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의 대학평가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도 있다. ‘중앙일보 교육개발연구소’라는 사설단체를 만들어서 한국의 대학을 평가한다는 것이 <중앙일보>의 대학평가이다. 그런데 이게 완전히 선무당이 사람 잡는 형국이다. 도대체 대학평가의 명분이나 객관적 방법이 없다. “대학 선택의 올바른 기준”을 내세우고 있지만 내막을 알고 보면 설득력이 없다.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알고 보면 황당하다. <중앙일보>가 하는 일은 고작 각 대학에 이메일 공문이나 보내는 정도이다. 이런 저런 자료를 제출하라고 말이다. 그러고 보내온 자료를 기초로 각 대학의 순위를 매긴다. 세상에 이런 희한한 평가방식이 어디에 있을까?
한번 생각해보라. 누군가 당신에게 메일을 보내서, 한국인의 순위를 정할 계획이니 평균 신장이나 몸무게, 그리고 학력이나 수입에 관한 정보를 보내달라고 했다고 치자. 당신은 그걸 무시하고, 답신을 보내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뒤에 한국인의 순위를 매긴 도표랍시고 누군가 들고 나와서, 당신은 이 도표의 기준에 따르면 몇 순위라고 말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런 식으로 제 꼴리는 대로 남의 순위를 매기는 사람이 바보로 취급당하는 게 옳다. 왜냐하면 순위를 매기기에 적절한 객관적 데이터를 수집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게 지금 <중앙일보>의 대학평가를 둘러싼 현실이다. 이렇게 건성으로 매긴 순위표를 이용해 <중앙일보>는 유료로 진로상담까지 해주면서 금전적 이득까지 챙기고 있다. 사기꾼도 이런 사기꾼이 없다.
더 큰 문제는 <중앙일보>의 대학평가 기준이라는 게 도대체 그 목적성이 없다는 사실이다. <중앙일보>는 이게 학생들(사실은 학부모들)에게 올바른 대학 선택의 지표를 제공하기 위한 ‘공익적’ 사업인 것처럼 위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근거가 희박한 주장일 뿐이다. 논리적으로 취약하다는 뜻이다. 도대체 <중앙일보>가 말하는 ‘올바른’이라는 말의 지시대상이 무엇인지를 되물어본다면, 논리적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른바 <중앙일보>가 제공하는 순위표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올바른 진로라는 말이다. 그러나 굳이 <중앙일보>가 나서서 순위를 매길 필요도 없이 세간에서 말하는 그 ‘명문대학들’은 항상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굳이 <중앙일보>가 나서서 순위를 매길 이유가 뭔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불과한데 말이다.
하나마나한 이런 평가를 왜 하는지에 대한 논리적 탐구도 없이, 한국의 대학들은 황당하고 어설프기 짝이 없는 이 평가지침을 이행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지성의 전당이라고 자화자찬하는 대학에서 반지성적인 일들이 일어난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황당무계한 상황을 연출하기는 처음인 것 같다. <중앙일보> 대학평가라는 게 얼마나 말이 되지 않는 소리인지 실례를 한번 들어보겠다. <중앙일보>는 대학평가의 기준으로 오직 논문만을 평가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대학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해괴한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 대학들이 <중앙일보>가 내세운 비상식적인 대학평가기준에 맞추기 위해 단행본 저술보다 논문에 더 높은 연구점수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대학은 연구년을 보낸 교수들이 저술하는 전문학술서적에 연구점수를 전혀 주지 않는 방침을 실행하기도 한다. 참으로 말문이 막히는 일이다. 분명 교수들 중에서 연구년을 골프나 치면서 ‘노는 해’로 여기는 이들도 있겠지만, 마땅히 학자를 본업으로 삼는 교수라면 그동안 짬짬이 수행한 자투리 연구를 종합해서 단행본 작업을 하는 것이 상식이다. 외국 대학의 경우는 집필을 위해 연구년을 신청하기까지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한국의 대학은 어쩐 일인지 이런 게 용납되지 않는 이상한 집단이다. 이공학은 그렇다고 쳐도, 인문학에게 이 문제는 치명적인 것이다. 인문학은 저서로 승부하는 게 기본이다. 세상에 어느 인문학자가 논문만 수백 편을 갖고 세계적인 학자가 될 수 있을까.
문제는 이런 상황이 엄연히 벌어지고 있지만, 인문학을 본업으로 한다는 교수들이 입을 닫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중앙일보> 대학평가 같은 얼치기 시스템에 순종해서 자기 앞가림이나 하기에 급급하다. 이런 맥락에서 <조선일보>보다 더 악질적인 것이 지금 <중앙일보>에서 공정한 척 내놓는 대학평가인지도 모른다. 겉으로는 대학교육을 위하는 것처럼 위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한국의 대학교육을 망치고 있는 주범이 바로 <중앙일보>이다.
첫댓글 대학 평가 뿐만 아니고..일반 기업들과 관련한 각종 순위들을 올리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비자 만족도니 소비자 신뢰도니..이런 제목으로 각종 타이틀을 붙여주고..광고를 얻기 위해서 나름 생각한 방법들인데..
자본주의 시장에서 기업을 상대로 일종의 이익창출의 방편으로 마켓팅도 하면서 소비자에게 적당한 정보도 주고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되지만 대학평가는 조금 아닌듯. 평가는 학생이 학부형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함.
지방일간지에서 나름 객관적인 기준으로 대학평가류의 내용을 발표한다면 어찌 되었을까요? 조중동 수준의 일간지가 되다보니 속으로 열받는 대학들이 있어도 찍소리 못하고..ㅋㅋ
평가는 좋은데 순위발표가 문제. 그냥 장단점하고 특성화된 부문만 밝히고 순위는 빼야징.
멍청이들.. 국가 경쟁력순위, 신용도 순위, 올림픽 베달 순위, 학생 석차 순위 등등.....긍정적인면과 부정적인면이 항상 존재하지. 인간은 항상 경쟁과 순위를 즐기고 열 받으면서 발전해 나가잔아. 여기 VS게도 마찬 가지고.. 인간사는 느네들이 요구하는 절대적인, 아주 공정한 또는 누구나 인정하는 평가는 없는법.. 나(소속단체, 국가)에게 필요 하면 그 틀속에 들어가서 나를 높이면 되는거고, 로스쿨에 들어가서 거기에 맞추면 되는거고, 그게 싫으면 주변인으로 남든가, 무관심 또는 투쟁.... 이런거에 대처 하는 방법은 여러가지인데, 선택은 당사자들 스스로가 알아서....
평판도라는거부터 졸라 어이없는거다 무슨 수험생 학부모 기업임원의 평판? 졸라 어이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