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시고
【원운】 山居夏日 / 高騈
綠樹陰濃夏日長 푸른 나무 그늘은 짙고 여름 해는 길기만 한데
樓臺倒影入池塘 누대의 거꾸로 선 그림자가 연못 속에 들어 있네.
水晶簷動微風起 수정 주렴은 산들바람에 일렁거리고
滿架薔薇一院香 시렁 가득한 장미 향기가 원(院) 안에 가득하네.
[출처] 이 시는 <천가시(千家詩)> 3권 ‘칠언절구’와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으며
당나라의 시인 고변(高騈)이 지은 시로 ‘山居夏日(산거하일)’이라고도 한다.
한적한 산속 별장의 정자에서 여름 풍경을 녹음이 짙게 물들고 누대의 그림자가 연못에 비추어 있으며,
장미가 피어 향기가 가득함을 묘사하여 여름날 산정에서의 아름다움을 회화적으로 쓴 시이다.
○ 고변(高騈) (?~887) : 중국 당(唐)나라 희종(僖宗) 때의 무신. 字는 천리(千里)이고 유주(幽州) 사람이다.
황소(黃巢)의 난을 평정하여 천하에 위명(威名)을 떨쳤으나,
여용지(呂用之)의 말을 믿다가 황제의 신임을 잃은 뒤 신선술을 닦으며 무료하게 보내던 중
필사탁(畢師鐸)에게 죽임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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樹影南窓午寢長 나무 그늘 남창에 낮잠이 길어지니
尋來山鳥作波塘 찾아온 산새가 못에 물결 만든다.
微風訪問生心術 미풍이 방문하여 심술이 생기니
搖動薔薇振動香 장미를 흔들어서 향기가 진동하네.
學松 宋泰鍾
雨後芳林日盛長 비 온 뒤에 방초 숲이 무성하게 자라더니
前溪漲溢滿蓮塘 시냇물은 넘쳐나고 연당에 물 가득하네
螢燈安机千書讀 반디 등불 책상에서 천 권 책을 읽었더니
古聖遺文發古香 옛 성인이 남긴 글에 옛 향기 피어나네
河星 金弼培
農幕微風午睡長 농막에 산들바람부니 낮잠이 길어지고
潺潺谷水入蓮塘 계곡물 졸졸 흘러 연당으로 흐르네
雷聲驟雨瓜田動 뇌성치고 소나기에 외 밭이 약동하고
乍暗乍晴吹味香 어둑하다 개었다 부는 바람에 향기 맛보네
春壽堂 梁會翊
山寺垣中松影長 산사 원 중에 솔 그림자 길어지고
白雲燕子共潛塘 흰 구름 제비와 함께 연못에 잠겨드네
石間潾水聲無有 석간수 맑은소리 있는지 없는지?
芳草綠楊振動香 녹양방초에 향기 그윽하네
江齋 梁一太
林中綠樹夏日長 임중록수에 여름 햇볕이 오래도록 비치니
蜀帝怨聲入蓮塘 촉제 원망 울음 연당에 들어오네
爽籟發而薰氣發 솔바람 불어도 훈기만 불어오고
芳香浮動滿淸香 방향이 떠다녀 맑은 향기 가득하네
金谷 朴炯駿
○하일산거 [夏日山居] 二首
-청로 송부종-
[其一]
山居無事不怡情 산에 살면 온갖 것이 마음에 다 맞다네
自在安閒自在淸 편안하고 한가하고 마음도 맑아지고
寒暑雨風都不出 추위 더위 비바람엔 나들이를 삼가며
飛潛動植與俱生 새와 물고기 동물 식물 그것들과 함께 살지
一身利害商量熟 일신의 이해관계는 계산해 본 지 오래고
千古升沈閱驗精 천고의 치란 성쇠도 정밀하게 살펴봤다네
試問向來持世者 이 세상을 요리했었던 이들에게 묻는다면
我今和汝孰尊榮 지금 나와 누가 더 존영하다고 대답할꼬
[其二]
娑婆華藏一區中 사바세계 화장세계가 끝내 한 구역이라
見識隨人各不同 식견은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른 법이니
謾向舌頭能剖析 부질없이 혀를 놀려 이치를 분석하지만
早聞心力便融通 일찍이 들었네, 마음으로 문득 통한다는 걸
樓臺綠樹涼風起 누대의 푸른 숲에선 서늘한 바람이 일고
閭巷紅塵午日烘 시골의 뿌연 먼지엔 낮 해가 뜨겁도다
貧富異途渠所致 빈부가 각자 다름은 스스로 초래한 것이니
順時消遣樂無窮 시의에 따라 풀어 버리면 즐거움 무궁하리
※사바세계(娑婆世界) 화장세계(華藏世界) :
불교(佛敎)에서 사바세계는 곧 고통을 참고 견디어야 하는 이 세계를 말하고,
화장세계는 곧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의 준말로, 석가(釋迦)의 진신(眞身)인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의 정토(淨土)를 가리킨다.
簷捿鷰子㓜雛長 처마에 사는 제비 새끼들은 자라고
過雨堪輿滿水塘 천지에 비가 지나니 못물 가득하네
树末黃昏禪語亂 나무 끝 노을 지니 매미 요란하고
淸風草屋爽松香 띠 집에 맑은 바람 솔 향기 상쾌하네
竹山 金萬源
茂盛祿陰熏日長 녹음은 무성하고 더운 해는 길어서
凌波佚蕩浴鳧塘 오리는 물결을 넘나들며 질탕하게 노네
盡紅院落靑林郁 붉은 꽃 다한 원에 청림은 성한데
惟一榴花滿屋香 석류꽃 피어 그 향이 집안에 가득하네
磻溪 李正淑
堂前古木蚞聲長 당 앞의 고목에 매미 소리 요란한데
石罅淸泉落小塘 돌 사이 샘물 작은 못에 떨어지도다
一陣微風增爽氣 한 줄기 바람이 상쾌한 기운 더하니
新詩朗詠口生香 새 시를 읊는 입가에 향기가 일도다
愚堂 盧炳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