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P(부제:소원을 들어드립니다)
"아 근데 이름이 뭐예요?"
"알아서 뭐하게."
솔미는 역시 재수없다고 생각했다.
"거래하는 사인데 그것도 모르면 어떡해요?"
"그래?뭐, 어차피 거래가 끝나면 기억이 사라질테니까."
"무슨 말이예요?그게?"
"아무것도 아냐"
"쳇, 싱겁게.어쨌든 난 진솔미예요!잘 부탁해요!"
"알아."
"네? 내 이름을 안다구요? 어떻게요?"
"난 다 알고 있다니까. 내 이름은 Ray야."
"무슨 외국인 이름 같네. 하긴 당신 외국인 같이 생겼으니까요."
"뭐 보태줬냐."
"쳇. 말 좀 예쁘게 해요. 어쨋든 그럼 안녕~!!!"
솔미는 아까 전의 가운없는 발걸음과 달리 기운 찬 발걸음으로
씩씩하게 무거운 문도 아랑곳 않고 퍽 밀고 나갔다.
"쿡, 씩씩하네."
솔미는 지하철을 탔다.
집에 가려면 1시간 넘게 걸려 늘 지루했던 지하철이였지만,
솔미의 머리 속에는 지금 아까의 그 생각이 가득했다.
"아까 그 사람 쬐끔 잘생겼었는데."
곧 솔미는 대학에 갈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대학에 가면 뭘할지, 엄마는 얼마나 좋아할 지 생각했다.
"휴대폰은 좋은 대학 들어가면 더 좋은 거 사주겠지 뭐."
솔미는 모든 걱정을 접고, 즐겁게 지하철에서 잠들었다.
다음 날
솔미는 기분 좋게 일어나서, 학교애 갈 준비를 했다. 엄마의 공부 잘하란 잔소리도,
동생의 짜증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리고 학원 갈 생각만 했다.
학교가 끝나고, 솔미는 처음으로 기분 좋게 학원으로 달려갔다.
학원의 모든 수업도 즐거이 마치고, 솔미는 어제 가계를 발견했던 곳으로 빠르게 뛰어갔다.
그리고 문을 열어젖혔다.
"나 왔어요~!!!"
"어~왔냐?"
이번엔 Ray가 가게 안에서 돌아다니면서 책을 읽다가 솔미를 맞아주었다.
"갖고 왔어요!자 내 핸드폰이예요."
솔미는 Ray에게 다가가서 그의 손에 핸드폰을 탁 하고 올려놨다.
"쿡, 니가 아끼는게 이거냐?"
"불만 있어요?"
"쿡쿡, 아니, 잘 가져왔어."
Ray는 뭔가를 알고 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너의 소원을 들어줘볼까..."
Ray는 가장 왼쪽에 있는 수납장에 다가갔다.
"어?"
"왜 그래?"
솔미는 뭔가가 이상한 것을 알아차렸다.
"여기...방이 다 까맣네요?"
솔미가 들어올 때 미처 몰랐던 것이지만, 방이 달라져있었다.
어제 솔미가 왔을 때는 원목 가구와 붉은색 벽지와 문이 있었는데
오늘은 책상도 사라지고, 벽지와, 수납장, 문의 색이 조금씩 색이 다르긴 했지만
검은색 종류였다.(여전히 작은 잔들과, 책 등이 떠다니긴 했다)
"아아~그냥 오늘은 기분이 별로라. 너 몰랐냐?"
"으응...어쩐지 들어올 때 어둡더라."
"바보, 그것도 못 알아차리냐."
Ray는 수납장에 손을 넣어서 맨 끝에 있는 하얀색 액체가 들어있는 병을 꺼냈다.
그리고 방 안에 둥둥 떠다니는 작은 컵을 날쌔게 잡아챘다.
그리고 솔미에게 다가와 그 잔을 쥐어주었다.
"쏟으면 죽는다?"
"아, 알았어요!"
그는 하얀 액체를 그 잔에 반 정도 채웠다. 솔미는 찰랑거리는 액체가 참 예쁘다고 느꼈다.
"마셔요?"
"아직 마시지마."
그는 뒤돌아서 그 병을 잘 봉하고, 제자리에 갖다놓으며 말했다.
솔미는 그를 기다렸다. Ray는 다가와서 그 액체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그건 머리가 좋아지는 액체야."
"에엑?그냥 대학 들어가게 하는 거 아니예요?"
그는 어이없다는 듯 솔미에게 말했다.
"안돼. 조금이라도 노력을 해야지."
"흠...그럼 마실게요."
솔미는 그 액체를 꿀꺽꿀꺽 마셨다.
그리고 마신 소감을 말했다.
"아무 맛도 안냐요.느낌도 안나고."
"그럼 뭘 바랬냐?"
"쳇..."
"아, 근데 너 학원에서 자지 말고 선생님 말이라도 들어."
"왜요???"
"말만 들어도, 이제 모든게 이해될거야. 그리고 그것의 효능은 수능 끝나고 사라져."
"아깝긴 하지만...뭐 괜찮아요."
솔미는 진짜 아깝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때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Ray는 더이상 솔미를 신경쓰지 않고, 둥둥 떠다니는 책을 잡아서
까만 바닥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솔미는 시계를 보고
그에게 말했다.
"시간이 다 됐네...이제 나 갈게요!종종 찾아올게요!"
"그래, 근데 니가 날 기억할 수 있을까?"
"그게 무슨 소리예요? 어제도 그러고..."
"신경쓰지마. 잘가~"
솔미는 씩씩하게 문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이제 자신이 똑똑하다는 생각에 활짝 웃었다.
그리고 문을 힘차게 열었다.
그리고 그녀가 가게 밖으로 완전히 나가는 순간,,,
Ray에 대한 기억과, Shop에 대한 기억, 액체에 대한 기억까지 모두 사라졌다.
"어? 내가 왜 여기 서있담?"
솔미는 수능에 대한 걱정으로 다시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기운없는 발걸음으로 지하철역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파트의 붉은 담벼락에 아까전까지 있던 이상하고 수상한 가게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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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가 끝났습니다.
2화는 좀 무시무시하게...
2화도 봐주실거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기억이 허무하게 사라지면,, 그다음편에 어떻게 되는거죠? 레이는 귀신인가? -ㅁ-;;;
아~. 수경이가 쓴 소설은 주인공이 시시각각 바뀌는 소설이에요. Ray를 찾아오는 손님들의 결말로써 1화 2화 3화 이렇게 구성되죠^^.
그럼....서로 연관이 없단 말인가요? ㅡㅡ;; 어쩃든..다음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