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7월이다.
그리고 오늘이 그 첫날이다.
한라수목원 나무들도
7월만큼 푸르렀다.
안개가 엷게 드리운 숲속은
신비감마저 감돈다.
한라수목원 입구 주차장에 모인 일행은
모두 아홉명
여자분들이 다른 모임이 있어서
참석률이 좀 낮은 편이다.
장마철이어서 그런지 후텁지근하다.
벌써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우리는 먼저 남조순오름을 오르기로 했다.
한라수목원과 해역사로 통하는 숲길을 걸어가로라니
늦은 시간이지만 산책하는 사람들이 이외로 많다.
산책길에 지팡이에 베낭까지 맨 우리들은 이방인이다.
산책길을 벗어나 오름 오르는 길을 조금 오르자
"여기는 군사지역이니 출입을 금한다"는 경고판이 있고
위에서 보초가 내려오면 오지 말라고 손짓한다.
우리는 할 수 없이 오름을 내려와
기슭에 세워진 오름 표지석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비고가 167m로 제주시 인근에서는 가장 높고
옛부터 나무가 우거져 남짓은오름이라고 부리우는
좋은 오름을 군부대가 차지하고 오르지도 못하게하니
군부대를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기고
시민들에게 돌려줌이 도리가 아닐까?
이어서 우리는 한라수목원 산책길을 따라 돌고 돌아
괭이오름 정상에 이르렀다.
괭이오름은 수목원 산책로에 포함되어 있어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찾는 곳이다.
정상에는 팔각정과 체력단련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우리는 팔각정 평상에 앉아서
월드컵 16강에 오른 기쁨과
아쉽게 우루과이전에서 패한 아쉬움을 나누었다.
적당히 땀을 들인 일행은 서쪽 산책로를 따라 내려왔다.
수목원이라 나무마다 이름표가 붙어 있어서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주며 나무와 잎도 살피며 걸었다.
이 나무는 "이나무" 저 나무는 "전나무"
무환자나무, 까마귀베게, 종가시나무, 꾸지뽕나무......
다음으로 우리는 상여오름을 찾았다.
저승 갈때 타고 가는 상여를 닮은 오름이다.
20여년전에 아이들을 데리고 소풍을 왔던 오름이다.
지금은 큰 도로와 건물 등 주변에 많이 변했으나
오름은 그다지 많이 변한 것 같지 않다.
정상에 몇 그루 있는 소나무가 더 나이를 먹었겠지만
우리는 커다란 소나무 그늘을 쉼터로 잡았다.
사방이 시원스레 트였고 바람도 신선하다.
지금까지 후줄근해진 몸이 서서히 생기가 돈다.
거기에다 우리의 즐거운 점심시간
세상 근심걱정 말끔히 사라진다.
행복만이 동그랗게 우리를 감싼다.
상여오름에서의 이 행복........
마지막으로 찾은 곳이 민오름이다.
해역사 앞 작은 네거리에서
도지사관사 쪽으로 꺾어 들어가자
이내 민오름 기슭이 맞선다.
기슭에 차를 세우고 민오름 산책길에 들어선다.
민오름도 괭이오름 버금가는 시민들의 휴식처이다.
숲길을 걸어 중턱에 이르자
가파른 돌계단이 우리를 막어선다.
점심 먹은 직후라 나른하여 힘이 부친다.
네 사람은 그늘에 남겨두고
다섯 명만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 올라오면 정말 잘 올라왔다는 생각이 들게한다.
팔각정에 시원하게 부는 바람과
제주시가지가 한눈에 보이는 이 상쾌함과
오늘 습도가 높고 기온도 높아서 그런지
땀을 원없이 흘렸다.
그래도 몸과 마음이 이렇게 개운한건
우리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잘 찾아보지 못했던
남조순오름, 괭이오름, 상여오름, 민오름을
땀 흘리며 원없이 걸어 보았음이리라.
다음주 목요일에도
오늘처럼 비 없는 장마철이 되기를 기원하며
아쉬운 작별을 나눈다.
감사합니다.
2010. 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