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기후>
김유리 서울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 서울시 관악구 반지하 폭우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반지하 물막이판 설치, 침수 예보제·경보제, 쪽방촌 밤더위 대피소, 이동형 에어컨, 무더위 쉼터, 안개분사기 설치 등으로 기후재난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기후재난의 규모가 커지고, 그 빈도도 잦아지는 상황에서 행정은 체계적인 공조 마련 등의 ‘대비’, 신속한 현장 ‘대응’을 마땅히 해야 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문제 원인 해결 역시 해나가야 합니다. 그건 바로 온실가스 감축입니다.
○ 오세훈 서울시장은 분명 “건물의 밀도가 높고 차량통행량이 많”아 온실가스 배출량의 88%를 차지한 건물과 교통 부문에 역점을 두고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 “△콘크리트 걷어내고 녹지 물·흙으로 조성 △기후재난에 시민이 안전한 도시”를 만들겠다! 고 했습니다.
○ 하지만 지키고 있지 않습니다. 공공임대주택 확대로 주거취약계층에게 주거권을 보장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삭감했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늘어갑니다. 올해 4월까지의 전기 온실가스 배출량만 보더라도 동기간 작년에 비해 높습니다.
○ 기후재난은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대대적인 교통, 건물, 산업의 전환 없이는 절대 줄어 들지도, 약화하지도 않을 겁니다. 녹색당이 협박의 정치를 한다고요?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의 위기와 그 원인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결책 또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선택하지 않고 있을 뿐입니다.
○ 또 다른 반지하 참사를 막는 방법은 기후재난에 대비하는 주거권 보장과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대대적인 에너지 전환이 답입니다. 녹색의 정치가 길입니다. 이상입니다.
<돌봄이 이주여성 착취의 이유가 될 수 없다 -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 졸속 강행 도입 중단하라>
김서린 서울녹색당 정책위원장
정부와 서울시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이 지난달 31일 공청회 개최 등 졸속 강행 도입 수순을 거치고 있습니다. 노동부는 현재 장기체류자와 방문취업동포만 취업 가능했던 가사도우미 비자 기준을 변경하여 더 많은 이주여성을 ‘가사도우미’ 취업 체류자로 유입하고자 합니다. 이에 우선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100여명을 6개월 이상 도입하는 시범사업이 도입 절차에 들어가 있습니다. 또한 현재 국회에는 월 100만원 가량의 임금으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법안이 계류돼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현재 이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제도는 활동가들이 ‘노예제 도입중단’이라는 푯말을 들어야 할 정도로 심각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평균임금 100만원 이하의 ‘싱가포르 외국인 가사도우미’ 모델, 오세훈 서울시장의 “(임금을) 월 100만원으로 하면 좋은데 현행법상 어렵다. 홍콩·싱가포르처럼 100만원을 넘지 않아야 도움이 된다.”는 발언,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할 수 있다는 내용의 조정훈 의원 발의 법안 등은 모두 한 가지를 의도하고 있습니다. 바로 사회의 돌봄 부족 문제를 이주노동자-이주여성에게 최저임금도 주지 않고 착취하여 해결해보겠다는 시도인 것입니다. 이 시도는 추후 ‘가사도우미’ 사례 뿐 아니라 다양한 노동분야에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고려하게 하는 끔찍한 출발선이 될 수 있다는 지점에서라도 꼭 막아야만 합니다.
또, 설사 최저임금이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사도우미 업무 특성상 중앙 행정 관리가 어려워 노동권 보장이 어렵습니다. 체류권과 고용이 엮여있는 이주여성의 경우 내국인보다 더 불평등한 노사관계에 놓일 확률이 높습니다. 이는 성폭력 등 다양한 인권침해 상황 위험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제도의 도입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가사노동자의 규모 감소와 고령화는 해당 일자리의 노동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실제 한국은 국제노동기구의 가사노동자 협약에도 가입하고 있지 않아, 국제적인 권리 보장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부분을 먼저 개선하지 않고 오히려 돌봄 일자리의 질을 낮추고 초저임금의 착취적 고용행태를 사례화하여 제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것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의 악화를 가져옵니다. 돌봄의 가치가 절하될수록 돌봄 문제는악화될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가사·육아노동 부담 때문에 경력단절과 저출생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하면서도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으로서 육아기 단축근무나 유연근무 확대 등 양육과 돌봄을 위한 근본적인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를 고민하는 것이 아닌, ‘저렴한 가사도우미’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돌봄이 생명에 대한 존엄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라면, 돌봄을 하는 이도, 돌봄을 받는 이도 그 존엄을 바탕으로 해야하며 돌봄이 상호관계성을 이루며 순환되어야 합니다. 이 사회가 돌봄이 부족한 이유는 그 순환을 위한 바탕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돌봄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사회가 될 때 우리는 돌봄이라는 숙제를 조금씩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녹색당 정책위원회는 위 제도에 대한 대응을 위해 녹색당 이주민 TF와 녹색당 돌봄위원회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할 수 있는 행동들을 해나갈 계획입니다. 서울당원 여러분들께서도 돌봄과 이주민, 여성, 노동권 등 이 제도를 둘러싼 담론과 해결책을 이야기하며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리며, 서울시와 노동부가 하루빨리 이 문제적 제도의 졸속 강행 도입을 중단할 것을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