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꽃의 계절이다. 봄맞이 간다는 건 꽃구경 간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봄꽃 여행지에서는 한 가지 꽃만 볼 수 있다. 이제 여러 종류의 봄꽃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떠나보자.
강릉시 주문진읍에 있는 장덕리가 바로 그곳이다. 이 마을에서는 복사꽃을 위주로 하여 자두꽃과 벚꽃, 배꽃, 유채꽃, 그리고 흰 민들레 등의 야생화까지 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장덕(長德)이라는 지명은 긴 둔덕 주변에 마을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붙은 것이라고 한다. 신리천을 사이에 두고 남쪽 마을과 북쪽 마을로 나뉜 장덕리는 100여 가구에 300여 주민이 오순도순 살아간다.
장덕리는 일명 복사꽃마을이라고도 불린다. 대다수 주민들이 복숭아를 재배하여 봄이면 복사꽃이 온 마을을 핑크빛으로 물들이기 때문이다. 영동지방 최대의 과수마을로 꼽히는 장덕리는 복숭아 외에도 자두, 배, 사과 등 다양한 과일을 재배하고 있다. 이곳의 복사꽃과 자두꽃, 배꽃 등은 보통 4월 중순 무렵에 활짝 피지만 올봄에는 기온이 낮아 4월 말 무렵에 만개할 것으로 보인다. 사과꽃은 5월로 접어들어야 핀다.
다른 꽃들이야 흔히 보는 것이지만 복사꽃 아래에서 수줍게 피어 있는 흰민들레가 눈길을 끈다. 흰민들레를 영어로는 Korean dandelion이라고 한다. 우리나라가 원산지라는 명백한 증거다. 노란색의 서양 민들레와는 다른 토종 민들레인 것이다. 흰민들레는 두상꽃차례(頭狀花序)로 꽃이 핀다. 두상꽃차례는 여러 꽃이 모인 모양이 머리 모습을 이루어 한 송이처럼 보이는 것을 말한다.
800년 은행나무 등 볼거리 다양
장덕리는 봄꽃 말고도 볼 게 많다. 우선 마을로 들어오는 초입에 우뚝 서 있는 노거수 은행나무가 눈길을 잡아끈다. 800년 수령의 장덕리 은행나무는 고려시대에 최옥이 부정(副正) 벼슬을 받은 기념으로 심었다고 전해진다. 1964년 1월 천연기념물 166호로 지정된 이 은행나무는 높이 22미터, 가슴높이의 줄기둘레 9.8미터이며 가지가 사방으로 10~13.5미터 가량 뻗어 있어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장덕리 은행나무는 수나무이기 때문에 열매를 맺을 수 없는데 이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진다. 옛날에는 이 나무에 은행이 많이 열렸다고 한다. 그래서 은행이 떨어져 썩을 때면 악취가 너무 심해 주민들은 코를 막고 이 앞을 지나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곳을 지나던 노승이 이 나무에 부적을 써 붙인 후부터 은행이 열리지 않는다는 전설이다.
마을 뒷산으로 오르는 길이 시작되는 벚나무 아래에는 두꺼비 모양의 바위가 자리 잡고 있다. 두꺼비가 하늘을 향해 뛰어오르는 듯한 모습의 두꺼비바위는 방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보인다. 한때는 할머니가 앉아 있는 것 같다고 해서 할미바위라고도 불렸다. 두꺼비바위를 지나 좀 더 오르면 공깃돌을 주워 놓은 듯한 다섯 개의 돌이 나타난다. 이 공기바위는 푸른 나무들 사이에 일렬로 놓여 산중턱에서 떨어지지 않고 버티고 있어 신기하다.
공기바위 위쪽에는 화전바위가 있다. 화전바위는 단순한 바위가 아니라 바위와 바위 사이의 골에 물이 고인 웅덩이를 말한다. 이곳은 물이 맑고 깨끗하며 주변 경관도 빼어나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했다는 전설에 따라 선녀탕이라고도 일컫는다.
화전바위가 있는 계곡을 서푸개울이라고 한다. 갓바우골이라고도 불리는 서푸개울은 맑은 물과 넓은 바위, 나무그늘이 어우러져 호젓하게 쉬기에 그만이다. 더욱이 철따라 들꽃들이 피어나 정취를 더해준다.
저수지와 왕벚꽃이 아름다운 삼교리
장덕리에서 서쪽 언덕길로 올라가면 삼교리 저수지에 이른다. 날씨가 좋으면 동해 바다를 굽어볼 수 있는 등 전망이 일품이고 경치도 빼어난 곳이다. 이 저수지의 물은 바로 마셔도 무방할 만큼 깨끗한 일급수로 장덕리 주민들은 이 맑은 물 덕분에 품질 좋은 과일과 쌀, 고추, 옥수수, 감자, 채소 등의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이곳 삼교리는 봄이면 왕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아름다운 산마을이지만 이를 아는 이는 별로 없다.
삼교리 저수지에서 북쪽 산길로 2시간쯤 오르면 세 봉우리가 우람하게 솟은 삼형제봉에 다다른다. 정상에 오르면 푸른 바다와 주문진 시가지가 한눈에 펼쳐져 조망이 시원스럽다.
삼형제봉 정상의 바위는 하얀색인데 이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얽혀 있다. 옛날 마고할미가 풍류암에서 바둑을 두고 있는 신선에게 팥죽과 술을 가져다주려고 이곳을 지나다가 실수로 펄펄 끓는 팥죽이 엎질러지는 바람에 바위가 데어 하얗게 변했다는 것이다.
찾아가는 길
영동고속도로-강릉 분기점-주문진 방면 동해고속도로-북강릉 나들목-주문진을 거친다. 대중교통은 주문진터미널에서 장덕리를 거쳐 삼교리로 가는 시내버스가 있다.
맛있는 집
주문진 하면 흔히 생선회를 떠올리겠지만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별미로 장치찜이 꼽힌다. 장치는 동해안 일대에서 잡히는 바다메기과 생선으로 길이가 40~50cm 정도 된다. 생김새는 곰치나 바다메기와 비슷하지만 길이가 길어 장치라고 불리는 것이다. 장치를 꼬들꼬들하게 말렸다가 찐 장치찜은 찜이라기보다는 조림에 가깝다. 부드럽고 탱글탱글한 고기 맛도 일품이고 매콤한 양념이 식욕을 돋운다. 고기 양도 많은데다 포실하면서 부드러운 강원도 감자가 통째로 들어가 더더욱 푸짐하고 먹음직스럽다. 여러 집 가운데 주문진항 건어물시장 안쪽에 있는 월성식당(033-661-0997)이 유명하다.
봄은 꽃의 계절이다. 봄맞이 간다는 건 꽃구경 간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봄꽃 여행지에서는 한 가지 꽃만 볼 수 있다. 이제 여러 종류의 봄꽃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떠나보자.
강릉시 주문진읍에 있는 장덕리가 바로 그곳이다. 이 마을에서는 복사꽃을 위주로 하여 자두꽃과 벚꽃, 배꽃, 유채꽃, 그리고 흰 민들레 등의 야생화까지 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장덕(長德)이라는 지명은 긴 둔덕 주변에 마을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붙은 것이라고 한다. 신리천을 사이에 두고 남쪽 마을과 북쪽 마을로 나뉜 장덕리는 100여 가구에 300여 주민이 오순도순 살아간다.
장덕리는 일명 복사꽃마을이라고도 불린다. 대다수 주민들이 복숭아를 재배하여 봄이면 복사꽃이 온 마을을 핑크빛으로 물들이기 때문이다. 영동지방 최대의 과수마을로 꼽히는 장덕리는 복숭아 외에도 자두, 배, 사과 등 다양한 과일을 재배하고 있다. 이곳의 복사꽃과 자두꽃, 배꽃 등은 보통 4월 중순 무렵에 활짝 피지만 올봄에는 기온이 낮아 4월 말 무렵에 만개할 것으로 보인다. 사과꽃은 5월로 접어들어야 핀다.
다른 꽃들이야 흔히 보는 것이지만 복사꽃 아래에서 수줍게 피어 있는 흰민들레가 눈길을 끈다. 흰민들레를 영어로는 Korean dandelion이라고 한다. 우리나라가 원산지라는 명백한 증거다. 노란색의 서양 민들레와는 다른 토종 민들레인 것이다. 흰민들레는 두상꽃차례(頭狀花序)로 꽃이 핀다. 두상꽃차례는 여러 꽃이 모인 모양이 머리 모습을 이루어 한 송이처럼 보이는 것을 말한다.
800년 은행나무 등 볼거리 다양
장덕리는 봄꽃 말고도 볼 게 많다. 우선 마을로 들어오는 초입에 우뚝 서 있는 노거수 은행나무가 눈길을 잡아끈다. 800년 수령의 장덕리 은행나무는 고려시대에 최옥이 부정(副正) 벼슬을 받은 기념으로 심었다고 전해진다. 1964년 1월 천연기념물 166호로 지정된 이 은행나무는 높이 22미터, 가슴높이의 줄기둘레 9.8미터이며 가지가 사방으로 10~13.5미터 가량 뻗어 있어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장덕리 은행나무는 수나무이기 때문에 열매를 맺을 수 없는데 이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진다. 옛날에는 이 나무에 은행이 많이 열렸다고 한다. 그래서 은행이 떨어져 썩을 때면 악취가 너무 심해 주민들은 코를 막고 이 앞을 지나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곳을 지나던 노승이 이 나무에 부적을 써 붙인 후부터 은행이 열리지 않는다는 전설이다.
마을 뒷산으로 오르는 길이 시작되는 벚나무 아래에는 두꺼비 모양의 바위가 자리 잡고 있다. 두꺼비가 하늘을 향해 뛰어오르는 듯한 모습의 두꺼비바위는 방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보인다. 한때는 할머니가 앉아 있는 것 같다고 해서 할미바위라고도 불렸다. 두꺼비바위를 지나 좀 더 오르면 공깃돌을 주워 놓은 듯한 다섯 개의 돌이 나타난다. 이 공기바위는 푸른 나무들 사이에 일렬로 놓여 산중턱에서 떨어지지 않고 버티고 있어 신기하다.
공기바위 위쪽에는 화전바위가 있다. 화전바위는 단순한 바위가 아니라 바위와 바위 사이의 골에 물이 고인 웅덩이를 말한다. 이곳은 물이 맑고 깨끗하며 주변 경관도 빼어나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했다는 전설에 따라 선녀탕이라고도 일컫는다.
화전바위가 있는 계곡을 서푸개울이라고 한다. 갓바우골이라고도 불리는 서푸개울은 맑은 물과 넓은 바위, 나무그늘이 어우러져 호젓하게 쉬기에 그만이다. 더욱이 철따라 들꽃들이 피어나 정취를 더해준다.
저수지와 왕벚꽃이 아름다운 삼교리
장덕리에서 서쪽 언덕길로 올라가면 삼교리 저수지에 이른다. 날씨가 좋으면 동해 바다를 굽어볼 수 있는 등 전망이 일품이고 경치도 빼어난 곳이다. 이 저수지의 물은 바로 마셔도 무방할 만큼 깨끗한 일급수로 장덕리 주민들은 이 맑은 물 덕분에 품질 좋은 과일과 쌀, 고추, 옥수수, 감자, 채소 등의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이곳 삼교리는 봄이면 왕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아름다운 산마을이지만 이를 아는 이는 별로 없다.
삼교리 저수지에서 북쪽 산길로 2시간쯤 오르면 세 봉우리가 우람하게 솟은 삼형제봉에 다다른다. 정상에 오르면 푸른 바다와 주문진 시가지가 한눈에 펼쳐져 조망이 시원스럽다.
삼형제봉 정상의 바위는 하얀색인데 이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얽혀 있다. 옛날 마고할미가 풍류암에서 바둑을 두고 있는 신선에게 팥죽과 술을 가져다주려고 이곳을 지나다가 실수로 펄펄 끓는 팥죽이 엎질러지는 바람에 바위가 데어 하얗게 변했다는 것이다.
찾아가는 길
영동고속도로-강릉 분기점-주문진 방면 동해고속도로-북강릉 나들목-주문진을 거친다. 대중교통은 주문진터미널에서 장덕리를 거쳐 삼교리로 가는 시내버스가 있다.
맛있는 집
주문진 하면 흔히 생선회를 떠올리겠지만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별미로 장치찜이 꼽힌다. 장치는 동해안 일대에서 잡히는 바다메기과 생선으로 길이가 40~50cm 정도 된다. 생김새는 곰치나 바다메기와 비슷하지만 길이가 길어 장치라고 불리는 것이다. 장치를 꼬들꼬들하게 말렸다가 찐 장치찜은 찜이라기보다는 조림에 가깝다. 부드럽고 탱글탱글한 고기 맛도 일품이고 매콤한 양념이 식욕을 돋운다. 고기 양도 많은데다 포실하면서 부드러운 강원도 감자가 통째로 들어가 더더욱 푸짐하고 먹음직스럽다. 여러 집 가운데 주문진항 건어물시장 안쪽에 있는 월성식당(033-661-0997)이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