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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대 3학년 2학기 전통사회와 생활문화에서 <면신례>를 공부하게 됩니다. 면신례에 대한 폐해를 적나라하게 설명한 글이 있어 옮겨 봅니다.
설마 이정도로...? 의아해지기도 하지만 재미삼아 공부삼아 인내를 갖으시고 읽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ㅎ
조선시대의 신고식 면신례(免新禮)
3월만 되면 대학가에서 으레 벌어지는 신고식. 사발주니 양동이주니 하면서 부어라 마셔라로 점철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신고식 ‘덕분’에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여서 우리 사회의 삐뚤어진 신고식 문화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이런 신고식 문화는 그대로 남아 대학 신학기나 신입사원 입사철이 되면 유흥가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자, 이 대목에서 필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조선시대에 비하면 그래도 지금은 많이 발전한 케이스다’라는 것이다. 조선시대의 신고식…그 처절했던 순간으로 한번 떠나보자.
“아이고 상택아, 네 참말로 과거 급제 한기가? 네 참말이가?”
“하모요, 이 어사화 안 보이는교? 내사 마 팍 붙었다 아입니꺼!”
“장하데이, 장하데이 상택아. 어데서 이리 잘난 놈이 나왔나 으잉?”
“아부지 자식 아인교.”
상수에서 올라온 김상택, 아버지의 한이었던 과거급제를 하고 삼일유가(三日遊街 : 과거 급제자가 3일 동안 돌아다니며 선배·친척 등을 방문하며 급제를 알리는 것. 이때 행차가 제법 거창하였다)를 뽄때나게 돌고 있었는데,
“훠이, 비키그라, 과거 급제자 김상택님의 카퍼레이드다!”
“어여 비키그라! 김상택님 납신다.”
한바탕 카퍼레이드를(급제자는 말을 타고 한바탕 카퍼레이드를 벌리는데, 이때에는 웬만한 높은 신분의 사람도 비켜준다) 벌이던 김상택. 이때 맞은편에서 예문관 소속 관원 한명이 천천히 말을 타고 걸어오는데,
“허이 비키그라, 과거 급제자 김상택님 행차시다. 어라, 네는 뭐꼬? 네는 뭔데 이리 나서는 기가?”
말을 탄 예문관 관원, 조용히 김상택을 노려보더니,
“네가 이번에 급제한 김상택이냐?”
“그란데요?”
“너, 인마. 선진자(先進者 : 선배 관료)하고 마주치면 말에서 내려야 한다는 유가의 기본 에티켓도 모르냐?”
“와요? 대감 앞에서도 말을 안내리는데, 선배한테 와 말을 내려야 하는 겁니꺼? 지금 제 카퍼레이드를 막아서겠단 겁니꺼?”
“네가 아직 세상을 띄엄띄엄 알고 있구나…. 그래 한번 보자.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예문관 관원 묘한 웃음을 짓고는 그대로 말머리를 돌리는데, 이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상택의 서원 선배 부리나케 달려온다.
“야야, 상택아. 그란데 너 병과 합격이랬냐?”
“병과면 어떻습니꺼? 합격이믄 고만이지.”
(과거급제는 갑·을·병과 3개로 구분되었는데, 갑과 3명, 을과 7명, 병과 23명이다
갑과 1등인 장원급제자는 종6품에 제수되어 일찌감치 청요직을 거치는 반면 나머지 32명은 종9품으로 제일 밑바닥부터 관직생활을 시작한다.)
“상택아, 장원급제 아니믄 다 거기서 거기지만도, 내가 지금 걱정하는기는 네 잘하믄 예문관(藝文館 : 주로 사초를 기록하는 곳)으로 떨어질지 우예 아노?”
“예문관이면 어때서예? 급제했는데 아무데면 어떻습니꺼?”
“야가야가, 아직 아무것도 모르네. 니 인마, 예문관 군기가 을마나 빡센지 아나? 네 면신례(免新禮) 군기가 제일 쎈데가 예문관이란 소리도 못 들었나?”
“훗, 면신례 그까이거 사발주나 몇잔 먹고, 폭탄주 몇방 맞아주면 되는 거 아입니꺼?”
“…네가 함 당해봐야지 정신 차리지. 네는 마 사관(예문관, 성균관, 교서관, 승문원) 중에 하나에 가야 하는기다.”
“마, 25% 확률 아입니꺼? 지가 이래봬도 확률엔 강합니다. 걱정마이소.”
“그래 자신하지 말고, 지금 후딱 집에 가서 자지나 준비하그래이. 면신례의 시작은 자지부터다. 돈 아끼지 말고 자지 잘 맹글어라.”
“…서…선배, 백주대낮에 자…지가 뭡니꺼? 사람들이 봅니다.”
“네 지금 뭔 소리 하는 기가? 자지(刺紙 : 일종의 명함, 자신의 신상명세를 쓴 것이다)말이다. 자지…자지는 일단 크고 두꺼워야 한데이, 단디해라 단디. 돈 아끼지 말고 좋은 거 써야 한데이.”
“…아따 선배, 와 이러시는교? 지 거시기는 충분히 크고, 두껍다 아입니꺼…. 설마 돈 아끼지 말라는 거는…. 해바라기 말씀하시는 겁니꺼? 아니면 구슬 박는 겁니…꺼? 지는 자연산으로 충분한데예. 그란데 와 크고 두꺼운…제 거시기가 필요합니꺼? 서…설마 신고식 때?”
“이기 미친나? 자지 말이다! 자지(刺紙), 네 명함 말이다!”
“아, 그 자지 말입니꺼? 난 또 뭐라고….”
“내 말 단디 들어라. 네 까딱 잘못하믄 신고식 받다가 네 집안 기둥 다 파먹는 수가 있데이. 어차피 파 먹을 거 제대로 해야 한데이, 알긋나? 딱 한번에 통과해야지 잘못해서 돈 쓰고, 욕먹고, 왕따 당하는 꼴 연출하지 말고, 초장부타 확 나 죽었소 하고 가야 하는기다 알긋나?”
상택 선배의 충고. 그러나 상택은 앞으로 닥쳐올 자신의 위기에 대해 전혀 개념이 잡혀 있지 않은 상태. 과연 상택은 무사히 신고식을 마치고 관리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점점 다가오는 신고식의 위협! 초특급 대하 울트라 역사 사극 면신례(免新禮) 스토리!
다음 이야기는?
조선시대의 신고식 면신례(免新禮)ㅡ2
머피의 법칙이 이런 것일까? 상택은 선배의 예감 그대로 예문관 권지
(權知 : 급제자를 당장 실무에 투입할 수 없기에 일정기간 수습을 하게 하는데, 이때 권지란 직함을 내린다. 실상은 관원 자리가 부족해서이기도 했다)로
예문관에 들어가게 되고, 당장 예문관 선진자(先進者 : 선배 관료)들을 위해 자지(刺紙) 마련에 들어가는데,
“아니, 자지 가격이 우예 이리 비쌉니꺼? 베 한필이 뭡니꺼? 베 한필에 겨우 자지 종이 3장? 이기 뭡니꺼? 화선지 몇장 가격입니꺼?”
“야야, 그냥 사라니까. 자지는 원래 크고 두꺼워야 한다니까.”
선배의 설득에 상택은 자지 종이를 사서는 자기의 신상명세를 쓴 다음 예문관으로 향하는데,
“선배님, 김상택이라 합니다. 잘 부탁합니더.”
김상택 깍듯이 인사를 하고는 자지(刺紙)를 내미는데,
“야, 김상택. 등청하기 전부터 네 이야기 많이 들었다.”
“예? 참말입니꺼?”
“그~럼, 삼일유가 할 때는 그 전에 사관(예문관, 성균관, 교서관, 승문원) 선배들한테 인사하고 한번 쏜 다음에 해야 한다는 걸 까먹었다고?”
“그런 게 있었습니꺼?”
“그럼, 원래 카퍼레이드를 할 때는 선배들한테 말하고 해야 하는 거지~.”
“죄송합니더. 지가 아직까정 관습헌법에 약해서요. 인자부터 꼭 말하고 하겠습니더.”
“…야, 너 개념을 밥 말아 먹었냐? 과거급제는 평생 한번 하는 건데, 또 하겠다고? 그리고 너 인마, 유가 할 때 사관 선배들 보면 말에서 내려 인사해야 하는 거 몰라? 너 인마 선배 지나가는데 뻣뻣이 서서 개겼다면서? 이 자식 진짜 개념을 물 말아 드셨구만.”
“…….”
김상택도 이쯤해서 분위기가 심상찮게 흘러가는 걸 감지하는데, 이때 하나 둘 예문관 관원들이 김상택 주변으로 모여든다.
“신입도 왔는데, 예문관의 전통인 장미연(薔薇宴 : 예문관에 신입 관원이 들어오면 관원의 돈을 뜯어서 연회를 벌이는 것, 초여름에 한다)을 한번 벌여봐야지?”
“조오치~.”
“어이 김상택! 카드 있지?”
“예?”
그렇게 해서 김상택은 기방으로 끌려가는데,
“어이 마담! 여기 청주 17년산 하나에, 과일 하나 추가.”
“어이 마담! 이게 뭐야, 요즘 여기 물이 왜 이래? 애들 수질관리 안 할래? 이게 뭐야 붕어에, 가물치에 이게 뭐니 이게?”
“아이, 봉사 나리. 요즘 면신례 철이라 애들이 달려서…. 내가 서비스 팍팍 넣어줄게 좀 봐줘요.”
“어이 마담, 향숙이 불러 향숙이!”
“향숙이 이뻤다, 아싸!”
예문관 관원들이 이렇게 한바탕 걸판지게 노는 동안 한쪽 구석에 찌그러져 있던 김상택이 술병과 안주, 기생들과 밴드를 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키는데,
‘아가씨 팁이 1차에 100냥, 2차 뛰면 200냥, 합이 300냥에 청주 17년산이 29병에, 과일안주 4개, 신선로 4개, 밴드값에…. 휴, 못 잡아도 3,000냥은 나가겠구만…. 그래 이왕 신고식 하는 거 화끈하게 한번에 끝내자.’
“선배님들요, 오늘은 지가 화끈하게 쏘겠심더. 부족한 거 있으몬 막 시키시구예, 그동안의 실수 봐주십시오. 마, 잘하겠심더.”
“오호, 신입이 이제야 말이 통하는데?”
“마, 이왕 쏘는 거 제가 오늘 화끈하게 쏘겠심더. 두번 쏘는 것도 아이고, 오늘 마 우리집 기둥뿌리를 뽑아서라도 선배님들 대접하겠심더.
“어이, 상택이.”
“야?”
“쏘는 건 좋은데, 두번 쏘는 것도 아니고? 그 말이 왜 거기에 사정없이 끼어드는 건데? 끼워들기할 때도 다 깜박이 넣고 사이드미러 보면서 해야지. 왜 사정없이 그 말이 들어가는 건데?”
“하하…저 이게 신고식 아입니꺼? 이게 면신례 아입니꺼?”“너, 지금 장난하냐? 아직 허참례(許參禮 : 선배들이 인사를 허용한다는 의미의 신고식)도 시작하지 않았어 인마. 이게 어디서 김칫국을 원샷하자는 플롯이야?”
“…….”
“전통의 예문관이 이깟 기방에 넘어갈 줄 알았어? 이 자식, 이거 예문관을 너무 1,3,5,7,9로 보는데?
“기대해라. 예문관 들어와서 기둥뿌리 뽑혔다는 집 여럿 봤는데, 이참에 그 리스트에 한집 더 추가해 보자고.
“그럼, 나도 원래는 강남 44평 살던 놈인데, 이놈의 면신례 한번 치른다고 임대아파트로 옮겼잖아.”
“인마, 넌 임대라도 들어갔지, 인마 나는 빌라도 못 얻어서 결국 처가살이 하잖아.”
상택은 예문관 선배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자기의 심장을 찌르고 있다는 걸 느끼는데, 이러다 상택의 집은 진짜 기둥뿌리가 뽑히는 것인지, 과연 상택집이 거덜날 것인지, 상택이가 먼저 예문관을 뛰쳐나올 것인지, 초특급 대하 울트라 역사사극 면신례 스토리~
다음회로 이어진다
커밍 쑤운~.
조선시대의 신고식 면신례(免新禮) ㅡ3
상택이 예문관 선배들에게 기방으로 끌려가 치른 장미연(薔薇宴)이 끝난 지도 3일이 지났다. 상택과 상택의 가족들이 대책회의를 여는데,
“아부지예, 지는 도저히 자신이 없슴니더.”
“마, 사내새끼가 신고식 하나 못해서 쩔쩔매싸꼬. 이기 뭐꼬, 이기?”
“장미연 카드값만 3,000냥이 넘게 나왔심더! 36개월 할부로 끊긴 끊었는데, 이제 우얍니꺼? 당장 허참례에, 면신례에 다시 허참연, 면신연…. 예문관은 또 그 사이에 중일연(中日宴)이란 거도 한답니더.”
“그 까이꺼 하면 얼메나 한다꼬.”
“만단위가 넘습니다. 아부지예.”
“…일단 적금 다 깨고, 이집 담보로 해서 대출 얻을끼다. 그라고 선산 팔믄 5,000∼6,000냥은 너끈히 나올끼다. 걱정 말그래이. 신고식 해줄 돈 엄써서, 아들내미 왕따 시키진 않을끼다.”
“아부지!”
“상택아!”
두 부자는 그렇게 얼싸안고 한참을 울먹이는데,
“인자부터 우리 집은 내 아들 김상택이가 면신례 치를 때까지 진돗개 하나 상황인기다! 비용은 사채를 끌어와서도 댈테니까, 다들 돈 걱정 말고. 단디 장만해라 단디! 티끌만치의 실수도 용납 몬한데이!
김상택 부친의 선언에 의해 김상택 집은 비상체제로 개편돼 1차로 허참례(許參禮) 준비에 들어선다.
“징구(徵求 : 선배에게 줄 음식 장만)부터 단디 준비해라. 잘몬해서 빠꾸당하면 우리 상택이가 욕먹는데이! 다들 제사상 차리듯이 정성껏 하그래이!”
허참례를 위한 음식 준비, 이때부터 전쟁이었다. 3, 5, 7, 9로 시작되는 4번의 허참례는 첫 번째 3부터 만만치 않은 돈을 잡아먹는데,
“어디 보자…. 그라니까, 청주 3병에, 너비아니 3대, 돼지갈비 3대, 나물 반찬 3개, 지짐 3개…. 이렇게 해서 100가지를 만들라꼬? 오야 네들 배때지가 터져 죽는지, 내 허리가 휘어 죽는지 함 해보자!”
김상택 부친은 허참례 1차 음식을 준비해 5번의 잔치를 여는데, 다행히 허참례 1차는 합격을 하게 되었다.
“2차는 뭐꼬? 이번엔 5개씩 준비하라고? 오야, 김상훈이 이름을 걸고 함 해보자! 야들아 이번엔 다섯 개씩이다!”
다섯 개씩 준비한 100가지 음식을 가지고 3번의 잔치를 마친 김상훈, 이번에도 예문관 선배들은 별 시비 없이 넘어가게 된다. 3차인 7개와 4차인 9개씩의 음식 준비를 모두 성공리에 마친 김상훈에게 집사가 달려오는데,
“어르신, 문제가 생겼습니더.”
“뭔데? 급한 거 아니믄 담에 말하자. 내 지금 정신이 없데이.”
“대출받은 돈을 다 썼습니더.”
“뭔 소리고? 8,000냥이나 대출받았는데, 그걸 다 썼다꼬? 이기 말이 되나?
“잔치만 20번 넘게 했는데, 거덜 안 나는 게 이상하지예.”
“…땅 문서 갖고 온나.”
“어르신예!”
“갖고 오라믄 갖고 온나! 이렇게 끝낼 수는 음따. 을마만에 나온 과거 급제자꼬? 문중 땅을 다 팔아서라도 우리 상택이, 우리 상택이 그노마를 관원으로 만들끼다. 내는 협서해서 겨우겨우 진사 나부랭이 했지만도, 우리 상택이 그 노마는 내 꼭 당상관을 맹글어서 문묘배향을 하게 만들끼다.”
“어르신!”
“마, 꿈은 이루어진다 안 긋나?”
“상택 도련님이 박주영입니꺼? 꿈을 찾게?”
“확 쎄리삘까 보다. 땅문서 갖고 오라믄 후딱 갖고 온나!”
김상훈, 그렇게 가지고 있던 논과 밭을 다 팔아버리는데,
“오야, 이제 중일연(中日宴) 남았제? 함 해보자.”
김상훈은 그렇게 논과 밭을 판 돈으로 기생들과 밴드를 부르고, 음식장만에 나서게 된다. 그리고 예문관 선배들을 부르는데,
“어이 김상택이, 네 요즘 빠릿빠릿하게 세상 돌아가는 물정을 아는데?”
“그래그래, 처음엔 번데기 앞에 주름 잡더니, 요즘은 제법 싹싹해졌어.”
“감사합니더, 선배님들.”
“그래, 그래. 앞으로 허참(許參 : 무리에 섞이는 걸 허가한다. 인사를 해도 받아준다)를 허용하마.”
“참말입니꺼? 감사합니다 선배님들!”
“그래, 이제 면신(免新 : 새로움을 면하다. 예문관 관원으로 완전히 인정받는 것)만 남았으니까, 좀만 더 노력해라 알았냐?”
“알겠십니더!”
김상택은 그렇게 허참례(許參禮)와 허참연(許參宴)을 마치고, 면신례(免新禮)만을 남기게 되는데,
“아부지, 인자 면신례만 마치면 됩니더.”
“그래, 알아따. 네는 집 걱정 말고, 선배들 기분이나 잘 맞춰 주거라. 아부지가 다 알아서 할테니까.”
“아부지…. 이러다 우리집 절딴나는 거 아입니꺼? 허집사 말 들으니까 논도 다 팔았다 하던데…괘안습니꺼?
“허집사 그노마는 씰데없는 소리나 하고 지랄이고? 네는 신경 끄라 안 카나? 아부지가 다 알아서 할테니까, 네는 선배들 접대나 생각해라 알긋나?”
“아부지!”
김상훈, 김상택 부자의 이 끝모를 빚잔치는 언제쯤 끝이 날까?
이미 거의 모든 재산을 저당잡히고, 팔아먹은 김상훈, 그는 과연 면신례를 치를 돈을 어디서 끌어올 것인가? 초특급 대하 울트라 역사 사극 면신례 스토리, 그 대망의 마지막 편은
다음회에 이어진다
커밍 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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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신고식 면신례(免新禮) ㅡ4
김상훈은 은밀히 명동에 있는 사채업자에게 향하는데,
“이기 뭐꼬? 신체포기각서?”
“확실히 하자는 거죠. 이 장사 하다 보면, 돈 먹고 배째라는 사람들이 많아서.”
“다 늙어빠진 몸뚱어리 가져가서 뭐에 쓸라꼬? 논밭문서도 있고, 과수원도 넘긴다 안 카나?”
“논밭이랑 집은 대출을 너무 받아서 먹어봐야 별거 없더군요. 장사 원투하나? 등기부등본도 안 떼본 줄 아십니까? 그리고 그 과수원이란 거, 보니까 딱 돌밭이던데. 이런 걸 내밀면 안되죠. 포기각서 쓸 겁니까 말 겁니까?”
“어디에 사인하믄 되노?”
“선이자 떼고, 7,600냥입니다.”
김상훈은 결국 신체포기각서를 쓰고 사채를 끌어왔다. 드디어 김상택도 마지막 면신연(免新宴)을 남기게 되는데,
“김상택, 지금까지 잘해 줬다. 이제 면신연(免新宴)만 넘기면 너는 이제 완전한 예문관원이 되는 거다.”
“그래, 제대로 해라, 제대로.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고, 괜히 돈 아낀다고 보도방에서 대충 이상한 여자애들 데려왔다가는, 그 길로 네 관운(官運)은 꼬이는 거다. 알았지?”
“최선을 다하겠심더.”
한편 사채를 끌어온 김상훈은 집안 가솔들을 모두 집합시켜 마지막 면신연 대책회의를 여는데,
“이번 한번에 우리 가문의 모든 걸 건다. 허집사!”
“예!”
“네는 지금 당장 청담동으로 가서 청담동 제일각 마담을 만나고 와라. 돈은 얼매든지 좋으니까, 거기 기생들 모두 데려와라. 알긋제?”
“어르신, 차라리 보도방 애들이….”
“셧더 마우스해라. 괜히 보도방 데불고 와따 무슨 개망신 당할라꼬?
지금까지 뭐 봤노? 그리고 안성댁, 네는 허참례 할 때보다 더 신경써서 음식 장만 하그래이. 비용은 얼마 들든지 상관없데이. 그리고 윤철아
네는 가서 밴드 좀 데불고 와라. 알긋제? 이게 마지막인기다. 나 김상훈이 한번 한다믄 하는 놈이데이. 예문관 그노마들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함 해보자.”
이렇게 해서 김상훈은 차근차근 면신연 준비를 마치는데, 드디어 면신연 당일날. 예문관 관원들과 초청받은 정승들, 판서들이 속속 김상훈의 집으로 모여들었다
면신연은 1인1기녀 원칙이 철저히 지켜졌는데, 초대받은 사람 한명당 기녀 한명씩 맨투맨으로 붙었던 것이다.
“어이 신래(新來 : 신참), 이번에 신경 좀 썼구만? 애들 물이 아주 좋아~.”
“감사합니다.”
“그래 그래, 이제부터 한판 걸판지게 놀아보자.”
“예.”
예문관 관원들은 술 마시고, 기생들을 데리고 놀며 한껏 흥을 돋우더니, 슬슬 본게임으로 들어간다.
“김상택! 움직이지 마!”
예문관 관원들이 우르르 달려가 김상택 얼굴에 숯검댕이를 바르더니, 이어서 연못에 빠뜨리고 헤엄을 치게 한다.
“동작 봐라! 어쭈 손이 보여? 빠져 가지고 더 빨리 안 돌려!”
이어서 광대놀이를 시키고, 처음으로 돌아와 숯검댕이 얼굴을 씻게 하더니 그 물을 마시게 만든다. 그렇게 동이 틀 때까지 신나게 놀던 예문관 관원들은 술에 뻗어 한명 두명 퍼지게 된다.
“기…김…김상택, 좋았어. 면신(免新)을…허…한다.”
길었던 김상택의 면신례는 그렇게 끝이 나게 되었다. 그리고 김상택 가문은 그날로 빚더미에 앉게 되었다. 그후 김상훈은 신체포기각서 때문에 새우잡이 배로 끌려갔다는 소문이 돌았다는 후일담이 들리는데….
원래 면신례(免新禮)의 뿌리는 고려조까지 이어진다. 고려시대 음서(蔭敍)라 해서 아버지가 고관대작이면, 아들도 그 빽으로 해서 뒷문으로 출사하던 일이 비일비재하였다
이 낙하산 출신들은 아버지의 빽을 믿고, 해당 관청에 들어가서도 뻣뻣하게 굴었던 것이다. 이걸 보고 정당하게 과거로 출사한 이들이 이들의 군기를 잡아야겠다고 시작한 것이 바로 면신례(免新禮)였다
이게 흘러흘러 조선시대까지 와서는 한 집안의 기둥뿌리를 파먹을 정도로 혹독하게 진행되었던 것이다.
신고식이란 악습이 일본에서 건너왔다며, 일본문화의 잔재라 말하는 이들이 많은데, 실상 모든 문화권에 이 신고식 문화는 다 있다
특히 조선의 경우는 신고식 비용까지도 신고식 당사자가 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려야 했는데, 그나마 요즘은 신고식 대상자가 비용을 내지 않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다고 해도 신고식이란 게 당하는 입장에서는 언제나 불합리한 것이다. 뭐든지 과하면 모자르니만 못하다 하였다.
새로 온 사람들에 대한 환영(?)과 군기잡기도 좋지만, 중도(中道)를 지키는 중용의 마음이 필요하다는 걸 염두에 두고 신입들을 바라보자~~
이어서~~~~~
<펌 글>
첫댓글 이야~ 신고식 무섭습니다~
저는 인내심이 부족해서 띠엄띠엄읽었습니다~ㅎㅎ
넘 내용이 많아요^^
절차는 순서대로 나와있는데 사설이 넘 많아 임의대로 잘라 올릴까 하다가 보시는 분 판단에 맡기기로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