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는 무엇이든 헌정사상 처음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지난해 말 느닷없는 비상계엄발령으로 나라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냥 그동안 숨겨져 있던 것인지 아니면 새로 생긴 것인지 무엇이든 초유의 사태 내지는 전대미문의 상황이라는 표현이 동원됩니다. 하다하다 법원이 난동자들의 욕구불만 해소터가 되어 버렸습니다. 국민들 대부분은 두달이상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집단 불면증에 집단 홧병까지 각종 정신불안으로 고통받는 국민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요즘 정신과 병원은 몰려드는 환자들때문에 그야말로 눈코 뜰 사이가 없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젠 놀랄 일도 없다고 생각하는 즈음에 정말 놀랄만한 사건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초등학교 교사가 8살난 어린 학생을 학교에서 흉기로 살해한 것입니다. 무슨 세상이 이런 일이 다 있답니까. 이제 놀랄 것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놀랄만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전의 모 초등학교에서 이 학교 1학년 어린이가 살해됐습니다. 그것도 다른 사람이 아닌 교사에 의해서 입니다. 가해 교사는 40대로 우울증으로 6개월 병가를 냈다가 갑자기 20일 만에 조기에 복직한 뒤 이같은 끔직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범행을 일으키기 얼마전에도 동료 교사의 목을 조르거나 학교 집기를 부수는 등 폭력성을 보여 분리조치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가해 교사는 경찰에서 짜증이나서 범행했다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왜 하필 그 어린이를 범행대상으로 삼았냐는 조사에 어떤 아이든 상관이 없었고 같이 죽을 생각으로 맨 마지막으로 가는 어린이를 범행장소로 유인해 목을 조르고 흉기로 찔렀다는 것입니다. 범행전에 학교 인근 상점에서 흉기를 구입했습니다.
한국의 치안의 안전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했습니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지 벌써 80년이 가깝고 오랜 강압적인 독재정치 그리고 통행금지 시절 등의 영향으로 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치안이 괜찮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법원 청사에 난입해 경찰들을 폭행하고 법원기물을 부수는 장면이 해외에 널리 알려지면서 과연 한국의 치안에 과연 문제가 없는가하는 의문점이 강하게 대두됐습니다. 다행히 총기사용이 엄격하게 금지된 영향으로 광기어린 총기난동사건은 피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타국에서도 유래가 없는 교사가 학교에서 어린 학생을 흉기로 살해하는 그런 사건이 터지자 한국의 치안과 방범 상황에 대한 원초적인 의문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관련 교사가 이미 오래전부터 심한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은 것을 주변 교사들 그리고 학교에서 너무도 잘 알고 있었는데 그렇게 허술하게 대응했는가 하는 의문과 질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회 시스템에 대한 의문도 증폭합니다. 평소에는 그런대로 잘 돌아가는 듯하다가도 뭔가 황당하고 큰 사태가 생기면 그동안 숨겨져 있던 이런 저런 현상들이 동시다발로 터져 나오는 상황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이 가능합니다. 확고하게 사회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이 아니고 뭔가 돌발적인 사태가 발발하면 이곳 저곳에서 풀리는 나사처럼 확고함이 해체되면서 물밑에 숨어 있던 갖가지 현상들이 표면화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습니다. 대통령 계엄과 탄핵과 관련해 이념과 판단의 갈등속에 서로 부딪히고 서로의 주장을 격하게 내세운면서 사회전체가 대혼란을 일으키니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혼돈의 잔재들이 스멀스멀 밖으로 기어나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가장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할 초등학교 내부에서 정신적 중증 결함이 있는 인물이 교사라는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고 학생들을 일선에서 누구보다 철저하게 보호해야 할 그 존재가 거꾸로 보호 대상의 존재를 살해하는 그 잔인무도한 행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천진무구하고 티끌만큼의 죄도 없는 어린 학생의 죽음앞에 이 사회 이 나라 국민들은 할 말을 잊습니다. 하늘양의 아버지는 선생님은 너를 지켜주는 슈퍼맨이라고 했는데 그 슈퍼맨이 흉기를 들고 잔인한 범행을 저지른 것을 미연에 막지 못한 학교측과 해당 교육청은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물론 현재 공교육의 위상이 땅에 떨어지고 일부 교사들은 저질 학생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것도 현실입니다. 힘든 교육 상황속에서도 학교를 지키면서 학생들의 교육에 온힘을 바치는 교사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하지만 특정 사건이 터질 경우 그런 노력은 그야말로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번 이 사건은 국민들에게 교육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지금 일선학교안에 곪은 곳은 없는지를 깊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 바랍니다. 그리고 나사가 풀리면 기계가 작동하지 않거나 오작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때 혼란하고 혼돈스런 한국의 정치 사회적 상황을 하루라도 조속히 매듭짓고 새출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고 김하늘양의 명복을 빌며 어떤 위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하늘양의 부모님 그리고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2025년 2월 1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