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김제터미널을 한 번 글로 올렸던 적이 있다.
하지만 시외버스터미널만 올렸을 뿐이며 당시에는 바로 옆에 고속터미널이 있는 줄 몰랐었다.
뒤늦게서야 고속터미널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그로부터 몇 달 후 다시 갔다왔는데,
그 때 찍었던 사진들을 실수로 다 날려버리는 바람에 다음해 다시 들려야 했다.
하지만 그 때는 이미 관심이 많이 약해져 있던 상태라,
갔다오고도 무려 2년이 넘도록 글을 올리지 않고 계속 숙성만 시키다가 이제서야 올리게 된다.
개인적으로 우여곡절이 조금 있었던지라 더욱 애착이 가는 곳이기도 하다.
그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고 알고 있지만 적어도 내 기억 속의 터미널은 사진 속 모습 그대로다.
여전히 홀로 이끌어가고 있는 그의 모습을, 세 번의 시도 끝에 비바람 맞으며 어렵게 담아왔다.

2009년 장맛비가 가득 쏟아지는 어느 날.
원평부터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 비가 어느덧 세차게 퍼붓기 시작했다.
마치 하늘에서 양동이로 들이붓는 것 마냥 아주 미친듯이 쏟아붓고 있었다.
우산을 펴고 이전에 갔다온 시외버스터미널을 바라본다. 예전과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 감회가 새롭다.

시외버스터미널 왼쪽으론 빨간색 익숙한 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이름하야 '김제고속버스터미널'. 김제 주민들을 위해 1982년 9월부터 계속 이 자리를 지켜왔다고 한다.
소유주는 금호고속. 광주고속 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이 곳에 있었다.

건물 내부는 오래됨과 새로움이 공존하고 있었다.
금호 특유의 행선판이 오래된 양식의 유리문 사이에 붙어 있고,
기차역 맞이방을 연상시키는 딱딱한 의자가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다.
오른쪽 끝에는 어느 터미널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터미널매점'도 볼 수 있다.

출입구 오른쪽, 승차장 반대방향에는 매표소와 화물최급소가 자리잡고 있었다.
화물취급소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많이 활용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고,
매표소도 어쩌다 한 명씩 승객이 표를 끊어갈 뿐 대체적으로 한산해 보였다.

김제고속터미널에서 갈 수 있는 유일한 행선지는 서울뿐이다.
그나마 이 때(2009년 7월)만 하더라도 평일 11회, 주말 13회 운행했지만 지금은 하루 8회뿐이다.
수요가 줄어들어 감차를 하는 것이 요즘 추세긴 하지만 노선이 하나뿐인 단일터미널에서 이렇게 감차가 단시간에 극단적으로 된 경우는 찾기 힘들다.
그도 그럴것이 1대당 10명도 채 타지 않는 저조한 수요에 적자폭이 날이 갈수록 커지다보니,
금호 측에서 터미널을 시외에 통합하고 건물을 팔 것을 김제시에 요청했지만 번번히 거절당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역 인구 감소도 빠르게 진행될 뿐더러 대당 수요가 많지도 않고,
결정적으로 아예 금호에서 터미널 자체를 운영해나갈 생각이 없었으니 파격적인 감차는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버스를 이용하는 지역 주민이나 관광객들만 크게 불편해지기는 해도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아닐런지.

고속터미널은 담장 너머로 시외와 마주하고 있다.
옆동네 시외는 주변 동네로 가는 버스가 수시로 왔다갔다하고 사람도 꽤 많은 반면에,
여기는 이 긴 의자들이 을씨년스럽게 비만 맞고 있을 뿐이다.
오죽하면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보다 담배를 피며 담소를 나누는 기사아저씨와 매표소, 청소부 아줌마 수가 더 많아보일 정도다.

버스가 있어야 할 승차장쪽엔 의자와 화초, 낯선 자가용 한 대가 보인다.
그리고 정작 버스는 멀찌감치 떨어져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익숙하지만 낯선 만남. 비 오는 어느 날 김제고속터미널의 모습이다.
첫댓글 제가3년전 2008년 여름에 김제를 가본적이 있어요...그때도 손님이 만차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몇몇명은 탑승하더군요..저도 개인적으로 전주나익산처럼 남부터미널가는 버스로 대체한다면 좋지않나 생각됩니다.
고속버스에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나름 고정수요는 있다고 알고 있어요. 노선 자체를 없애기보다는 금호의 바람대로 그냥 통합터미널로 운영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잘 보고 갑니다...
늘 수고해주시니..
가만히 앉아서 전국을 다 여행하는 마음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예 고맙습니다 ^^
잘 봤습니다. 무언가 아쉬움이 많이 남는 터미널이네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
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고속/시외를 통합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곳입니다. 김제가 워낙 열차수요가 막강한 곳이라 익산/전주 등의 단거리 시외버스를 제외하면 딱히 수요창출도 안되는듯 하고 하여튼 약간 답답하다는 생각도 드는곳이긴 합니다. 사진 잘보고 갑니다 ^^
전북 호남선라인은 거의 열차가 강세여서 버스가 제대로 힘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더라고요. 시쪽에서 허락만 한다면 머지 않아 통합이 이루어지겠죠. ^^
생각해보니 고속터미널과 시외터미널의 통합이 무산된게 전라북도와 전북고속에서 제의한 전주공용터미널 통합제의를 금호측에서 거부했던것이 발단이 되어 반대로 금호측에서 요청한 김제터미널 통합을 시와 전라북도가 거부했을것 같은 느낌이 짙은건 저만 그런걸까요
전주에서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런 이유가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겠지만 김제에서는 금호가 자기네 터미널을 팔고 시외터미널로 들어가려고 했던 거였으니 상황이 조금 다를 수도 있겠네요~ ^^;
제가 살고있는 지역 김제..^^ 사진으로만 봐도 참으로 좋네요ㅎㅎ
가면 갈수록 발전하면 좋으련만, 자꾸 침체되는것 같아 아쉽답니다...
평일에는 제가봐도 정말 손님이 없고, 그나마 주말수요라지요ㅎㅎ
제가 주말에 갔는데 저 정도면... 평일에는 도데체 얼마나 없단 말인지 ㅜ.ㅜ
김제가 발전하면 자연스레 손님도 많아지게 되겠죠...?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지방 고속터미널 중에서도 김제가 유독 그런 경향이 있더군요. 시에서 반대만 안 했더라면 이미 몇 년 전에 통합을 했겠죠..
고속보다는 종류도 다양하고 편수도 훨씬 많습니다. 주로 전주-김제-부안, 익산-김제-부안행이 들리구요, 군산-김제-부안-고창, 동서울-김제-부안 등등 외지로 연결되는 노선도 몇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된 노선외에도 안산/성남/동대전/서대전/인천행이 운행되고 있습니다. (운행횟수는 얼마 되지 않으며 부안발 김제경유를 하는 식으로 운행되고 있습니다.)
너무 허전하고 쓸쓸해 보입니다. 그 많던 사람들은 도시로 많이 나가고.. 이제 터미널 건물과 몇대 없는 버스가 터미널을 지키고 있는것 같네요. 오늘도 좋은 글과 좋은 사진 감사드립니다.
시간이 더 지나면 그나마 지키고 있던 버스와 건물마저 사라질까 두렵네요.. 아무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터미널이 소박하네요~항상 사진 잘 보고 있습니다~감사합니다~
소박한 글 잘 봐주셔서 저 또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