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나 되어 당신을 찾을까-노자영
분야: 어문 > 수필 > 경수필/일기
저작자: 노자영
원문 제공: 한국저작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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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31일 아침!
금잔화 꽃 떨기에 흰 이슬이 내리고 하늘빛 법의(法衣)를 입은 소나무에 매미가 울어요. 그리고 처녀의 하트같은 빨간 햇빛이 나무 사이에 비치어 가지에 맺힌 이슬은 모두 금구슬이 되었습니다.
나는 오늘 아침에 일찌기 약수터에 갔었고 오는 길에 반석 위에서 책을 보았다오. 푸른실 같은 뽀얀 안개가 산곡에 자욱하여 그야말로 무슨 신비의 낙원 같더이다. 거룩하신 우리 님이 행여나 그곳에 계실까하여, 산곡을 찾아 올라갔더니 그곳에도 당신은 계시지 않고요. 정말 산새들이 이슬 맺힌 산 개나리를 보고 뭐라고 속삭이더이다.
어제저녁에는 정말 거룩한 S 寺를 보았읍니다. 많은 소나무는 그의 검은 머리를 모두 풀어 헤치고요, 두 손을 모아 하늘 아래 묵례를 하더이다. 그 사이에 푸른별이 은실을 가지고 땅 위로 내려오고 개똥벌레 몇 마리가 파란 등을 가지고 개천가를 찾아 다니고요. 누구를 찾는지는 모르나……
그리고 어디로 가는지 미풍의 노래가 하늘의 별과 속삭입니다. 이 때에 S寺는 오로지 하나의 거룩한 시(詩)의 처녀가 되어 대지에 자리를 펴고 고요한 꿈을 지켰지요. 나도 이때에 꿈이 되어 당신 계신 동산을 찾아 갔다오.
어제 밤 내 몸은 꿈이 되어서 당신 계신 곳을 찾아갔더니 당신은 아는지 모르는지 잠만 잤었지요. 그래서 나는 할 수 없이 별이 되어 당신 창에 새벽까지 비췄다오. 그리고 미풍이 되어서 당신 이마에 밤새도록 붙어 있었다오.
사진은 아니 보내신 다고요. 여보, 흉해도 내 사랑이요, 예뻐도 나의 풀이요, 미워도 나의 사람이 아닙니까? 그런 불철저한 소리가 나는 듣기 싫습니다. 당신은 언제던지 진실성을 가진 깨달음이 있는 여성이 되어서 하늘의 별빛 아래 곧은 마음을 매여 두세요.
어제 은경이가 왔다가 금일 갔었다고요. 그러나 나는 만나지 않았읍니다. 그러면 내일 다시……
─ 1939년, 서간집 「나의 花環[화환]」에서
<재편집: 오솔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