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하르방에도 가을은 깊어간다
어른이든, 아이든, 풍요롭든, 가난하든, 인간이라면 누구나 여행에 대한 아니, 어떤 특정지역에 대한 환상적인 꿈을 꾸게 된다.
그 꿈이란, 특정 지역의 수려한 풍광이나 이국적인 정취 혹은 역사적인 사건이나, 관습적인 어떤 상징성을 띤 경계지표와 관련이 있다. 사람들은 간혹, 티브이나 인터넷 등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특정지역의 이름이 오르내리면 그곳을 향해 물빛 그리움을 출렁인다. 어려서부터 내게도 알 수 없는 제주에 대한 막연한 향수 같은 게 있었다. 귤에서 나는 향긋한 내음, 코발트빛 바다의 희망, 그리고 한라산에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의 냄새, 중산간 갈대밭의 드넓은 대지의 자유 같은 거 말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지금까지 제주도를 열 번은 더 다녀온 것 같다. 이젠 제주를 가도 아주 특별난 감흥은 일지 않는다. 그렇지만, 제주는 아마 십여 년이 흐른 뒤에도 물빛, 뭉게구름, 귤, 야자나무, 이런 단편적인 이미지들로 인해 마음이 제주도에 대한 그리움의 깊이를 펜끝으로 옮길 때마다 가슴 한쪽 뭉클해질 것 같다.
이것이 제주도가 내게 주는 풍경과 배음과 경계지표로서의 환상적인 꿈을 꾸게 하는 것들이다.
하늘 위에 바다가 떠 있다.
바다를 잡고 구름배가 떠다닌다
나는 배 속에서 해와 가면놀이를 한다
나비로 변했다가
천사였다가
번쩍이는 은솔개로 변해 사뿐 바다에 내린다
아직 사철 검푸른 파도는 종일 뭔가를 만들고 있다
파도의 머리를 선회하며 말을 건넨다
물거품을 만들 때는 아프니
뇌성이 치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동안
몇 번 솟구쳐야 맑은 아침이 되니
오늘은 참, 맑은 아침이다
나의 노래는 물 아닌 물이다
바람이 잠잠한 바다
아침의 영가(靈歌)를 부르며 파도를 차올라
다시 솟구치기 위해 하늘로 난다
권영옥의 시 <하늘바다 사람>
비행기 트랩에서 내린 제주의 한낮은 분주함으로부터 시작된다.
새벽 여섯 시, 문명의 이기가 낳은 망조에 걸려 헐레벌레, 쌩쌩, 온갖 급함의 수식어를 다 동원해도 새벽 집에서의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 "에이 또야, 먹통 휴대폰 같으니라구" 제주 공항 문을 여는 순간 확 쏟아져 들어오는 바람의 내음, 이 바람 내음은 귤내음이 섞인 바람이 아니었다. 첫 추위가 내는 해저의 속내음이었다. 가을에서 겨울로 옮겨가는 이행기의 계절에 내 마음이 느끼는 온도는 그야말로 혹한이었다. 점심식사를 성읍 민속촌에서 돼지고기로 해결했다. 이건 먹는 게 아니라 먹어내는 일이었다. 그만큼 식당을 운영하는 업주들의 대충대충 배려를 꼬집어 하는 말이다. 자기들이 성읍의 민간외교사절단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대충 차려낼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맛이 있든 없든 뱃속을 채웠으니 성읍민속촌을 한바퀴 돌고 싶었다. 딸아이가 내게 물어도 어느 정도는 알아야 제주도 이야기를 해줄 것 같아서 우린 사람들 속에 끼어 열심히 제주의 설화를 귀담아 들었다.
예전 물이 부족한 제주도에서 물을 안전하게 얻어내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커다란 항아리에다 빗물을 받아놓고 있다.
정다운 돌할배와 할매
초가삼간 이엉집
숙소에서 바라본 애월리의 현재 모습들
제주 그랜드호텔을 가기위해...
환상적인 비취빛 서양란 넘 아름다워서
에고고 너무 추워요. 바람은 왜 사진 속에 나타나지 않는거야요
새벽 7시 한겨울 추위를 느끼며 휘두른 첫 샷은 엉뚱한 곳을 향해 날아가고...좋아요, 아주 보기 좋아요^^
로드랜드의 해저드에도 가을은 깊어가고
천제연의 코발트 물빛
제주의 암석들
무지개가 다리를 만들고 있다
제주 용연식당, 회가 입에서 살살 녹아요.
신혼여행지에서 사람들은 꼭 저 풍경을...
용연 회식당에서 바라본 제주바다
해학적이다. 우락부락
어둠이 있기에 밝은 곳이 빛난다. 한낮의 빛이 있기에 밤의 어둠도 아늑할 수 있다.
곳곳에 숨쉬는 설화는 우리를 산다는 거에 대한 굉장한 집착을 밀어내 주었다.
그만큼 현존재인 우리는 생에서 도달하지 못하는 희망을 부여잡고 살아가고 있다는 뜻도 된다. 이럴 때는 내안에 빽빽하게 박혀 있는 나로부터 놓아야한다. 하늘과 대지 사이에 불어오는 바람을 가슴으로 받아야 하고, 이름도 없는 꽃 한송이라도 만져 내 안으로부터 메말라가는 내 가슴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제주도 푸른밤 그별 아래 이제는 더이상 얽매이긴 우린 싫어요 신문에 티비에 월급봉투에.... 아파트 담벼락 보다도 바다 볼수 있는 창문이 좋아요.... " 가사처럼 이렇게라도 해서 일상적인 세인에 둘러싸인 나를 단절이 아닌, 화합의 장으로 몰고 가야한다. 이런 뜻에서 제주는 휴식의 섬이고, 정의 섬이며, 환상의 섬이다.
남편의 사회활동 중 하나인 라이온스 클럽 일로 가게 된 제주도 이틀간의 여행, 집에 있으나 제주에 있으나 급하기는 매 한가지지만, 그래도 번갯불에 콩 튀긴, 비하인드 스토리가 많은 이번 여행이 즐겁기만 하다. 살아가면서 나로 인해 남에게 상처 준 마음을, 남으로 인해 내가 상처 받은 마음을 제주해협 아래로 부려놓으며 내 마음은 어느덧 솔개의 양 날개가 되어 코발트빛 하늘을 끝없이 날아간다.
여행, 지나고 나면 내 안에 고요히 떠오르는 추억들로 인해 인생이 풍요로워진다.
-토토의 세상 사는 이야기 끝~~-
첫댓글 시인께서 오랜만에 멋진 시와 그림과 글을 올려주셨네....'하늘바다...'라 멋지네요. 난 영옥씨 부부가 자주 제주를 다녀오기에 어디 남몰래 꿀이라도 숨겨놓았나 싶었지요....ㅎㅎ....늘 윤찬이랑 더불어서 알콩달콩 행복하기를 바램한다는 거 ...........ㅎㅎ
제가 여기서 글과 음악과 사진을 올릴 수 있는 장을 펼쳐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빈선생이 울 군주옆에 계셔서 늘 든든합니다.
좋은 여행이었네요 사진은 풍요로웠구, 하늘바다에 가을에 스산한 맘을 뿌렸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구 화이팅 하시길 ....
선배님? 오라버님?도 찬바람 도는 시기에 건강에 유의하시길 빕니다. 답글 고맙습니다
아항~? "이쁜토토"가 누군가 했더니 "윤찬씨"였구만~!. 내외께서 즐거운 여행을 하셨군요~ 그런데 "해저드"사진은 왜 찍으셨누~? 공이라두 빠트리셨나~?. 다정한 부부모습 보기좋았어요!!!
페어웨이가 넓어서 공은 한개만 잃었습니다. 해저드에 단풍이 둥둥 떠다니길래 아름다워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센츄리의 해저드는 제가 공을 빠뜨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습니다. 선배님도 건강에 유의하시고 알찬 11월 보내시기 바랍니다.
그날~~~ 바람이 분다기에, 날씨가 춥다기에 조금은 조아했다네...ㅋㅋ 근디 글과 그림을 보니 내가 다녀온것 같구먼^^
아침 7시부터 티업이었는데 생각만 해도 그 아침이 싫네요. 손도 귀도 다 얼어버렸던....추위만 아니었다면 90타 초반은 치는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