야. 침뱉기가 아니라 누워서 죽 먹기.
순재 (기가 차다) 죽먹기는 또 뭐냐? 떡먹기지! 이것들
이 둘이 덤앤더머야? 뭐야?
보석 아. 참. 말이 그렇게 나오냐..(하다 해리보고) 다
풀었어?
해리 이상해.
보석 뭐가?
해리 한 개도 모르겠어.
보석 왜 갑자기 한개도 몰라? 다른 건 몰라도 너 더하
기 하난 잘하잖아.
해리 아씨..잘 모르겠어.
보석 모르긴. 8 더하기 13. 하나씩 더해보면 되잖아. 8
더하기 1은 얼마야?
해리 9.
보석 그렇지. (하다가) 아 참. 십자리랑 일자리를 더하면 안되
지. 왜 이래 내가. (자기 머리를 친다)
순재 (보며 한심한듯) 어이구. 어이구. 진짜 둘다 바보
냐?
보석 이상하네. 진짜. 왜 이렇게 머리가 꽉 막힌 거 같
지? 이 왕관 때문인가?
해리 그지? 이상해.
순재 참. 지들이 멍청한 걸 엄한 왕관 탓을 하고 앉았어
요.
해리 할아버지 아냐. 왕관쓰고 난 다음부터 머리가 진
짜 좀 답답해.
순재 무슨 말도 안 되는. 줘봐. (머리에 써보는) 이거 땜
에 머리가 이상해진다고?
보석 좀 이상하시죠?
순재 이상하긴. 개뿔.
현경 (방에서 나오며) 아버진 그걸 뭐 하러 쓰시고..
순재 아니 얘들이 하도 얼토당토 않는 소릴 해서..세상
에 (왕관을 가리키며)
이거..이거..뭐야? 이거..
현경 왕관이요?
순재 어. 그래.
보석 보세요. 아버님도 지금 단어가 갑자기 생각이 안
나시죠?
순재 (왕관 벗으며 표정)
보석 진짜 이 왕관이 좀 그런 기운이 있나 봐요. 왜 피
라미드에도 이상한 에너
지같은 게 흐른다잖아요. 이 왕관도 순간 사람을 좀 멍하
게 만드는 그런 에너 지가 흐르는 거 같은데.
순재 그러니까 이런 걸 뭐하러 가져왔어? 빨리 정사장
한테 돈이나 받아와.
보석 아버님 박사장이요.
순재 (표정. 정말 이상하네) 에이! 당장 갖다버려!
씬/10 한옥 아침 전경
씬/11 한옥 주방 (D)
자옥, 줄리엔, 인나, 광수 밥 먹고 있는데
정음, 방에서 박수 짝짝 치며 나와서 식탁에 앉는
다.
정음 자자~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닙니다.
오늘 제가 쏘는 삼겹살을 드시고 싶은 분은 손들
어 주세요~!
광/인/줄 (손들며) 나나나나!!
자옥 갑자기 무슨. 왠지 공짜는 아닐 거 같은데?
정음 저도 여러분 모두를 데려가고 싶지만 아쉽게도
딱 한분만 모십니다.
그럼 나랑 같이 학교 가 줄 사람~! 행운의 주인공
은 과연 누규?!!
자옥 거봐. 내가 뭐랬어? 그깟 삼겹살 먹을라고 차타고
한 시간 반 거리를 따라갈 바보가 있겠니? (방으로 가
는)
정음 아줌마는. (하고) 줄리엔. 같이 가주라. 내가 삼겹
살 제대로 쏠게. 응?
줄리엔 정음, 삼겹살이고 나발이고 거긴 너무 멀잖아.
정음 에이. 오늘까지 사물함 비워야줘야 되는데 깜빡했
단 말야.
광수 나중에 가. 개학하면.
정음 오늘까지 안 빼면 그냥 다 버린대잖아. 전공책 팔
면 그게 얼만데.
인나 그래서? 짐꾼 해주는 사람한테 삼겹살을 쏘겠다?
정음 짐꾼이라기보다는 파트너지. 파트너.
줄/광/인 ...
정음 이 가녀린 팔뚝으로 그 많은 짐을 혼자 들고 오면
좋겠어?
줄/광/인 (토스트 먹으며 쳐다보지도 않고 동시에) 어.
정음 (팔 버둥거리며) 같이 가 줘 가 줘~
인나 차 있는 니 애인한테 부탁해. 왜 우리한테.
정음 어제 야간당직이었단 말야~ (더 버둥거리며) 같
이 가~~ 같이 가~
광수 나도 어제 게임한다고 밤 샜어. 지 남친은 아끼고
우린 뭐 막 굴리겠단 거야? 뭐야?
씬/12 거실 (D)
해리와 신애가 묵찌빠를 하고 있다.
지훈, 주방에서 음료수 마시며 온다.
해리 얼른 다시 해! 다시!
신애 그만해. 이제. 넌 해도 안 된다니까.
해리 이게 어디서 때리고 배짱이야?! 얼른 해!
지훈 (소파 옆에 걸터앉아 음료수 마시며 본다)
해리 도전하러 왔습니다.
신애 에헴.
해리/신애 가위바위보! (해리 주먹을 내고 신애는 가위를 낸다)
해리 (절규하듯) 찌!
신애 (재빨리 묵 냈다가 찌를 내며) 찌!
해리 (절규하듯 억울해한다) 아이씨!! 아이고!!
지훈 신애야 너 방금 그거 어떡한 거야?
컷튀면 지훈이 신애에게 얘길 들었다.
해리, 누워서 발광하고 있다.
지훈 그렇구나. 그런걸 누가 가르쳐 준거야?
신애 우리 언니가요.
지훈 니네 언니가 그런 것도 가르쳐 줘?
해리 빨리 다시 해! 다시!
지훈 (소파 한쪽에 있는 왕관 보며) 저건 뭐야?
해리 왕관인데 멍청이 왕관이야. 쓰면 머리가 멍청해
져.
지훈 (어이없어하며) 뭐? 하..(왕관을 보는)
씬/13 버스 정류장 (D, 야외)
정음, 혼자 투덜거리며 걸어가고 있다.
정음 의리 없는 인간들.
정음, 버스 정류장 앞에서 음악 듣고 있는 준혁을
본다.
“정준..” 하다 마는. 장난스런 미소가 있고 준혁을
준혁 앞에 서 있는
여자한테 밀어버리려고 살금살금 다가간다.
준혁, 버스 정류장 광고판에 비친 정음을 본다.
정음, “딱 걸렸어!” 하고 준혁을 밀려고 돌진하는
데 준혁이 먼저 알고 옆으로 쓱 피해버린다. 정음, 광고
판에 정면으로 들이 받는다.
준혁 어딜! (하다 놀라) 형! 괜찮아?
정음 (이마 문지르며) 아..아야..
준혁 그러게. 뭐 하러 그런 장난을.
정음 복수할 절호의 찬스였는데 그걸 싹 피하냐?
준혁 (비웃는) 차. 절호의 찬스? 그 스피드로 복수를 하
겠다.
정음 아 씨..(일어나려다 휘청하며) 아!
준혁 왜 그래?
정음 (아픈듯) 아..
준혁 왜 그래? 발 뼜어?
정음 (걸어보려 하지만 아픈듯)아..어떡하지. 나 지금 학교가
서 가져올 거 있는데.
준혁 (보다) 뭔데? 내가 도와줘?
씬/14 거실 (D)
해리, 외출복 차림으로 현경과 나온다. 세경, 소파
를 치우고 있는
세경 어디 나가세요?
현경 어. 해리 학원 데려다 주고 친구들 좀 만나고 올
게.
지훈이 깨면 밥 좀 챙겨줘. (하고 나가고)
세경 네. 다녀오세요.
씬/15 셔틀버스 안 (D, 야외)
정음 준혁, 앉아있다. 정음, 발목 만지고 있다.
준혁 심하게 삔거 같애? 학교 갔다가 병원 같이 가볼
래?
정음 글쎄..(발목을 만지는)
준혁 같이 가. 내가 데려다 줄게.
정음 됐어..돈도 없는데 무슨 병원이야..
준혁 참. 돈 없다고 병원도 안 가냐?
정음 아니야. 정신력으로 이겨볼게. (일어서는)
준혁 뭐해?
정음 (일어서서 팔짝팔짝 뛴다. 준혁보며) 음흐흐흐흐~
준혁 (어이없게 보며) 뭐야? 뻥이였어? 아 씨! 이런 개뻥쟁
이! 진짜!
정음 (혀 쏙 내밀며) 미안해~ 혼자 가기 심심해서.
준혁 아 진짜. 아저씨~ 저 내려요! (하며 일어서려는
데)
정음 (앉으며 준혁을 민다) 근데 어쩌냐? 벌써 고속도
로 탔습니다요~
준혁 (어이없는) 하..
정음 (안내 방송하듯) 다음 정류장은 서운대~ 무조건
서운대입니다~
준혁 하..그래. 어디 한번 가보자. 서운대. 안 그래도
좀 궁금했었어. 어떤 학굔지.
씬/16 서운대 운동장 (D, 야외)
바람을 맞고 서있는 준혁의 황당한 표정에서 빠져
보면
휑한 공터 같은 느낌에 서운대라고 학교 교문이
있다.
바람이 휘잉~ 부는 휑한 운동장. 을씨년스러운 분
위기.
준혁 학교 한번 진짜 끝내준다.
정음 뭐가?
준혁 하..분위기 끝내준다고.
탈탈탈~ 소리가 나고 준혁과 정음 옆으로 어떤 남
자가 경운기를 타고
온다. 준혁과 정음, 걸어 들어가는.
준혁 뭐야? 저 사람은? 학교에 왜..
정음 교수님 안녕하세요.
준혁 (표정) ?!
교수 어. 그래. (하며 밀짚모자를 벗어 인사하듯 흔드
는)
준혁 하.. 교수야? 저 사람이? 근데 무슨 경운기를 타
고..
옆에서 음메~ 소리와 함께 소를 데리고 학생이 나
타나
“죄송합니다. 잠깐만요” 하고 간다.
준혁 와. 진짜.. 경운기에 소까지.. 끝장이다. 끝장.
정음 모가? 우리학교가 농대로 좀 유명하거든.
준혁 아주 전원일기를 찍어도 되겠다.
정음 어떻게 알았어? 옛날에 전원일기도 우리 학교에
서 찍었는데.
준혁 뭐? 그럼 진짜 여기서?
정음 뻥이지. 넌 그걸 믿냐?
준혁 웬만해야 안믿지. 근데 이건 완전히..
정음 슬슬 기분 나쁠라 그래. 남의 학교를 가지고.
더구나 얘기 들어보니까 남의 얘기할 처지가 아니던데.
준혁 뭐?
정음 세호한테 다 들었거든? 지금 니 성적에 잘 가야 서
운대라며~
확 내 후배나 돼 버려라.
준혁 (경악하며) 씨. 어디서 그런 악담을.
정음 그래~ 어차피 다니게 될 학교 미리 탐방 한다고
생각하면 되겠네.
자, 가실까요. 후배님?
준혁 누가 후배님이야? 내가 대학을 안 갔으면 안갔지.
정음 (일부러 더) 후배님 후배님 후배님!
준혁 아 그만해! (하며 잡으려 하고)
정음 으악~! (장난스럽게 도망치며) 후배님. 선배님한
테 이러심 안되죠.
준혁 (잡으러 뛰어가며) 아! 진짜 그만해!
씬/17 거실 (D)
세경, 청소하는데 지훈, 하품 하며 2층에서 내려온
다.
세경 어? 이제 일어나셨어요.
지훈 어. 근데 집이 왜 이렇게 조용해?
세경 식구들은 다 나가시고 신애는 낮잠 자요.
지훈 맨날 시끌시끌하더니. 적응 안 되네.
세경 잠깐 계세요. 식사 금방 차려 드릴게요. (하는데)
지훈 눈 뜨자마자 밥이야? 좀 이따 먹을게. (하며 왕관
집어 들자)
세경 그거 쓰시면 안 되는데.
지훈 (이미 쓴 채) 왜? (하다) 이거 쓰면 멍청해진다 그
래서?
세경 네. (살짝 웃는)
지훈 (웃으며) 그 말을 믿어?
세경 에? 아니 그냥..
지훈 (왕관 벗으며) 참, 들리는 소문에 니가 묵찌빠 최
고수라던데. 그래?
세경 뭐..그냥..
지훈 그냥 뭐?
세경 아직 져 본 적은 없어요.
지훈 진짜? 나랑 한번 하자.
세경 에?
지훈 왜? 싫어? 내가 상대도 안될 거 같아서?
세경 아뇨. 그런 거 아니에요.
지훈 그럼 한판 해. 나 신애한테 비법 다 배웠단 말야.
만만치 않을걸.
세경 (표정)
지훈 빨리. 한판해. (일어선다) 도전하러 왔습니다.
세경 (어색하게 웃으며) 그냥 하세요. (손 내미는)
지훈 왜, 이왕하는 거 제대로 해야지. 그렇게 하는 거래
매?
너도 에헴 해야되는 거 아니야? (다시 인사하는) 도전하
러 왔습니다.
세경 ...(가만있는)
지훈 정식으로 해. 정식으로. 에헴 해.
세경 (어색하게 턱 쓸며) 에헴...
지훈/세경 오케이! 가위바위보! / (세경도 낸다)
지훈 (주먹을 낸 상태로 가위를 낸 세경에게 공격한다) 찌!
세경 (재빨리 묵을 내고 다시) 찌!
지훈 아. 그지? 이거지? 이런 공격법이라 이거지. 다시
한번.
세경 또요?
지훈 한판만 하고 마는게 어딨냐? 좋아 아무래도 그냥
하니까 집중이 안돼.
그러지 말고 진 사람이 딱밤맞기.
세경 딱밤이요?
지훈 그냥하면 재미없잖아. 뭔가 걸려야지. 도전하러
왔습니다.
세경 (가만있는)
지훈 뭐해? 에헴.
세경 하.. (표정) 에헴..
지훈/세경 가위바위보! / (손 내미는)
지훈 (가위를 낸 상태로 보를 낸 세경에게 공격한다)
빠!
세경 (재빨리 찌를 내고 다시) 빠!
지훈 아..아까 신애한테 들을 때는 이걸 피하는 방법을
연구했었는데. 왜 손이 안 움직이지? 저 왕관을 써서 그
런가?
세경 (살짝 웃으며) 아깐 안 믿으신다더니.
지훈 아니 이상하게 집중이 안돼. 진짜로. (하고 이마
넘기며) 자. 때려.
세경 네?
지훈 딱밤. 진 사람이 맞기로 했잖아.
세경 (손사래) 아니에요. 됐어요..
지훈 되긴 뭐가 돼. 규칙은 규칙인데. 자. 빨리 때려.
세경 됐어요. 그냥 때린 걸로 할게요.
지훈 (이마 넘긴 채 가깝게 가며) 그런 게 어딨어? 규칙
은 규칙이지.
세경 (도망치듯 뒷걸음질) 아니. 진짜 됐어요..
지훈 뭐야..난 때릴 가치도 없는 하수라는 거야? 참.
씬/18 서운대 운동장 (D, 야외)
정음 준혁, 각자 작은 종이 박스 하나씩 들고 나온
다.
준혁 꼴랑 이게 다면서.. 혼자 와도 됐겠구만.
정음 에이~ 혼자 오기 심심하잖아.
덕분에 너도 미래의 모교도 구경하고 좋지 뭐. 안
그래? 후배님?
준혁 아~ 자꾸 그럴래?
정음 화내시기는. 암튼 같이 와줘서 땡삼. 삼겹살 화끈
하게 쏠께.
준혁 삼겹살이 뭐 대단하다고..
정음 배부른 소리 하고 있어. 그것도 큰 맘 먹고 쏘는
건데.
준혁 (연못 앞에 쭈그려 앉으며) 잠깐. 나 신발 끈 좀 묶
고.
(하고 옆에 책 내려놓고 신발 끈 묶고)
정음 (그런 준혁 뒷모습 보다 뭔가 반짝~. 준혁을 확 밀
치려는데) 복수거등!
준혁 (신발끈 묶고 일어난다) ?
정음 (중심 잃고 비틀거리다 연못으로 직행하는) 어~
어~ (하며 풍덩 빠지고)
준혁 얼씨구! 저거봐라 저거!
씬/19 거실 (D)
지훈, 세경에게 한판만 더 하자고 조르고 있다.
지훈 한판 더 하자. 딱 한 판만 더해.
세경 또요?
지훈 삼세판은 해야지. 대신 조건이 있어.
세경 무슨..?
지훈 (왕관 집으며 내밀며) 너도 이 왕관 한번 써.
세경 네?
지훈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자꾸 지는 원인은 딱 이거
하나야.
세경 (살짝 웃으며) 에이..말도 안돼..
지훈 어? 니가 아까 이거 쓰면 멍청해 진다고 얘기해 놓
군.
나도 썼으니까 너도 한번 써야 공평하지.
세경 하..
지훈 자. 한번 써. (씌워주는)
세경 아..(하며 지훈이 씌워주면 가만있는)
지훈 (보며 웃는) 어때? 좀 멍해지는 거 같냐?
세경 (웃으며) 하..네..(벗는)
지훈 좋았어. 가위바위보. 가위바위..(하는데)
세경 저기.
지훈 뭐?
세경 도전하러 왔습니다..인사 안하셨는데.
지훈 뭐? 참. (하고 웃고 꾸벅 숙이며) 도전하러 왔습니
다.
세경 (좀 편해진 표정으로 턱을 쓸며) 에헴.
지훈/세경 가위바위보! / (손 내미는)
세경 (빠를 낸 상태로 묵을 낸 지훈에게 공격한다) 묵!
지훈 (재빨리 빠를 내고 다시) 묵! (하고 좋아서 팔짝
팔짝 뛴다) 그래 이거야! 이겼 지? 내가 이겼지?
세경 (고개를 갸웃하며 웃는)
지훈 어때? 내가 잘해서 이긴거 맞지? 왕관땜에 니가
멍해진 건가?
세경 (웃으며) 이제 식사 차릴게요. (하는데)
지훈 (세경 잡으며) 어어~ 어딜 은근슬쩍.
세경 네?
지훈 (딱밤 제스쳐 하며) 이거 맞아야지.
세경 예?
지훈 빨리 이마 대.
세경 (표정)..전 안 때렸는데..
지훈 (장난스럽게 웃으며) 난 때릴 거야. 규칙이잖아.
세경 ....
지훈 이마 대.
세경 (표정. 이마를 넘기고 겁먹고 눈을 감는다)
지훈 간다. 좀 아플지도 몰라. (때릴 준비를 한다)
지훈의 손가락이 세경의 이마를 때린다.
‘딱’하는 소리가 울리고. 클로즈업 되는 세경의 얼굴. 감았
던 눈을 번쩍뜬다.
그런 세경의 시선에 웃고 있는 지훈의 모습이 보
인다.
지훈 미안. 너무 쎘나? (자기 이마 넘기며) 아까 안 때
렸던 거 너도 때릴래?
세경 (멍하게 지훈을 보다) 아. 아니요. (표정)
씬/20 서운대 운동장 일각 (N, 야외)
정음 준혁, 모닥불 앞에 앉아있다. 정음은 어디서
구했는지 몸빼 같은 이상한 바지를 임시로 입고 모닥불
곁에 정음의 바지가 널려있다.
정음 (준혁쪽 보며) 으이취~!
준혁 (막으며) 에헤..아까 그렇게 다쳐놓고 또 밀고 싶
었냐? 진짜..
정음 아 추워..(코 훔치며) 한 겨울에 이게 무슨 꼴이야.
준혁 무슨 사람이 은혜를 모르냐? 자기 도와주러 온 사
람한테.
정음 도와준 건 도와준 거고 복수는 해야 될거 아냐?
준혁 (웃으며) 참. 그렇게 둔한 몸으로 복수 잘도 하겠다.
정음 내가 너 언젠가..(하는데 진동으로 전화 울린다. 보면 지
훈이다.
준혁 눈치 보고 주머니에 그냥 넣는다) 복수하고 만다..
준혁 그냥 받아.
정음 안 받아도 돼.
준혁 받아. 삼촌이잖아.
정음 어? (놀라 표정)
준혁 (막대로 모닥불 뒤적이며) 나 형이랑 삼촌 만나는
거 다 알아.
그러니까 그냥 편하게 받으라고~
정음 야.. 너..
준혁 미술관 갔던 날 둘이 있는 거 봤어. 세경 누나랑.
정음 (표정)..너한텐 따로 말 하려고 그랬는데... 미안.
준혁 미안은 무슨. (하고 괜히 모닥불만 뒤적뒤적)
정음 근데 세경씨는 나한테 왜 그런 얘기 안했지?
준혁 (세경이란 말에 반짝) 뭐가?
정음 아니, 며칠 전에 세경씨랑 둘이 술 마셨거든..
준혁 근데.
정음 그때 내가 나 남자친구 있다고 얘기 했는데. 왜
다 알면서 아는 척 안했지?
준혁 (잠시 표정) 먼저 아는 척 하기 좀 그랬겠지.
정음 그런가? 하긴.. (하다) 넌 어때?
준혁 뭐가.
정음 세경씨랑.
준혁 (괜히) 뭐가?
정음 뭐가는 뭐가야? 너 세경씨 좋아하는 거 다 아는
데.. 많이 좋아하냐?
준혁 ....
정음 이러면서 편의점 앞에서 아니라고 뻥이나 치고.
고백은 했어?
준혁 ...(씁쓸하게 픽 웃는)
정음 (보다) 고백도 못하고..
괜히 폼만 잡았지 너 사실 여자애랑 한번도 사겨본적 없
지?
준혁 ...
정음 첫사랑이구나. 불쌍한 것..(준혁 어깨를 감싸준다) 잘 될
거야.
준혁 ...
정음 혹시 안 되도 견딜만큼만 아파해라. 나도 누군가
처음 좋아했을 때 그땐 정말 그게 내 일생에 처음이자 마
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다시 누군가가 좋아지게 되더
라. 처음 사랑은 있어도 마지막 사랑이란 건 없더라구.
준혁 (표정)
정음 (멀리 보며) 어! 참! 셔틀! 저게 마지막인데!
준혁 진짜?
정음 클났다! 빨리 가! (바지를 걷으며 일어나는데 바지가 완
전히 몸빼다)
준혁 이러고 간다고?
정음 할수 없잖아! 일단 가! (준혁을 잡고 뛰어가는)
둘, 달려가고 남은 모닥불.
디졸브. 거의 다 타고 희미하게 불씨만 남았다가 사라지
는데서
씬/21 드레스 룸 (N)
신애, 자고 있고, 세경 누워서 아까 일을 떠올린
다.
C#1 지훈 세경, 웃으며 묵찌빠를 하던 그림 위로
세경 (OFF) 오랜만에 편하게 아저씨와 마주보며 웃었
다.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C#2 세경, 왕관 써보는
세경 (OFF) 머리를 무디게 만든다는 그 이상한 왕관 때문이
었을까.
C#3 지훈에게 이마를 “딱” 맞던 장면.
세경 (손으로 이마를 쓸며 OFF) 그 순간의 울림이 날 뭔가에
서 깨워 준 느낌이다..
(약간 표정이 풀리며 엷게 웃는다)
(F/O F/I)
씬/22 주방 (D)
지훈, 우유 꺼내고 있는데 세경, 일어나 방에서 나
온다.
세경 벌써 나가세요?
지훈 어. (하고 다시 우유 넣고) 빈 속에 찬 우유는 좀
그렇겠다.
나 따뜻한 차 한잔 줄래? 너도 한잔하고.
세경 (지훈을 보며) 네.
컷튀면 지훈 세경, 차 마시고 있다.
지훈 이게 한옥집 할머니가 가져오신 찬가?
세경 네..(마시며)
지훈 (천천히 마시며 세경을 보더니) 너 오늘 좀 편해 보인
다.
세경 네? 무슨..?
지훈 (웃으며) 좀 서먹했던 거 같아서 그동안.
세경 (지훈을 보는)
지훈 내가 너무 선생님처럼 딱딱하게 굴어서 그랬나.
근데 너도 웬지 나한테 그렇게 대했던 거 같은데. 아니
냐?
세경 ....
지훈 (웃으며) 그래서 묵찌빠해서 너 이마 때리니까 복
수한 거 같아
살짝 기분 좋더라.
세경 예? 하..(웃는)
지훈 공분 계획대로 되고 있어? 일정 보니까 시험이 4월에 있
는 거 같던데..
세경 네. 준혁학생도 많이 도와주고..틈틈이 시간 날
때 마다 준비하고 있어요.
지훈 나도 열심히 가르쳐줄테니까 나도 좀 적극적으로
이용해줘.
세경 아. 네. 감사합니다.
지훈 (시계 보고) 그만 가봐야겠네. (하고 나가려다 보
고) 참, 언제 묵찌빠 한번 또 하자. (딱밤 제스쳐 하며)
그땐 왕관 쓰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세경 (웃으며) 네. 다녀오세요 (하다) 참.
지훈 (나가다 돌아보며) 어?
세경 어제 두대 안 때린 거 지금 때려도 되요? 아무리 생각해
도 좀 억울해서..
지훈 뭐?
세경 농담이에요. 다녀오세요..(웃는)
지훈 농담? 하..(웃으며 손 들어보이고 나가고)
세경 (지훈과 한결 편해진 것 같아 기분 좋은데서)
씬/23 거실 (D)
준혁, 2층에서 내려오는데 정음, “안녕하세요~”
하며 들어온다.
세경 (주방에서 나오며) 오셨어요.
정음 세경씨 안녕. (하고 올라가려다 뭔가 반짝. 주방
으로 들어가려는 준혁을 세경 에게 확 밀어버리고)
준혁 (그 바람에 어! 하며 세경을 덥석 안아버리게 된
다)
세경 아!
정음 복수! 메~롱! (하고 도망치듯 올라가고)
준혁 (놀라서 얼른 떨어지며) 미안해요 누나. 아 씨! 거
기 안서!
(하고 좋아하며 2층으로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