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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132
S#1. 옥매향 기방 대문 앞 길
금부도사가 지휘하는 군사들, 난정을 대문 밖으로 거칠게 끌고 나온다.
정렴과 심퉁, 모린이 안절부절하여 그 뒤를 쫓아나온다.
윤원형, 걸어오다가 끌려가는 난정을 보고 놀라 뛰어온다.
윤원형 : (막아서며) 아니 부인, 이게 다 무슨 일이요?!
금부도사 : 어찌 감히 어명을 받드는 금부도사의 앞을 막아선단 말이오?!
윤원형 : (충격) 어, 어명?!.. 지금 어명이라 하였소?
금부도사 : 그렇소, 당장 비켜서시오!
윤원형 :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어쩔 수 없이 비켜서면) ..
금부도사와 군사들, 난정을 끌고 윤원형 앞을 지나간다.
난정 : (윤원형을 돌아보며) 서방님, 중전마마께 고하여 주시옵소서!
윤원형 : 알았소, 내 중전마마께 말씀 올려 부인을 곧 방면시켜 드리겠소!
(끌려가는 난정을 보다가 몸을 돌려 어디론가 급하게 간다)
S#2. 편전 외경
중종E : 과인은 조정의 반목과 분란을 더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오!
S#3. 동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김안로를 비롯하여 심정과 김극핍, 이항과 이유청(*)과 판서급 대신들,
윤임과 장순손, 윤원로 그리고 정광필과 윤은보 등이 앉아있다.
중종 : (신료들을 둘러보며) 과인이 정난정을 친히 국문하여 작서의 변괴에 대한 진상을 밝혀낸 연후에
경들 중 거짓을 고하여 과인을 능멸한 자에겐 엄중한 죄를 물을 것이오!
심정 : 신, 전하의 혜안을 믿고 어떠한 처분을 내리실지라도 따르겠사옵니다!
심정일파 : (조아리며) 따르겠사옵니다!
중종 : (김안로를 보며) 희락당대감도 맹세하시겠는가?!
김안로 : 신, 맹세하겠사옵니다!
윤임 : (윤원로, 장순손과 함께 조아리며) 맹세하겠사옵니다!
중종 : ..좋소, 과인이 경들의 목숨을 맡아두리다!
김안로 : 하오나 전하, 이번 일로 정난정을 잡아들이시어 친히 국문하시는 것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심이 가할 줄로 사료되옵니다!
중종 : 뭣이라?! 희락당대감, 어찌 이제와서 일구이언을 하시려는 겐가?!
심정E : (야릇한 미소) 김안로, 네놈의 뒤가 구리니 꼬리를 사리는 게냐?!
중종 : 희락당대감, 죄를 자인하는 것인가?!
김안로 : 전하, 정난정이 비록 승후관의 첩실이긴 하오나 중전마마께오서 총애하시는 지친이옵니다.
전하께오서 조정일로 정난정을 친국하시오면 이는 중전마마께오서 작서의 변괴에 연루되신 일을 추궁하시는 것과
진배가 없사올 것이옵니다.
중종 : ..뭣이라?! 중전을 추궁하는 것과 같다...?
김안로 : 전하, 작서의 변괴가 신이 정난정을 사주하여 저지른 소행이라면 이는 세자저하를 모해하기 위하여
중전마마와 신이 작당을 하였다는 말과 다름이 아니옵니다! 전하께오서 정난정을 친국하시어 신의 결백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진다 하여도 장차 중전마마께오선 마음에 큰 상처를 입게 되실 것이옵니다!
전하, 어찌 가당치도 않은 화천군의 사특한 간언에 귀를 기울이시어 중전마마의 가슴에 대못을 박으려 하시옵니까?!
중종E : (생각하는) ...음! 그래, 그럴 수도 있음이야..!
심정 : 사특한 간언이라니?! 희락당, 어찌 어전에서 정승반열에 있는 사람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것이오?!
김안로 : 화천군! 자제가 익명서 사건에 연루되어 문초를 받고 있으면 자중하고 있어야 함이 마땅하거늘
어찌 사사로운 억하심정에 휩싸여 조정에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이나라의 국모이신 중전마마까지 모해하려 드는 것이오?!
심정 : 뭐, 뭐라?!
김안로 : 화천군! 하늘이 두렵지 아니한가?! 어찌 화천군이 저지른 작서의 변괴를
중전마마와 이사람에게 덮어 씌우려 드는 것인가?!
중종 : 희락당, 지금 뭐라 말씀하시었소?! 작서의 변괴가 화천군 소행이라니?!
김안로 : 전하, 작서의 변괴는 화천군과 경빈박씨가 야합하여 세자저하를 폐하고 복성군으로 대통을 잇게 하려는
대역부도한 음모이었사옵니다!
심정 : ..뭐, 뭐라?!
일동 : (놀라 보는데) ...?!
중종 : 뭐, 뭣이라?!
김안로 : (치부책 비단보를 중종에게 바치며) 여기 그 확증이 있사옵니다!
중종 : (받으며) ..확증?! (비단보를 풀고 치부책 한권을 집어들고 보는데) ...?!
심정 : (경악하고) ..아, 아니 저, 저것은..?!
일동 : (긴장하여 치부책을 주시하는데) ...?!
중종 : 희락당대감, 이것이 무엇이오?
김안로 : 경빈박씨가 복성군을 왕세자로 옹립하기 위해 화천군과 조정신료들에게 건넨 뇌물명부이옵니다!
중종 : 뭐, 뭣이라?! (일그러지며 치부책을 펼쳐보는) ...?!
심정 : (낭패감에 눈을 찔끈 감아버리는) ...!
심정일파 : (어찌할 바를 모르는) ...?!
정광필,윤은보 : ...!!
김안로 : 화천군이 경빈박씨와 작당하여 작서의 변괴를 저지른 연후에 자신의 죄상이 드러날까봐 조정의 공론을 일으켜
경빈과 복성군을 도려낸 것이옵니다!
중종 : (심정을 휙-노려보는) ..이런 쳐죽일놈!!
심정 : ..저, 저, 전하..
중종 : (심정에게 치부책을 휙-던지며) 화천군, 네 놈이 감히 과인을 능멸하고도 살아남을 줄 알았더냐?!
심정 : (방바닥에 이마를 조아리며) ..저, 전하, 모, 모두가 희락당의 간계이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김극핍 : (이항, 이유청(*)과 판서급 대신들이 조아리며)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그 입 다물라! 다물라! 다물라!! 과인이 네놈들을 살려 두지 않을 것이다!
심정 : ..전, 전하!
중종 : 별감들을 들라하라!
대전내관E : (방 밖에서) 예.
별감들(*) : (방문이 열리면 들어와 조아리는데) ...
중종 : (손가락질 하며) 화천군과 저 대역부도한 죄인들을 당장 끌어내 금부에 하옥하라!
별감들(*) : 예!
별감들, 심정과 김극핍, 이항, 이유청과 판서급 대신들을 거칠게 일으켜 세워 끌고 나가는데.
심정 : (발버둥 치며) 전하! 신은 억울하옵니다.. 억울하옵니다.!
김극핍 : (이항과 이유청, 끌려가며) 억울하옵니다..!
중종 : (분기탱천하여 숨을 몰아쉬는) 과인이 네놈들을 살려두지는 않을 것이야!
김안로 : (윤임, 윤원로, 장순손의 승자의 미소) ...!
중종 : (김안로를 보며) 희락당대감!
김안로 : 예, 전하.
중종 : 대감을 추관으로 명하노니 화천군과 그 무리를 추핵하여 그들의 대역부도한 죄상을 추호의 의혹도 없이 밝히도록하라!
김안로 : (조아리며)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
정광필,윤은보 : (뭔가 불안한) ..!
S#4. 동 편전 마당
심정과 김극핍, 이항과 이유청과 판서급 대신들, 별감들에게 끌려 나온다.
심정 : (편전쪽을 돌아보며) 전하, 신은 억울하옵니다- 억울하옵니다-
김극핍 : (이항 등과 끌려가며)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별감들, 심정일행을 합문 밖으로 거칠게 끌고 간다.
오상궁, 한편에서 그 모습을 놀란 눈으로 보고 섰다가 몸을 돌려 중궁전쪽으로 급하게 간다.
S#5. 중궁전 방 안
윤비, 방문 앞에 서있는 오상궁을 놀란 눈으로 보며 말한다. (*창빈, 윤비 앞에 앉아있다)
윤비 : 뭐라?! 희락당대감이 편전에 든 연후에 주상전하께오서 화천군과 재상들을 편전 밖으로 내치시었단 말이냐?
오상궁 : 예. 쇠인 눈으로 똑똑히 보았사옵니다.
창빈 : ..중전마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이온지 신첩은 불안하옵니다.
윤비 : 창빈의 신상에는 아무 일도 없을 테니 염려 말고 이만 물러가게!
창빈 : 예, 마마. (일어서서 조아리고 방 밖으로 나간다)
오상궁 : (따라나간다)
윤비E : (심각한) 화천군이 김안로에게 뒷통수를 맞은 게야! 뒷통수를!
윤비 : (방문쪽을 돌아보며) 엄상궁, 난정이는 어찌 되었는가?!
S#6. 동 중궁전 복도
엄상궁 : (방문쪽을 보며) 아직이옵니다!
윤원형 : (급한 걸음으로 엄상궁쪽으로 다가오며) 엄상궁, 어서 고하여 주시게.
엄상궁 : 중전마마, 윤승후관 드시었사옵니다.
윤비E : 드시라 해라!
엄상궁 : 예, 드시지요.
S#7. 동 중궁전 방 안
윤원형, 급하게 방 안으로 들어서서 윤비 앞으로 다가와 앉는다.
윤원형 : 중전마마, 난정이가 어명을 받은 금부군사들에게 잡혀갔사옵니다.
윤비 : 뭐라?! 허어, 내 한발 늦었단 말인가?!
윤원형 : 한발 늦다니요? 하오면 마마께오선 난정이를 잡아들이란 어명이 내리신 것을 아시고 계시었사옵니까?!
윤비 : (끄덕이는) ..
윤원형 : 마마, 이 대체 어찌 돌아가는 영문이옵니까?! 어찌 주상전하께오서 난정이를 잡아들이란 어명을 내리신 겝니까?!
윤비 : 지금 김안로가 일으키는 광풍에 왕실과 조정이 한바탕 휩쓸리고 있습니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일패도지(一敗塗地)하여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윤원형 : 광풍이요?!
윤비 : 아무래도 이사람이 나서지 않으면 난정이 목숨을 구명할 수 없을 듯 싶습니다!
(방문쪽을 돌아보며) 엄상궁, 편전으로 들 채비를 하게!
엄상궁E : (방 밖에서) 예.
윤비 : (일어서는데)
윤원형 : (따라 일어서며) 시생도 중전마마의 뒤를 따르겠사옵니다!
윤비 : (윤원형을 보며) 승후관의 신상이 위태로울 수도 있습니다.
윤원형 : (결연한) 마마, 난정이는 시생과 중전마마를 위해 몇 번이나 목숨을 내놓을 각오로 일을 도모하였사옵니다.
하온데 이제와서 시생이 어찌 모른척 할 수가 있겠사옵니까?!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윤비 : (보다가) 그리하세요!
윤원형 : (조아리며) 고맙사옵니다!
윤비, 앞장서서 방문을 나가면 윤원형 그 뒤를 따른다.
S#8. 편전 방 안
중종, 분기로 씩씩대며 연상 위에 놓인 치부책을 보고 있다.
김안로와 윤임, 윤원로, 장순손, 정광필과 윤은보가 앉아있다. (*강찬이 윗목에 앉아있다)
중종 : (책장을 탁-덮으며) 이럴 수가?! 이럴 수가?! 조정이 온통 도적떼 소굴이 아닌가?!
과인이 어찌 이런 도적놈들을 믿고 정사를 맡겼단 말인가?!
정광필 : 전하, 아직은 그 뇌물명부의 진위가 판명된 바가 없사오니 속단하여 처결하시어서는 아니될 것이옵니다!
중종 : (휙-노려보며) 영상은 어찌 과인의 용안에 먹칠을 한 화천군을 두호하는 것인가?!
정광필 : ..전하, 이번 일은 냉철히 살피시어야 하옵니다.
중종 : 조정신료들의 영수인 영상이 조정의 비리와 부패를 몰랐다면 그또한 죄가 무거울 터,
영상도 책임을 회피하지는 못할 것이오!
정광필 : (조아리며) .. 성상의 치세에 큰 누를 끼친 무능한 신을 파직시켜 주시옵소서!
중종 : 도승지, 영의정 정광필을 체직하라!
강찬 : (당혹스럽게 보며) 예에?!.. 저, 전하..!
중종 : (버럭) 도승지, 과인의 명을 듣지 못하였는가?!
강찬 : 예.. 분부대로 따르겠나이다.
윤은보 : 전하, 화천군이 자복하지도 않았사온데 어찌 죄를 물어 노성(老成)한 재상을 체직시킬 수 있사옵니까?!
전하, 다시 한번 상량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윤판서도 과인의 어의에 반기를 드려는 겐가?!
윤은보 : 전하!
중종 : 두사람 다 물러가라!
정광필 : (큰 절을 올리며) 전하, 부디 옥체 강녕하시옵고 영명하오신 혜안으로 이나라 종사와 어진 백성들을 위하시는
성군의 정치를 펼치시옵소서! (감회가 북받치는 듯 눈물 글썽) 이 못난 늙은이는 물러가옵니다!.. (방 밖으로 나간다)
윤은보 : (조아리고 정광필의 뒤를 따른다)
강찬 : (눈물이 솟는) ...
윤임 : (장순손, 윤원로) ...!
중종 : (애써 외면하는) ..!
김안로 : 전하, 영의정이 갈리고 좌의정과 당상관들이 뇌물비리에 연루되어 있사오니
조정인사를 쇄신하시어 흩어진 민심을 수습하시는 일이 시급하옵니다!
중종 : 그럴 것이오! 희락당대감께서 조만간 뇌물비리에 연루되지 않은 자들과 참신한 인재들을 천거토록 하시오!
과인은 대감의 뜻에 따르리다!
김안로 : (깊이 조아리며) 황감하옵니다.
윤임E : 드디어 희락당대감이 천하권세를 손아귀에 움켜 쥐었구만!
장순손E : 허험, 내 말을 갈아탄 보람이 있구먼!
윤원로E : 내 이제 영감, 대감 소리를 듣게 된 게야, 하하하-
중종 : 희락당대감, 화천군의 죄상을 토설받는 게 급선무일 테니 추국을 서둘도록 하시오!
김안로 : 신, 전하의 명을 받들어 티끌 만한 의혹도 없이 화천군의 모든 죄상을 밝힐 것이옵니다!
대전내관E : (방 밖에서) 주상전하, 중전마마와 윤승후관 드시었사옵니다.
김안로 : (윤임, 장순손, 윤원로가 흠짓 놀라 보는) ...?!
중종 : 드시라 해라!
윤비, 방문이 열리면 방 안으로 들어서고 윤원형, 그 뒤를 따른다.
윤비, 굳은 표정으로 윤임, 윤원로, 김안로를 팽팽하게 노려본다.
윤임과 장순손, 김안로, 윤원로, 각자의 표정으로 윤비의 시선을 맞받거나 피한다.
윤원형 : (윤원로를 보고 놀라) 아, 아니?! 형님이 어찌?!
윤원로 : (휙-외면하는) 허, 험!
중종 : 중전, 내려와 앉으시구려.
윤비 : (중종 앞에 다가와 앉으며) 전하, 어찌 난정이를 잡아들이란 어명을 내리신 것이옵니까?!
중종 : 난정이가 작서의 변괴에 연루 되었다는 조정의 고변이 있었소.
윤비 : 전하, 어찌 그따위 허무맹랑한 고변이 있었다 하여 일개 아녀자를 잡아들여 문초하시려는 것이옵니까?!
난정이를 문초하시는 것은 신첩을 문초하는 것이나 다름없음을 어찌 모르시옵니까?!
중전 : ..주, 중전..?!
윤비 : 신첩에게 죄가 있다면 신첩, 스스로 교태전을 나와 금부의 형틀에 매달릴 것이옵니다! 신첩이 진정 우려하는 것은
이나라 정치가 유언비어와 조정 거짓 공론에 흔들리는 것이옵니다! 전하, 만에 하나 난정이가 문초를 견디지 못하고
거짓 자복이라도 한다면 어찌하실 것이옵니까?! 난정이가 지목한 왕실종친분들과 조정신료들의 목을 치실 것이옵니까?!
정녕 이나라 왕실과 조정의 운명이 난정이 세치혀에 좌지우지 될 수밖에 없는 것이옵니까?!
중종 : ...!
윤비 : 전하, 아니되옵니다! 이나라 정치를 유언비어와 조정의 공론에만 맡겨 두시면 아니되옵니다! 아니되옵니다!
임금이 소신을 가지고 정치를 하시어야 이나라 종사가 바로 설 것이옵니다!
지금 이나라 조정신료들은 유언비어와 거짓공론으로 서로의 허물을 들쳐내어 서로를 대역부도한 도적으로 만들기 위해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사옵니다! 이나라 백성들이 어찌 이런 조정을 믿고 따르겠사옵니까?!
썩은 인재들이 어전에서 갖은 요설로 전하를 현혹시키고 있는 동안
뜻있는 선비들이 붓을 꺾고 백성들은 이씨의 나라에 등을 돌리고 있사옵니다!
중종 : ...!
김안로 : (윤임, 장순손, 윤원로, 일그러지는) ...!
윤원형 : ...!
윤비 : 전하, 참된 동량들을 찾아내시어 기둥으로 쓸 자는 기둥으로 쓰시고 대들보로 쓰실 자를 대들보로 쓰시어
전하를 떠받들게 하시어야 하옵니다! 지금 조정은 썩은 기둥과 모래알같은 자들이 대들보 노릇을 하고 있사옵니다!
전하, 지금 조정의 근간이 온통 흔들리고 있사온데 정승판서가 바뀌어 본들 무슨 보람이 있을 것이오며
삼사의 대간들이 있은들 무에가 소용 있겠사옵니까?! (김안로등을 휙-돌아보며) 전하, 여기 앉아있는 자들이
이나라의 참된 대들보감이옵니까?!
김안로 : (일동) ..?!
윤비 : (윤임을 휙-돌아보며) 판부사 대감, 세자의 외숙되시는 분께오서 어찌 은인자중하시지는 못하시고
조정의 정치싸움에 부화뇌동 하시는 겝니까?!
윤임 : (허를 찔려 당혹스러운) .. 예에?!
윤비 : 판부사대감, 이나라 종사가 외척들의 발호로 위태로웠던 일을 어찌 경계로 삼지 못하신 겝니까?!
윤임E : (일그러지는) ..주, 중전.. 네 감히 뉘게다?!
윤비 : (윤원로를 휙-보며) 윤판관, 행여라도 당상관이라도 바치실 생각일랑은 버리세요!
이 사람이 교태전을 지키고 있는 한 그리되지는 못하실 겝니다!
윤원로 : (당혹스러운) 마, 마마..?!
윤비 : (장순손을 보며) 화천군과 이 나라 조정을 이끄시던 장판서께오선 어찌 하루아침에 얼굴색을 바꾸시고
이 자리에 앉아계시는 것이옵니까?!
장순손 : (사색이 되는) ...?!
김안로 : 중전마마, 말씀이 지나치시옵니다!
윤비 : (김안로를 휙-돌아보며) 지나치다니요?! 희락당대감, 전하께 전해 올리신 저 뇌물명부를 어찌 수중에 넣으신 겝니까?!
김안로 : (허를 찔린) ..예에? ..그, 그건..
윤비 : 예, 말씀하시기 난감하실 겝니다! 희락당대감, 출처도 밝히지 못하는 뇌물명부와 익명서 따위를 빌미삼아
정적을 도려내려는 짓거리는 그만두세요!
김안로 : (일그러지는) ...!!
윤비 : 대감들, 부끄럽지 않소이까? 참으로 부끄럽지도 않소이까? 이나라 어진 백성들을 위해 일각을 아껴
빈청에서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하시어야 할 대감들께서 권세를 움켜쥐시기 위해 서로를 찍어내고 도려내시기 위해
당을 짓고 밤을 지새우는 짓거리가 부끄럽지도 않소이까?!
일동 : ...?!
중종 : 중전, 그만하시구려.. 중전께서 과인을 호통치시는 듯 싶어 얼굴을 들 수가 없구려!
윤비 : 전하, 난정이가 비록 첩실이오나 목에 칼이 들어온들 웃전에 대한 충성을 버리지 않을 충신이옵고
신첩을 떠받드는 참된 동량이옵니다! 신첩은 난정이를 믿사옵니다! 난정이는 결코 그런 짓거리를 할 사람이 아니옵니다!
전하께오서 정녕 난정이를 문초하시겠다면 신첩, 웃전으로써 난정이의 모든 죄를 대신할 것이옵니다.
(비장하게 비녀를 뽑아 중종 앞 연상 위에 내려 놓는다)
중종 : 중전 어찌 이러시오?!
일동 : (충격) ..?!
윤비 : 전하, 신첩을 궐 밖으로 내쳐 주시옵소서! 신첩, 차라리 난정이와 대궐을 떠나 살겠사옵니다!
전하, 부디 신첩에게 죄를 물으시옵소서! (울음이 북받치는) ..전하, 신첩의 뜻을 헤아려 주시옵소서.. 흐흑
중종 : ..중전, 과인의 생각이 짧았소이다..
윤원형E : (감동스럽게 보는) ..중전마마..!
김안로 : (일동, 숙연해지는) ...!
S#9. 동 편전 복도
난정, 방문 앞에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서있다. (*금부도사, 난정의 뒤편에 서있다.)
난정 : ..중전마마.. 흐흐흑..
대전내관E : (방문쪽에다) ..주상전하, 윤승후관 작은안으서 대령하였사옵니다.
S#10. 동 편전 방 안
윤비, 흐느끼고 윤원형, 흠짓하여 방문쪽을 돌아보는데.
중종 : 들라하라!
난정 : (방문이 열리면 들어와 윤비 쪽으로 다가가 주저앉으며 흐느끼는) 중전마마, 흐흐흑..!
윤비 : (난정을 보며) ..어디보자, 난정아, 네 무탈한 것이냐?
난정 : ..예, 중전마마.. 예..!
윤비 : (중종을 보며) ..전하, 어찌?
중종 : 그래요.. 화천군이 자신의 죄상을 감추기 위해 난정이를 무고하였음이 분명해졌기에
과인이 난정이를 방면해 주라 명하였소..
윤비 : ...!!
중종 : 난정아, 과인이 오늘에야 중전께오서 너를 얼마나 괴이시는 줄 알았구나.
네 결코 중전의 마음을 잊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난정 : ..예, 소첩 중전마마의 하해와 같으신 괴임을 보고 들었사오니 이 자리에서 죽는다 하여도 여한이 없사옵니다..
중종 : 허허, 죽다니 그 무슨 말이냐..? 네 오래오래 살아 중전의 은혜에 보답을 해야할 것이야!
난정 : 예, 전하! 소첩, 그리 할 것이옵니다! 그리 할 것이옵니다!
김안로 : (보는) ...!
S#11. 대궐 일각
김안로와 윤임, 장순손과 윤원로가 걸어온다.
김안로E : (생각에 잠긴) 중전이 난정이를 그리도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들다니?! 무슨 수를 쓰더라도 중전과 난정이 사이에
틈을 벌려놓아야 할 것이야! 헌데 무슨 수로?
장순손 : 윤장령, 중전마마께오서 어찌 오라비의 첩실을 동기간인 자네보다 더 알뜰살뜰 챙기시는겐가?!
윤원로 : 시생도 모르겠사옵니다. 하오나 난정이를 가만 놔두었다가는 집안 망칠 계집이란 것만은 분명하옵니다!
윤임 : 암! 큰 조카님께서 그것을 잊으시면 아니될 것이야!
윤원로 : 예! 시생 언제가는 반드시 시생 손으로 난정이를 가문에서 내칠 것이옵니다!
윤임 : 하온데 희락당대감, 어찌 안색이 이리 굳으시었소이까?
김안로 : 아니옵니다. 윤장령은 빈청에 들어 다른 분들에게 편전에 들었던 일을 말씀드리게.
윤원로 : 예, 대감. (급하게 어딘가로 가는)
김안로 : 장판서와 이사람은 추국채비를 할 것이오니, 판부사대감께오선 희빈마마 처소로 발걸음을 하시지요.
윤임 : 대감, 이번 추국에서 화천군의 죄를 반드시 자복 받으시어야 하옵니다.
김안로 : 믿으시옵소서. (장순손에게) 가십시다. (앞장 서면)
장순손 : 예. (김안로의 뒤를 따르는)
윤임 : (김안로를 보다가 뒤돌아서서 간다)
S#12. 중궁전 방 안
난정과 윤비, 윤원형이 찻잔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난정 : 중전마마, 소첩의 목숨을 구명하여 주신 은혜을 어찌 갚아야 하올런지요?
윤비 : 난정아, 네 끝까지 살아남아 내 곁을 지켜야 하느니라. 그것이 내게 보답하는 길이다.
난정 : 예, 소첩의 몸뚱이가 걸레조각이 될지라도 반드시 살아남을 것이옵니다!
윤비 : 오냐, 오냐.. 그리해야 할 것이다.
윤원형 : 시생은 중전마마께오서 어전에서 김안로와 윤임이를 호통치실 때 가슴이 다 후련해졌사옵니다!
윤비 : 승후관, 마음을 놓으시어서는 아니되십니다. 김안로가 권세를 쥐었으니
앞으로 처신을 더더욱 각별히 조심하시어야 합니다.
윤원형 : 하온데 형님께오서 보란 듯이 김안로의 주구노릇을 하고 계시오니 어찌해야 하올런지요?
형님이 희락당대감에게 토사구팽 당할 것이 걱정이옵니다.
윤비 : 윤장령은 쓴맛을 크게 보시어야 정신을 차리실 겝니다!
윤원형 : 하오나.. 마마 핏줄인 동기간에 피를 보는 일만은 없어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윤비 : 당분간은 내버려 두세요! 그게 우리 가문이나 윤장령을 위해서 좋을 겝니다.
윤원형 : ...
윤비 : 난정아, 화천군이 찍혀져 나간 후에는 조정이 어찌 돌아갈 듯 싶으냐?
난정 : 김안로가 자기 사람들로 조정을 채우고 권세를 틀어쥐겠지요. 그런 연후에 반드시 반드시 중전마마의 가슴팍을 노리고
활시위를 당길 것이옵니다.
윤비 : 그렇겠지..
난정 : 마마, 효혜공주가 자인한 일을 세자저하께 말씀하시었사옵니까?
윤비 : 아직은 때가 아닌 듯 싶어 언질만 던져두었다.
난정 : 마마, 반드시 세자께오서 아시어야 하옵니다. 그래야 중전마마와 윤씨가문이 살아남으실 수 있사옵니다.
윤비 : (끄덕 끄덕) ...그래, 그럴 것이다..
윤원형 : ...?
S#13. 동궁전 방 안
세자, 깊은 시름에 잠겨 앉아 있는 얼굴 위로 떠오르는.
윤비 : (131회 S#17의) 이 어미가 효혜공주를 중궁전으로 불러들여 유언비어의 진위를 물었을 때
공주가 무어라 답하신 줄 아시오?!.. 그만두십시다, 내 이미 유명을 달리하신 공주를 욕되게 하고 싶지는 않소이다.
세자E : 옥하누이를 욕되게 하고 싶지는 않으시다...?
세자빈 : (옆으로 다가앉으며) 저하, 어찌 이리 깊은 생각에 잠겨 계시옵니까?
세자 : (깨어나며 보는) 빈궁,
세자빈 : 예, 저하. 말씀하시옵소서.
세자 : 빈궁께오선 옥하누이께오서 세자궁에 작서를 들이시었다고 생각하시오?
세자빈 : 저하, 어찌 그런 망극한 말씀을 하시옵니까?! 공주마마께오서 저하의 말씀을 들으시었다면 눈물을 흘리실 겝니다..
세자 : 그래요, 그렇겠지요. 헌데 어찌 어마마마께오서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일까요?
세자빈 : 근자에 저하께오서 조정일로 편전에 자주 드시는 것이 걱정되시어 하신 말씀이실 겝니다.
세자 : 그럴까요?
세자빈 : 요즘처럼 조정이 뒤숭숭한 때 저하께오서 편전에 드시어 조정일을 고하시는 것을 뵈오면
소첩도 조마조마 가슴을 졸이게 되옵니다.
세자 : ..그래요, 내 빈궁의 말대로 앞으로는 자중하리다.
세자빈 : 저하, 고맙사옵니다.
S#14. 희빈 처소 마당
향이, 앞에 서있는 나인(*) 둘에게 명령조로 말한다.
향이 : 처소 주변에 잡인출입은 물론이고 다른 마마께오서 발걸음을 하시는지 철저히 살피거라!
나인들(*) : 예, 마마님. (조아리고 주변으로 흩어진다)
향이 : (주변을 둘러보는데)
희빈E : (방쪽에서) 호호호-
향이 : (처소 방쪽으로 귀를 기울인다) ..?!
S#15. 동 희빈 처소 방 안
희빈, 윤임과 마주 앉아있다.
희빈 : 호호호, 판의금부사를 지냈던 화천군이 금부에 하옥되다니 참으로 격세지감이옵니다.
윤임 : 희빈마마께오서 교태전에 앉으시려면 앞으로가 중차대하옵니다.
희빈 : (보는) ...?!
윤임 : 지금 전하께오선 공주마마를 잃으시었고 또한 충성을 맹세한 화천군과 조정신료들이 뇌물비리에 연루되어
크게 상심하고 계실 것이옵니다.
희빈 : 그러시겠지요..
윤임 : 이럴 때 희빈마마께오서 편전에 드시어 전하를 위로하여 드리시옵소서.
그리되오면 마마께오선 교태전에 한걸음 다가서시게 되옵니다.
희빈 : (솔깃하여 보다가) 허나 중전께오서 난정이를 보내시어 이 사람을 위협하시었소이다!
윤임 : (놀라보며) 위협을요?!
희빈 : 내 첩년따위한테 그런 수모를 당하다니, 참으로 이가 갈리는 일이오만 어쩌겠소,
중전마마의 뒷배를 믿고 설치는 계집에게 매를 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윤임 : 허어, 첩년 따위가 무엇이간대 감히 일품명부이신 마마를 위협한단 말이옵니까?!
마마, 당장 편전에 드시어 주상전하께 난정이가 협박한 일을 고하시옵소서!
희빈 : 허나 전하께오서도 난정이를 끔찍하게 괴이신다고 들었습니다.
윤임 : 허어, 어찌 전하를 스무해 넘게 뫼시어온 마마께 비할 수 있겠사옵니까?! 난정이의 무도한 작태를 이대로 묵과하오면
더욱 기고만장할 것이옵니다. 장차 교태전에 앉으실 희빈마마께오서 하찮은 첩년따위에게 밀리시어서야 되겠사옵니까?!
희빈 : 암요, 내명부의 법도를 따져보아도 이리할 수는 없지요! (결연하게) 이사람이 당장 편전에 들어 전하께 고하여
난정이 년을 엄히 징치할 것이옵니다!
윤임 : (보는) ...!
S#16. 정광필 사랑채 방 안 (이라고 설정된 야외)
정광필과 윤은보, 이언적이 앉아있다.
윤은보 : 뇌물명부에 연루된 화천군의 일이 일파만파로 퍼져 큰 옥사로 번진다면
조정이 또 한바탕 회오리에 휩쓸리게 될 터인데.. 큰 일이옵니다.
이언적 : 김안로라는 소인배는 살모사 같은 위인이옵니다!
화천군이 살모사 머리를 때려 김안로의 독니에 물리었으니 살아남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윤은보 : ..허어. 허면 참혹한 살육이 벌어질 것이란 말인가?
이언적 : 틀림없이 그럴 것이옵니다!
정광필 : (탄식) ..이나라 조정엔 정치는 없고 협잡과 모략만 그득하니 이나라 장래가 어찌되려 하는지!.. 음!
심정E : (고통스러운 비명소리) 아악-
S#17. 의금부 마당
심정과 김극핍, 이항과 판서급 대신(*)들이 형틀에 묶여 주리틀림을 당하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김안로, 당상 위 교의에 앉아있고 그 옆으로 장순손과 한중보, 금부당상들이 앉아있다.
김안로, 손을 들어 멈추게 하면.
금부도사 : (형졸들에게) 멈추랍신다!
형졸들 : (주리 틀기를 멈추면) ...
심정 : (고통속에서도 김안로를 잡아먹을 듯 쏘아보는 눈빛) ..!
김안로 : 죄인 심정은 듣거라, 네 경빈 박씨와 작당하여 세자저하를 폐하고 복성군을 왕세자로 옹립하려 모의한 일을
이실직고하거라!
심정 : (노려보기만) ..
김안로 : 네 경빈을 사주하여 세자저하의 탄일날 세자궁 침소에 작서를 들이고 후원에 작서를 매달게 하여
세자저하를 방자하였던 일을 모른다 하겠느냐.
심정 : (분기로 씩씩대며 노려보는) !
김안로 : 작서의 변괴가 탄로날까 두려워 귀면과 세자저하를 저주하는 목패를 내걸어 경빈을 사사하라는 공론을 일으킨 것도
모른다고 시치미를 떼겠느냐?!
심정 : (분노의 신음) ..으음!
김안로 : 또한 뇌물명부에 연루된 것이 알려지자 변란을 꾀할 작정으로 도성과 대궐에 익명서를 붙여 민심을 혼란케 하고
조정을 분란에 빠뜨린 일도 모른다고 할 것이냐?!
심정 : (버럭) 김안로, 네 이놈!
일동 : ...?!
심정 : 네 어찌 네놈이 저지른 짓거리를 내게다 뒤집어 씌우는 것이냐?! 네 정녕 하늘이 두렵지 않더냐?!
김안로 : (냉랭한 미소) ..죄인들이 바른 말을 토설할 때까지 주리를 틀어라!
금부도사 : ...주리를 틀랍신다!
심정 : 김안로, 이놈! 내 아무리 뼈가 바스라지고 형장에 죽을 지라도 네놈 앞에선 어떤 토설도 하지 않을 것이다!
장순손 : (벌떡 일어서며) 뭣들 하는 게냐?! 죄인들의 주리를 매우 틀지 못할까?!
심정 : 저, 저런 쳐죽일놈!! (형졸들이 주리를 틀면 비명을 지르는) 아악-
심정과 김극핍, 이항 등의 신료들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댄다.
한편에서, 허자가 몸을 나타내며 그 모습을 보다가 어디론가 간다.
S#18.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앉은 강찬과 박승지를 보며 말한다.
중종 : 화천군이 아직 자복치 아니하였단 말인가?!
강찬 : 예, 전하.. 화천군 뿐 아니오라 뇌물명부에 연루된 신료들 모두 죄상을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사옵니다.
중종 : 화천군이 자복치 아니하여도 이 뇌물명부에 이름을 올린 확증이 있는 한 죄를 피하지는 못할 것이오!
강찬 : 하오나, 전하.. 뇌물을 건네 준 장본인 경빈이 이미 사사되었사오니 뇌물명부의 진위를 어찌 확신할 수 있사옵니까?!
중종 : 도승지는 화천군이 억울한 문초를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강찬 : ..시, 신은..?!
중종 : 도승지, 모든 진위는 추국으로 밝혀질 것이오. 허니 기다려 보십시다.
강찬 : 예, 전하..
중종E : (뭔가를 생각하는 얼굴 위로) 설혹 화천군이 무고하다 하여도 과인은 조정을 쇄신할 호기를 놓칠 수가 없음이야!
대전내관E : (방 밖에서) 전하, 희빈 들었사옵니다.
중종 : ..희빈이?! (강찬과 박승지를 보며) 경들은 물러가도록 하오.
강찬,박승지 : 예.. (일어서는데)
중종 : 들라해라.
희빈, 화채그릇이 담긴 소반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서면 강찬과 박승지, 방 밖으로 나간다.
중종 : 희빈, 어서 오시구려. 이리 내려와 앉으시오!
희빈 : (조심스럽게 소반을 받쳐들고 내려와 앉는) ...
중종 : 손에 든 것이 무엇이오?
희빈 : 화채이옵니다.
중종 : 화채요?!
희빈 : 신첩, 전하께오서 총애하시었던 화천군이 뇌물비리에 연루되어 전하께오서 크게 상심하시었다고 들었사옵니다.
중종 : 그래요, 과인의 주변에 믿을 만한 사람이없으니 참으로 답답하구려.
희빈 : 하와 신첩이 전하께 해갈이라도 하시라고 시원한 화채를 가져왔사옵니다.
중종 : 과인이 마침, 갈증이 나던 참이었는데 희빈이 과인의 심중을 참으로 잘 헤아리시는구려.
희빈 : 황감하옵니다. (쌩끗 웃으며 화채를 국자로 그릇에 퍼담아 내미는) 전하, 쭉 드시옵소서.
중종 : (화채그릇을 들고 마시고) .. 답답하던 속이 조금은 풀리는 듯 싶구려.
희빈 : 전하, 신첩 난정이 일로 전하께 여쭐 말씀이 있사옵니다.
중종 : 희빈이 난정이를 아시오?
희빈 : 예, 신첩이 어찌 중전마마께 당의까지 하사받아 무상으로 궁궐 출입을 하는 승후관 첩실 정난정이를 모르겠사옵니까?!
전하께오서도 난정이가 편전에 드는 것을 윤허하시었다고 들었사옵니다.
중종 : (끄덕이며) ...허허, 난정이가 그리도 유명해졌는가?
희빈 : 하온데 전하, 어찌 난정이를 금부에 잡아 들이시라 어명을 내리신 연후에 방면하신 것이옵니까?!
중종 : (굳은 표정으로 보는) 희빈, 그 까닭을 어찌 물으시는게요?
희빈 : 신첩이 듣기로 조정에 변괴가 있을 때마다 정난정이란 이름 석자가 구설에 오르고 있다고 들었사옵니다.
이를 미루어볼때 난정이가 조정일에 깊이 연루되어 있는 것이 틀림 없사옵니다.
중종 : ...!
희빈 : 전하, 난정이가 대체 무엇이간대 아녀자의 몸으로 그것도 첩실의 신분으로 궁궐을 무상으로 드나들이하며
정사를 탁란하는 것이옵니까?! 전하, 이는 난정이가 왕실과 조정의 누군가의 주구노릇을 하면서
이간질을 획책하는 것이옵니다.
중종 : 뭣이라?! 이간질을 획책한다? 희빈, 어떤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인가?!
희빈 : 난정이가 신첩의 처소에 들어 신첩을 위협하고 핍박하였사옵니다. 이는 전하와 중전마마의 괴이심을 믿고
왕실의 법도를 기망하는 막중한 대죄이옵니다! 난정이를 잡아들이시어 엄중히 치죄하시옵소서.
중종 : 아니오, 난정이가 그럴 리가 없소!
희빈 : 전하, 어찌 전하를 스무해 넘도록 뫼셔온 신첩보다 난정이를 더 믿으시는 것이옵니까?!
중종 : 희빈, 그런 말씀을 하시려거든 당장 물러가시오!
희빈 : 전하, 어찌 난정이의 미색에 취하시어 요녀의 본색을 못보시는 것이옵니까?!
중종 : 뭣이라?! 희빈, 지금 투기를 하는 것인가?!
희빈 : (당혹스러운) 투, 투기라니요?! 전하, 당치도 않사옵니다.
중종 : (화채그릇을 소반 위에 탁 내려놓는) ..당장 물러가라 했느니!
희빈 : 저, 저, 전하?!
중종 : 대전별감들을 불러 끌어내야 물러가겠느냐?! (방문 쪽을 보며) 게 아무도 없느냐?!
희빈 : 저, 전하.. 신첩 물러가겠사옵니다. (급하게 일어서서 방 밖으로 나간다)
중종 : (분기로 방문 쪽을 휙- 돌아 보는) 이런 고이얀?! 고이얀!
S#19. 동 편전 마당
희빈, 비틀걸음으로 편전에서 나온다.
향이 : (희빈 쪽으로 급하게 다가와 부축하며) 마마, 어찌 이러시옵니까?!
희빈 : 아닐세.. 어서 처소로 돌아가세! (앞장 서서 가는)
희빈E : (계단을 내려가려다가 멈춰서 돌아보는) ..내 혹 떼러 왔다가 혹을 붙인 격이니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어쩌면?
(한숨을 폭 내쉬고는 몸을 돌려 간다)
S#20. 옥매향 기방 아래채 방 안
윤원형, 보료 위에 앉으면 난정, 그 앞에 따라 앉는다.
윤원형 : 내 금부도사가 부인을 잡아가는 것을 볼때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가슴이 철렁하였소이다.
난정 : 서방님 주변에 조정 돌아가는 사정을 일러줄 사람이 없사오니 서방님께오서 궐내사정에 까막귀이신 탓이옵니다.
윤원형 : 까막귀라..?! (문득 생각난) 헌데 부인 정순붕이란 이름을 들어보시었소?
난정 : ..정순붕이요?. 정순붕이라? .. 소첩, 금시초문이옵니다.
윤원형 : 정순붕, 이기, 허자, 세사람 이 집에 찾아와 내게 천하를 도모하자고 합디다.
난정 : 천하를 도모하다니요?!
윤원형 : 비록 중전마마의 뒷배를 빌리고자 하는 듯 보였으나 범상치는 않은 사람들 같았소이다!
난정 : 서방님께는 좋은 징조이시옵니다.
윤원형 : 좋은 징조요?.. 참으로 그리 생각하시오?
난정 : 소첩, 짐작엔 화천군이나 김안로에게 미운털이 박혀 한직을 떠돌며 은인자중하고 있는 분들일 것이옵니다.
그런 분들이 장차의 일을 도모하기 위해 서방님을 찾아왔다면
서방님께오서 장차 조정에 발딛고 서실 땅이 넓어지실 것이옵니다.
윤원형 : 암요, 중전마마께오서 어전에서 김안로를 호통치시는 모습을 뵈오니
내 가슴 속에서 벅찬 감격이 솟구쳐 오르는 듯 싶었소!
난정 : 예, 서방님께오서 장차 천하를 쥐실 것이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숨어있는 인재들을 서방님 사람으로 만드시어야 하옵니다.
윤원형 : (자신감에 찬) 암요, 내 반드시 그리할 것이외다!
S#21. 동 옥매향 기방 마당
심퉁과 모린, 일각에 서있는데 윤춘년 급하게 중문 안으로 들어온다.
윤춘년 : 심퉁아, 당숙모님께오서 금부에 잡혀가시었다지?!
심퉁 : 무탈하게 돌아오시었으니 걱정마셔유!
윤춘년 : 그, 그래?! 당숙모님은 지금 어디 계시냐?!
심퉁 : 승후관나으리와 아랫방에 계셔유.
윤춘년 : (급하게 아랫방 쪽으로 가는)
S#22. 동 옥매향 아래채 방 안
난정과 윤원형, 앉아 있는데.
윤춘년E : (방 밖에서 다급하게) 당숙어른, 당숙모님! 시생 춘년이옵니다.
윤원형 : ..춘년이?!
난정 : (미소) 드시게.
윤춘년 : (방문을 열고 급하게 들어서며) 당숙어른, 오랜만에 문후 드리옵니다!
윤원형 : 아니, 춘년아 네 어찌 이 기방에 발걸음을 한 것이냐?!
윤춘년 : (앉으며) 시생, 당숙모님께오서 금부에 잡혀가시었단 말을 듣고 걱정이 되어 한달음에 달려왔는데
무탈하오신 모습을 뵈오니 마음이 놓이옵니다.
난정 : 내 서방님 덕택에 방면 되었으니 놀란 가슴을 가라 앉히게나.
윤춘년 : 참으로 다행이옵니다. 다행이옵니다.
윤원형 : (영문 몰라 보는) ..춘년아, 네 어찌 이사람을 당숙모라 부르는 게냐?!
윤춘년 : 지금은 비록 뒷방 첩실로 계시오나 장차 당숙어른의 정실이 되실 분이오니 당숙모라 부르는 게지요!
윤원형 : 뭬, 뭬야?! (버럭) 네 이놈, 어찌 그따위 망발을 하는 것이냐?!
윤춘년 : 하오면 당숙어른께오선 우리 가문의 원수인 김안로의 조카딸을 조강지처로 내버려 두실 것이옵니까?!
하루속히 내치시고 여기 계신 당숙모님을 정실로 들이시옵소서!
윤원형 : (기가 막힌) 뭬, 뭬야.. 네 놈이 지금 실성을 했느냐?!
윤춘년 : 실성하다니요?! 시생, 당숙어른과 가문을 위한 충심으로 드리는 말씀이옵니다.
윤원형 : (당혹스러운) ..?!
난정 : ..!
S#23. 효혜공주 안채 방 안
김희, 슬픈 표정으로 앉아있는 얼굴 위로 떠오르는.
(INTER CUT) 효혜공주의 환하게 웃는 얼굴.
김희E : (탄식) ..공주, 어찌 이사람만 내버려두고 먼저 가시었소. 어찌요? 참으로 야속하구려.
S#24. 동 효혜공주 안채 방밖 마당
김씨, 배천댁을 거느리고 침모(*)를 따라 방문 쪽으로 다가온다.
침모(*) : 연성위나으리.. 승후관댁 아씨께오서 뵙기를 청하시옵니다.
김희E : (방안에서) 뫼시게.
침모(*) : 예. (김씨에게) 드시지요.
김씨 : (댓돌 위로 올라 방문 쪽으로 간다)
S#25. 동 효혜공주 안채 방 안
김씨와 김희, 찻잔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김씨 : 연성위께오서 창졸간에 망극한 일을 당하시어 얼마나 상심이 크시옵니까?
김희 : (한숨을 내쉬며)..인명은 재천인 것을 어찌하겠사옵니까.
김씨 : (안쓰럽게 보는) ..
김희 : ..이 사람은 누님이 더 걱정되옵니다.
김씨 : ..?
김희 : 누님, 난정이를 조심하시옵소서.
김씨 : 연성위께오서 난정이를 어찌 아시옵니까?
김희 : 난정이가 무서운 계집이옵니다. 난정이를 경계하시지 않으시오면
장차 누님께오서 큰 화를 당하실 수도 있을 것이옵니다.
김씨 : ...?!
S#26. 옥매향 기방 아래채 방 안
난정, 혼자 생각에 잠겨 앉아있는 얼굴 위로.
난정E : ..내가 정실이 된다? 내가?! 암, 내 반드시 그리 될 것이야! 그리 될 것이고 말고! (결의에 찬 미소가 흐르는) !
S#27. 어느 주막 방 안
정순붕과 이기, 탁배기 잔을 기울이고 있다.
정순붕 : 중전마마께오서 어전에서 소인배들을 호통치시고 이나라 썩은 정치를 혁파하라고 질타하시었다니
중전께오서 참으로 여걸이시옵니다.
이기 : 중전마마께오서 뒷방에서 탁상공론이나 일삼고 탁배기잔 앞에서나 비분강개하는
가짜 선비들을 부끄럽게 만드신 게지요.
허자E : (방 밖에서) 시생이옵니다.
정순붕 : (방문 쪽을 돌아보며) 드시게나.
허자 : (급하게 방안으로 들어오며) 화천군에 대한 추국이 벌어지고 있사옵니다.
정순붕,이기 : ...?!
S#28. 의금부 마당
심정, 피투성이 몰골로 비명을 지르다 정신을 잃고 고개를 뚝 떨군다.
김안로, 손짓하면 형졸들, 심정의 얼굴에 물을 확- 뿌린다.
심정 : (정신을 차리며) ..으..으.
김안로 : 네 아직도 죄를 토설하지 않겠느냐?!
심정 : (김안로를 노려보며) ..이놈! 내 죄를 자인하는 거짓토설을 한다면 대역부도의 죄를 뒤집어쓰고 죽게될 것이거늘
내 그리 죽을 수는 없다! (김극핍과 이항들 쪽을 보며) 대감들! 형장에 죽는 한이 있어도
결코 죄를 자인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오!
김극핍 : (결연한) ..예, 이사람 화천군 뜻에 따를 것이옵니다..!
이항 : ..내 죽더라도 토설치는 않을 것이옵니다...!
김안로 : ...!
심정 : 이놈, 차라리 날 죽여라! 그리되면 네놈은 무고한 대신을 참살한 소인배로 대대손손 손가락질을 받을 것이다..! 하하하!
한중보 : (장순손과 함께 김안로 옆에 다가와 은밀하게) 대감, 화천군이 자복치 않는다면 낭패를 볼 수도 있사오니
차라리 장살해 버리시지요!
김안로 : 그럴 수는 없지요!
장순손 : 허면 화천군을 자복케할 방도라도 가지고 계신 것이옵니까?
김안로 : (금부도사에게) 심사순을 데려오라!
금부도사 : (어딘가를 돌아보며) 심사순을 끌고 오랍신다!
심정 : (김안로를 당혹스럽게 보는데) ...뭐, 뭐라?!
형졸들, 피투성이가 된 심사순을 끌고 온다.
심정 : ..사, 사순아..
심사순 : (겁에 질려) ..아, 아버님! 소자, 억울하옵니다.
김안로 : 죄인을 형틀에 묶고 형장을 쳐라!
금부도사 : 형장을 치랍신다.
심사순 : (겁에 질려) ..아, 아버님! 소자, 억울하옵니다.
형졸들 : (심사순을 형틀에 끌고가 엎드리게 하여 묶고는 가혹하게 매를 친다)
심사순 : (맞을 때마다 비명을 질러대는) ..아악-
심정 : (자신이 맞는 듯 고통스럽게 보는) ..!
김안로 : 화천군, 네 이래도 토설치 않겠느냐?!
심정 : (비분강개) ..김안로, 이놈! 네 어찌 아비의 눈 앞에서 자식의 매를 칠수 있단 말이냐?!
김안로 : 대역부도한 죄를 밝히는 지엄한 추국장에서 어찌 사사로운 인정 따위를 따지겠느냐?!
죄인이 이실직고 할 때까지 매우 쳐라!
금부도사 : 매우 치랍신다!
형졸들 : (심사순을 가차없이 친다)
심사순 : 아-악- 아버님, 소자를 살려 주시옵소서.. 흐흐흑.. 아버님, 아버님- 악- (정신을 잃고 고개를 떨군다)
심정 : (그 모습을 고통스럽게 보다가) ...그만! 그만! 그만 형장을 멈추라 하시오!
김안로 : 죄인은 죄를 자복하겠느냐?!
심정 : (울음이 터지는) ...내 죄를 자복하리다! 흐흐흑...!
김안로 : (승자의 미소) ...!
S#29. 편전 마당
김안로, 공초문을 받쳐들고 계단을 올라 편전으로 들어가는 모습 위로. (*장순손, 김안로의 뒤를 따른다)
김안로E : 전하, 화천군이 대역부도한 죄를 지었음을 자복하였사옵니다!
S#30. 동 편전 방 안
중종, 분노한 표정으로 공초문을 읽다가 탁 덮는다. (*김안로와 장순손이 중종 앞에, 윗목에 강찬이 앉아있다)
중종 : (분노로 떨며) ..이런, 발칙한! 화천군 이놈이 이나라를 망쳐먹으려 하다니?!
김안로 : 전하, 심정이 성총을 입어 정승반열에 올랐사오나 본래 성품이 편협하고 탐오한 자로
분수를 모르고 사특한 공론을 일으켜 대역부도한 변괴를 꾀하였사오니 국가의 대계를 위하여 엄하게 죄를 물으시어
민심을 진정시키고 조정을 편하게 하시옵소서!
중종 : 도승지는 명을 받들라.
강찬 : 하명하시옵소서.
중종 : 심정을 삭탈관직 하고 강서에 유배토록 하라!
또한 심정을 추종한 죄상이 드러난 김극핍과 이항의 관직을 추탈하고 원방에 부처토록 하라!
S#31. 어느 길
심정, 옥수레에 실려 귀양을 떠나고 있다.
행인들, 몰려서서 귀양행렬을 구경하고 있다.
심정E : (울분을 삼키는) ..원수놈의 김안로! 원수놈의 김안로! 크흐흐흐!
해설NA : 심정, 본관은 풍산으로 연산군 때 문과에 급제하였으며 중종반정 이후 공신의 호를 받고 화천군에 봉군되었다.
기묘사화 때 남곤, 홍경주등과 더불어 조광조와 사림들을 몰아내는데 앞장섰고 그 이후 지낭, 즉 꾀주머니란 별명처럼
정쟁과 탄핵이 난무하던 당시 정쟁의 중심에서 승승장구하여 좌의정에 이르렀다.
그러나 작서의 변괴 이후 경빈이 폐서인되고 세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조정으로 돌아온 김안로의 탄핵을 받고
대역부도한 죄로 파직되어 강서로 귀양을 떠났다.
S#32. 편전 방 안
김안로와 윤임, 장순손, 한중보, 김제학, 허항, 채무택, 박희량이 파안대소하며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 위로.
해설NA : 심정일파가 조정에서 축출되자 김안로는 조정쇄신을 명분으로
자기를 따르는 자들로 조정을 채우고 권세를 움켜쥐었다.
S#33. 편전 방 안
김안로, 중종에게 뭔가를 간청하면 중종, 강찬에게 뭔가를 명하는 모습 위로. (* 이 씬부터 세월이 경과되었습니다)
해설NA : 김안로가 권세를 틀어쥐자 반대파에 대한 가차없는 숙청이 시작되었다.
S#34. 심정 유배지 초가 마당
심정, 큰절을 올리고 앞에 놓인 사약을 마신다.
심정, ''전하-'' 울부짖다가 피를 토하며 쓰러져 죽는다.
해설NA : 조정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던 심정이 귀양지에서 사사되었으며
S#35. 몽타쥬
1. 군사들, 사랑채에서 선비들을 거칠게 끌고 나온다.
2. 군사들, 선비들에게 오라를 지어 어디론가 데려간다.
해설NA : 김안로에게 반대하던 사람들은 심정의 잔당으로 몰려 억울한 죄를 당했다.
S#36. 중궁전 방 안
윤비와 난정, 침통하게 앉아있는 모습 위로.
해설NA : 김안로의 전횡은 누구보다 문정왕후에게 큰 위협이 되었다.
윤비 : (난정을 보며) 난정아, 조정에 김안로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으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난정 : 중전마마, 지금 비록 김안로의 기세가 욱일승천하고 있사오나 화무십일홍이란 말처럼 언제가는 꺾일 것이오니
당분간은 김안로와 맞서지 마시고 몸을 낮추고 지내시옵소서.
윤비 : ..허면 넌 어찌하려느냐?
난정 : 소첩은 도성을 떠나 명산대찰을 찾아 중전마마의 대군 아기씨 회임불공을 드릴까 하옵니다.
윤비 : ..그래 김안로가 너를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으니 당분간 도성을 떠나있는 것이 좋을 듯 싶구나.
엄상궁E : 중전마마, 희락당대감과 판부사대감 들었사옵니다.
윤비 : (흠짓) 뭐라?
난정 : (굳는) ..!
윤비 : 난정아, 아무 염려 말거라. 내 너를 지켜줄 것이다. (방문 쪽을 보며) 드시라 하게.
김안로와 윤임, 방문이 열리면 방안으로 들어와 선다.
김안로와 윤임, 난정을 싸늘한 눈빛으로 본다.
윤비 : 앉으세요.
김안로,윤임 : (앉는) ..
윤비 : 국사를 돌보시느라 다망하신 희락당대감과 판부사대감께서 어인 연유로 중궁전에 드시었소이까?
김안로 : 중전마마, 이제 교태전을 떠나실 때가 되신 듯 싶사옵니다.
윤비 : 뭐라?! 희락당대감 지금 뭐라 하시었는가?!
김안로 : 교태전을 떠나시라 말씀드렸사옵니다.
난정 : 희락당대감! 어찌 중전마마께 그따위 불경스런 말을 내뱉는 겝니까?!
윤임 : 닥치거라! 네 어찌 첩년 따위가 재상의 말허리를 자른단 말이냐?!
난정 : 허면 재상이 중전마마를 위협하는 것은 대체 무슨 경우이옵니까?!
윤임 : 뭐, 뭐라?!
윤비 : 난정아, 가만 있거라. 희락당 대감 말씀을 이어보세요.
김안로 : 중전마마께오서 스스로 교태전을 물러나시온다면 중전마마는 물론이옵고 윤씨가문의 안위를 지켜드릴 것이옵니다.
윤비 : ..허니 조용히 내 발로 물러가라?
김안로 : 신, 왕실과 조정에 피를 흘리는 것을 원치 않사옵기에 드리는 말씀이옵니다.
윤비 : 내 발로 교태전을 떠난다면 난정이의 목숨도 구명해 주시겠소?
김안로 : 그리할 수는 없사옵니다.
난정 : ...?!
윤비 : 뭐라, 그리할 수는 없다?
김안로 : 난정이는 이 나라 조정과 왕실의 평안을 위해 잘라 내버려야 할 사특한 계집이옵니다. 결단을 내리시옵소서!
윤비 : 희락당대감, 그따위 허튼 소리를 하려거든 당장 물러가시오!
김안로 : 마마, 신이 다음 번 중궁전에 들 때는 중전마마의 폐위교지를 가지고 들 것이옵니다! 그리되어도 좋겠사옵니까?!
윤비 : 내 사약을 받는 한이 있어도 난정이를 버리지는 않을 것이니 다시는 중궁전에 발걸음을 하지 마시오!
윤임 : 중전마마, 난정이를 두호하시다가는 반드시 후회하실 것이옵니다.
윤비 : 당장 물러들 가라 했느니?!
김안로 : 중전마마께오서 신들의 충언을 깊이 새겨주시리라 믿고 물러가겠사옵니다.
김안로,윤임 : (일어서서 방문 쪽으로 가는데)
윤비 : (갑자기 헛구역질을 하는) 우욱-
난정 : 마마, 어찌 이러시옵니까?!
김안로,윤임 : (놀란 눈으로 윤비를 돌아보는) ...?!
윤비 : (더욱 심하게 헛구역질을 해대는) 우욱-
난정 : (윤비를 부축하며) 마마, 마마! 괜찮으시옵니까?!
김안로E : (뭔가 불길한) ..아, 아니 혹시?! 설마.. 그, 그럴 리가?
윤비 : (괴롭게 헛구역질을 하는) 우욱-
난정 : ..주, 중전마마.. 혹시?
난정, 기대에 가득찬 표정으로 윤비를 보다가 김안로를 무섭게 휙- 노려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