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전말
이 지구상에서
어느나라 국민이 가장 행복할까.
저명한 조사기관들은
한결같이 그게 덴마크라고 말한다.
글자 그대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그 국민을 책임지는 나라가 덴마크다.
우리 기자가
덴마크에 가서 그들을 취재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자기들은 행복하고
그것은
근심걱정이 없기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실업의 경우를 예로들면,
우리는 한 개인과 가족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고통이지만
그들은
국가가 실업수당을 지급하고
바로 재교육을 실시,
다음직장에 취업시킨다.
학비는 대학까지 무료이며,
모든 병원의 치료도 무료다.
그렇다고
교육의 질이 떨어지거나
치료의 질이 떨어지는 일은 없다.
거의 모든 분야가
최고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선진국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행복한 것은
자기를 믿고,
이웃을 믿고,
국가시스템을 믿는 믿음-신뢰가
바탕에 깔려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그들은 모두가 그런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덴마크는 어떻게
그런 이상적인 복지국가가 되었을까.
돈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덴마크 국민은
수입의 50%를
세금으로 낸다.
놀라운 것은
그들 모두가 그것을
아주 당연한 이로 여긴다는 점이다.
그 세금이
고스란히 복지가 되어 돌아오기 때문에
그 누구도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거기에는
거두어들인 세금이
정부에 의해 제대로 쓰이고 있다는
믿음-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덴마크의 가장 큰 행복은
‘신뢰사회’ 가 구축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덴마크를 부러워하는 것은
복지자체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가능케 하는
신뢰사회의 구축이다.
우리에게는 그게 없거나 태부족이다.
기다리면 자기차례가 반드시 온다는
믿음-신뢰가 없기 때문에
새치기가 생기는것이고
그것의 다른 이름이 비리와 부정부패다.
법을 지키는 사람들이 바보가 되는 사회에서
‘국민행복’ 은 요원한
얘기다.
내가 나를 못믿고,
이웃을 못믿고,
정부를 믿을수 없는게
우리의 가슴아픈 현실이다.
우리모두는
평소에 무엇인가를 잘 잃어버린다.
대표적인 물건중 하나가 우산이다.
해외여행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소지품은
돈이 아니라 여권이다.
그게 없으면 돈이 아무리 많아도
여행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외교부의 발표를 보면,
해외여행중인
우리 국민들이 하루에 분실,도난당하는
여권이 200개꼴이라고 한다.
특히
이태리에서 여권을 도난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소매치기가 많다는 얘기다.
분실여권중 회수되는 비율은 20%,
나머지 80%는
고가에 팔려 위조여권등으로 악용될
것이다.
여권을 분실,도난당하면
해당국주재 대사관이나 영사에게 가서
‘해외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따라서
일행과는 떨어져야 하고
여행비용이 더 드는 것은 물론
불안과 고통을 당하게 된다.
무엇인가 중요하고
요긴한 것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고통스러운 일이다.
얼마전
신문사에 근무하는 기자한분이
노트북을 전철 선반에 두고내렸다가
다시찾은
기사를 읽은일이 있다.
스마트폰에 고개를 숙이고
-본인은 푹
박았다고 했다-
선반에 올려놓은 노트북은 까맣게 잊은채
전철에서 내렸던 것이다.
십중팔구
그건 잃어버린 물건이 되는게 상식이다.
노트북 보다는
그안에 들어있는
수많은 자료의 상실이 더 치명적
이었다.
급한 마음에
먼저 찾아간곳이 파출소, 경찰이었다.
온갖 험한꼴을
다 당하는 공권력이지만
우리가
먼저찾는곳은 경찰일 수밖에 없다.
경찰이 가지고 있는 스시템은
노트북을 다시 찾을 수 있는
일단계의 기능이기 때문이다.
파출소의 경찰관은,
습득물건을 게시하는 경찰청과
지하철의 홈페이지 주소를 메모지에
손글씨로 또박,또박
적어주면서,
'도난당한
것 이라면
인터넷
중고게시판에 매물로 나올수 있으니
잘
살펴보라‘ 고 일러주기 까지 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분실한것과 같은
모델이 20-30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적지않은 돈을 현금화 할수있으니
노트북을
다시찾을 가망은 거의 없을 것 같았다.
노트북 찾는 것을 거의 포기할 즈음,
지하철 분실물센터의 홈페이지를 검색하다
잃어버린것과 아주 비슷한 노트북을
발견,
전화로 확인해 보니 바로 자기의
물건이었다.
노트북이 발견된 곳은
신문사와 반대방향의 종착역 이었다.
자기가 탔던 지하철은
서울시내를 관통해 경기도까지 갔다가
다시 서울로 진입,
종착역에 도착했던 것이다.
승객이 모두 내린뒤
객실을 점검하던 직원이 노트북을 발견한
것이다.
그 지하철이
왕복 150여 킬로를 왕복하는동안
수많은 승객이 그 노트북을 봤을 것 이지만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다.
감사한 마음에 빵을 한봉지 사들고
서둘러 종착역에 갔지만
역무원은,
‘물건을
찾아주는 것은 당연한 일’ 이라며
한사코 빵을
사양했다.
노트북의 분실에서 다시찾기까지의 과정은
거의 믿기지 않을정도로 신기하기만
했다.
그건 거의 포기할 정도로
다시찾기 어려운 물건이었고
누구보다
본인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때문에
노트북을 다시 찾았다는 사실이 뜻밖이었고
그만큼
여러 가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미국의 유명월간지인
‘리더스 다이제스트’ 가
50달러가
든
지갑
200개를 유럽전역에 뿌렸는데
이중
58%가 회수됐다.
특히
소득수준이 높은
북유럽에서는 회수율이 70%
이상이었다.
이 회수율을
학문적으로 ‘사회적자본’ 이라고
부른다.
사회구성원들이 힘을 합해
공동의 목표를
효율적으로 추구할수 있게하는
제도와 규범을 포함하는
상위개념이다.
사회적자본의 핵심은
사회구성원들 사이의 믿음-신뢰다.
15시간이상,
주인없는
상태로 지하철 선반에 노출된
노트북이
150여 킬로를 오가는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그것에 손을 대지 않았기에
그 노트북은
거의 기적적으로 주인의 손에 돌아왔다.
이런, 일상적인
작은 스토리는 신문에 나지 않는다.
신문은
센세이셔날한 사고, 사건을 주로
취급한다.
특히
정치권의 기사들이 많다.
사회면에서도
엽기적인 사건들로 뒤덥혀있다.
그래서
선 보다는 악이 승한것처럼 비쳐지는 측면이
크다.
잃어버렸던 물건을 다시찾게된 기자는
노트북의 전말에 대해 생각을 반추했다.
분실물에 대해
그것을 다시찾을수 있는 단서를
자세히 설명해주고 검색할 주소들을
또박또박 메모지에 써주던 자상한
경찰관,
승객이 내린 객실에서 노트북을 발견,
분실물로 보관하고 찾게해준 역무원, 15시간,
150킬로를 오가는동안
노트북에
손을 대지않은 승객들,
그들의 공통점은 ‘무명씨들’
이었다.
노트북을 자시찾은 기자는
비로서
우리사회가 이만큼 돌아가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런 무명씨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양지에서 입신출세한
한줌밖에 안되는 이기적인 인간들이 아니라
음지에서 묵묵히
자기의 일상을 살고있는 보통사람들이
사실은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저변은,
신문에는 나지 않지만
생각보다 넓다는것도 알게됐다.
절망도 있지만
희망이 더 크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건 인간적으로 아주 큰 소득이었다.
하나의
사회공동체가 믿음-신뢰를 가지는 일은
결코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선량한 시민이 존재한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이웃-다른 사람들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정신’ 이 있어야 하며
그래야
자기도 대접을 받을수 있다는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
이제
우리사회도 시기적으로
사회적자본인 이 정신을 가르칠때가
되었다.
그건
가정과 같은 기초교육에서 시작되어야 하며
이는 기본이 튼튼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서울인 한양도성은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할
다섯가지 도리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사대문과 보신각 이름에는
仁, 義, 禮, 智, 信 이
각각
한글자씩 들어가 있는게 그것이다.
仁은 어질다는 뜻이다.
사람의 성품이 인자하고 덕행이 높다는
의미다.
義는 올바름인 것이며,
말이나 생각, 행동이 진리, 도덕, 규범,이치,
기준등에 비추어 어긋남이 없는
좋은상태다.
禮는 예도를 이름이며,
예의와 법도등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할 도리라는
뜻이다.
智는 지혜로서,
삶의 경험이 풍부하거나
세상의 이치나 도리를 잘 알아
모든일을 바르고 옳게 처리하는 마음과
능력이다.
信은 믿을 신이며,
상대의 능력이나 태도를 믿고 신뢰하는
것이다.
우리의 선조들이 강조한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할 도리란
무엇인가.
그건 사람이
어떤 입장이나 처지에서도
마땅히 베풀거나 행해야 하는
바르고 참된 행동 이다.
아무리 첨단을 달리고 있는
디지털의 시대라 해도
인간은 아날로그적인 존재이며
선조들이
강조한 다섯가지 도리는 변하지 않는다.
그 표현방법은
현대적 이어야 하되
덕목자체는 불변인 것이다.
그것이
사회적자본의 핵심적인 내용이기
때문이며,
스마트폰이 아니라
그것을
가지고있는 인간끼리의 관계가
사회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관계의 핵심이 되는 요소와 조건은 변할수
없다.
지금 우리사회는
날로 더 각박해 지고 황폐해지고 있다.
이럴때일수록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는 더 요청된다.
그것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영원한 기재이기
때문이다.
진흙탕에서 죽기아니면 살기로
패거리 싸움만 하고있는
여의도는 우리를
절망케 한다.
권부의
중심에서 연일 터져나오는 스캔들도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다.
제조업의 둔화와
경기침체는 실업율을 높이고
우리의 일상에 큰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가계빚이 천조원을 넘은게 오래전이다.
가족이 해체되고
부모와 자식사이에 혈연이
돈앞에서 끊어지고 있으며
길어진 수명이
오히려 재앙이 될 수 있는 세상이다.
일류대학-대기업-높은보수-좋은결혼이라는
줄 하나밖에 없는 나라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좌절하고
있다.
바벨탑처럼 높이 쌓아올린
종교의 부패는 이미 식상한지 오래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사회공동체가 멈추지않고 굴러가는 것은
수많은
‘무명씨들’ 의 작은 노력들이 모여
큰 힘을
이루기 때문이다.
노트북의
전말(顚末-일의 처음부터 끝까지의 경과)은
그걸 확인시켜주는 하나의 큰 계기일
터이다.
그래서
절망보다는 희망이 훨씬 더 크다.
무명씨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문화는 일정한 인간집단의
생활양식이다.-
by/yorowon. |
첫댓글 요람에서 무덤까지 .. 부럽습니다
과거에 많이 들은 글인데요 덴마크 국민들이 그렇게 행복지수가 높은게 현재진행형인지.. 모르겠군요 세계 각국 정치인이 부패 됬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그던요
1위는 바뀌지만 북유럽의 복지 좋은 국가들이 여전히 순위권에 있습니다.
한동안 아일랜드 바람이 불다가 아일랜드가 금융위기로 어려워 지자 필란드 바람이 불다가 노키아가 매각되고 필린드가 어려워 지자 덴마크 바람이 부는거죠.
복지와 상관없이 투명하고 건전한 사회는 우리가 가야할 길이지만, 현실은 그저 수준이하일 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