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년 여름으로 기억된다. 겨울가뭄으로부터 시작된 극심한 한발이 7월 중순이 지나도록 전국의 산하를 벌겋게 달구고 있었다. 모내기를 못한 논에는 흙먼지가 흩날리고 대부분의 저수지마저 바닥을 드러낸 채 거북등처럼 갈라지고 있었다.
수리안전답이어서 간신히 모내기를 끝낸 논도 하루가 다르게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밭작물도 고사(枯死) 직전이어서 애타는 농심은 하늘을 원망하기에도 지쳐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2시경, 원고를 쓰고 있는 데 창밖에 빗방울 듣는 소리가 들렸다.
당시 농림수산부 출입 기자였던 나는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심야임에도 불구하고 장관 자택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 때까지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던지 즉각 통화가 되었고, 그 역시 빗방울 듣는 소리를 듣고 대통령에게 방금 전화를 걸었다면서 대통령도 ‘빗소리에 놀라 상춘원 뜰로 나가 두 손을 벌리고 비를 마중하다 전화를 받았노라’고 얘기하더라는 것이었다.
“아, 그렇구나. 장관 자리가 그렇고 국정 최고 책임자의 노심초사가 그러하겠지”
<위정자는 국민과 아픔 함께 해야>
지금은 총리직에서 물러나 ‘다시 민초로 돌아온’ 모 인사는 당시 전남지사였다.
휴일을 맞아 오래전에 약속한 지역 기관장 등과의 골프 회동을 위해 비좁은 시골길을 달리던 중 양수기를 싣고 가던 농민과 택시기사가 서로 부딪혀 승강이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날 골프모임이 못내 찜찜했던 그는 그 순간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이냐”고 크게 깨닫고 티업만을 지켜 본채 도청으로 돌아와 ‘한해 비상령’을 내리고 지사실에는 야전용 침대를 들여 놓은 뒤 가뭄이 해소될 때까지 20여 일간 철야근무를 했다고 회고한다. 그리고 그때 이후로 골프채를 다시 잡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목민관의 자세 또한 그러해야 하지 않을까.
이해찬 총리가 또다시 ‘골프 구설수’에 올랐다. 이 총리는 지난 2일 집중호우 경보와 주의보가 내려지고 전국 곳곳에서 수해피해가 발생하는 재해비상 상황에서 모 장관과 자신의 비서실장, 그리고 19세 소녀인 프로골퍼를 대동하고 제주도까지 내려가 골프를 쳤다고 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이 총리의 ‘골프 구설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5일 식목일, 양양 일대 대화재참사 때도 골프를 쳤던 것으로 밝혀져 국회에서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신 하겠다”고 사과까지 했었다. 또 작년 9월에는 군부대 오발사고 희생자 조문에 앞서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물론 공직자자라고 해서 휴일에 골프를 치는 것까지 문제 삼을 것은 없다. 그러나 이 총리의 경우는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골프를 친 것으로 야당과 국민들은 ‘이른바 중앙안전관리위원장인 총리의 처신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특히 양양 대화재 참사 때의 처신이나 초동 진화작전에서 보여준 미숙한 대응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화재 발생 보고를 받은 즉시 골프를 중단하고 집무실로 돌아와 관계부처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하고 초기진화에 만전을 기했더라면 천년고찰 낙산사까지 소실되는 것은 막았을 것이고 피해면적과 주민들의 아픔 또한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한 것은 화재발생 10여 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7시였다. 초동 작전에 동원한 인력도 1천여명에 불과 했으며 그 후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진 후에야 동원인력과 장비를 크게 늘렸던 것이다.
<지성으로 국정과 민생과제 챙겨야>
이 총리하면 5선의원에다 다채로운 경력을 가진 정치인의 한사람으로 손꼽힌다. 또한 운동권 출신다운 강한 소신에다 여간 깐깐한 성격의 소유자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공직자로서 보여주고 있는 태도는 종종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제주도 골프만 해도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무분별하고 무책임하고 오만방자하기까지 한 행태로 비춰지고 있다.
정말로 국민을 무서워하고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어려워했다면 재해 비상상황에서의 골프는 자제했어야 했다.
이 총리는 자타가 인정하는 실세 총리다. 그렇다면 그 책임 또한 그만큼 크고 무겁다고 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20%대로 떨어진 시점에서 이 총리는 근신하는 자세로 국정과 민생과제를 보다 꼼꼼히 챙겨나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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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서민과함께하는건 정책과 실천이 중요하다. 각자역할이 있으니 같이 농사짓는 건 대통령에게 적절하지 못하다. 포드자동차회사 일급디자이너가 책상에 구두 신고 다리 올려놓고 건들거리며 자동차디자인구상하여 수천억불 벌게한 얘기도 있지않은가? 누가 그에게 다리건들거린다 시비걸던가? 유신 언론통제에 길들여진 우리
78년 총선에서 당시 민주공화당은 신민당에게 득표수에서지고도 정권유지했다. 그결과 민심이반이 왔고, YH사건, 부마사태, 10.26까지 간것 아닌가? 현정권도 민심이 천심이니 반성할건 치열하게 반성해야지 아니면 깎꾸딕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