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중 개인전
산책
글 : 도종환(시인)
강인한 생명력을 화가는 흠모했는지 모르겠다. 화가에게 오래 지속되는 생의 겨울을 소나무처럼 꿋꿋하게
지켜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고, 이런 소나무 같은 사람 우리 주위에 많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2013. 12. 10 - 12. 15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 (T.043-223-4100, 청주)]
마음속의 소나무, 마음 밖의 소나무
독야청청하는 나무다. 자신을 잘 지키려다보니 그 발치에는 잡풀 하나도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하는 나무다. 온 산이 산불로 잿더미가 되어도 그 불길로 솔방울 속의 씨앗을 터뜨려 제일 먼저 폐허 위에서 푸른 솔씨를 틔우는 나무다.
그 강인한 생명력을 화가는 흠모했는지 모르겠다. 화가에게 오래 지속되는 생의 겨울을 소나무처럼 꿋꿋하게 지켜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고, 이런 소나무 같은 사람 우리 주위에 많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이유종이 그린 소나무 중에는 홀로 있는 소나무도 있고, 줄지어 모여있는 소나무도 있다. 그러나 나는 여러 그루 소나무를 그린 그림이 더 좋다.
한 그루씩은 다 외롭지만 나 혼자만 외로운 건 아니라고 말하는 듯 하다. 그 외로움이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고 말하는 것 같다. 여러 해를 거쳐 오는 동안 산은 점점 반구상의 배경으로 물러나기 시작하고, 소나무가 그림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화가의 눈에 들어 온 마음 밖의 소나무에서 화가의 중심에 자리 잡아 가는 마음 안의 소나무로 변해가고 있는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하며 화폭 속의 소나무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