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왔는데, 똑똑한 놈들이 있는데 일주일만 옆에 끼고 가르쳐 달라는 거야. 꼬맹이들을 받아서 얻다 쓰겠느냐만…어린 애들을 잘 길러 놔야 나중에도 좋은 수사관들이 나오겠지.
『따르릉』 『예, 보이드입니다.』 『괜찮나, 잭? 바쁜 와중에 전화한 건 아닌지…』
샐리?
『아니, 아니, 괜찮습니다, 장모님. 찾으셨나요?』
『응. 애를 찾았어. 큰일은 없으니 걱정 말게. 그냥 근교에서 웬 보험설계사하고 살고 있더라고. 서른한 살이고, 이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더군. 웃기게 생긴 차를 몰고 다니는데, 왜 있잖나, 요즘 영화에서…』 『얘기는 해 보셨나요?』 『아, 그럼. 사실 이야기는 나만 하고, 그 애는 거의 울기만 했지만. 세상에, 고등학교 때 이래로 그렇게 우는 건 처음 봤지 뭐니. 그때 애는 그 남자애하고 데이트를 하고 있었어. 그래서 그 남자 이름이 뭐냐면…』 『그래서, 로라는요? 돌아온답니까?』 『당연하지. 그저 시간이 조금 필요할 뿐이야.』 『시간이오? 아내가 그 보험설계사 놈하고 침대에서 놀아나는 게 지겨워지는 시간 말입니까?』 『잭, 내 딸애일세.』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단지…음, 저는 그냥 아내가 최대한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네요.』 『걱정 말게. 다 이해하네. 우린 조금 기다릴 필요가 있어. 묻고 싶은 게 많겠지. 잭, 그래도 꾹 참아야 하네. 다시 전화할 테니 기다리게.』 『알겠습니다, 기다리지요. 네네, 다 알고 있습니다. 우리 마컴 여사님도 상황이 왜 이렇게 된 건지 로라에게 묻고 싶으신 게 많으실 테지요. 고맙습니다. 언제든 연락 주세요.』
『잭?』 『예?』 『돈 문제는 없는가?』 『뭐라고요?』 『그렇잖나. 알다시피 신문에서 자네의 사임 기사를 낼 적에 보니까 기사에는 자네하고 로라가 요즘 살기 좀 빡빡하다고 하던데, 내 생각에는 어쩌면…』 『나 원, 세상에.』
『어, 다들 잘 잤나?』 『서장님!』 『캔, 왜 그러나?』 『그, 오늘 휴가를 쓰고 싶어서요. 제가 「넵튠의 유혹」이란 책을 보는데 아직 결말을 못 봤거든요. 그 소설 아시죠? 거기 해럴드라고 경찰국장이 나오는데 제 생각에는 범인이거든요? 그런데 끝을 못 봐서 집중이 안 돼서요, 집에 가서 보고 오면 안 될까요?』
『난 아내의 유혹 밖에 몰라. 내가 자네 헛소리를 이렇게 끝까지 들어준 것도 고맙게 생각하라고. 내일 봐, 내일! 앞으로 이런 걸로 휴가 신청하면 다 반려한다! 알겠냐? 자, 이제 다들 일 봐!』
『다행히 현재 진행 중인 건에 대해서는 모두 무사합니다.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본인도 크게 화상을 입고 지금 중환자실에 있습니다. 어찌 되었든 그 친구의 경찰 경력은 완전 끝난 셈이죠.』
『하아, 인턴은 앞으로 받지 말아야겠네. 알았어. 수습은 다 끝난 거지? 가 봐.』
12:00
점심시간에 밥이나 먹으러 갈까 했더니, 또 전화가 왔네.
『보이드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마스트로야니라고 합니다. 주방장이에요.』 『무슨 일이십니까?』 『오늘 현대미술관 20주년 행사인 것 아시죠? 그런데 연회가 갑자기 취소된 거 아닙니까! 맘마 미아! 그런데 요리는 잔뜩 준비했단 말이죠. 아까워서 그런데 생각이 나서요. 경찰관 여러분께 대접할까 하는데 어떠세요? 조금만 비용을 대 주시면…』
『흠, 그래요? 얼마면 되겠소?』 『300 달러만 받겠습니다!』 『그럼 회식을 그곳에서 하면 되겠소? 알겠습니다.』
오늘은 애들 포식이나 시켜야겠다!
08월 09일 (금요일, DAY 26)
『부스럭』
오늘도 편지가 잔뜩 쌓여 있다네. 이건…….
『잭,
연방법은 지자체 청사 인근에서의 집회를 금지하고 있다네. 그런데 오늘 시청 앞에서 흑인들의 시위가 예정되어 있네. 이것은 바로 나, 시장 로저스에 대한 직접적 도전이나 다름없네. 어떻게 해서든 이들을 처리하기 바라네.
로저스』
흑인들이 데모해서 시장 좀 내쫓아 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런 당근을 같이 보내셨나, 로저스? 주급을 올려 줬네? 다른 요청도 전부 수락되었다. 인력 요청을 좀 해야겠어.
「스테인 플로리더」라? 어디서 이런 인재가 나타났지? 바로 채 와야겠다. 이외에도 괜찮은 놈들이 제법 있군.
시위가 과격해지기 전에 경찰이 나서야 한다. SWAT 팀하고 차량 지원도 보내야겠어. 그런데, 그 후 마틴이 소식을 듣고 달려왔네.
『서장님! 시위를 진압하라고 보내셨다고요? 시청으로?』 『그래. 시장의 명령이지. 시청 앞 집회는 연방법 상 불법이라고 편지까지 손수 보내 주셨다고. 나 참.』 『아이고, 서장님. 로저스 시장은 연방법을 남용하고 있습니다. 청사 앞에서 집회하면 불법이라니요. 관공서든 관저든, 시장 집무실이든 집회는 허가되잖습니까. 폭력 집회만 아니면요.』 『어라? 그러게. 나도 많이 늙었나 봐. 마틴, 그러나 상관없네. 시장이 그렇다는데 어쩌겠어.』 『이거, 불길합니다. 대처를 해야겠습니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야겠어요. 개인의 일탈이라든가, 마피아에게 협박을 받았다든가…준비는 걱정 마십시오.』
『응? 아냐, 괜찮네. 허허. 그럴 문제는 없을 거야. 자네 말대로라면 서로 불법 행위가 없으면 되는 것 아닌가. 시위대가 불법 행위를 하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없을 터이고. 내 알아서 하겠네.』
09:59
『삐릭-서장님, 팀슨입니다.』 『어, 그래. 별 일 없지?』 『칙-어, 아직은요? 무력 진압합니까?』
쳇! 시위를 진압하지 않았다고 시장이 온갖 불평을 해 대는군. 그 이상 일을 저질러 버리면 자기는 멀쩡할 줄…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바로 침묵했네. 로저스를 건드릴 수 있는 자는 이 도시에 없으니까. 나보고 전부 덤터기를 쓰라는 뜻이었지? 젠장. 말려들지 않아서 다행이긴 한데 앞으로 또 괴로워질까 걱정이다.
22:12
『따르릉』 『보이드요.』 『아, 잭. 직접 부탁할 게 있어서 연락했네. 좋은 소식도 있고.』 『부탁부터 들어 봅시다.』
『저 불한당들이 새로 행동대장을 뽑았나 보오. 출세하고 싶은지 감히 우리 집안 어르신을 납치했지. 어느 위치에서 납치당하셨는지는 알고 사람을 보냈는데, 그놈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모르겠어. 경찰이 나서기에 딱 좋은 상황 아니오?』 『위치를 추적해 달라 이거군. 사람을 보내리다.』 『좋소, 빈민가에 우리 사람이 있소. 신고자라고 할 테니 그쪽에서 만나게 합시다. 자세한 건 그네들이 알아서 하게 하고. 좋은 소식은, 우리가 거의 이겼다는 거요. 내일 바르가 본거지를 총공격할 것이오. 성공하면 이 지긋지긋한 짓도 끝나겠지.』 『호오, 그것 참 반가운 소리군요. 우리 경찰도 이제 너무 지쳤거든. 잘 되길 바라오, 샌드 씨.』
08월 10일 (토요일, DAY 27)
「고아원에 납품된 장난감에서 맹독성 물질 검출」 「영구차와 구급차 충돌, 생존자 없어」 「주류 가격 60% 인상」
안 돼! 술값!
『어, 다들 왔나? 어디 보자, 왜 모저는 없어?』 『모저 형사, 볼링 형사는 식중독이랍니다. 한동안 출근하기 어려울 거예요.』
『하필 그렇게 둘이야? 그쪽 사건 수사는 완전 중단이잖아, 이러면.』
전에 점심을 먹은 게 잘못됐나?
『저기…제가 숙취가 심해서요. 들어가 보면 안 될까요.』 『잘 한다, 잘 해. 응? 맥스톤. 알았다. 대신 내일 출근해.』
08:16
오늘의 첫 사건은 뭔가?
『옥수수 상 앞에서 조형물 훼손 신고. 아이가 옥수수 상에 낙서를 하고 있다고 함. 계도 바람.』 『사소한 일인가? 혹시 모르니까 폭스맨 보고 처리하라고 해.』
『애티커스 타워에서 자살 소동! 십대로 보이는 여성이 옥상 난간 위에 서 있다고 함. 경비원은 고소공포증으로 진정시킬 수 없다고 하니 바로 출동 바란다.』 『트레버, 캔.』
『포트사이드 교에서 자살 소동! 십대 소년이 다리 난간 위로 올라가 있다고 함. 운전자 한 명이 설득 중. 즉각 출동 바람.』 『클링스턴, 갔다 와. 웬 자살 신고가 이렇게 많아.』
하지만 사실 이 지옥 같은 프리버그에서 자살이 적은 게 더 이상한 건지도 모르지.
12:45
『교외 11구역, 동물에게 습격받고 있다는 신고 접수. 고양이가 문을 막고 으르렁대고 있다고 함. 처리 바람.』
『페츠카를…어이, 고양이가 으르렁댄다는 게 무슨 말이야? 에잇, 장난 전화는 좀 알아서 거르란 말이다.』 『티라노사우루스처럼 으르렁댄다는데요? 겁을 많이 먹은 듯…』 『티라노? 캐터사우루스(cat-a-saurus)겠지?』 『…….』 『헐.』
분위기 보소. 농담도 못하겠네.
20:17
『잭,』 『샌드 씨.』 『이제 바르가를 직접 치러 가고 있소. 양동을 위해서 빙상경기장에서 싸움을 일으켰지. 뭐, 사실 시작은 바르가 쪽이었지만, 자세한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겠지. 어쨌거나 이제는 그리 필요도 없는 싸움이 너무 과열되고 있소. 진압을 좀 해 주시오.』 『흠, 오늘로 이런 일이 끝나기를 바랍니다. 사람은 보내겠소.』
23:26
『시청 앞 시위 발생!』
아니, 지금이 몇 시인데 데모를 하는 거야.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소행으로 보임. 분리 정책과 노예제 복원을 외치고 있다고 함. 사태가 커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총기를 소유한 것으로 확인됨. 해산 바람!』 『이게 무슨 소리야. 전부 출동해! SWAT 팀도 출동시켜!』
아이고…흑인이고 백인이고, 나한테는 그냥 다 골칫덩어리들이다.
25:21
『삐빅-본부 나와라. 여기는 트레버.』 『나다.』 『서장님! 사태 진정이 어렵습니다.-치지직-증원 바람.』 「흑 인 은! 노 예 다!」 『이야, 구호가 아주 거침없고만. 반 달과 클라우스너를 보내겠다. 전부 압송하라고.』
…이라고 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28:00
『아니, 그걸 진압을 못해? SWAT은 뭐했나? 앙? 다친 사람은? 뭐야, 죽었어! 미치겠군. 자네들도 다 죽었어. 일단 복귀해!』
첫댓글 드디어 전쟁 막바지...상급자 뒤처라 하랴, VIP특급행정 하랴, 말안듣는 부하 어르고 달래랴....
이혼한 마누라 걱정하랴, 자기 노후 걱정하랴.....흔한 조직의 중간직 중년의 고민 이내요. ㅎㅎㅎ
p.s 아무리 목표가 50만달러 모으는거지만 어차피 겜은 게임일뿐 돈있는데로 음반이라도 사세요.
그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이런 골때리는 게임은 명곡이라도 들어야 버티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