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날 그렇게나 고대하던 제 딸아이가 태어났습니다.
6시 48분..
11시반부터 시작된 진통에 1시쯤 다시 깨어나서 따라가봤더니 손가락 하나 들어갈 정도로 자궁문이 열렸다는 의사선생님 말씀.
아직멀었네... 얼마나 진통을 오래 해야 울 이쁜 딸이 나올까....
이렇게 심하게 진통을 하는데 과연 심장 부정맥이 있는 울 마누라가 무사히 애를 낳을수 있을까..
애는 뇌실이 커져 있다는데 건강히 낳아 놓으면 금방 고칠 수 있겠지...
온갖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2시쯤부터 정말 극심하게 진통이 진행 되더군요
3시쯤 3센티 열렸다합니다.
4시쯤 6센티
6시쯤 9센티..
6시 반쯤부터는 의사,간호사 한팀 전체가 마누라 옆에 붙었습니다.
"보호자는 대기실에 나가계세요" 하는 말과 함께 그렇게 애기 머리가 3센티쯤 보일때 쫓겨 났습니다.
서울대병원 보호자 대기실은 몇몇 대기자들인지 환자 가족들인지 의자에서 잠자는곳이었습니다.
깜깜한 대기실에 혼자 앉아 있을려니 슬슬 졸음이 밀려오더군요
잠깐 졸았나 싶어 눈떠보니 7시 10분경..
어 벌써 낳버렸을까.. 후다닥 들어가서 잘 보이지 않는 분만실을 훔쳐보니 의사가 바느질 같은걸 하는듯 보이더군요 ㅠ.ㅠ 태어나는 순간도 못지켜봤네 ㅡ.ㅡ;
그렇게 걱정과는 달리 무사히 출산을 마쳤습니다.
오후에 신생아 면회시간에 봤는데 빨간게 누굴 닮았는지 전혀 모르겠더군요 ㅡ.ㅡ;
한대 시간이 갈수록 아빠 눈썹,아빠 눈, 아빠 코, 아빠 입술.... 모두 아빠 닮았는데
이상하게 다른 애들과는 틀리게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눈도 뜨고 있고 똘망똘망 천상 여자라고들 합니다.
자식이 생긴 부모의 마음들이 다들 이렇겠구나.... 너무 설레고 행복했습니다.
우리딸 소명이... 어떻게 놀아주고 어떻게 하고 뭘 사주고...
27일 오후..
드뎌 애기 초음파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보호자가 검사실 따라가라고 해서 안내하는 아저씨랑 애기 침대 밀고 갔습니다.
어린이병동.. 초음파실
머리에 젤같은거 막 바르고 이리저리 비춰보고 가랍니다.
그렇게 27일이 가고
산모는 건강해서 3월 1일 정도엔 퇴원 해도 될거라더군요
28일.. 애기 초음파 판독결과가 나왔답니다.
입원을 하라더군요 신생아 중환자실..
그냥 보기엔 다른 녀석들이랑 비슷하게 몸무게도 정상이구 이상없이 나왔으니..
별거 아니겠지.. 뭐 최악의 경우 수술 함 하면 같이 집으로 갈 수 있을테지... 하고 위로 하고 있었습니다.
저녁때 중환자실로 들어갔습니다.
3월 1일.. 마누라 퇴원..
그렇게 자연분만에 성공하고 친구들한테 자랑 한다던 마누라는 몸을 추스려서 조리원으로 퇴원을 했습니다.
애기를 신생아 중환자실에 남겨놓고 가는 발걸음은 무겁지만
"괜찮을거야.. 별거 아닌 병일거야.." 하고 위로하면서..
중환자실에서는 뇌를 MRI로 찍어 봐야한다더군요... 당장.
그렇게 6시쯤 MRI촬영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판독결과가 나왔다더군요
의사선생님들 말은 "뇌실이 커져가는 이유는 뭔가가 흘러가는 관을 압박하는거 같다. 좀더 정밀한 촬영이 필요해서 CT를 찍어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3월 2일.. CT촬영
MRI를 찍느라 뭘 먹여서 정신이 겨우 드니까 다시 CT촬영하러 또 뭘 먹여 재워서 계속 잠자는 동안 먹고 싸고...
이제 태어난지 몇일밖에 안된넘인데.. 안스럽지만 그래도 병을 파악할려면 방법이 없으니..
그렇게 CT촬영도 하고 결과도 금방 나와서 의사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신경외과의사선생님의 한마디는 정말 청천벽력과 같았죠
"뇌실에 물들이 흘러다니는 통로를 막고 있는넘이 있습니다. 그게 90%이상 뇌종양으로 보입니다."
"이런 경우는 한번도 본적이 없는데....."
태어나자마자 암을 달고 나오다니... 정말 이런경우도 있나..
마누라 울고불고 난리입니다. 캄캄해지는 기분이 들었죠...... 저 어린녀석 머리에 암이라니..
3살이 되기전에는 암을 그냥 지켜보는수밖에 없다더군요
대신 뇌실의 확장을 막아야하니까 내일 8시에 바로 수술 들어가야한다더군요
3월3일... 뇌실-복강 단락술 수술
8시에 시작한 수술은 10시가 조금 넘자 50대 초반의 의사선생님이 나와서 설명을 해줬습니다.
"일단 수술은 잘 됐습니다만.. 뇌실의 물에서 혈액과 노랑 노폐물들이 나오는걸로 봐서 듀브가 언제 막힐지 장담을 못하겠습니다."
물이라도 맑아서 당분간 튜브 막힐 징후가 안보였으면 엄마품에 안겨 집에라도 올 수 있었는데..
이젠 그것 마처도 포기 해야할 처지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게 머리에 구멍을 뚤어 뇌실에서 물을 빼내서 피부와 근육 사이를 뚤고 삽입한 관을 통해 몇센티 찢어서 또 구멍을 내놓은 배로....
이제 녀석의 얼굴을 보기가 ?3낫求?. 자꾸 눈물이 떨어져서...
회사갔다가 퇴근하자마자 면회시간 7시에 가봤는데
수술로 머리랑 가슴에 커다랗게 뭘 붙이고 산소호흡기에 의지해서 의식도 없는 녀석이 너무 안스럽습니다.
3년전에는 60도 안된 엄마를 췌장암이라는 걸로 그렇게 훌쩍 데려가시더니
이젠 태어난지 일주일도 안된 딸입니까...
제가 뭘 그렇게 잘못해서 이런 피말리는 일들을 계속 저에게 던져 주시는겁니까 하나님...
원망스럽습니다.
차라리 차라리 절, 저를 데려가세요..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딸 소명이 말고 절 대신...
욕이나옵니다. 내 과거의 잘못들이 하나둘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그냥 하나님 맘데로 하세요... 포기하고 싶어집니다.
아니지... 소명이를 고칠라면... 보험증권에 약관들은 모조리 다 찾아 봤습니다.
이걸로도 모자라다면.. 내 종신보험도 있지..
별의별 생각이 다 듭니다.
소명이의 얼굴이 자꾸만 뿌옇게 흐려지는 눈에 비춰집니다.
첫댓글 뭐라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할지...빨리 좋아져서 환한 웃음이 돌아오길 기원합니다.
저도 뭐라 위로의 말을 드려야 할지....힘네세요.
소명이가 큰 수술을 잘 이겨냈네여.. 힘드시겠지만 힘내세여... 아이들은 믿는 만큼 자라더라구여..
걱정하신다고 일이 잘 풀리지는 않는법입니다.생명이란 어떠한 상상력보다 위대하고도 질기더라구요. 힘내시고 미래를 대비하는것이 소명이를 위해서나 행동대장님을 위해서나 가족을 위해서도 나을듯하네요 또 그런것이 가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진 자의 역할이기도 하구요.. 화이팅^^
헐... 자식을 둔 같은 부모로서 정말 기가막히는 사연이구나. 읽는것만으로도 가슴이 아려.... 뭔가 도움이 있어야 할거 같은데.....
힘내셔요 행동대장님 아이가 아픈건 저도 못보는데 이쁜 소명이가 완괘되길 저도 빌지요...
기도하는 마음 모아봅니다
어제사연읽고 하루종일 생각났어요.....간절하게 바랍니다.좋아지길..........
감사합니다 모두들.. 오늘은 깨어나서 아빠보고 슬쩍슬쩍 웃는거 같은 표정도 지어보이곤 하네요.. 신경외과에서 보자고 하는데 월요일날은 더 좋은 소식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소식 전하께요
힘내세요.. 어린아이들이 아픈건 정말 가슴아픈 일인거 같아요.. 무슨 죄가 있다고.. 힘내셔요..
힘내세요... 아기가 곧 건강해질겁니다...
힘내세요 대장님, 결코 희망을 잃어서는 안됩니다. 결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