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주말마다 생긴 불가피한 일정에 느닷없는 좌골신경통까지 겹쳐서 정기 등반을 한동안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그 덕분에 산도 없고 등반도 없는 주말을 여유롭게 즐기긴 했는데 마음속 한켠은 줄곧 허전했습니다. 다시 말해 어제는 모처럼 그 허전함 실컷 채우고 돌아온 하루였습니다. 땀 한 바가지 잔뜩 흘리고 쏘맥 한잔 말아 마시니까 그제야 백년 묵은 갈증이 한꺼번에 달아나는 것만 같은... 그 한잔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없겠죠?ㅎㅎ 여전히 덥고 습했지만 등반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간간히 불어주는 시원한 바람과 넉넉한 나무 그늘만으로도 충분히 큰 힐링이 됐습니다. 처음에는 봉대장님이 표범길로 선인봉 정상까지 가보자고 했습니다. 다만 전날 내린 비로 안 그래도 어려윤 크랙 등반이 더 까다로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듬직한 봉대장님은 영차영차 잘 올라가셨습니다. 그러나 정상까지 오르는 건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아서 표범길은 첫 피치만 마치고 하강 후 설우길에서 슬랩 연습을 했습니다. 슬랩 고자인 저한테는 매우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설우길 슬랩 연습을 마치고 곧바로 하산하기에는 너무 이른 것 같아 은벽길 슬랩 두 피치까지 마저 올랐습니다. 보람 선배님은 그동안 운동을 꾸준히 하셨는지 어프로치부터 펄펄 날아다니셨습니다. 흡사 축지법이라도 쓰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습니다. 마지막에 은벽길도 보람 선배님 기준 일일 등반 최소 할당량에 한참 못 미쳐서 붙게 됐는데 앞으로 골수는 멀티 등반의 경우 최소 여덟 피치 등반해야 귀가 가능한 걸로 잠정 합의... 어쨌거나 저쨌거나 모처럼 등반 가득한 하루였습니다. 어제 같은 하루를 등반으로 더 가득히 채우려면 체력 좀 길러야겠다 싶기도 했고요. 그러려면 쏘맥부터 줄여야 할 텐데 말입니다.
첫댓글 그럼 소맥클라이밍 말고 소주 클라이밍으로~
소주만 마시면 그맛이 안 나는데 큰일이네...
와~~오랜만에 보는 표범 스타트네요^^ 전날 비가 많이 왔던데 무사 등반해서 다행입니다. 갑자기 선인 물바위 다리떨면서 등반했던 기억이 스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