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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온 그 순간, 어깨를 누르고 있던 중압이 사라졌다.
그 신부에게서 멀어졌다, 라는 이유도 있지만,
멀리에서라도 눈에 띄는 교복 차림인 토오사카와,
비옷을 뒤집어 쓴 금발 소녀가 어중간하게 거리를 두고 서 있는, 광경이 묘하게 정취가 있어서 긴장이 풀린 듯 하다.
「——————」
세이버는 여전히 말이 없다.
뚫어져라 이쪽을 보고 있는 걸 봐선, 내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신경 쓰이는 듯 하다.
「가자. 쵸에 돌아갈 때까지는 같은 길이잖아, 우리들」
할 말만 하고 데꺽 걸어가는 토오사카.
그 뒤를 따라서, 우리들도 교회를 뒤로 한다.
셋이서 비탈을 내려간다.
왔을 때도 그리 대화를 나누는 편은 아니었지만, 돌아갈 때는 더욱 말이 없다.
그 이유 정도는, 둔감한 나라도 알고 있었다.
교회에서 있었던 일건으로, 나는 정말로 마스터가 된 것이다.
토오사카가 나와 세이버로부터 떨어져서 걷고 있는 것은, 분명 그런 이유겠지.
「——————」
그건 이해하고 있다.
이해하고 있지만, 그런 식으로 토오사카를 구별 짓는 건 싫었다.
「토오사카. 네 서번트, 괜찮냐」
「에……?」
「아, 응. 아쳐라면 무사해. ……뭐, 네 세이버한테 당한 대미지는 간단히 사라질 것 같지 않으니까,
당분간 실체화는 시킬 수 없겠지만」
「그럼 옆에는 없는 거야?」
「응, 우리 집에 숨어있는 상태. 지금 다른 서번트한테 습격 받으면 불리하니까,
상처가 나을 때까지는 유리한 장소에서 적에게 대비시키는 거지」
과연.
우리 집은 여하튼, 토오사카의 집이라면 외적에 대한 준비는 만전으로 돼 있겠지.
마술사에게 자신의 집은 요새 같은 거다. 거기에 있는 한, 거의 지는 일 따위 없다.
거꾸로 말하면, 홈 그라운드에 있는 한, 적은 간단히 습격해 오지는 않는다는 건가.
……음.
우리 집 결계는 침입자에 대한 경보뿐이지만, 그것만이라도 있는 것과 없는 건 천지차이고.
「그러고 보니 토오사카. 아까 그 녀석, 성배전쟁의 감독이라고 했는데 말야. 그 녀석, 네 서번트가 뭔지 알고 있는 거냐」
「모를 거야. 나, 가르쳐주지 않았는걸」
「그러냐. 너와 그 녀석, 사이가 좋으니까 가르쳐줬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봐, 에미야 군. 미리 충고하는데, 자신의 서번트의 정체는 누구에게도 가르쳐주면 안 돼.
비록 신용할 수 있는 상대라도 말하지 마. 그렇지 않으면 금방 사라지게 될 테니까」
「……? 세이버의 정체라니, 뭔데」
「그러니까, 서번트가 어디 영웅인가 하는 거야.
아무리 강하다고 해서 전력을 밝혀버리면, 언젠가 약점을 공격 받아서 궁지에 빠질 게 뻔하잖아.
……됐으니까, 나중에 세이버한테 진명을 가르쳐 달라고 해.
그러면 내가 말한 의미를 알 거야……아니, 잠깐 타임. 에미야 군은 좀 그러니까, 아예 안 가르쳐주는 쪽이 좋겠구나」
「왜」
「에미야 군, 그런 거 숨기지 못하는걸. 그럼 모르는 쪽이 비밀을 지킬 수 있잖아」
「……이봐, 사람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 정도 속이는 건 할 수 있다구, 난」
「그래? 그럼 나한테 숨기고 있는 거 있어?」
「에……토오사카한테 숨기고 있는 거라니, 그건」
그렇게 말하고, 확 볼이 뜨거워졌다.
별로 꺼림칙한 건 없지만, 에, 왠지 모르게 동경하고 있었다, 라는 건 숨기고 있는 거에 들어가는 걸까……?
「자, 보라고. 뭘 숨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동요가 얼굴에 나와서야 적성이 안 맞아.
너는 그 밖에 좋은 점이 있으니까, 술책 같은 거 생각하는 건 그만둬」
「……음. 그럼 토오사카는 어때. 저 신부에게도 말 안 한다는 건, 저 녀석도 신용하고 있지 않다는 거야?」
「키레? 설마. 나, 그 녀석을 신용할 정도로 어수룩하지 않아. 그 녀석은 말야, 교회에서 마술협회로 고무신 거꾸로 신은 주제에, 아직 교회에 재적하고 있을 정도로 보통내기가 아니야. 사람 정보를 다른 마스터한테 파는 짓 정도는 할 지도 모른다구」
흥이다, 라고 지긋지긋하게 내뱉는 토오사카.
토오사카는 진짜로 저 신부를 신용하고 있지 않은 듯 하다.
그건 그거 나름대로 안심했지만, 그래도, 어쩐지 지금 그 말에는, 신부에의 친애가 담겨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리를 건넌다.
이제 서로 말은 없다.
차가운 겨울 공기와, 토해지는 하얀 숨결.
물이 흐르는 작은 소리와, 다리를 비추는 눈부신 가로등.
그런 이런저런 것들이, 지금은 매우 기억에 남는다.
이상하게도, 옆을 걷는 토오사카의 얼굴을 보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은 토오사카의 얼굴을 보는 것보다, 이렇게 함께 밤에 다리를 걷는 쪽이 귀중하다고 생각한다.
나와, 토오사카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세이버라고 하는 소녀.
이 세 명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며, 돌아가야 할 곳으로 걸어간다.
교차점에 도착했다.
각자의 집으로 이어지는 비탈길의 교차점, 에미야 시로와 토오사카 린이 헤어지는 장소.
「여기서 작별이네. 의리는 다했고, 이 이상 같이 있으면 여러 가지로 성가셔져.
깨끗하게 헤어지고, 내일부터는 서로 적이 돼야지」
지금까지의 애매한 자리매김을 뚜렷이 하기 위해서겠지.
토오사카는 서두도 없이 말하기 시작하고, 갑작스럽게 이야기를 끊었다.
그걸 듣고 알았다.
그녀는 의무감 때문에 나에게 룰을 설명한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공평하게, 아무것도 모르는 에미야 시로의 입장이 되어서 힘이 되어 주었을 뿐인 것이다.
그러니 설명만 끝나면 이전 그대로.
이제는 마스터로서, 그저 싸우는 대상이 된다.
「……음?」
하지만, 그렇다고 하면 지금 그건 이상하잖아.
토오사카는 감정이입을 하면 싸우기 힘들어진다, 라고 말하고 싶었던 게 틀림없다.
토오사카 쪽에서 보기에는 오늘 밤에 한 일은 전부 쓸데없는 일.
“이 이상 같이 있으면 여러 가지로 성가시다”
그런 말을 할 거라면, 토오사카는 애초에 같이 안 있었으면 됐다.
토오사카는 총명하니까, 그런 건 잘 알고 있을 터.
그래도 득실을 저울에 달아보지 않고, 토오사카 린은 에미야 시로의 손을 잡았다.
그러니 오늘 밤에 한 일은 아무런 속셈도 없는, 정말로 그저 선의일 뿐.
눈앞에 있는 토오사카는, 학교에서 보는 그녀와는 너무나도 다르다.
순화해서 말한다 해도 성격은 과격하고,
뚱해서 다가가기 힘들고, 학교에서 하는 행동은 뭐란 말이냐?, 고 하고 싶어질 정도로 딴판이다.
아니 정말, 이런 건 거의 사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뭐 그래도.
토오사카 린은, 모두가 생각하고 있던 모습 그대로인 그녀이기도 했던 것이다.
「뭐야. 토오사카는 좋은 녀석이구나」
「하? 무슨 말이야, 갑자기. 추켜올려도 안 봐 줄 거야」
그런 건 안다.
이 녀석은 봐 주지 않기에, 정이 들면 성가시다고 딱 잘라 말한 거니까.
「알아. 하지만 가능하면 적이 되고 싶지는 않아. 나, 너 같은 녀석은 좋아해」
「뭐」
왜인지, 그걸 끝으로 토오사카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토오사카의 집은 나와는 반대방향에 있는, 서양식 주택가라고 알고 있다.
일단은 이렇게까지 신경 써 줬으니, 이쪽은 토오사카를 배웅하고 나서 돌아가고 싶은데.
「어, 어쨌든, 서번트가 죽으면 망설이지 말고 아까 그 교회로 도망가. 그러면 목숨만은 건질 테니까」
「그건 좀 기분이 내키지 않지만, 일단 들어는 둘게.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세이버보다는 내 쪽이 단명이야」
냉정하게 현재 상황을 기술한다.
「후우」
다시금 수수께끼의 리액션을 보이는 토오사카.
그녀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한숨을 내쉰 뒤, 슬쩍, 세이버를 곁눈질했다.
「좋아, 이 이상 충고하는 건 정말로 감정이입이 될 테니까 말하지 않겠어.
가능한 한 조심해. 아무리 세이버가 뛰어나다고는 해도, 마스터인 네가 당해버리면 그걸로 끝이니까」
빙글, 하고 등을 돌리고 걸어가는 토오사카.
「——————」
하지만.
유령이라도 본 것처럼 갑작스럽게, 그녀의 발은 딱 멈췄다.
「토오사카?」
그렇게 말을 걸었을 때, 왼손이 지끈하고 아파왔다.
「있잖아, 얘기는 끝?」
어린 목소리가 밤에 울린다.
노래하는 듯한 그 목소리는, 틀림없이 소녀의 것이다.
시선이 오르막 위로 끌려간다.
어느 새 구름이 떠난 것인지, 하늘에는 번쩍번쩍 빛나는 달.
거기에는.
뻗은 그림자.
어슴푸레하게 새파래진 실루엣의 도시에, 그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이형이었다.
「버서커」
귀에 익지 않은 말을 입 밖에 내는 토오사카.
……물을 필요 따위 없다.
저건 틀림없이 서번트이며,
동시에10년 전의 불을 한층 능가하는, 압도적이기까지 한 죽음의 기척이었다.
「안녕, 오빠. 이렇게 만나는 건 2번째네」
미소 지으며 소녀는 말했다.
그 천진한 태도에, 등골이 차가워진다.
「——————」
아니, 등골 따위 간단한 것이 아니다.
몸은커녕 의식까지 완전히 얼어붙어있다.
저건, 괴물이다.
시선조차 맞추고 있지 않은데, 그저, 저기에 있다는 것 하나 때문에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그 순간에 죽어있겠지, 라고 당연하게 납득할 수 있었다.
드러내고 있는 배에, 식칼을 바짝 대고 있는 듯한 감각.
……그런데도, 아무것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너무나도 살아난다는 희망이 없기 때문이겠지.
공포도 초조도, 전부 절망으로 덮여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저 녀석, 차원이 달라」
마비돼 있는 나와는 다르게, 토오사카에게는 태세를 갖출 정도 여유가 있다.
……하지만, 그것도 약간이겠지.
등을 돌리고 있는데도, 그녀가 품고 있는 절망을 느낄 수 있으니까.
「어라? 뭐야, 당신 서번트는 쉬고 있네. 재미없어?, 두 마리 한꺼번에 부숴주려고 생각했는데」
비탈 위, 우리들을 내려다보면서, 소녀는 불만인 듯이 말한다.
……더더욱 위험하다.
저 소녀는, 토오사카의 서번트가 부재라는 것도 꿰뚫어보고 있다.
그리고.
소녀는 예의 바르게 스커트 자락을 들어올리고, 터무니없이 이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인사를 했다.
「처음 뵙겠어요, 린. 나는 이리야.
이리야스필 폰 아인츠베른이라고 하면 알겠죠?」
「아인츠베른」
그 이름을 들은 기억이라도 있는지, 토오사카의 몸이 미미하게 흔들렸다.
그런 토오사카의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소녀는 기쁜 듯이 웃음을 입 밖에 내며,
「그럼 죽일게. 해치워, 버서커」
노래하는 듯이, 등 뒤의 이형에게 명령했다.
거대한 몸이 난다.
버서커라고 불린 것이, 언덕 위에서 여기까지, 수십 미터나 되는 거리를 단숨에 낙하해온다!
「시로, 물러나요……!」
세이버가 달린다. 비옷이 풀어져, 한 순간, 시야가 가려졌다.
버서커의 낙하지점까지 달리는 세이버와,
선풍을 동반하며 낙하해 온 버서커는, 완전히 동시였다.
「윽…………!」
공기가 떤다.
암괴 그 자체라고도 말할 수 있는 버서커의 대검을 세이버는 보이지 않는 검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윽」
입가를 일그러뜨리는 세이버.
거기에
선풍 같은, 버서커의 대검이 번뜩인다!
굉음.
대기를 찢을 것 같은 강철과 강철의 충돌은, 세이버의 패배로 끝났다.
좌좌좌좍, 하는 소리.
버서커의 대검을 막기는 했지만, 세이버는 막아낸 검째로 밀려 되돌아온다.
「큭……」
세이버의 자세가 무너진다.
추격하는 납빛 서번트.
회색의 이형은, 그것밖에 모르는 듯이 대검을 세차게 때려 넣는다.
피할 새도 없이 검으로 막는 세이버.
그녀의 검이 보이지 않는다 해도 관계없다.
버서커의 일격은 온몸으로 막아내지 않으면 완전히 막지 못하는 즉사의 바람이다.
따라서, 세이버는 방어에 전념할 수 밖에 없다.
그녀에게, 승기라는 것은 버서커와 무기를 부딪치는 사이에 활로를 찾아내는 것.
그렇지만.
그것도, 버서커에게 틈이 있을 때의 이야기.
검은 암반의 검은, 그야말로 폭풍과도 같았다.
저 정도 거구.
저 정도 대검을 가지고서도, 버서커의 속도는 세이버를 웃돌고 있다.
내질러지는 검극은, 그저 세차게 휘두르기만 하는, 아무런 궁리도 없는 대단치 않은 검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
압도적이기까지 한 힘과 속도가 있다면, 기술이 개입할 여지 따위 없다.
기교라는 것은, 인간이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짜내는 것.
그런 약점, 저 거대한 짐승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도망쳐」
얼어붙은 몸으로, 그저, 그렇게 중얼거렸다.
저것에게는 이길 수 없다.
이대로 가면 세이버가 죽는다.
그러니 세이버는 도망쳐야 한다.
그녀 혼자라면 간단히 도망칠 수 있다.
그런 건, 다른 누구도 아닌 그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텐데…………!
「아」
저건, 좋지 않다.
몸은 마비되어 있는 주제에, 머리만은 냉정하게 작동하는 건가.
끊임없이 내질러지는 죽음의 폭풍.
완전히 막아내지 못하고 후퇴한 세이버에게, 이번에야말로,
막아낼 수 없는, 마지막 일격이 뿌려졌다.
세이버의 몸이 뜬다.
버서커의 대검을, 무리한 자세이면서도 세이버는 막아낸다.
그것은 치명상을 그저 피하는 행위다.
제대로 발을 내디디지 못했기 때문에 대검의 기세를 다 죽이지 못하고, 충격은 그대로 세이버를 날려버린다.
크게 호를 그리며 떨어져간다.
등을 아래로 하고 지면에 세차게 떨어지기 전에, 세이버는 몸을 뒤집어서 착지한다.
「……으, 윽……!」
간신히 자세를 바로잡는 세이버.
하지만. 그 가슴에는, 붉은 피가 배여 있었다.
「저, 건」
……정말, 바보다.
나는 중요한 걸 깜박하고 있었다.
서번트가 하루에 어느 정도 싸울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세이버는 이번이 3번째 싸움이다.
덤으로 그녀의 가슴에는, 랜서에 의해 뚫린 상처가 있다
「으, 윽」
가슴을 감싸는 듯 자세를 잡는 세이버.
버서커는 폭풍과도 같이, 상처 입은 세이버에게로 달려들고
그 등에, 충격을 몇 다발 받았다.
「Vier Stil Erschieβung……!」
어떠한 마술인지, 토오사카의 주문과 함께 버서커의 몸이 튕겨나간다.
내뿜어지는 마력량으로 보건대, 버서커를 직격한 것은 대구경 권총에 가까운 충격이겠지.
하지만 그것도 무의미.
버서커의 몸에는 상처 하나 입히지 못한다.
세이버처럼 마력을 무효화시키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저건, 그저 순수하게 안 통할 뿐.
「윽……!? 크, 진짜 엉터리 같은 몸이네, 이 녀석……!」
그래도 토오사카는 공격을 늦추지 않고,
버서커도, 토오사카의 마술에는 개의치 않고 세이버에게 돌진한다.
「…………윽」
괴로운 듯이 얼굴을 드는 세이버.
그녀는 아직도 싸우려고 검을 겨눈다.
그로 인해, 굳어져 있는 몸은 풀렸다.
「안 돼, 도망쳐, 세이버……!」
온몸의 힘을 다해 외쳤다.
그것을 듣고서
그녀는, 대적할 수 있을 리가 없는 적에게로 맞섰다.
버서커의 검극에 끝은 없다.
한 합 받을 때마다 세이버의 몸은 가라앉고, 시시각각 최후의 순간을 맞이하려고 하고 있다.
그래도, 저런 작은 몸의, 어디에 그런 힘이 있었는지.
세이버는 결코 후퇴하지 않는다.
노도처럼 계속 뻗어오는 대검을 전부 받아내고, 기력으로 버서커를 밀어내려고 한다.
승산 따위 없다.
그대로 싸우면 진다고 알고 있으면서도 버티는 그녀의 모습은, 어딘가 이상했다.
그 모습에 무언가를 느낀 것인지.
끊임없이 말이 없었던 이형이 울부짖었다.
막을 방법이 없는 검극.
완벽하게 방어에 들어간 세이버를 후려쳐 통째로 베어 넘기는 일격은, 이번에야말로 그녀를 날려버렸다.
텅, 하고.
멀리서,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
……선혈이 흩어져 간다.
그 안에서, 이미 절대 일어날 수 없는 몸으로.
「윽, 아…………」
그녀는, 의식 따위 없는 채 일어섰다.
……마치.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남겨진 내가, 죽는다고 말하는 것처럼
「?」
그로 인해.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 선택을 했는지, 통감했다.
세이버를 벤 버서커는, 거기서 움직임을 멈췄다.
멍하니 서 있는 나와 토오사카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비탈 위에 있는 주인의 명령을 기다린다.
「아하,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내 버서커는 말야, 그리스 최대의 영웅이니까」
「……!? 그리스 최대의 영웅이라니, 설마」
「그래. 거기에 있는 건 헤라클레스라는 마물.
당신들 정도가 사역할 수 있는 영웅과는 격이 다른, 최강의 괴물이니까」
이리야라고 이름을 밝힌 소녀는, 즐거운 듯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것은 적의 숨통을 끊으려고 하는 유열(愉悅)의 눈이다.
쓰러지는 게 누구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녀는 여기서 죽는다.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건가.
그녀를 대신해서 저 괴물과 싸우라는 건가.
그건 불가능하다.
어중간한 각오로 저것에 다가가면, 그러기만 해도 심장이 멈추겠지.
나는쓰러져 있는 누군가를, 내버려 둘 수 없다.
에미야 시로는 그런 삶의 방식을 선택했을 터이고,
무엇보다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싸워준 저 소녀를, 저런 모습으로 둘 수 없다.
「좋아, 버서커. 그 녀석, 재생하니까 목을 벤 다음에 끝장내버려」
버서커의 활동이 재개된다.
나는
「이자아시익…………!!」
전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저 괴물을 어떻게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니 하다못해, 쓰러져 있는 세이버를 밀어 내서, 버서커의 일격으로부터 구하
「에?」
털썩, 하고 쓰러졌다.
어째서……?
나는 세이버를 밀어 내서, 버서커로부터 세이버를 떼어내고, 그 뒤는 그 뒤대로 뭔가 생각하려고 하고 있었는데, 어째서.
「커헉」
어째서, 이렇게.
지면에 쓰러져서. 숨을, 쉬지 못하게 돼 있는 건가.
「! ?」
……놀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선, 이제 눈앞에 있는 세이버.
덧붙여서 멀리서 아연해 하고 있는 토오사카.
그리고 왜인지, 멍하니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이리야라고 하는 소녀로부터.
「……어, 라」
배가 없다.
지면에 쓰러져 있다.
아스팔트에, 상처에 비하면 적은 혈액이라던가 부드러워 보이는 내장이라던가 장작개비 같이 부러진 무수한 뼈라던가 아플 것 같구나 어머 저런 하는 말을 들을 거 같은 것들이 흘려져 있다.
「……그런가. 정말, 얼간이군」
요컨대, 늦었던 거다.
그래서 그래밀어내는 건 무리니까, 그대로 방패가 돼 본 건가.
그리고 저 괴물 손도끼 같은 검으로, 배를 몽땅 뜯겨 버렸다.
「쿨럭」
아아 진짜, 이런 때까지 실수하다니 정말 어이가 없다.
정의의 사자가 되겠다고 노력해 왔지만, 이런 제일 중요한 순간에 한해서 실수 연발이다.
「어째서?」
멍하니, 은발 소녀가 중얼거린다.
소녀는 잠시간 멍하니 있은 뒤에,
「……이제 됐어. 이런 거, 재미 없어」
세이버의 숨통을 끊지 않고, 버서커를 불러서 돌아오게 했다.
「린. 다음에 만나면 죽일 거야」
떠나가는 소녀.
그걸 끝까지 지켜본 뒤, 시야를 완전히 잃었다.
의식이 두절된다.
이번만은 돌이킬 수 없다.
랜서에게 죽었을 때는 모르는 새에 살았지만, 그것도 한두 번.
이런, 배를 통째로 잃어버린 인간이 살 수 있는 마술 따위 없겠지.
「……너, 너 무슨 생각하는 거야! 알고는 있어? 이제 구할 수도 없는데……!」
질타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틀림없이 토오사카다. 왠지 진짜로 화내고 있는 것 같아서, 미안한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나는 토오사카처럼 뭐든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건 이 몸 정도다.
……그러니까, 그래.
이렇게 몸으로 때우는 것 정도밖에,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으니까
주룩주룩 하는 소리가 난다.
그것이 우는 소리인지 , 문드러져 가는 소리건지, 판별하는 것은 어렵다.
소리는, 그 모두였다.
여기에는 부식되는 것밖에 없다.
돌로 된 벽은 썩어 문드러진 거목처럼 무르고,
공기는 꿀처럼 달콤하다.
땅에 기는 생물은 흡사 익은 과실인 듯 녹아 있고, 흘러가는 시간마저,
여기에서는 쌓아 올리는 의미도 없이 썩어 있었다.
긴 세월에 걸쳐 완전히 마모된 공간.
어떤 혈맥의 집념 끝에, 지상에 장사되지 못한 자들의 묘비가, 이 어둠이었다.
「7명, 모인 듯 하군」
그 부패의 중심에, 한층 거대한 부식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벌레의 소리와, 썩은 살의 냄새.
지하실의 주인은 살아있으면서도 썩어 떨어지고,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벌레가 몰려들고 있다.
꾸물꾸물 발 밑에서 기어 오르는 벌레는 복사뼈에서 피부에 딱 달라붙어
흡반 같은 것으로 살덩이를 먹으면서 나아가 뼈에 도달해서는 신경에 파고들어, 더욱 꾸물꾸물 기어 올라간다.
기어드는 벌레의 숫자는 100이나 200이 아니다.
이 검은 융단이 모여들면, 인간 따위 1분도 걸리지 않아서 허물어져 내리겠지.
사람으로서 가진 외견은 손을 대지 않은 채, 그 안에 든 것, 뼈라는 뼈 모두,
내장이라는 내장 모두를 “벌레”가 대신하게 되어, 그야말로 뼈가 빠진 가죽이 되어 무너져 내린다.
「부족하다. 이 벌레들도, 곧 바꿀 때인가」
그런데도, 그것은 무너져 내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벌레가 복사뼈에서 체내로 침입할 때마다, 그것의 신체는 완성되어 간다.
그것은 벌레에게 먹히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엄청나기까지 한 지하실에 생식하는 벌레야말로, 그것에게 그저 먹히는 것이었다.
저장량으로 치면 대략 100년 분.
그것이 벌레를 먹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만큼 남은 목숨이, 이미 약속되어 있는 셈이 된다.
「아직 앞날이 있다. 이번이 마지막인 것도 아니지. 만전의 상태가 아니면 정관에 전념해야 하는데」
자, 하고 그것은 입가를 비튼다.
이번 “상황”은 만전의 상태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혼돈
저번 싸움에서 10년도 되지 않아서 열리려고 하는 검은구멍.
감독인 신부는 서번트 둘을 가졌고, 류도사에 뿌리를 박은 서번트는 스스로 서번트를 소환했다.
조건은 좋지는 않다.
이런 불안정한 싸움으로 차는 잔 따위 완전과는 거리가 있다.
문은 열 수 있겠지만, 안에 있는 것에까지 손은 닿지 않겠지
「그렇다면 정관해야 하는데. 곤란하게도 가진 장기말만은 적합하지」
성배를 뺏고 뺏기는 장으로서의 조건은 최악이다.
그러나 한 점지금까지 수고를 들여서 만들어낸 “그것”의 완성도만은 만전이었다.
개방하면 도달한다.
수순만 틀리지 않으면 반드시 성배에 손이 닿겠지.
여하튼 성배의 내용물이 심어진 것이다.
10년간, 신경이 이르는 곳곳까지 성배의 조각에 침식된 세포덩어리다.
그렇다면 원래 같은 것끼리, 서로 끌어당기는 것은 당연하겠지.
「……흥. 나에겐 다음이 있지만, 그건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하겠지. 태반으로서 받은 것인데,
설마 그 정도 완성도가 되다니 말이지」
실험으로 준비한 것은, 거의 완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적합하다.
이대로 쓰고 버릴 예정이었지만, 쓸 수 있다면 써야 한다.
어느 쪽이든 폐기할 예정이었던 것.
싸움에 패해 파괴당하든 불능이 되든, 버린다고 하는 결말은 다르지 않다.
「그렇게 되면, 문제는 하나. 그걸, 어떻게 그럴 생각이 들게 만들어 주는가 인데」
준비한 “실험체”는, 발칙하게도 싸움을 싫어한다.
자유의지를 빼앗으면 될 뿐이긴 하지만, 예상 외로 “실험체”의 정신 방벽은 강고했다.
……뭐어, 뛰어난 마술회로를 가진 태반을 원한 것이다.
그렇다면, 자아를 잃게하는 독에 강한 것은 도리라고 할 수 있다.
종순한 인형을 택할 것인가, 뛰어난 제자를 택할 것인가.
후자를 좋다고 한 이상, 세뇌는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 번으로 족하다. 틈만 약간 열면, 그 뒤엔 스스로 성배를 구하겠지만, 글쎄」
그 틈을 여는 것이 곤란했다.
그것은 타인으로부터 받은 강제로 무너질 정신이 아니다.
그렇게 부서질 거라면, 11년 전에 진작에 부서져 흩어졌다.
그것은 반격할 칼날만 가지지 않은, 이 세상에서 가장 견고한 요새다.
그렇다면, 부서진다면 자신으로부터.
자신의 어두운 감정만이, 그것을 변모시킬 열쇠가 되겠지.
「왔나. 자, 그럼 틈을 만들어 주도록 할까」
어둠에 발소리가 떨어져 온다.
나타난 누군가는, 부패의 중심인 벌레에게로 걸어와,
“마스터는, 전원 죽이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
등, 예상 그대로 질문을 했다.
「——————」
물론, 그런 건 대답할 필요도 없다.
마스터는 전원 죽인다.
서번트는 전부 빼앗는다.
그것이 이 지하실에 소용돌이치는 집념이다.
그러나, 그걸 억누르고
「네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럼, 이번도 철저히 방관하도록 하지」
그것은 말했다.
안도의 목소리와, 이완되는 공기.
이미 싸울 의사 따위 없다, 라고 그것은 부드럽게 웃음을 띄운 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조금쯤 아니꼽구먼. 이번 신체 중에선, 토오사카의 딸은 뛰어나다.
승자가 나온다고 하면, 아마도 그 녀석이겠지」
그렇게, 유감인 듯이 속삭였다.
“——————“
……느슨해진 공기가 되돌아간다.
근소한 변화깨닫지 못하고 놓쳐버릴 정도로 작은 부(負)의 감정이 지하실에 빛난다.
싸움을 싫어한 것은, 그 한 마디로 천칭이 흔들려 버렸다.
흔들려 버리면 생기고 만다.
사소한 삐걱댐.
본인조차 깨닫지 못하는, 열어서는 안 될 터인 틈.
「크」
썩은 살이 웃는다.
벌레가 모여들어, 지금도 여전히 썩어 떨어지는 그것은, 사람의 형태를 유지한 채 큭큭 하고 웃고 있었다.

첫댓글 우리의 금삐까군은 언제 나와요 ? 나 길가메쉬군이 좋아요 흑흑
ㅋㅋ 기대하셔도 좋을듯 너무감동적일 정도라죠?
왜요 우리 금삐까군 죽어서 요..?
의외의대반전에 감동
길가메쉬의 강력함이 HF에선 감동으로 몰려 옵니다.
ㅈㄱ
길가메쉬........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