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번트 세이버, 소환에 따라 찾아왔다.
마스터, 지시를」
두 번째 목소리.
그, 마스터라고 하는 말과, 세이버라고 하는 소리를 귀에 들은 순간,
「윽」
왼손에 아픔이 달렸다.
뜨거운, 인두를 댄 것 같은, 그런 아픔.
무심결에 왼손 손등을 누른다.
그것이 신호였는지, 소녀는 조용히, 사랑스러운 얼굴을 끄덕였다.
「이제부터 나의 검은 그대와 함께 하며, 그대의 운명은 나와 함께 한다.
여기에, 계약은 완료되었다」
「아, 계약이라니, 무슨!?」
나도 마술사 나부랭이다. 그 말이 어떤 것인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소녀는 나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끄덕였을 때와 같은 우아한 동작으로 얼굴을 돌렸다.
돌린 쪽은 밖으로 통하는 문.
그 속에는, 아직 창을 겨누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있었다.
「——————」
설마, 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빨랐다.
기사 풍의 소녀는, 주저하지 않고 광 밖으로 몸을 날린다.
「!」
몸의 통증도 잊고, 일어나서 소녀의 뒤를 쫓는다.
저 애가 저 남자에게 대항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무리 저런 불온한 차림을 하고 있어도, 소녀는 나보다 작은 여자애다.
「그만!」
둬, 라고 외치려고 했던 목소리는, 그 소리로 봉해졌다.
「아」
자신의 눈을 의심한다.
이번에야말로,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머리 속이 텅 빈다.
「뭐지, 저 녀석」
울리는 검극.
달은 구름에 숨고, 뜰은 본래의 어둠으로 돌아가 있다.
그 속에서 불꽃을 튀기는 강철과 강철.
광에서 뛰쳐나온 소녀에게, 창을 든 남자는 아무 말 없이 덤벼들었다.
소녀는 창을 일격으로 밀어내 버리고, 더욱 내질러지는 창을 튕겨내어, 그 때마다, 남자는 본의 아니게 후퇴한다.
「——————」
믿어, 지지 않는다
세이버라고 자신을 밝힌 소녀는, 틀림없이 저 남자를 압도하고 있었다.
싸움이, 시작되었다.
아까 나와 남자가 공격을 주고 받은 것은 전투가 아니다.
전투라고 하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것이 가능한 능력자끼리 벌이는 싸움이다.
그것이 어떤 전력차라고 해도, 상대를 타도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면, 그것은 전투라고 부를 수 있겠지.
그런 의미에서라도, 둘의 싸움은 전투였다.
나는 눈으로 볼 수조차 없었던 남자의 창은, 더욱 기세를 늘려서 소녀에게로 내질러진다.
그것을,
손에 든 “무언가”로 확실하게 튕겨내서 궤도를 비틀고, 지체 없이 간격 안으로 파고 드는 소녀.
「치이!」
밉살스럽다는 듯이 혀를 차고, 남자는 약간 후퇴한다.
손에 든 창을 세로로 들어 자세 잡고, 공격 받을 옆구리를 방어한다!
「큭……」
한 순간, 남자의 창에 빛이 빛났다.
폭약을 세차게 내려친 것 같은 일격은, 실제로 그것과 진배없겠지.
소녀가 휘두르는 “무언가” 를 막은 순간, 남자의 창은 감전된 것처럼 빛을 띤다.
그것이 무엇인지, 남자는 물론 나도 보고 알 수 있었다.
저것은,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거칠게 날뛰는 마력이다.
소녀의 아무렇지도 않은 일격 일격에는, 터무니 없을 정도 마력이 담겨 있다.
그 너무나도 강력한 마력이, 닿기만 했는데도 상대의 무구에 침투하고 있는 것이다.
저런 건, 막는 것만도 상당한 충격이겠지.
남자의 창이 정확하기 짝이 없는 스나이퍼 라이플이라면, 소녀의 일격은 화력으로 모든 걸 말하는 샷건이다.
소녀의 일격이 휘둘러질 때마다, 뜰은 섬광에 휩싸인다.
하지만.
남자가 압도당하고 있는 것은, 그런 이차적인 이유가 아니다.
「비겁한 놈, 자신의 무기를 숨기다니 무슨 짓이냐……!」
소녀의 맹공을 막아내면서, 남자는 저주하는 듯한 욕지거리를 한다.
「——————」
소녀는 대답하지 않고, 더욱 손에 든 “무언가”를 세차게 내려친다……!
「네놈……!」
남자는 반격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후퇴한다.
그것도 당연하겠지.
여하튼 소녀가 든 무기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상대의 간격을 알지 못하는 이상, 무턱대고 공격해 들어가는 것은 너무 경솔하다.
그렇다, 보이지 않는다.
소녀는 확실히 “무언가”를 들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어떠한 형상인지, 어느 정도 길이인지 판명되지 않는 이상, 전혀 보이지 않는 거나 다름없다.
원래부터 투명한 건지, 소녀가 휘두르는 무기는 불꽃을 튀겨내도 모양이 비춰지지 않는다.
「치」
어지간히 싸우기 힘든 건지, 남자에게는 아까까지 보이던 예리함이 없다.
「——————」
거기에, 처음으로 소녀는 목소리를 흘렸다.
손에 든 “무언가”를 휘두르는 팔이 격렬함을 더한다.
끊임없는, 호우 같은 검의 춤.
비산하는 불꽃은 대장간의 담금질을 생각나게 한다.
그것을 혀를 차면서도 다 막아내는 창을 든 남자.
솔직히, 죽임을 당할 뻔한 상대라고 해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창을 든 남자는 보이지 않는 무기를 상대로, 소녀의 팔 움직임과 발 움직임만을 의지하여 확실하게 막아내 간다!
「후웃!」
하지만 그것도 거기까지.
방어에 치중하는 상대는, 베어서 쓰러뜨리지 않고 때려서 쓰러뜨릴 뿐. 그렇게 말하는 듯이 소녀는 보다 깊이 남자에게로 파고 들어,
내려치듯이, 혼신의 일격을 먹인다……!!
「우쭐해 하지 마라, 얼간아!!」
지금이 승기라고 읽은 건지, 남자는 사라졌다.
아니, 사라지듯이 뒤로 뛰었다.
쿠웅, 하고 허공을 가르고 지면을 부수며, 흙먼지를 휘말아 올리는 소녀의 일격.
창을 든 남자를 몰아넣고, 이걸로 끝이라는 듯 휘둘러진 일격은 싱겁게 회피당했다!
「바보, 뭐 하는 거야 저 녀석……!」
멀리서 봐도 안다.
이제까지와 같은 빈틈없는 일격이라면 모르지만, 승부를 내려고 크게 휘두르는 공격으로는 남자를 맞출 수 없다.
남자도 역시, 몇 번이나 소녀의 맹공을 받고 몸이 삐걱대고 있겠지.
그걸 누르고, 이 한 순간을 위해 두 다리에 채찍질하며 뛴 것이다.
지금 이 일격이야말로, 승패를 결정할 틈이라고 읽고서!
「하!」
몇 미터나 뛰어서 물러난 남자는, 착지와 동시에 튀었다.
삼각 뛰기라고나 할까, 자신의 도약을 되감듯이 소녀에게로 날아든다.
그와는 대조되게소녀는, 지면에 검을 꽂아 넣고 만 채.
「!」
그 틈은, 이미 돌이킬 수 없다.
1초도 걸리지 않아서 날아들어오는 붉은 창과,
빙글, 하고.
지면에 검을 내린 채로, 팽이처럼 몸을 반전시키는 소녀.
「!」
따라서, 그 공방은 1초 이내다.
자신의 실태를 깨닫고 그만두려고 하는 남자와,
1초도 걸리지 않고, 몸 전체로 베어내는 소녀의 일격!
「큭!!」
「——————」
튕겨나가는 남자와, 튕겨낸 소녀는 서로 불만인 듯한 기색을 나타냈다.
그것도 당연.
서로가 서로를 끝장내려고 내쏜 필살의 공격이다.
비록 궁지를 넘겼다고 해도, 그런 것에는 일편의 가치도 없겠지.
간격은 크게 벌어졌다.
지금 그 공방은 서로에게 부담이 컸는지, 두 사람은 조용히 서로 노려보고 있다.
「왜 그러나 랜서.
멈춰 있어서야 창병의 이름이 울지 않는가. 그 쪽에서 오지 않는다면, 내가 가도록 하지」
「……하, 굳이 죽으러 올 건가. 그건 상관없지만, 그 전에 하나만 묻자.
네놈의 보구그건 검인가?」
번뜩, 하고.
상대의 마음을 꿰뚫는 시선을 향한다.
「글쎄 어떨까.
배틀 액스일지도 모르고, 창검일 지도 모르겠군. 아니, 어쩌면 활이라는 경우도 있을지도 모르지, 랜서?」
saber
「크, 웃기지 마라, 검사」
그게 정말로 웃겼던 건지.
남자……랜서라고 불린 남자는 창을 약간 내렸다.
그것은 전투를 멈출 의사표시인 듯도 한다.
「?」
소녀는 랜서의 태도에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하지만나는, 저 자세를 알고 있다.
몇 시간 전, 밤 속의 교정에서 행해진 싸움.
그 최후를 장식할 터였던, 필살의 일격을.
「……묻는 김에 하나 더 물어보자. 서로 초면이고 말야, 이 근처에서 그만 둘 생각은 없나?」
「——————」
「안 좋은 얘기도 아니지? 봐라, 저기서 멍해져 있는 네 마스터는 쓸모가 없고, 내 마스터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겁쟁이다.
여기는 서로, 만전의 상태가 될 때까지 승부를 미루는 쪽이 바람직한데」
「거절하겠다. 넌 여기서 쓰러져라, 랜서」
「그러냐. 진짜, 이쪽은 애초에는 탐색이 목적이었다구? 서번트가 나왔으니 오래 있을 생각은 없었는데」
흔들, 하고.
둘의 주위가, 일그러져 보였다.
랜서의 자세가 낮아진다.
동시에 갑자기 이는 냉기.
그 때와 마찬가지다. 저 창을 중심으로, 마력이 소용돌이치며 명동(鳴動)하고 있다
「보구!」
소녀는 검 같은 것을 겨누고, 눈앞의 적을 응시한다.
내가 참견할 필요도 없다.
적이 어느 정도 위험한가 같은 건, 대치하고 있는 그녀가 더 잘 느끼고 있다.
「……그럼 잘 가라. 그 심장, 받아가마!」
짐승이 땅을 찬다.
마치 화면을 빨리 돌리듯이, 랜서는 그야말로 순간이동처럼 소녀의 눈앞에 나타나서,
그 창을, 소녀의 발 밑을 향해 내질렀다.
「——————」
그건, 내가 봐도 너무나도 하책이었다.
노골적으로 하단으로 내린 창으로, 더욱이 발 밑을 노리다니 소녀에게 통할 리가 없다.
실제로, 그녀는 그것을 뛰어넘으면서 랜서를 베려고 앞으로 내딛는다.
그, 순간.
Gae
「”찔러 뚫는)”」
그 자체가 강력한 마력을 띄는 말과 함께,
Bulga
「”죽음의 가시 창!”」
하단으로 쏘아진 창은, 소녀의 심장으로 내뿜어지고 있었다.
「!?」
뜨는 몸.
소녀는 창에 의해 튕겨나가, 크게 포물선을 그리며 지면으로 낙하아니, 착지했다.
「하윽, 크……!」
……피가 흐르고 있다.
지금까지 찰과상 하나 입지 않았던 소녀는, 그 가슴을 뚫려, 심하다 못해 엄청나기까지 한 양의 피를 흘리고 있었다.
「저주……아니, 지금 그건 인과의 역전인가!」
괴로운 듯이 목소리를 입 밖에 낸다.
……놀란 건 이쪽도 마찬가지다.
아니, 멀리서 보고 있었던 만큼, 그녀 이상으로 지금 그 일격이 기괴한 것이었다고 안다.
창은, 확실히 소녀의 발치를 노리고 있었다.
그 창이 갑자기 궤도를 바꿔서, 있을 수 없는 형태, 있을 수 없는 방향으로 뻗어, 소녀의 심장을 뚫었다.
하지만 창 자체는 늘어나지도 않았고 방향을 바꾸지도 않았다.
그 모습은, 마치 처음부터 소녀의 가슴에 창이 꽂혀있었다고 착각할 정도로,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그렇기에 기괴했다.
궤적을 바꿔서 심장을 뚫는다, 라는 간단한 것이 아니다.
창은 궤적을 바꾼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되도록 과정(사실)을 바꾼 것이다.
……그 진명과 함께 쏘아진 창은, 대전제로 이미 “심장을 꿰뚫고 있다”라는 “결과”를 가지고 만다.
즉, 과정과 결과가 거꾸로라는 거다.
심장을 꿰뚫고 있다, 라는 결과가 있는 이상, 창의 궤적은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부록에 지나지 않는다.
어떠한 방어도 돌파하는 마의 가시.
노린 시점에서 운명을 결정해 버리는, 쓰면『반드시 심장을 꿰뚫는』 창.
그런 엉터리 같은 일격, 누가 막을 수 있으랴.
적이 어떠한 회피행동을 취해도, 창은 반드시 심장에 도달한다.
그러므로 필살.
해방되면, 확실하게 적을 뚫는 저주의 창
하지만.
그것을, 소녀는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했다.
뚫리기는 했지만, 치명상은 면했다.
어떤 의미로, 창의 일격보다 소녀의 행동은 더 불가사의했다.
그녀는 창이 쏘아진 순간, 마치 이렇게 될 것을 알았던 것처럼 몸을 반전시켜, 온 힘을 다해 후퇴했던 것이다.
엄청난 행운인지, 창의 저주를 완화시킬 정도의 가호가 있었는지.
어쨌든 소녀는 치명상을 피했고, 필살의 이름은 땅에 떨어졌는데
「하아, 하」
소녀는 흐트러진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그 정도로 흐르고 있던 피는 멈추고, 뚫린 상처마저 아물어 간다
「——————」
차원이 다르다고 하는 것은 저런 것인가.
그녀가 보통이 아닌 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상식을 벗어나 있다.
랜서와 싸우는 기량도 그렇고, 일격마다 세게 때려 넣는 방대한 마력량도 그렇고,
이렇게 저절로 상처가 나아버리는 몸도 그렇고, 소녀는 분명히 랜서를 웃돌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아까까지의 이야기.
재생 중이라고는 해도, 소녀의 상처는 깊다.
이 상황에서 랜서가 공격해 들어오면, 그야말로 막지도 못하고 쓰러지겠지.
하지만.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에 있으면서, 랜서는 움직이지 않았다.
으득, 하고.
여기까지 들려올 정도로 이를 갈며 소녀를 노려본다.
게이볼그
「피했구나, 세이버. 나의 필살의 일격을」
땅 밑에서부터 울려오는 듯한 목소리.
「……!? 게이볼그?……당신은 아일랜드의 빛의 왕자인가!」
랜서의 얼굴이 흐려진다.
아까까지 보이던 적의는 엷어지고, 랜서는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실수했군. 이걸 쓴 이상 필살이 아니면 위험한데 말이지. 진짜, 너무 유명한 것도 생각해 볼 문제다」
중압이 엷어져 간다.
랜서는 상처 입은 소녀에게 재차 타격을 주지도 않고, 깨끗이 등을 보이고는, 마당 구석으로 이동했다.
「나의 정체가 알려진 이상, 둘 중 한 쪽이 사라질 때까지 한 판 붙는 게 서번트의 정석이지만……공교롭게도 우리 고용주는 겁쟁이라서 말이지. 창을 피했다면 돌아와라, 라고 지껄이는군」
「도망치는 거냐, 랜서」
「아아. 쫓아와도 상관없다, 세이버.
단그 때는, 결사의 각오를 품고 와라」
통, 하는 도약.
얼마나 몸이 가벼운지, 랜서는 어렵잖게 담을 뛰어넘어, 막을 새도 없이 사라졌다.
「기다려라, 랜서……!」
가슴에 상처를 입은 소녀는, 도망친 적을 쫓으려고 달리기 시작한다.
「바, 바본가, 저 녀석……!」
온 힘을 다해 마당을 횡단한다.
서둘러서 말리지 않으면 소녀는 뛰쳐나가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담을 뛰어넘으려고 하던 소녀는, 뛰려고 허리를 낮춘 그 순간, 괴로운 듯이 가슴을 누르며 멈춰 섰다.
「크」
바로 옆까지 달려가서, 그 모습을 관찰한다.
아니, 말을 걸려고 가까이 갔지만, 그런 건 그녀에게 다가간 그 순간에 잊었다.
「——————」
……아무튼, 뭐든지 전부 다 비현실적인 녀석이었다.
은색 광택을 내뿜는 방어구는, 가까이서 보자 틀림없는 무거운 갑옷이라고 알았다.
예스러운 옷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매끈하고 선명한 청색.
……아니, 그런 이유로 넋을 잃고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보다 몇 살 연하인 듯한 소녀는, 에엄청난 미인이었다.
월광에 비춰진 금색 머리카락은, 사금을 엎지른 듯 곱다.
아직 어린 티가 남은 얼굴은 기품이 있고, 흰 살갗은 보기만 해도 부드러울 것 같았다.
「——————」
말을 걸 수 없는 것은, 그런 상대의 아름다움에 숨을 삼키고 있는 것과 또 하나.
「어째서」
이 소녀가 싸워서 상처를 입고 있는 것인지, 매우 화가 치밀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강하고 갑옷으로 몸을 지키고 있어도, 여자애가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어딘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멍하니 소녀를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는 동안, 소녀는 다만 아무 말 없이 가슴에 손을 대고 있었다.
그것도 곧 끝났다.
아픔이 가신 건지, 소녀는 가슴에서 손을 떼고 얼굴을 든다.
똑바로 이쪽을 응시하는 눈동자.
거기에 뭐라고 답해야 할까, 하고 망설이다가, 그녀의 모습에 주의가 미쳤다.
「……상처가, 없어졌어……?」
심장을 벗어났다고는 해도, 그 창으로 가슴을 뚫렸는데도, 전혀 외상이 없다.
……치료 마술이 있다, 라고는 들었지만, 마술이 행해진 기척은 없었다.
즉 이 녀석은, 상처를 입어도 멋대로 낫는다는 건가
「윽」
그로 인해 머리가 전환됐다.
넋을 잃고 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 녀석은 무언가 터무니 없는 녀석이다. 정체를 모르는 채 긴장을 늦춰도 되는 상대가 아니다.
「너, 뭐 하는 녀석이냐」
반 보 정도 뒤로 물러나며 묻는다.
「? 뭐 하는 녀석이고 자시고, 서번트 세이버입니다.
……당신이 절 불러냈으니, 확인할 필요도 없겠죠」
조용한 목소리로, 눈썹 하나 까딱 않고 소녀는 말했다.
「서번트 세이버……?」
「네. 그러니 저는 세이버라 불러주세요」
선뜻 말한다.
그 말투는 겸손하고 정중하면서도 온화해서, 뭐랄까, 귀로 듣는 것 하나만으로 머리 속이 하얗게
「윽」
……잠깐, 뭘 동요하고 있는 거지, 난……!
「그, 그러니. 이상한 이름이구나」
뜨거워진 볼을 손으로 감추고, 뭔가 엄청나게 바보 같은 대답을 했다. 하지만 그 이외에 뭐라고 말하면 좋은 걸까. 그런 건 내가 알 리도 없고, 애초에 내가 누구인지 물었으니까 이름을 말하는 건 보통이지근데 그렇다면 이쪽도 언제까지고 안 밝히는 건 실례인 게 아닐까라든가.
「……나는 시로. 에미야 시로라고 하고, 이 집에 사는 사람이야」
정상이 아니다.
왠지, 더욱 얼빠진 대답을 하고 있는 거 아냐, 나.
아니 하지만, 이름을 들었으니 여하튼 내 이름도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 스스로도 혼란돼 있는 건 알고 있지만, 어떤 상대에게라도 이치에 맞게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다.
「——————」
소녀……세이버는 변함없이, 역시 눈썹 하나 까딱 않고, 혼란에 빠진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아니, 아냐. 지금 그건 아냐, 묻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니라, 그러니까 말이지」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정규 마스터가 아니로군요」
「에……?」
「하지만, 그래도 당신은 저의 마스터입니다. 계약을 맺은 이상, 당신을 배신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경계할 필요는 없어요」
「으……?」
위험하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듣고 있으면서 하나도 모르겠다.
알고 있는 것은, 그녀가 나를 마스터라는, 터무니 없는 말로 부르고 있다는 것 정도.
「아니. 나, 마스터라는 이름이 아닌데」
「그럼 시로라고 부르죠. 예, 저로서는, 이 발음 쪽이 마음에 드는군요」
「윽…………!」
그녀에게 시로라고 불린 그 순간, 얼굴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는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만난 사람이라면 이름이 아니라 성으로 부르잖아, 보통……!?
「잠깐 기다려, 왜 그 쪽을」
「아야……!」
갑자기, 왼손이 저려왔다.
「아, 뜨거……!」
손등이 뜨겁다.
마치 발화하고 있는 것 같은 열을 가진 왼손에는,
문신 같은, 이상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아」
「그건 령주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시로.
우리들 서번트를 규제하는 3개의 명령권이며, 마스터로서의 생명이기도 하죠.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피하도록 하세요」
「너, 너」
대체 뭐냐, 라고 이번에야말로 추궁하려고 한 마침 그 때, 그녀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시로, 상처의 치유를」
차가운 목소리로 말한다.
그 의식은 나에게 향해진 것이 아니라, 멀리담 저편에 향해져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치료라니, 나한테 어쩌라는 거지……?
「잠깐, 설마 나한테 하는 말이야? 미안하지만 그런 어려운 마술은 모르고, 거기다 벌써 나았잖아, 그거」
세이버는 약간 눈썹을 찌푸린다.
……왠지, 엄청나게 잘못된 소리를 한 듯한 생각이 든다.
「……그럼 이대로 임하겠습니다. 자동수복은 외면을 감싸기만 하는 겁니다만, 앞으로 한 번 정도의 전투라면 지장은 없겠죠」
「……? 한 번이라니, 뭐가」
「밖에 있는 적은 두 명. 이 정도 중압이라면, 몇 초 안에 쓰러뜨릴 수 있는 상대입니다」
말하고는, 세이버는 가볍게 도약했다.
랜서와 마찬가지로, 담을 뛰어넘어서 밖으로 나간다.
뒤에 남은 것은, 뜰에 남겨진 나뿐이었다.
「……밖에, 적?」
말로 한 그 순간, 그것이 어떤 것인지 이해했다.
「잠깐 기다려, 아직도 싸우려는 거냐, 너……!」
몸이 움직인다.
앞뒤 생각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문으로 달렸다.
「헉, 헉, 하!」
문까지 달려가서, 허둥대는 손가락으로 빗장을 풀고 뛰쳐나온다.
「세이버, 어디지……!?」
어두운 밤에 뚫어지게 바라본다.
이럴 때 꼭 달은 가려져, 주위는 어둠에 갇혀있다.
하지만
바로 근처에서 소리가 났다.
「거긴가……!」
인기척이 없는 샛길로 달려간다.
그것은, 한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본 기억이 있는 붉은 남자와 세이버가 대치하고 있다.
세이버는 주저하지 않고 붉은 남자에게로 돌진해서, 일격으로 상대의 자세를 무너뜨리고
손쉽게 붉은 남자를 베어 쓰러뜨렸다.
숨통을 끊으려는 듯 팔을 쳐드는 세이버.
하지만, 붉은 남자는 목을 베이기 전, 강력한 마술의 발동과 함께 소실되었다.
세이버는 멈추지 않는다.
그대로, 남자 뒤쪽에 있던 상대에게로 질주해서,
그리고적이 쏜 대마술(大魔術)을, 아무렇지도 않게 소멸시켰다.
「그런」
강하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너무 압도적이다.
지금 그 마술은, 나 따위는 발 밑에도 못 따라갈 정도의 간섭마술이다.
위력뿐이라면 키리츠구도 밀리진 않지만, 저 정도 자연간섭을 노 타임으로 행하다니, 일류 마술사라도 가능할지 어떨지.
하지만, 그런 달인 클래스 마술조차, 세이버는 싱겁게 무효화시켰다.
적은 마술사인지, 그걸로 승부는 결정 났다.
마술사의 공격은 세이버에게는 통용되지 않고, 세이버는 용서 없이 마술사에게 덤벼든다.
툭, 하고 엉덩방아를 찧는 소리.
기적적으로 세이버의 일격을 피하기는 했지만, 적은 그걸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세이버는 적을 몰아넣고, 그 보이지 않는 검을 들이댄다.
「——————」
의식이 얼어붙는다.
한 순간, 달이 나와주었기 때문이겠지.
세이버가 몰아넣고 있는 상대가 인간이라고 알아챌 수 있었다.
그것이 누구인가 까지는 모르지만, 사람을 죽여서 튄 피를 뒤집어 쓴 세이버의 모습만이, 순간 뇌리에 그려졌다.
「——————」
세이버의 몸이 움직인다.
그 손에 든 “무언가”로, 상대의 목을 꿰뚫으려
「그만 둬 세이버 ——————!!!!!!」
최대한, 있는 힘껏 외쳤다.
딱 멈추는 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보이지 않는 검 끝은, 아직 상대의 피로 젖어 있지는 않았다.
「……그만 둬. 부탁이니 그만 둬 줘, 세이버」
세이버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그녀를 막으려면 온 힘을 다해 덤비지 않으면 막을 수 없다, 라고 각오하고.
「왜 말리는 거죠, 시로. 그녀는 아쳐의 마스터입니다. 여기서 숨통을 끊어놓지 않으면 안 되는데요」
아니다, 세이버는 역시 그만 둘 생각이 없다.
내가 말하고 있으니까 멈추고 있을 뿐이고, 금방이라도 검을 휘두르려 하고 있다……!
「그, 그러니까 기다리라고 하고 있잖아! 나를 마스터인지 뭔지로 부르고 있는데,
이쪽은 전혀 모르겠단 말야. 나를 마스터라고 부른다면, 조금은 설명하는 게 도리잖아……!」
「………」
세이버는 대답하지 않는다.
조용히 나를 응시하며 가만히 서 있을 뿐이다.
「순서가 틀렸잖아, 세이버. 나는 아직 네가 무엇인지 몰라. 하지만 얘기해 준다면 들을 테니까, 그런 짓은 그만 둬 줘」
「…………」
세이버는 침묵하고 있다.
쓰러져 있는 상대에게 검을 들이댄 채, 납득이 가지 않는 듯이 나를 응시한다.
「그런 짓, 이라는 건 어떤 짓입니까.
당신은 함부로 사람을 상처 입히지 마라, 라는 이상론을 드는 겁니까」
「에……?」
함부로 사람을 상처 입히지 말라고……?
아니, 물론 가능한 한 싸움은 피해야 하지만, 습격해 온 상대에게 온정을 베풀 정도로 호인은 아닌데, 나.
「즉 당신은, 적이더라도 목숨을 끊지는 말라고 말하고 싶은 거죠?
그런 말에는 따를 수 없습니다. 적은 쓰러뜨리는 것이죠. 그래도 그만 두라고 한다면, 령주를 써서 나를 규제하세요」
「? 아니, 그런 짓이라는 건 너 말이야. 여자애가 검 같은 거 휘두르는 게 아냐. 상처를 입었다면 더욱 그렇지.
……아, 그런가, 정말로 검을 들고 있는지 어떤지는 몰랐었지아아 아니, 어쨌든 여자애니까, 그런 건 안 돼!」
「——————」
찰나. 독기가 빠진 듯이, 딱 하고 세이버는 입을 벌렸다.
그런 상태인 채, 얼마나 시간이 흐른 걸까.
「………그래서? 언제가 되면 검을 거둬 주시는 걸까, 세이버 씨는」
갑자기, 엉덩방아를 찧고 있던 누군가가 말했다.
「!」
순간 원래대로 돌아가서, 검에 힘을 넣는 세이버.
「포기하세요. 적을 앞에 두고 거둘 검은 없습니다」
「당신의 마스터는 거두라고 하는데?
헤에, 세이버쯤 되는 서번트가 주인에게 거역하는구나」
「——————」
으득, 하고 이를 깨문 뒤.
세이버는 검을 내리고, 손바닥에서 힘을 뺐다.
그걸로 검은 집어넣어진 건지, 세이버로부터 살기가 사라진다.
「그래. 그럼 일어서도 괜찮지, 나」
엉덩방아를 찧고 있던 누군가가 일어난다.
팡팡, 하고 엉덩이를 털고 있는 걸 보니, 뭐랄까 넉살 좋다.
……아니, 잠깐, 기다려.
아?아, 라고 하기라도 할 듯이 부루퉁해져 있는 건, 에, 틀림없이, 에에에 ? ? ? ? !
「너, 너, 토오사카……?!」
「응, 안녕, 에미야 군」
생긋, 하고 극상의 미소로 대답하는 토오사카 린.
「아으?」
거기엔, 당황했다.
그런 아무렇지도 않은 인사를 받으면, 지금까지 일어난 이상한 사건들이 거짓말 같은 생각이 들어서, 아아 아니, 그러니까 에, 이미 머리가 펑크 날 것 같다고 할까, 아예 펑크 났으면 얼마나 편할까!
「아아, 아니, 그러니까, 에에 즉, 아까 그 마술은 토오사카가 썼다는 거니까, 즉」
「마술사라는 거잖아? 뭐, 서로 비슷한 입장이니까 숨길 필요도 없지」
「으」
그러니까, 그렇게나 확실히 말해버리면 묻는 이쪽이 얼간이 같잖아
「됐으니까 얘기는 안에서 하자. 어차피 아무것도 모르잖아, 에미야 군은」
선뜻 말하고는, 토오사카는 척척 문으로 걸어간다.
「에기다려 토오사카, 무슨 생각하는 거야, 너……!」
그러자
돌아본 토오사카의 얼굴은, 아까까지 보이던 웃는 얼굴과는 다른 것이었다.
「바보네,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어. 그러니 이야기를 하자고 하잖아.
에미야 군, 갑작스러운 사태에 놀라는 것도 좋은데,
솔직히 인정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는 때도 있어. 덤으로 지금이 그 때라고 알고 있어?」
번뜩, 하고 적의를 담아 노려본다.
「윽」
「알면 됐어. 그럼 갈까, 에미야 군네 집에」
토오사카는 에미야 가의 문을 들어선다.
「……왠지 엄청 화났는데, 저 녀석……」
아니,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여하튼 방금 전까지 검이 들이대지고, 목숨을 뺏길 뻔 했으니까.
「아니, 그렇다고는 해도」
왠지, 학교에서의 토오사카와는 이미지가 180도 다른 건 기분 탓일까…….
그래서, 왜인지 이상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눈앞에는 척척 걸어가는 학교의 아이돌, 일단은 동경하고 있기도 했던 여자애인 토오사카 린이 있고,
등뒤에는 말없이 따라오는 금발 소녀, 자신을 서번트라고 밝힌 세이버가 있다.
「………………」
아.
어쩐지, 복도가 이차원공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얼간이로 있을 수는 없다.
나도 아직 한 사람 몫을 못 한다고는 해도 마술사다.
마찬가지로 마술사인 듯 한 토오사카가 이렇게까지 당당하게 있으니, 나도 정신 차리지 않으면 업신여겨진다.
……라고는 해도, 내가 짐작할 수 있는 건 약간 정도다.
우선, 뒤에 따라오고 있는 세이버.
그녀가 나를 마스터라고 부르고, 계약했다고 하는 이상 패밀리어 부류인 건 틀림없다.
패밀리어라는 것은, 마술사를 돕는 가정부 같은 존재라고 듣는다.
대개는 마술사의 몸의 일부를 타자(他者)에게 이식해서, 분신으로 사역하는 것을 말한다던가.
이 경우, 분신으로 삼는 타자는 작은 동물이 기본이다.
단순히, 고양이나 개라면 의식을 지배하는 것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는 인간을 패밀리어로 삼는 마술사도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 한 사람을 끊임없이 속박할 정도 되는 마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인간 한 사람을 지배하는 마력 같은 걸 상시 쓰고 있으면,
그 마술사는 마력의 대부분을 패밀리어의 유지에 소비하게 된다.
그래서야 본말전도다.
패밀리어라는 것은 마술사의 도움이 되는 것.
가능한 한 마술사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사역하는 데에 그다지 힘을 쓰지 않는 작은 동물이 적임으로 여겨진다.
……확실히 그렇게 배웠는데, 그러나.
「? 무슨 일 있나요, 시로」
「……아아, 아니, 아무 것도 아냐」
……세이버는 아무리 봐도 인간이다. 그것도 분명히 주인인 나보다 뛰어나다.
그런 상대를 속박할 마력 같은 건 나한테는 없고, 애초에 패밀리어를 사역할 정도의 마술회로도 없다.
「…………」
그러니, 틀림없이 세이버는 패밀리어와는 비슷하면서 다른 존재일 터.
그녀는 자신을 서번트라고 밝혔다.
그게 어떤 것인지는 모르지만, 저 랜서라고 하는 남자도, 토오사카가 데리고 있었던 붉은 남자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하면, 토오사카도 마스터라고 불리는 사람일 것이다.
저 녀석의 뛰어난 마술은 아까 살짝 엿봤다.
내가 반쪽 짜리라고 하면, 토오사카는 3인분……이라고나 할까,
애초에 강화 마술밖에 쓸 수 없는 나와 다른 마술사를 비교해 봐야 별 수 없다.
어쨌든, 토오사카 린은 엄청난 마술사다.
영적으로 뛰어난 땅에는, 그 땅을 관리하는 마술사의 가계가 있다.
에미야 가는 키리츠구 대부터 이 도시에 왔으니까, 말하자면 이방인이다.
그러니 토오사카가 마술사라고 몰랐고, 토오사카 쪽도 내가 마술을 배우고 있다, 라고 몰랐던 게 틀림없다.
……이 도시에는, 내가 모르는 마술사가 복수 있다.
랜서인지 하는 녀석도 다른 마술사의 패밀리어라고 하면, 나는 요컨대, 마술사끼리 벌이는 싸움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걸까
「헤에, 꽤 넓네. 일본 풍이라는 것도 신선한데. 아, 에미야 군, 여기가 거실?」
이라고 말하면서 거실에 들어가는 토오사카.
「………………」
생각하는 건 여기까지다.
일단 토오사카에게 이야기를 듣자.
불을 켠다.
시계는 오전 1시를 넘어서 있었다.
「우와, 추워! 뭐야, 유리창 전부 깨졌잖아」
「어쩔 수 없잖아, 랜서라는 녀석이 습격해 왔다구. 형편 따지게 생겼냐」
「아, 그런 거구나. 그럼 세이버를 불러낼 때까지, 혼자서 그 녀석이랑 한 판 벌이고 있었어?」
「한 판 벌이지 않았어. 그저 일방적으로 당했을 뿐이지」
「흐응, 괜히 허세 안 부리네. ……그래, 정말 겉모습 그대로구나, 에미야 군은」
뭐가 기쁜 건지, 토오사카는 깨진 창유리 쪽으로 걸어간다.
「?」
토오사카는 유리 파편을 손에 들고, 아주 잠깐 찬찬히 관찰하곤
「Minuten vor Schweißen」
푹, 하고 손가락 끝을 베서, 유리에 피를 떨궜다.
「!?」
그건 어떤 마술인지.
산산이 깨져 있던 창유리는 하나로 맞춰져서, 몇 초 걸리지도 않고 원래대로 되어버렸다.
「토오사카, 지금 그거」
「대수롭지 않은 데몬스트레이션이야. 살려준 답례는 못 되겠지만, 일단 이치에 맞게 행동해야지」
「……뭐, 내가 안 해도 그 쪽이 고쳤겠지만, 이런 거 마력의 낭비잖아?
사실은 창유리 같은 건 갈아 끼면 그만이지만, 이렇게 추운 데서 얘기하는 것도 뭣하고」
당연한 듯이 말한다.
하지만, 말할 필요도 없이, 그녀의 실력은 내 이해 밖이었다.
「아니, 대단한데, 토오사카. 나는 그런 거 못 하니까 말야. 고쳐줘서 고마워」
「? 못 한다니, 그럴 리가 없잖아?
유리를 다루는 건 초보 중의 초보인걸. 겨우 몇 분 전에 깨진 유리의 수복 같은 건, 어느 학파에서도 입문시험 같은 거잖아?」
「그런 거야? 나는 아버지한테밖에 배운 적이 없어서, 그런 기본이라던가 초보라던가 하는 건 몰라」
「하아?」
딱, 하고 움직임을 멈추는 토오사카.
……아차. 뭔가, 말해선 안 되는 것을 말해버린 듯 하다.
「……잠깐만. 그럼 뭐야, 에미야 군은 자기 공방 관리도 못하는 반쪽 짜리란 말이야?」
「……? 아니, 공방 같은 거 없는데 나」
……아?, 뭐 단련장소로 광이 있지만, 그걸 공방이라고 하면 토오사카 녀석 진짜로 화낼 것 같고.
「…………설마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확인해 둘게. 혹시 너, 오대원소의 취급이라던가,
패스를 만드는 방법 같은 것도 몰라?」
응, 하고 순순히 끄덕였다.
「………………」
우와, 무서워라.
애초에 미인인 만큼 침묵하면 엄청 박력 있다, 이 녀석.
「뭐야. 그럼 너, 전혀 몰라?」
「그렇지는 않아. 일단, 강화 마술 정도는 쓸 수 있어」
「강화라니……또, 정말 어중간한 걸 쓰는구나. 그래서, 그 이외엔 통 아니라고?」
번뜩, 하고 노려보는 토오사카.
「……뭐, 단적으로 말하면, 아마도」
정말이지 시선이 아파서, 정말 애매한 대답을 해 버렸다.
「하아. 어째서 이런 녀석한테 세이버가 소환되는 거야, 정말」
푹, 하고 한숨을 쉰다.
「…………음」
왠지, 부아가 치민다.
나라고 놀고 있었던 게 아니다.
이쪽이 미숙한 건 사실이지만, 그거랑 이건 이야기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뭐, 좋아. 이미 결정된 일에 불평을 늘어놔 봐야 소용 없지.
그런 것보다, 지금은 빚을 갚아야지」
후우, 하고 한숨을 쉬는 토오사카.
「그럼 얘기를 시작하겠어.
에미야 군, 자신이 어떤 입장에 놓였는지 모르지」
「——————」
끄덕, 하고 수긍한다.
「역시. 뭐, 첫눈에 알았지만, 일단 확인해 둬야지. 아는 상대에게 설명하는 건 좋게 작용할 리가 없는 마음의 여유니까」
「?」
뭔가, 지금 이상한 표현을 들은 듯한 생각이 들지만, 여기서 이야기에 끼어들었다간 맞을 것 같아서 입을 다물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에미야 군은 마스터로 선택되었어.
어느 쪽이든 손에 성흔이 있지? 손등이라든가 팔이라든가, 개인차는 있지만 3개의 령주가 새겨져 있을 거야. 그게 마스터인 증거야」
「손등이라니……아아, 이건가」
「그래. 그건 서번트를 다루는 주문이기도 하니까 소중히 해. 령주라고 하는데, 그게 있는 한 서번트를 따르게 할 수 있어」
「……? 있는 한이라니, 무슨 말이야」
「령주는 절대명령권이야. 서번트에게는 자유의사가 있다고 눈치채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걸 꺾고 절대로 말한 걸 지키게 하는 주문이 그 각인」
「발동에는 주문이 필요 없고, 네가 령주를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발동해.
단지 한 번 쓸 때마다 하나씩 줄어드니까, 쓰려면 2번만으로 그치도록 해.
그리고, 그 령주가 없어지면 에미야 군은 죽을 테니까, 가능한 한 주의해」
「에……내가, 죽어————?」
「그래. 마스터가 다른 마스터를 죽이는 것이 성배전쟁의 기본이야.
그렇게 다른 6명의 마스터를 죽인 마스터에게는, 소원을 이뤄주는 성배가 주어져」
「뭐————라고?」
잠, 잠깐만 기다려 봐.
토오사카 녀석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마스터는 마스터를 쓰러뜨린다, 라던가.
그렇게 마지막에는 성배가 손에 들어온다던가……잠깐, 성배라니, 애초에 그 성배 말인가……!?
「아직 못 알아 듣겠어? 요컨대 말야, 넌 어떤 게임에 말려든 거야.
성배전쟁이라고 하는, 7명의 마스터의 생존경쟁. 다른 마스터를 한 사람도 남김없이 죽일 때까지 끝나지 않는, 마술사끼리의 죽고 죽이는 싸움에」
그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일인 양, 토오사카 린은 잘라 말했다.
「————————」
머리 속에서, 방금 들은 단어들이 맴돈다.
마스터에 선택된 자신.
마스터라고 하는 토오사카.
서번트라고 하는 패밀리어.
————그리고.
성배전쟁이라고 하는, 다른 마술사와의 죽고 죽이는 싸움————
「기다려 봐. 뭐야 그거, 갑자기 무슨 말 하냐, 너」
「마음은 알겠지만, 나는 사실을 말할 뿐이야.
……거기에 너도, 마음 속으로는 이해하고 있는 거 아냐?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서번트에게 죽을 뻔 하고, 자신은 이제 피해갈 수 없는 입장이라고」
「————————」
그건.
확실히, 나는 랜서라고 하는 녀석한테 죽을 뻔, 했지만.
「아, 아니구나. 죽을 뻔 한 게 아니라 죽었었지. 잘도 되살아났네, 에미야 군」
「————」
죽을 뻔 한 게 아니라, 죽었다.
……그렇다.
나는 그 창을 든 남자에게 죽었다.
지금 이 상황에 놀라는 것보다 먼저, 나는 자신이 살아있다, 라는 것에 놀라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가슴에 뚫린 상처.
……흘러나가는 혈액.
……엷어져 가는 체온.
그리고,
그 구렁에서 들었던, 너무나도 깨끗했던 누군가의 목소리———
「납득이 갔어? 진작에 너는 그런 입장이 돼 있는 거야.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서 도망칠 수는 없고, 너도 마술사라면 각오 정도는 돼 있겠지?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게 우리들이라고 말야」
내가 곤혹해 하는 모습이 유쾌한지, 토오사카는 기분이 매우 좋다.
「————————」
……아아, 각오 정도는 분명히 돼 있다.
하지만, 그 전에.
「……토오사카, 내가 랜서한테 죽은 걸 알고 있는 거야……?」
어째서 그걸, 그녀가 알고 있는 것인지가 신경 쓰였다.
「———칫. 조금 너무 신냈나」
왠지, 노골적으로 수상한 기색을 보인다.
「지금 그건 그저 추측이야. 시시한 거니까 잊어」
「……시시한 게 아니라구.
나는 그 때, 누군가에게———」
「됐으니까! 그런 것보다, 자신이 놓인 상황을 더 알란 말야.
너도 7명 마스터 중 1명, 성배전쟁의 주역이니까」
토오사카는 내 시선에서 도망치듯이 등을 돌리고, 교단에 선 교사처럼 거실을 거들먹거리며 걷는다.
「알겠어? 이 도시에서는 수십 년에 한 번, 7명의 마스터가 골라지고, 각자 서번트를 받아.
마스터는 자신의 수족인 서번트를 행사해서, 다른 마스터를 부숴가는 거야.
———이게 성배전쟁이라고 불리는 의식의 룰이야」
「나도 마스터로 선택된 한 사람.
그러니까 서번트와 계약했고, 너도 세이버와 계약했어.
에미야 군은 자신이 세이버를 불러낸 건 아닌 것 같지만, 원래 서번트라는 건 성배가 주는 패밀리어니까. 에미야 군 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마술사가 마스터가 되는 일도 있을 수 있어」
「…………」
토오사카의 설명은 너무 간결해서, 실감을 얻기에는 너무 흐릿했다.
그래도 하나만은, 아까부터 의문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있다.
「……잠깐만 기다려 봐. 토오사카는 세이버를 패밀리어라고 하지만, 나한테는 그렇게는 생각되지 않는데.
그럴 것이 패밀리어라는 건 고양이라던가 새잖아. 그거야 사람 유령을 쓰는 녀석도 있다고는 하지만, 세이버는 몸도 제대로 있어. 거기에, 그———도저히, 패밀리어 따위로는 안 보여」
살짝 세이버를 훔쳐 본다.
세이버는 나와 토오사카의 대화를, 그냥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 모습은 정말로 인간 그 자체다.
정체는 알 수 없지만, 자신과 그렇게 나이가 떨어져 있지 않은 여자아이.
「패밀리어 말이지———뭐, 서번트는 그 분류에 들어가긴 하지만, 위치가 차원이 달라. 뭐니뭐니해도 거기에 있는 그녀는 말야, 패밀리어로서 최강이라고 불리는 고스트 라이너니까」
「고스트 라이너……? 그럼 그, 역시 유령이란 말야?」
「유령……비슷한 거지만, 그런 거랑 똑같이 취급하면 세이버한테 죽을걸.
서번트는 육체를 받은 과거의 영웅, 정령에 가까운 인간 이상의 존재니까」
「————하아? 육체를 받은 과거의 영웅?」
「그래. 과거든 현대든, 어쨌든 사망한 전설 상의 영웅을 이렇게 끌어와서, 실체화시키는 거야」
「뭐, 불러들이는 것까지가 마스터의 역할이고, 남은 실체화는 성배가 해 주지만 말야.
혼에 형태를 부여하는 건 일개 마술사한테는 불가능한걸. 여긴 강력한 아티팩트의 힘에 의지하는 거지」
「잠깐만. 과거의 영웅이라니, 에에……!?」
세이버를 본다.
그렇다면 그녀도 영웅이었던 인간인 건가.
아니, 그거야 확실히, 저런 차림을 한 인간은 현대에는 없지만, 그렇다고 쳐도———
「그런 건 불가능해. 그런 마술, 들은 적도 없는데」
「당연해, 이건 마술이 아닌걸. 어디까지나 성배에 의한 현상이라고 생각을 해.
그렇지 않으면 혼을 재현해서 고정화시키다니 가능할 리가 없잖아」
「……혼의 재현이라니……그럼 그, 서번트는 유령이랑은 다른 거야……?」
「달라. 인간이건 동물이건 기계이건, 위대한 공적을 남기면 윤회의 사슬에서 벗어나서,
한 단계 위로 승화된다는 이야기, 들은 적 없어?
영령이라는 건 그런 녀석들이야.
요컨대 숭앙되고 받들어져서, 의사적인 신이 된 자들이지」
「강령술이라던가 공수라던가, 그런 일반적인 “영을 다루는 마술”은 의 힘의 일부를 빌려서 기적을 일으키잖아.
하지만 이 서번트라고 하는 건 영령 본체를 직접 데려와서 패밀리어로 하는 거야.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영체로 옆에 있지만, 필요하면 실체화시켜서 싸우게 할 수 있다는 거지」
「아니, 그 녀석은 우리 집 소환진에서 상처를 치유하고 있는 중이야. 아까 세이버한테 당했잖아.
그것도, 조금만 더 강제철거가 늦었으면 목을 베여서 소멸했을걸」
「알겠어? 서번트를 쓰러뜨릴 수 있는 건 같은 영체인 서번트 뿐이야. 물론 상대가 실체화한 상태면 이쪽 공격도 맞으니까, 잘만 하면 쓰러뜨릴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서번트는 전부 괴물이잖아? 그래서 괴물 상대는 괴물한테 맡겨두고,
마스터는 후방지원을 한다는 게 정석이지」
「…………음」
토오사카의 설명은, 어딘가 마음에 안 든다.
괴물괴물이라니, 다른 서번트는 어떤지 몰라도, 세이버한테는 그런 표현을 끼워 맞추지 말았으면 좋겠다.
「어쨌든 마스터가 된 인간은, 소환한 서번트를 써서 다른 마스터를 쓰러뜨리지 않으면 안 돼.
그건 이해됐어?」
「……말만이라면. 하지만, 납득은 가지 않아. 애초에 그런 악취미한 짓을 누가, 무엇을 위해 시작한 거야」
「그건 내가 알아야 할 일도 아니고, 대답해 줄 일도 아니야.
그런 건 어차피, 성배전쟁을 감독하고 있는 녀석한테 제대로 들어.
내가 가르쳐줄 수 있는 건 말야, 너는 이제 싸울 수 밖에 없고,
서번트는 강력한 패밀리어니까 잘 써라, 라는 것 뿐이야」
토오사카는 거기까지 말하고, 이번엔 세이버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그럼. 에미야 군한테 이야기를 듣기로는 당신은 불완전한 상태인 것 같네, 세이버. 마스터로서 소양이 없는 견습 마술사한테 소환돼서」
「……네. 당신의 말대로, 나는 만전의 상태가 아닙니다.
시로에게는 나를 실체화시킬 만큼의 마력이 없기 때문에, 영체로 돌아가는 것도, 마력의 회복도 어렵겠죠」
「……놀랐어. 그렇게까지 심한 것도 그렇지만, 당신이 솔직히 대답해 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어떻게 약점을 알아낼까 정도 생각이었는데」
「적에게 약점을 간파 당하는 것은 본의가 아니지만, 당신의 눈은 속일 수 있을 것 같지 않군요.
이쪽 카드를 숨겨도 의미는 없겠죠.
그렇다면 당신이 알게 하는 걸 통해서, 시로에게 보다 깊이 현재 상황을 이해시키는 쪽이 좋습니다」
「정답. 품격도 충분하고. ……아아 정말, 점점 더 아까워.
내가 세이버의 마스터였다면, 이런 싸움 이긴 거나 마찬가지인데!」
분한 듯이 주먹을 쥐는 토오사카.
「음. 토오사카, 그거 나한테는 안 어울린다는 말이냐」
「당연하잖아, 엉터리」
우와. 마음 있는 사람이라면 말하기 힘든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어, 지금.
「뭐? 아직 무슨 질문 있어?」
그것도 자각 없고.
학교에서의 우등생 같은 이미지가 우르르르 무너져 간다.
……대단하다, 잇세. 확실히 토오사카는, 귀신 같이 용서가 없어.
「자. 얘기가 마무리 되었으니 슬슬 갈까」
하고.
토오사카는 갑자기, 영문 모를 소리를 했다.
「? 간다니 어디로?」
「그러니까, 네가 말려든 이 게임……”성배전쟁”을 잘 아는 녀석을 만나러 가는 거야.
에미야 군, 성배전쟁의 이유에 대해서 알고 싶은 거잖아?」
「———그건 당연하지. 하지만 그건 대체 어디야. 벌써 이런 시간이고, 너무 먼 데는」
「괜찮아, 바로 옆에 있는 도시니까 서두르면 새벽까지는 돌아올 수 있어.
거기에 내일은 일요일이니까, 별로 밤 늦게까지 깨 있어도 괜찮잖아」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라」
단지 오늘은 이런저런 일들이 있어서 지쳤으니, 조금 쉬면서 일어난 일을 정리하고 싶을 뿐인데.
「뭐야, 안 가는 거야? ……뭐 에미야 군이 그렇게 말한다면 괜찮지만, 세이버는?」
왜인지 세이버의 의견을 묻는 토오사카.
「잠깐, 세이버는 관계 없잖아. 너무 강요하지 마」
「오, 벌써 마스터로서의 자각은 있네. 내가 세이버랑 얘기하는 거 싫어?」
「그, 그럴 리가 있냐! 단지 토오사카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세이버는 옛 영웅이잖아. 그럼 이런 현대에 불려 나와서 뭐가 뭔지 모를 거야.
그러니까———」
「시로, 그건 아니에요. 서번트는 인간의 세상이라면, 어떠한 시대에도 적응합니다
. 그러니 이 시대도 잘 알고 있어요」
「에————알고 있다니, 정말로?」
「물론. 이 시대에 소환된 것도 한 번이 아니니까요」
「에———」
「거짓말, 얼마나 되는 확률이야, 그게……?!」
아, 토오사카도 놀라고 있다.
……그렇다는 건, 세이버가 말한 것은 엄청난 일인가.
「시로, 나는 그녀에게 찬성입니다. 당신은 마스터로서 지식이 너무 없어요.
당신과 계약한 서번트로서, 시로는 강해져 주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세이버는 조용히 응시해 온다.
……그건 세이버 자신이 아니라, 내 몸을 걱정하는, 온화한 시선이었다.
「……알았어. 가면 되잖아, 가면.
그래서, 그게 어디야, 토오사카. 충분히 돌아올 수 있는 곳이겠지?」
「물론. 행선지는 옆 도시의 코토미네 교회. 거기가 이 싸움을 감독하고 있는, 사이비 신부가 있는 곳이야」
빙긋, 하고 짓궂은 웃음을 흘리는 토오사카.
저건 아무것도 모르는 날 휘두르면서 즐기고 있는 얼굴이다.
「……………………」
편견이지만.
저 녀석 성격, 어딘가 문제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데…….
밤 거리를 걷는다.
심야 1시를 지나, 밖에 나돌아다니는 사람은 전무하다.
집들의 불도 꺼져서, 지금은 가로등만이 잠든 도시를 비추고 있다.
「있잖아, 토오사카. 관계없는 걸 묻겠는데, 걸어서 신토까지 갈 생각이냐」
「그런데? 왜냐면 전철도 버스도 이제 안 다니니까. 괜찮잖아, 가끔은 밤에 산책하는 것도」
「그러냐. 일단 묻겠는데, 신토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알고 있냐?」
「에, 걸어서라면 1시간 정도일까. 뭐, 늦어지면 돌아올 때는 택시라도 타면 되겠지」
「그런 데에 필요 이상으로 돈을 쓸 수는 없고,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여자애가 밤에 나다니는 건 좋지 않다는 거지. 최근에 위험한 건 알고 있잖아. 만에 하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책임 못 져, 나」
「안심해, 상대가 어떤 녀석이던지 별 문제가 안 돼. 에미야 군은 잊고 있는 것 같지만, 거기 있는 세이버는 터무니 없이 강하시니까」
「아」
그러고 보면 그렇다.
지나가는 사람을 습격하는 악인이던 뭐던, 세이버한테 손을 댔다가는 그야말로 오히려 당하겠지.
「린. 시로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거죠. 저한테는 이해되지 않았는데」
「에? 아니, 굉장한 착각이라고 할까, 엄청난 바보라고 할까. 아무래도 우리들이 치한한테 습격 당하면 에미야 군이 구해준다는 것 같아」
「그런, 시로는 나의 마스터. 그래서야 입장이 거꾸로지 않습니까」
「그런 거 생각 안 하고 있는 거 아냐? 마술사라던가 서번트라던가 아무래도 좋다는 것 같은데. 저 녀석 머리 속, 한 번 까 보고 싶어졌어—」
「………………」
토오사카와 세이버는 모르는 새 이야기를 할 정도로 사이가 좋아졌다.
세이버는 어떤가 하면, 외출할 때 그 모습인 채로 나가려고 하는 걸 말렸을 때부터 아무 말이 없다.
절대로 갑옷은 못 벗는다, 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비옷을 입혔더니, 더더욱 말수가 줄어버렸다.
지금은 뚜벅뚜벅 내 뒤를 따라오며, 토오사카에게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라? 어느 쪽으로 가는 거야, 에미야 군. 그 쪽, 길이 다른 거 아냐?」
「다리로 가면 되잖아. 그럼 이쪽이 지름길이야」
둘이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는 건 매우 저항이 있었기에, 빠른 발걸음으로 옆길로 들어갔다.
둘은 불만 없이 따라온다.
강변 공원으로 나왔다.
저 다리를 건너서, 옆 도시인 신토로 가는 것인데———
「헤에, 이런 길 있었구나. 그래, 다리에는 공원에서도 갈 수 있으니까, 공원으로 오면 되는 거네」
들뜬 목소리로 다리를 올려다보는 토오사카.
밤이 된 공원, 이라는 장소 탓일까.
다리를 올려다보는 토오사카의 옆얼굴은, 학교에서 봤을 때보다 예쁘게 보여서, 곤란하다.
「됐으니까 가자. 별로 놀러 온 것도 아니니까」
공원에서 멈춰 서 있는 토오사카를 재촉해서 계단을 올라간다.
다리 옆 보도에만 도착하면, 뒤는 신토까지 일직선이다.
다리의 보도에는 사람 그림자는 없다.
그것도 당연한 것이, 낮에조차 여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적은 것이다.
옆 도시까지는 버스나 전철로 가는 게 보통이라, 이 보도는 그다지 사용되지 않는다.
여하튼 거리가 너무나도 길고, 아무래도 튼튼하게 만든 것 같지 않다고 할까,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듯한 기우를 가지게 한다고 할까.
로케이션으로는 불만 없을 정도인데 데이트 코스로 사용되지 않는 것도, 그런 게 원인이겠지.
「……바보 같군. 무슨 생각하는 거냐, 난」
아무 말 없이 뒤에 따라오는 세이버와, 바로 옆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토오사카.
그 두 사람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어쨌든 조금이라도 빨리 다리를 건너려고 발을 빨리 했다.
다리를 건너자, 토오사카는 교외로 안내했다.
신토라고 하면 역전의 오피스 거리 밖에 머리에 떠오르지 않지만, 역에서 멀어지면 옛날부터 있는 거리가 남아 있다.
교외는 그 중에서도 으뜸가는 곳이다.
완만하게 계속되는 오르막길과, 바다를 향하는 높은 지대.
오르막길을 올라갈수록 건물의 수가 줄어가고, 언덕 사면에 세워진 외국인 묘지가 눈에 들어온다.
「이 위가 교회야. 에미야 군도 한 번 정도는 간 적 있지 않아?」
「아니, 없어. 저기가 고아원이었던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그래, 그렇다면 오늘이 처음인가. 그럼, 조금은 긴장하는 편이 좋아. 저기 신부는 보통이 아니니까」
토오사카는 앞에 서서 오르막을 올라 간다.
……올려다보면, 비탈 위에는 건물 같은 그림자가 보였다.
언덕 위의 교회.
지금까지 들리지도 않았던 신의 집에, 이런 목적으로 발을 들이게 될 줄이야.
「우와———굉장한데, 이거」
교회는 엄청나게 호사스러웠다.
언덕의 대부분을 부지로 쓰고 있는 건지, 언덕을 다 올라온 그 순간, 확 트인 광장이 맞이해 준다.
그 안에 세워진 교회는, 그렇게 크지는 않은데, 우뚝 솟은 듯이 온 사람을 위압하고 있었다.
「시로, 나는 여기에 남겠어요」
「에? 어째서, 여기까지 왔는데 세이버만 놓고 갈 수는 없잖아」
「나는 교회에 온 것이 아니라, 시로를 지키기 위해서 따라온 겁니다. 시로의 목적지가 교회라면, 이 이상 멀리에는 가지 않겠죠. 그러니, 여기서 돌아오는 걸 기다리기로 하겠습니다」
딱 잘라 말하는 세이버.
아무래도 요지부동일 것 같으니, 이건 그녀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
「알았어. 그럼 갔다 오지」
「네. 누구를 대하던지 긴장을 풀지 마세요, 마스터」
넓은, 장엄한 예배당이었다.
이 정도 자리가 많다는 것은, 낮에 방문하는 사람도 많다는 거겠지.
이 정도 되는 교회를 맡고 있는 것이니, 여기의 신부는 상당한 인격자로 보인다.
「토오사카. 여기 신부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
「어떤 사람이냐니, 설명하는 건 어렵네. 10년 된 지인이지만, 나도 아직까지 그 녀석 성격은 잘 모르겠는걸」
「10년 된 지인……? 그거 참, 상당히 오래 된 관계인걸. 혹시 친척 같은 거야?」
「친척은 아니지만, 내 후견인이야. 덧붙여 말하자면 사형(師兄)이면서 두 번째 스승이라고 할까」
「에……사형이라니, 마술사로서의 사형!?」
「그런데. 왜 놀라는 거야, 거기서」
「그럴 것이 신부잖아!? 신부가 마술이라니, 그런 거 금지돼 있잖아!」
그렇다, 마술사와 교회는 본래 서로 용납할 수 없는 존재다.
마술사가 소속된 대규모 조직을 마술협회라 하고,
한 거대한 종교의 뒤편, 평범하게 살고 있으면 평생 볼 일이 없는 이쪽 편의 교회를, 임시로 성당교회라고 부른다.
이 둘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 겉으로 보기에는 손을 잡고 있지만, 빈틈이 보이면 언제라도 죽고 죽이는 위험한 관계다.
교회는 이단을 싫어한다.
사람이 아닌 것을 철저하게 배제하는 그들의 표적에는, 마술을 다루는 인간도 포함된다.
교회에 있어서, 기적은 선택 받은 성인만이 취득하는 것. 그 이외의 인간이 다루는 기적은 전부 이단인 것이다.
그것은 교회에 소속된 인간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다.
교회에서는 지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마술에 더럽혀지는 것을 금하고 있다.
이런 교회를 맡은 신도라면 말할 것도 없지만, 신의 가호가 두터우면 두터울수록 마술과는 멀어져 가는 것인데————
「……아니. 애초에 여기의 신부는 이쪽 편 사람이었던 건가」
「응. 성배전쟁의 감독을 맡은 녀석인걸, 팔팔한 현역 대행자야. ……뭐, 물론 신의 가호가 있는지 어떤지는 의문이지만」
뚜벅, 뚜벅, 하고 발소리를 내면서 제단으로 걸어가는 토오사카.
신부가 없는데도 실례하는 것도 뭐하지만, 애초에 이런 늦은 밤이다.
예배당에 있을 리도 없고, 방문한다면 안에 있을 자신의 방이겠지.
「……흐응. 그래서, 그 신부는 이름이 뭔데? 아까는 코토미네라던가 했었는데」
「이름은 코토미네 키레. 아버지의 제자이고 말이지, 벌써 10년 이상 얼굴을 맞대고 있는 악연이야. ……뭐, 가능하면 알고 싶지 않았는데」
「———동감이다. 나도, 스승을 존경하지 않는 제자 따위 가지고 싶지 않았다」
뚜벅, 하는 발소리.
우리들이 온 걸 알아채고 있었는지, 그 인물은 제단 뒤쪽에서 천천히 나타났다.
「재삼 호출해도 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더니, 이상한 손님을 데려 왔군. ……흠, 그가 7명째인 건가, 린」
「그래. 일단은 마술사지만, 안에 든 게 완전 초보니까 못 봐주겠어.
……분명히 마스터가 된 자는 여기에 신고를 하는 게 규칙이었지. 당신들이 멋대로 정한 룰이지만, 이번은 지켜 주겠어」
「그건 다행이군. 과연, 그럼 그 소년에게는 감사하지 않으면 안 되겠는걸」
코토미네라고 하는 이름의 신부는, 천천히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
……나도 모르게, 발이 물러나고 있었다.
……딱히 무서운 것이 아니다.
……코토미네라고 하는 남자에게 적의를 느끼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어깨에 걸리는 공기가 무거워지는 듯한 중압감을, 이 신부는 가지고 있었다.
「나는 이 교회를 맡고 있는 코토미네 키레라고 하는 사람인데.
네 이름은 어떻게 되나, 7명째 마스터여」
「———에미야 시로. 하지만, 나는 아직 마스터 같은 게 된 기억은 없는데」
배에 힘을 주고, 중압에 지지 않으려 신부를 노려본다.
「에미야——————시로」
「에———」
등 뒤의 중압이 오한으로 바뀐다.
신부는 조용히, 무언가 기쁜 것을 만난 듯이 웃었다.
————그 웃음이.
나에게는, 비유할 수도 없는————
「감사한다, 에미야. 린을 잘 데리고 와 주었군. 네가 없었으면, 저 녀석은 마지막까지 여기에는 오지 않았겠지」
신부가 제단으로 걸어간다.
토오사카는 지루한 듯한 표정으로 제단에서 떨어져, 내 옆까지 물러났다.
「그럼 시작하지. 에미야 시로, 너는 세이버의 마스터가 틀림없는가?」
「그건 아냐. 확실히 나는 세이버와 계약했다. 하지만 마스터라든가 성배전쟁이라든가, 그런 말 들어도 나는 전혀 모르겠어.
마스터라는 게 제대로 된 마술사가 되는 것이라면, 다른 마술사를 다시 선택하는 편이 나아」
「……과연, 이건 중상이군. 그는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건가, 린」
「그러니까 풋내기라고 했잖아. 그 근처에서부터 교육해 줘. ……그렇게 몰아넣는 거 잘하잖아, 당신」
토오사카는 기분이 내키지 않는 기색으로 신부를 재촉했다.
「————호오. 이런이런, 그런가.
좋아, 네가 나를 의지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에미야 시로에게는 감사를 아무리 해도 부족하겠군」
크크크, 하고 유쾌한 듯이 웃는 코토미네 신부.
뭐랄까, 듣고 있는 이쪽이 더더욱 불안해져 가는 대화다.
「우선 네 착각을 바로잡도록 하지.
알았나, 에미야 시로. 마스터라고 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양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되어버린 이상 그만둘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 팔에 령주가 새겨진 자는, 설령 누구라고 해도 마스터를 그만둘 수는 없다. 우선 그 사실을 받아들여라」
「윽———그만둘 수가 없다니, 어째서야」
「령주라는 것은 성흔이기도 하다. 마스터라는 것은 주어진 시련이고. 사정이 좋지 않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다.
그 아픔으로부터는, 성배를 손에 넣을 때까지는 해방되지 않는다」
「네가 마스터를 그만두고 싶다고 한다면, 성배를 손에 넣어 자신의 소망을 이루는 것 외에는 없겠지. 그렇게 되면 무엇이든지 원래대로다, 에미야 시로.
너의 소망, 그 에 쌓인 진흙을 전부 긁어내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지,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것조차 가능하겠지」
「그러니 바래라.
혹시 그 때가 온다면, 너는 마스터로 선택된 행운에 감사할 테니까. 그, 눈에 보이지 않는 화상자국을 지우고 싶다면, 성흔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 족하다」
「뭐———」
현기증이 났다.
신부의 말은 완전히 요령부득이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나를 혼란에 빠뜨릴 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녀석의 말은 이상하게 가슴에 침투해서, 진득하게, 피 같이 들러 붙는다———
「키레, 번거로운 짓은 하지 마. 나는 그에게 룰을 설명해 주라고 말했어. 아무도 상처를 벌리라고 하지는 않았다구」
신부의 말을 막는 목소리.
「————토, 토오사카?」
그걸로, 패닉에 빠질 뻔 했던 머리가 명쾌해졌다.
「그런가. 이런 녀석들한테는 무슨 말을 해도 헛수고니까 말야, 하다못해 착각한 채로라도 도덕을 씻어내 주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흥, 자비는 다른 사람을 위하는 것이 아니다, 라는 말은 참 정확하군. 그만, 나 자신도 즐기고 있었지만」
「뭐야. 그를 도우면 좋은 일이라도 있다는 거야, 당신한테」
「있고말고. 다른 사람을 돕는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구한다고 하는 거니까. ……이런, 이제 와서 너한테 설명해 봐야 별 수 없지」
「그럼 본제로 돌아갈까, 에미야 시로.
네가 말려든 이 싸움은 『성배전쟁』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7명의 마스터가 7명의 서번트를 써서 펼치는 쟁탈전———이라는 것 정도는 린에게 들었나?」
「……들었어. 7명의 마스터끼리 서로 죽고 죽인다는, 웃기는 얘기잖아」
「그렇다. 하지만 우리들이라고 좋아서 이런 무도한 짓을 하고 있는 게 아냐.
모든 것은 성배를 얻기에 합당한 자를 선발하기 위한 의식이다.
뭐니뭐니해도 물건이 물건이다 보니, 소유자의 선정에는 몇 개의 시련이 필요하지」
……뭐가 시련이냐.
내기해도 좋다, 이 신부는 성배전쟁이라는 물건을 손톱만큼도 “시련”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
「기다려 봐. 아까부터 성배성배 계속 그러고 있는데, 그건 대체 뭐야. 설마 정말로 그 성배라는 건 아니겠지」
성배.
성자의 피를 받았다고 하는 잔.
수많은 성유물(聖遺物) 중에서도 최고위로 꼽히는 그것은, 여러 가지 기적을 행한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널리 전해지는 것이, 성배를 가진 자는 세계를 손에 쥔다, 라는 것이다.
……물론, 그런 건 신빙성이 없다. 여하튼 성배의 존재 자체가 “있지만 없는 것” 에 가깝다.
확실히, “소망을 이뤄주는 성스러운 잔”은 세계 각지에 흩어진 전설 ∙ 전승에 얼굴을 내민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실재했다고도, 재현했다고도 듣지 못하는 가공의 기술, 그것이 성배이니까.
「어떤 것 같냐, 코토미네 키레. 당신이 말하는 성배는, 정말로 성배냐」
「물론이고말고. 이 도시에 나타나는 성배는 진짜다. 그 증거의 하나로서, 서번트라고 하는 불합리한 기적이 일어나고 있지 않나」
「과거의 영령을 불러내, 사역한다. 아니, 이미 사자의 소생에 가까운 이 기적은 마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정도의 힘을 가진 성배라면, 주인에게 무한의 힘을 주겠지. 물건의 진위 따위, 그 사실 앞에서는 무가치하다」
「————————」
즉.
가짜라고 하더라고 진짜 이상의 힘이 있으면, 진위 따위 묻지 않는다, 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좋아. 만약에 성배가 있다고 치자. 하지만 그럼 어째서 성배전쟁 같은 걸 시키는 거지. 성배가 있다면 죽고 죽일 필요 따위 없지. 그만큼 굉장한 물건이라면 모두가 나누면 좋지 않나」
「지당한 의견이지만, 그런 자유는 우리들에게는 없다.
성배를 손에 넣는 자는 단 한 사람.
그것은 우리들이 정한 것이 아니라, 성배 자체가 정한 일이다」
「7명의 마스터를 선택하는 것도, 7명의 서번트를 불러내는 것도, 모든 것은 성배가 행하는 것.
이건 의식이라고 했지. 성배는 스스로를 가지기에 합당한 인간을 골라, 그들을 경쟁시켜 단 한 사람의 주인을 선정한다.
그것이 성배전쟁———성배에 선택 받고, 그것을 손에 넣기 위해 죽고 죽이는 강령의식이라는 거다」
「————————」
담담히 신부는 말한다.
반론하는 말도 없이, 왼손에 시선을 떨군다.
……거기에 있는 것은 녀석들이 령주라고 부르는 각인이다.
이 각인이 있는 이상, 마스터를 포기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납득 안 가는군. 한 사람밖에 선택 받지 못한다고는 해도, 다른 마스터를 죽일 수 밖에 없다는 건, 마음에 안 들어」
「? 잠깐만 기다려 봐. 죽일 수 밖에 없다, 라는 건 오해야, 에미야 군. 꼭 마스터를 죽일 필요는 없으니까」
「하아? 그치만 서로 죽고 죽인다고 말했잖아. 코토미네도 그렇게 말했는데」
「죽고 죽이지」
「키레는 조용히 해. 그게 말야, 이 도시에 전해오는 성배라고 하는 건 영체야. 그래서 물건으로 있는 게 아니라, 특별한 의식으로 불러내는———즉 강령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
「그래서, 불러내는 건 우리들 마술사만으로 가능하지만, 이게 영체인 이상 우리들은 만질 수가 없어. 이 의미, 알겠어?」
「알아. 영체는 영체로밖에 만질 수 없잖아.
———아아, 그래서 서번트가 필요한 건가……!」
「그런 거야. 까놓고 말하면, 성배전쟁이라고 하는 건 자신의 서번트 이외의 서번트를 철거시킨다는 거야. 그래서 마스터를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 라는 규칙은 없어」
「————————」
뭐야, 그러면 그렇다고 빨리 말해주지!
진짜, 토오사카도 이 신부도 성격이 나쁘긴 정말 나쁘다.
……어쨌든, 이걸로 안심했다.
그렇다면 성배전쟁에 참가해도, 토오사카가 죽는 일은 없으니까.
「과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군.
그럼 에미야 시로, 하나 묻겠는데 너는 자신의 서번트를 쓰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나?」
「?」
세이버를 쓰러뜨려?
그런 거 무리일 게 뻔하잖아.
애초에 그 녀석한테는 마술은 통하지 않고, 검술도 터무니 없이 강하니까.
「그럼 하나 더 묻지. 별 것 아닌 질문이지만, 넌 자신이 서번트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나?」
「??」
무슨 소리 하냐, 이 녀석.
나는 세이버를 쓰러뜨릴 수 없으니까, 내가 세이버보다 뛰어나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지금의 질문은 어떤 쪽이든, 마스터인 내 쪽이 서번트보다 약하다라는 대답, 으로————
「———아」
「그런 거다. 서번트는 서번트를 가지고서도 깨기 힘들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자, 정말 단순한 이야기지? 서번트는 마스터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아무리 서번트가 강력해도, 마스터가 무너지면 그 서번트도 소멸한다. 그렇다면」
그렇다,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행위.
누구도 일부러 곤란한 길은 택하지 않는다.
확실하게 이기고 싶다면, 서번트가 아니라 마스터를 죽이는 것이, 서번트를 죽이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 된다———
「……아아, 서번트를 지우기 위해서는 마스터를 죽이는 쪽이 빠르다는 건 알았어.
하지만, 그럼 거꾸로 서번트가 먼저 죽으면, 마스터는 마스터가 아니게 되는 건가? 성배를 만질 수 있는 건 서번트 뿐이잖아. 그렇다면, 서번트를 잃은 마스터에게는 가치가 없지」
「아니, 령주가 있는 한 마스터의 권리는 남는다. 마스터라는 것은 서번트와 계약할 수 있는 마술사를 의미하지. 령주가 있는 동안에는 얼마든지 서번트와 계약할 수 있다」
「마스터를 잃은 서번트는 곧 사라지는 게 아니야. 그들은 몸 안의 마력이 다할 대까지 현세에 머무를 수 있다. 그런, “마스터를 잃은 서번트” 가 있으면, “서번트를 잃은 마스터”와 재계약이 가능해진다. 전선복귀가 가능하다는 거지.
그렇기에 마스터는 마스터를 죽이는 거다. 어설프게 살려두면, 새로운 장해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말이지」
「……그럼 령주를 다 쓰면? 그렇게 하면 다른 서번트와 계약할 수 없고, 자유로워진 서번트도 다른 마스터와 달라붙겠지」
「잠깐, 그건———」
「흠, 그건 그 말대로다. 령주만 다 써 버리면, 마스터의 책무로부터는 해방되겠지」
「……물론, 강력한 마술을 행할 수 있는 령주를 헛되게 쓰는, 그런 마술사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있다고 한다면 그 녀석은 되다 만 마술사는커녕, 그저 얼간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거겠지?」
후후, 하고 이쪽의 생각을 꿰뚫어보듯이 신부는 웃는다.
「…………윽」
왠지, 싫다.
저 신부, 아까부터 나를 도발하고 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사람을 깔보고 있다.
「납득이 갔나. 그럼 룰의 설명은 여기까지다.
———자, 그럼 처음으로 돌아가자, 에미야 시로.
너는 마스터가 될 작정은 없다고 하지만,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인가」
「마스터를 포기한다고 한다면, 그것도 좋지.
네가 지금 생각한 대로, 령주를 다 쓰고 세이버와의 계약을 끊으면 된다. 그 경우, 성배전쟁이 끝날 때까지 네 안전은 내가 보장하지」
「……? 잠깐 기다려. 왜 당신한테 안전을 보장 받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자기 몸 정도는 스스로 지키겠어」
「나도 너를 신경 써 주고 있을 정도로 한가하진 않다. 하지만 이것도 규칙이라서 말이지.
나는 반복되는 성배전쟁을 감독하기 위해 파견되었다. 때문에, 성배전쟁에 의한 희생은 최소한으로 막지 않으면 안 되는 거지.
마스터가 아니게 된 마술사를 보호하는 것은, 감독으로서 최우선사항인 거다」
「————반복되는 성배전쟁……?」
잠깐 기다려.
그런 말, 처음 들었는데.
반복되다니, 즉 이런 싸움이 지금까지 몇 번이고 있었다는 건가……?
「그거, 무슨 말이야. 성배전쟁이라는 건 지금 시작된 게 아닌 건가」
「물론이다. 그렇지 않으면 감독, 같은 자가 파견될 거라고 생각하나?
이 교회는 성유물을 회수할 임무를 띠는, 특무국 말단이라서 말이지. 본래는 정십자의 조사, 회수를 취지로 하지만. 여기서는 “성배”의 사정 임무를 띠고 있다.
극동의 땅에서 관측된 제 726 성배를 조사하고, 이것이 바른 것이라면 회수하고, 그렇지 않으면 부정하라, 라고 말이지」
「726이라니……성배라는 건 그렇게 잔뜩 있는 거냐」
「글쎄? 최소한, 비슷한 거라면 그 정도 숫자가 있었다는 거겠지」
「그리고 그 중의 하나가 이 도시에서 관측되는 성배이며, 성배전쟁이다.
기록으로는 200년 정도 전이 첫 번째 싸움으로 되어 있지.
이후, 약 60년 주기로 마스터들의 싸움은 반복되고 있다.
성배전쟁은 이걸로 5번째. 저번이 10년 전이니까, 지금까지 중에선 최단 사이클이라는 말인데」
「뭐———제정신이냐, 너희들, 이런 걸 지금까지 4번이나 계속해 왔다고……!?」
「정말 동감이다. 네 말대로, 녀석들은 이런 걸 몇 번이나 되풀이해 온 거야.
———그래.
과거, 되풀이된 성배전쟁은 전부 치열하기 그지 없었지. 마스터들은 자신의 욕망에 따라 움직이면서, 마술사로서의 가르침도 잊고, 단지 무차별로 전투를 행했다」
「너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마술사에게 있어서 마술을 일반사회에서 사용하는 건 가장 큰 죄악이다. 마술사는 자신의 정체를 사람들에게 알려져서는 안 되니까 말야.
하지만, 과거의 마스터들은 그걸 깼다.
마술협회는 그들을 벌하기 위해 감독을 파견했지만, 그게 때맞춰 도착한 건 3번째 성배전쟁이라서 말이지. 그 때 파견된 것이 나의 아버지인 셈인데, 납득이 갔나, 소년」
「……아아, 감독이 필요한 이유는 알았다.
하지만 지금 이야기로 보면, 이 성배전쟁이라는 건 엄청나게 질이 나쁜 거 아니냐」
「호오. 질이 나쁘다니 어떤 부분이 말인가」
「그도 그럴 것이 이전의 마스터들은 마술사의 룰을 깬 녀석들이었잖아.
그렇다면, 만일 성배가 있다 치고, 마지막에 이겨서 남은 녀석이 성배를 사리사욕으로 쓰는 녀석이라면 어떻게 할 거야.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이는 녀석에게 그런 걸 넘겨주면 큰일이잖아.
마술사를 감시하는 것이 협회가 하는 일이라면, 너는 그런 녀석을 벌해야 하는 거 아니냐」
약간의 기대를 담아서 묻는다.
하지만 코토미네 키레는, 예상대로, 정중한 동작으로 웃긴다는 듯이 웃었다.
「설마. 사리사욕으로 움직이지 않는 마술사 따위 있을 리가 없지. 우리들이 관리하는 것은 성배전쟁의 룰뿐이다. 그 밖의 일 따위 알 바 아냐. 어떤 인격이 성배를 손에 넣든, 협회는 관여하지 않는다」
「그런 바보 같은……! 그럼 성배를 손에 넣은 마스터가 최악인 녀석이라면 어쩔 거야!」
「곤란하지. 하지만 우리들로서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소유자를 고르는 것은 성배지. 그리고 성배에 선택된 마스터를 막을 힘이 우리들에게는 없다.
여하튼 바람을 이뤄주는 잔이다. 손에 넣은 자는 하고 싶은 대로 하겠지.
———하지만, 그게 싫다고 한다면 네가 이기면 그만이다. 다른 사람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그 쪽이 무엇보다도 확실하지?」
코토미네는 웃음을 눌러 참고 있다.
마스터란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의 추태를 즐기는 듯이.
「왜 그러나, 소년. 지금 그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는데, 참고할 생각은 없는 건가」
「……그런 건 쓸데없는 참견이다. 무엇보다, 나에게는 싸울 이유가 없어. 성배 같은 것에 흥미는 없고, 마스터라고 해도 실감이 나질 않아」
「호오. 그럼 성배를 손에 넣은 인간이 무엇을 하는가, 그것에 따라서 재액이 일어난다고 해도 흥미는 없는 거군」
「그건———」
……그런 말을 들으면 반론할 수 없다.
제길, 이 녀석의 말은 폭력 같다.
이쪽의 심정 따위 상관하지 않고, 단지 사실만을 용서 없이 강요해 온다———
「이유가 없다면 그것도 괜찮지. 그럼 10년 전에 일어난 일에도 너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 거군?」
「————10년, 전……?」
「그렇다. 저번 성배전쟁 마지막에 말이지, 합당하지 않은 마스터가 성배를 만졌다. 그 마스터가 무엇을 바랬는가는 모르지. 우리들이 알 수 있는 건, 그 때에 남겨진 재해의 손톱자국 뿐이다」
「————————」
한 순간.
그 지옥이, 뇌리에 떠올랐다.
「———기다려 봐. 설마, 그건」
「그래, 이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알고 있는 사건이지, 에미야 시로.
사상자 500여 명, 타서 무너진 건물은 130채. 아직까지도 원인불명이라는 그 화재야말로, 성배전쟁에 의한 손톱자국이다」
「————————」
———구역질이 난다.
시계가 뿌얘진다.
초점을 잃어, 시점이 정해지지 않는다.
기우뚱, 하고 몸이 무너진다.
하지만, 그 전에 발에 힘을 주고 버텼다.
이를 악물고 의식을 지탱한다.
쓰러질 것 같은 토기를, 단지, 솟아오르는 분노만으로 억눌렀다.
「에미야 군? 왜 그래, 갑자기 얼굴 새파래져서. ……그거야 별로 기분 좋은 이야기가 아니지만, 그———저기, 뭐하면 좀 쉴래?」
어지간히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는 거겠지.
뭐라고 할까, 토오사카가 이렇게 걱정을 해 주다니, 터무니없이 레어(rare)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걱정할 거 없어. 토오사카의 이상한 얼굴을 보니 나았으니까」
「……잠깐. 그거, 어떤 의미야」
「아니, 타의는 없어. 문자 그대로의 의미니까 신경 쓰지 마」
「그럼 괜찮지만……이 아니라, 그 쪽이 더 나쁘잖아, 이 벽창호야!」
퍽, 하고 용서 없이 손바닥으로 머리를 때리는 학원 최고의 우등생 ∙ 토오사카 린.
그게 결정타.
정말로 그것만으로, 지금까지의 구역질도 분노도, 남김없이 깨끗하게 사라져 주었다.
「……Thank you. 정말로 네 덕분이니까, 너무 괴롭히지 마, 토오사카. 지금은 좀 더, 물어보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있어」
부루퉁하게 더 때리고 싶은 얼굴인 채로, 토오사카는 일단은 물러나 준다.
「호오, 아직 질문이 있는 건가. 좋아, 말하고 싶은 건 전부 말해 보게」
내가 묻고 싶은 것 정도는 꿰뚫어보고 있을 텐데, 신부는 유쾌한 듯이 재촉해 온다.
좋다, 이 녀석아.
에미야 시로는, 너 따위에게는 지지 않는다.
「그럼 묻지. 당신, 성배전쟁은 이번이 5번째라고 했지. 그럼, 지금까지 성배를 손에 넣은 녀석은 있나」
「당연하지. 그렇게 매번 전멸 같은 쓰라린 결과가 일어나진 않아」
「그럼———」
「서두르지 마라. 손에 넣는 것만이라면 간단하지. 뭐니뭐니해도 성배 자체는 이 교회에서 관리하고 있다. 손에 넣는 것만이라면 나는 매일 만지고 있지」
「에————?」
서, 성배가 이 교회에 있어————?
「물론, 그건 그릇뿐이다. 안이 텅 비었어. 아까도 린이 말했지, 성배라는 것은 영체라고.
이 교회에서 보관하고 있는 것은, 극히 정교하게 만들어진 성배의 모조품이다. 이걸 촉매로 해서 진짜 성배를 강령시켜, 소원을 이루는 잔으로 만드는 거지. 그렇군, 마스터와 서번트의 관계에 가까운가. ……아아. 그렇게 일시적으로 진짜가 된 성배를 손에 쥔 남자는, 확실히 있었지」
「그럼 성배는 진짜였던 건가. 아니, 손에 쥐었다는 그 녀석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되기는. 그 성배는 완성에는 이르지 못했었어. 바보 같은 남자가, 하찮은 감상에 흘러버린 결과지」
……?
아까까지의 고압적인 태도는 어디에 갔는지, 신부는 후회하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있다.
「……무슨 말이야. 성배는 나타난 게 아니었나」
「성배를 현현시키는 것만이라면 간단하다. 7명의 서번트가 모이고, 시간이 지나면 성배는 나타나지. 린의 말대로, 확실히 다른 마스터를 죽일 필요 따위 없어.
하지만, 그래가지고는 성배는 완성되지 않는다. 그건 스스로를 얻기에 합당한 소유자를 고르지. 고로, 싸움을 회피한 남자는, 성배 따위 손에 넣을 수 없었다」
「흥. 요컨대, 다른 마스터와 결판을 내지 않고 성배를 손에 넣어도 무의미하다는 거잖아.
지난 번에, 맨 처음 성배를 손에 넣은 마스터는 물러터져서 말이지. 적 마스터와는 싸우고 싶지 않다, 라고 하면서 성배한테서 도망쳤었어」
내뱉듯이 말하고, 토오사카는 코토미네로부터 시선을 돌린다.
「————거짓말」
그건 즉, 코토미네는 지난 번 마스터 중 한 사람으로, 성배를 손에 넣기는 했지만, 싸움을 거부해서 탈락했다는 건가……!?
「……코토미네. 당신, 싸우지 않았던 건가」
「도중까지 싸우기는 했지. 하지만 판단을 잘못 했어. 결과적으로 나는 텅 빈 성배를 손에 넣었을 뿐이었다.
물론, 나로서는 그게 한계였겠지. 여하튼 다른 마스터들은 이 녀석이고 저 녀석이고 괴물투성이였으니까. 나는 맨 처음에 서번트를 잃고, 그대로 아버지에게 보호 받았어」
「……생각해 보면, 감독의 아들이 마스터로 선택되다니, 그 시점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지.
아버지는 그 때 죽었다. 이후, 나는 감독 역할을 이어 받아서, 이 교회에서 성배를 지키고 있다」
그렇게 말하고, 코토미네 키레라고 하는 이름의 신부는 등을 돌렸다.
그 시선 끝에는, 예배 받아야 마땅할 상징이 우뚝 솟아있다.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성배를 손에 넣을 자격이 있는 자는 서번트를 거느린 마스터뿐. 너희들 7명이 마지막 한 명이 되었을 때, 성배는 스스로 승자가 있는 곳에 나타나겠지.
그 싸움———성배전쟁에 참가할 것인가 어떤가, 의사를 여기서 정하도록 하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신부는 최후의 결단을 묻는다.
「———————」
말이 막힌다.
싸울 이유가 없었던 것은 아까까지의 이야기다.
지금은 확실히 싸울 이유도 의사도 생겨났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로, 인정해도 좋은 것인가, 아닌가.
「아직 망설이고 있는 건가.
알겠나, 마스터라고 하는 것은 되려고 해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거기 있는 린은 오랫동안 마술사로서 수련해 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스터가 되는 것이 결정되어 있었던 게 아니란 말이다.
결정되어 있는 것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마음의 준비가 돼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 뿐이겠지」
「마스터로 선택되는 것은 마술사뿐이다. 마술사라면 이미 각오 같은 건 되어 있겠지.
그게 없다, 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다.
너도, 너를 길러낸 스승도 결함품이다. 그런 마술사가 싸움에 참가해도 성가시기만 하니, 지금 여기서 령주를 지워버려라」
「——————!」
그런 말을 들을 것까지도 없다.
나는 도망치지 않는다.
솔직히, 마스터라든가 성배전쟁이라든가, 그런 소리를 들어도 실감 따위 전혀 솟아나지 않는다.
그래도, 싸우는가, 도망치는가 밖에 없다면, 도망치는 것만은 하지 않는다.
신부는 말했다.
마술사라면 각오는 돼 있을 터, 라고.
그러니까 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리 아직 제 몫도 못한다고는 해도, 에미야 시로는 마술사다.
계속 동경해 왔던 에미야 키리츠구의 뒤를 쫓아서, 반드시 정의의 사자가 되겠다고 정했다면———
「———마스터로서 싸우겠어.
10년 전 화재의 원인이 성배전쟁이었다고 한다면, 나는, 그런 일을 두 번 다시 일어나게 할 수 없어」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신부는 만족스러운 듯이 웃음을 띄운다.
「————」
깊게 호흡을 한다.
망설임은 끊어버렸다.
남자가 한 번, 싸운다고 입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그 말에 부끄럽지 않도록, 가슴을 펴고 나아갈 뿐이다.
「그러면 너를 세이버의 마스터로 인정하지.
이 순간에 이번 성배전쟁은 수리(受理)되었다.
———지금부터 마스터가 한 명 남을 때까지, 이 도시에 있어서의 마술전(魔術戦)을 허가한다. 각자가 자신의 긍지에 따라, 마음껏 경쟁하라」
무겁게, 신부의 말이 예배당에 울렸다.
그 선언에 의미 따위 있을 리 없다.
신부의 말을 들은 것은 자신과 토오사카 뿐이다.
이 남자는 단지, 이 교회의 신부로서 시작의 종을 울린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야기는 끝났네. 그럼 돌아가겠는데, 나도 하나 정도 질문해도 괜찮아, 키레?」
「상관없다.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르니, 대개의 의문에는 대답하도록 하지」
「그럼 사양하지 않고 물을게. 키레, 당신 감시하려고 여기 있는 거니까, 다른 마스터 정보 정도는 알고 있지? 이쪽은 협회의 룰에 따라주고 있으니, 그 정도는 가르쳐 줘」
「그건 곤란하군.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나도 자세히는 모르는걸.
에미야 시로도 포함해서, 이번에는 정규 마술사가 적다. 내가 알 수 있는 마스터는 2명뿐이지. 에미야 시로를 더하면 3명인가」
「아, 그래. 그럼 소환된 순서라면 알겠지. 그래도 감시하는 역할이니까」
「……흠. 첫 번째는 버서커. 두 번째는 캐스터군. 그 다음은 그렇게 큰 차이는 없어. 며칠 전에 아쳐, 그리고 몇 시간 전에 세이버가 소환되었다」
「———그래. 그러면 이만 실례할게」
「정식으로 성배전쟁이 개시된 거다.
린. 성배전쟁이 끝날 때까지, 이 교회에 발을 들여놓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용납된다고 한다면, 그건」
「자신의 서번트를 잃고 보호를 원하는 경우뿐, 이잖아. 그 이외에 당신을 의지하면 감점이라는 말이지」
「그렇다. 아마도 네가 승자가 되겠지만, 감점이 붙으면 교회가 가만 있지 않겠지. 녀석들은 하찮은 논의 끝에, 너로부터 성배를 탈취할 거다. 나로서는 최악의 전개다」
「사이비 신부. 교회 측 사람이 마술협회 편을 들어도 돼?」
「나는 신을 섬기는 몸이다. 교회를 섬기는 게 아니야」
「잘도 말하네. 그러니까 사이비인 거야, 당신은」
그리고 나서, 토오사카는 코토미네 신부에게 등을 돌렸다.
그리고 그대로, 작별 인사도 없이 큰 걸음으로 출구로 걸어간다.
「어이, 그래도 괜찮냐, 토오사카. 저 녀석, 네 사형이잖아. 그렇다면———」
좀 더, 제대로 된 말을 주고 받아야 되는 거 아닐까.
「됐어, 그런 건. 오히려 연이 끊어져서 시원할 정도인걸. 그런 것보다 너도 밖으로 나와. 이제 이 교회에 볼일은 없으니까」
토오사카는 멈춰서는 일 없이 예배당을 가로질러, 정말로 나가버렸다.
하아, 하고 한숨을 쉬며 토오사카의 뒤를 따른다.
그런데.
「윽———!」
등 뒤에 기척을 느끼고, 참지 못하고 돌아봤다.
어느새 등 뒤에 있었는지, 신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뭐, 뭐야. 아직 무슨 할 말 있어?」
말하면서, 발은 멋대로 뒷걸음질 친다.
……역시, 이 녀석은 질색이다.
상성이 나쁘다고 할까, 성미가 안 맞는다고 할까, 어쨌든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할 말이 없다면 돌아갈 거야!」
신부의 시선을 뿌리치고는 출구로 향한다.
그 도중.
「————기뻐해라, 소년. 네 소원은, 드디어 이루어진다」
그렇게, 신탁을 내리는 것처럼 신부는 말했다.
그 말은.
스스로도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던, 에미야 시로의 본심이 아니었던가.
「———갑자기, 무슨 말을」
「알고 있을 터. 명확한 악이 없으면 네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설령 그것이 네게 있어서 용인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해도, 정의의 사자에게는 쓰러뜨려야 할 악이 필요하지」
「윽————————」
눈 앞이, 새까맣게 될 것, 같았다.
신부는 말한다.
에미야 시로라고 하는 인간이 가지는 가장 숭고한 소원과, 가장 추악한 바람은 동의라고.
……그렇다. 무언가를 지키려고 하는 소원은,
동시에, 무언가를 범하려고 하는 것을, 원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너」
하지만, 그런 걸 원하는 게 아니다.
바랜 기억 따위 없다.
너무나도 불안정한 그 소망은,
단지, 목표하는 이상이 모순되어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신부는 말한다.
이 가슴을 찌르듯이, “적이 생겨서 잘 됐구나” 하고.
「아니, 아닌 척 속일 필요는 없다. 네 갈등은, 인간으로서 너무나도 올바르다」
「윽————」
신부의 말을 뿌리치고, 출구로 걸어간다.
「잘 가라, 에미야 시로.
마지막 충고가 되겠지만, 돌아가는 길에는 조심하도록.
이제부터 네 세계는 일변한다.
너는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쪽의 인간이 되었다. 그 몸은 이미 마스터니까 말이지」
빠른 걸음으로 떠나는 등에, 그런 말이 던져졌다.
그 말은.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에미야 시로의 본심이 아니었던가.
「갑자기, 무슨 말을」
「알고 있을 터. 명확한 악이 없으면 네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설령 그것이 네게 있어서 용인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해도, 정의의 사자에게는 쓰러뜨려야 할 악이 필요하지」
「윽」
눈 앞이, 새까맣게 될 것, 같았다.
신부는 말한다.
에미야 시로라고 하는 인간이 가지는 가장 숭고한 소원과, 가장 추악한 소망은 동의라고.
……그렇다. 무언가를 지키려고 하는 소원은,
동시에, 무언가를 범하려고 하는 것을, 바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너」
하지만, 그런 걸 원할 리가 없다.
바란 기억 따위 없다.
너무나도 불안정한 그 소망은,
그저, 목표하는 이상이 모순되어 있을 뿐.
그런데도 신부는 말한다.
이 가슴을 찌르듯이, “적이 생겨서 잘 됐구나” 라고.
「아니, 아닌 척 꾸밀 필요는 없지. 네 갈등은, 인간으로서 너무나도 올바르다」
「윽」
신부의 말을 뿌리치고, 출구로 걸어간다.
「잘 가라, 에미야 시로.
마지막 충고가 되겠지만, 돌아가는 길에는 조심하도록.
이제부터 네 세계는 일변한다.
너는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쪽의 인간이 되었다. 그 몸은 이미 마스터니까 말이지」
첫댓글 에미야 시로 님 덕분에 ~ ㅅ ~ 게임 플레이도 안하고 즐감하게 돼내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읽어주셔서감사할따름이죠^^
우훗.. 저는 올려주셔서 감사할따름
ㅈ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