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산
달성-창녕 관기봉 (936m)
진달래 흐드러지게 피는 봄꽃 산행지
관기봉은 대구광역시 달성군 유가면과 경남 창녕군 성산면의 도계에 자리하는 해발 936m의 봉이다. 해마다 4월이면 참꽃축제가 열리는 비슬산군립공원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비슬산을 찾는 대부분의 산꾼들은 유가사~비슬산 정상(1084m)~조화봉(1059m)~대견사지를 이어 활짝 피어난 진달래꽃을 만끽한다. 그러나 비슬산의 남쪽 능선을 이어간 비슬지맥의 도계능선에 자리한 관기봉과 비실산(930m), 비둘산(646m) 일원에도 비슬산 진달래에 버금가는 환상의 진달래 꽃밭이 펼쳐져 있었으니.
관기봉의 들머리는 달성군 유가면 용리에 자리하는 비슬산자연휴양림이다. 참꽃축제에 참석한 군민들을 따라 시멘트도로를 따라 오르면 소재사에 이른다. '일체의 재앙을 소멸한다'는 유별난 이름의 소재사는 1358년(고려 공민왕 7년)에 진보법사가 중창했다는 기록이 전하는 오랜 사찰이다. 법당에 들려 인사를 드리고 절문을 나서면 맞은편 계곡 건너에 잘 쌓은 돌탑 3기가 탄성을 자아낸다. 동남쪽으로 이어지는 시멘트길을 지그재그로 이어가면 '관기봉 3.3km, 대견사지 3.5km, 용봉석불 0.6km'로 표시된 이정표를 만난다. 비슬산 암괴류는 지금부터 약 1만~8만년 전 지구상의 마지막 빙하기에 형성된 것으로, 길이 약 2km의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암괴류라고 안내문이 밝힌다.
'관기봉 1.5km' 이정표가 자리한 용봉석불 삼거리에 이른다. 석불은 큰길을 벗어나 왼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한다. 일정에 급급한 오늘의 모든 일행들은 허겁지겁 관기봉을 향하고 필자는 저절로 외톨이가 된다. 속보로 7분 거리에 '달성 용봉동 석북입상(대구광역시 유형문화재 제35호)'이 자리한다. 중생의 질병을 치료한다는 약사여래불 앞에서 두 손을 모우고 머리를 숙인다. 겨레의 소중한 문화유산도 외면하고 황급히 산을 오르내리는 성미 급한 산꾼들이 좀 더 느긋한 마음으로 대자연과 소중한 유물들을 감상하게 되기를 기원해본다.
이곳에서 동북쪽으로 이어지는 좁은 산길을 따라가면 다시 시멘트도로를 이어 '관기봉 1km, 대견사지 3.2km, 휴양림 2.5km' 라고 표시된 삼거리에 이른다. 이곳에서 오른쪽(서쪽)으로 이어지는 산길에는 산꾼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앞서간 일행을 만나려 잰걸음으로 산길을 이어가면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핀 금수암 삼거리에 이르고, 서쪽으로 관기봉의 멋진 산세가 다가든다.
관기봉은 참으로 묘한 산세의 봉우리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흡사 아름다운 여인의 돌기한 유두 같다고 말한다면 너무 야한 표현일까. 오뚝 솟은 정수리에 조심스레 올라선다. 멀리서 바라볼 때의 상상과는 달리 약간의 평지가 마련된 관기봉 정수리의 조망은 참으로 황홀하다. 동북쪽으로 산줄기를 이어온 비슬산과 조화봉이 멋진 산수화로 다가든다. 어찌 그뿐이랴. 아찔한 벼랑을 이룬 발밑을 굽어보면 젖무덤을 닮은 경사면 여기저기에 흐드러지게 핀 저 진달래. 흡사 혼인 첫날밤에 격렬한 정사를 치룬 신부의 새하얀 피부에 황홀하게 피어난 혈흔을 보는 것 같아 저절로 얼굴이 붉어진다.
한동안 정수리에 머물며 관기봉의 위치를 살펴본다. 들머리에 설치된 휴양림의 등산안내도에는 동녘의 990m봉을, <한국 555 산행기(김형수 지음)>에는 서녘의 992m봉을 관기봉이라고 표기하였다. 그러나 올라보니 성지문화사의 10만 축척 도로지도에 표기된 일곳(936m봉)이 관기봉 정수리임을 절로 깨닫게 된다.
사방이 벼랑으로 이루어진 정수리에는 달리 길이 없다. 올라간 외길을 조심스레 되내려오면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산길이 이어진다. 거의 300도를 돌아서 시작되는 느긋한 서녘 능선을 걷다말고 되돌아본 관기봉의 정수리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으니... 앞서간 일행들을 만나려 잰걸음으로 산길을 이어가면 헬기장이 자리한 992m봉을 지나 비실산(930m)에 올라선다. 고사목이 된 소나무 곁에 곱게 핀 진달래가 이채로운 비실산 정수리에서 굽어보는 서쪽의 현풍면 시가지와 827m 봉우리의 산세는 무척이나 아름답다. 이곳에서부터 서녘 방향의 산길이 정남쪽으로 크게 꺾어진다. 빽빽한 솔숲 길을 길게 내려가면 용고개에 이른다. 임도 삼거리인 용고개마루는 '각료암' 이라 쓴 팻말이 있다. 다시 오름길을 이어가면 비둘산 삼거리를 저만치 두고 엄청난 진달래 숲을 만난다.
어른 키를 훌쩍 넘기는 진달래 숲속에서 곁가지를 헤치며 오르는 산길은 만만한 산길이 아니다. 그러나 고진감래라. 올라선 도계능선 삼거리에는 어마어마한 진달래 꽃밭이 펼쳐 있었으니. 한동안 드넓은 진달래 꽃밭을 이러지러 거닐며 꽃구경에 넋을 잃는다. 이곳에서는 산길에 특히 주의하여야 한다. 왼쪽(동남쪽)으로 느긋이 내려가는 도계능선은 대산리로 이어진다. 뒷뫼산(748m)과 비둘산(646m)은 서쪽으로 크게 꺾어 올라야 한다. 슬금슬금 올라선 뒷뫼산에도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서쪽으로 내려다보이는 비둘산에도 진달래가 만발하였다. 진달래 꽃길을 이어 올라선 비둘산은 진달래도 아름답거니와 굽어보는 남녘으로 달창저수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가경의 조망을 자랑한다. 뒤돌아본 뒷뫼산은 진달래가 피어 피바다를 이루었으니...
오늘 하루 산길을 되돌아보면 제1경은 관기봉 정수리에서 굽어본 진달래 꽃밭이요, 제2경은 뒷뫼산 도계길 삼거리의 키를 넘는 드넓은 진달래 꽃밭이요, 제3경은 뒷뫼산과 비둘산을 잇는 진달래꽃길이다.
이윽고 산을 내린다. 남서녘 능선을 이어 331m봉에서 삼각점을 확인하고 왼쪽으로 내리면 달창저수지가 자리잡은 본말리에 도착한다.
*산행길잡이
비슬산자연휴양림-(50분)-용봉석불 삼거리-(40분)-관기봉 정상-(1시간)-용고개-(1시간)-비둘산-(1시간)-신기마을
관기봉~비둘산 종주산행의 들머리는 달성군 유가면 용리에 자리한 비슬산자연휴양림이다. 매표소를 지나 포장도로를 따라들면 소재사에 이른다. 다시 포장길을 이어가면 첫번째 이정표(관기봉 3.3km)와 삼거리를 지나, 두번째 이정표(관기봉 1.5km)가 자리한 용봉석불 삼거리에 이른다. 이곳에서 용봉석굴까지는 왕복 20분이면 넉넉하다. 되돌아온 지점에서 산길을 이어가면 '관기봉 1km, 대견사지 3.2km'의 이정표 삼거리에 이른다. 이곳에서 오른쪽(서쪽)으로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되고, 30분이면 관기봉 정수리(936m)에 올라선다.
오뚝 솟은 관기봉은 사방이 절벽으로, 오르내릴 때 약간의 주의를 요하는 외길이다. 올라간 길을 조심스레 되내려와서 오른쪽으로 거의 한바퀴 돌아가면 서남쪽으로 산길이 이어진다. 992m봉은 헬기장이며 왼쪽으로 임도가 보인다. 도계능선이 직각으로 꺾어지는 비실산(930m)에서는 등산로에 주의를 요한다. 이곳에서부터 용고개까지는 울창한 솔숲 내림길이다.
'각료암' 팻말이 자리하는 용고개에서 다시 오름길이 시작된다. 키를 넘는 진달래군락이 장관을 이룬 뒷뫼산 삼거리에서 특별히 주의를 요한다. 동남으로 도계능선을 따르면 대산리에 내리게 된다. 삼거리에서 도계능선을 벗어 서쪽으로 올라가면 뒷뫼산을 이어 오늘 산행의 종점인 비둘산(646m)에 올라선다. 비둘산에서의 하산길은 남녘 능선을 이어 331m봉에 이르고, 왼쪽의 계곡으로 내리면 '달창농원' 식당 간판이 자리한 본말리 신기마을의 도로에 도달한다. 휴양림주차장~관기봉~비실산~비둘산~본말리를 잇는 종주산행은 약 5시간이 소요된다.
*교통
대구서부터미널(053-656-2824~5)에서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50분까지 20~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달성군 현풍행 버스를 탄다. 약 40분 걸리며 요금 2,000원. 현풍에서 들머리 비슬산자연휴양림까지는 현풍택시(053-611-0404)를 이용(요금 1만원)한다. 토,일,공휴일에는 대구서부터미널에서 600번(칠성시장~지하철공사~화원~논공~현풍~휴양림)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휴양림에서 내린다. 날머리인 본말리에서 현풍까지 택시 이용시 요금 1만원이다.
*잘 데와 먹을 데
휴양림 외에는 들,날머리에 숙박시설이 많이 없으니 현풍면의 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들머리 유가면 용리에는 목산촌식당(053-641-1435) 등이 있다. 날머리 본말리에 감나무골식당(616-7150 예약 요망)이 있으며, 단체일 때는 현풍까지 식당의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다.
글쓴이:김은남
참조:비슬산
참조:조화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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