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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고용 쟁취 : 국가고용보장과 기간산업 사회화 (참세상, 홍석만 (참세상연구소) 2020.05.26 11:54)
[99%의 경제] 전반적 위기 아래에서 구조조정 대응과 고용전략
1. 구조조정 대응은?
경제 위기 확산으로 실업이 발생하고 주요 업종별 대기업 구조조정도 가시화하고 있다. 위기의 파고는 쓰나미처럼 삶의 여러 현장을 덮치고 있지만, 아직 초입 단계라 지금보다 더 큰 규모의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해고와 실업 문제도 더 심각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모든 해고 금지’와 ‘총고용 보장’을 주요 요구로 내걸었다. 경제 위기 아래에서 구조조정, 폐업 등으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나 노동조합원만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고용이 축소되고 일터에서 쫓겨나는 것을 방어하는 데 목적이 있겠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정부에 기업 자금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해고금지와 고용유지 의무를 요구했고, 고용 문제만을 다루는 원 포인트 노사정위원회도 제안했다.
큰 틀에서 정부는 민주노총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했다. 원 포인트 노사정위원회도 가동을 시작했고, 정부는 공적자금 제공 시 이익공유와 임원 수당이나 주주 배당 금지를 의무화했다. 한국 정부뿐만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고용유지를 위해 대규모 재정을 풀고 기업 공적자금 지원에 고용유지 의무 등을 부과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애초에 밝힌 기업 자금지원 시 고용유지 의무 부과를 정작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 이 조건을 완화해 ‘일정 수준의 고용유지 노력’으로 명시했고 민주노총은 고용유지 의무 조건이 개악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공적자금 지원에 고용유지 의무 부과가 결코 가벼운 문제는 아니지만, 이것으로는 전체 노동자의 고용을 지킬 수단이 못 된다(뒤에서도 보겠지만 공적자금 지원에 고용 의무 부과보다도 공적자금 지원 기업의 사회화 또는 국유화를 요구해야 한다). 최근 항공사 구조조정처럼 고용유지 의무로는 자본에 어떠한 책임도 강제하지 못하고 해고를 막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아시아나, 이스타항공은 물론 대한항공에서도 계약직,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가 먼저 해고됐다. 공적자금을 받아 고용유지 의무 대상이 되기 전에 하청 관계를 정리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했다. 정규직 구조조정으로 확대돼서야 고용유지 지원금이나 공적자금 투입 조건이 얘기되고 있다. 이런 비정규직 노동자의 해고에 대해서는 모든 해고금지가 무색하게 사실상 손도 못 대고 있다.
나아가 공적자금 즉 기간산업안정기금은 주로 대기업이 대상이라 결국 대기업과 관련된 고용유지로 제한된다. 해고와 실업 문제만을 놓고 보면 노동조합이 조직된 대공장 구조조정이 크게 문제되고 있지만 이미 도소매, 숙박 등 서비스 업종에서 더 크게 해고가 일어나고 있다. 최근 통계청 통계를 보면, 3~4월 실직자의 90% 가까이 도소매 및 사업·개인 서비스업에서 발생했고, 실업도 자영업에서 더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상황도 전체를 놓고 보면 단기(短期)에 지나지 않는다. 위와 같은 고용유지와 기업 보조금 지급은 급작스러운 경기수축에 따른 단기 대책일 뿐이다. 현재 국면은 단순히 코로나 사태로 인한 일시적인 수요위축의 문제가 아니라 매우 복합적이고 산업재편과 구조 위기가 맞물려 진행되고 있는 전반적 위기(general crisis) 속에서의 구조조정이다. 당장 항공업계는 코로나 위기 심화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해고 사태를 정부 보조금으로 넘는다 하더라도 여전히 과잉공급 상황에서 예정된 인수합병을 진행하면서 인력 구조조정을 하던가 아니면 몇몇 업체를 정리해야 한다. 자동차, 철강, 조선 업종은 글로벌 과잉공급에 산업재편까지 맞물려 자동차의 경우 부품사는 물론 완성차 업체도 이런 산업재편에 대응하지 못하면 당장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결국 단기대책이 아니라 복합적이고 장기적인 고용안정 대책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한 해고금지와 총고용보장 투쟁은 단기 대책의 성격이 크고 현 국면에 대한 종합적인 인식이 부재한 결과 종국에는 정부 보조금을 확대하는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과 같은 ‘고용 보장’ 요구의 문제점은 첫째, 코로나 발 위기를 단기적 위기로 파악해 수요가 다시 회복될 때까지 버티는 것을 목표로 한 단기 대책이라는 점이며 둘째, ‘자본이 생산성을 회복하면 현재의 고용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이것은 현실적인 판단이 아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고용 문제를 여전히 자본의 경쟁력 강화에 종속시킨다. 셋째, 그럼으로써 지난 20여 년간 계속된 구조조정 시기 ‘양보 교섭’ 문제를 반복한다.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임금이나 노동시간 등 노동 유연화를 받아들이거나, 외주화‧하청 등 고용 관계를 변화시키는 데 동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넷째, 위기가 더 확대하면 국가 보조금 확대 문제로 귀결된다. 기업의 사활이 국가 보조금(정부의 자금 지원)에 달려 있게 되면, ‘총고용 보장’은 보조금(고용유지지원금) 받는 것으로 전락한다. 다섯째 결국 대기업 정규직의 고용안정으로 축소돼 전체 노동자의 고용안정이나 보장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2. 구조조정 대응과 문제점
1) 구조조정 원인과 대응방식
구조조정의 원인으로는 경영상의 실패나 경영진의 갑질과 같은 오너리스크의 발생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둘째 경기변동 셋쌔 산업재편 넷째 구조 위기 다섯째 민영화 등 정부 정책변경에 따른 정치적 요인을 들 수가 있다.
이런 구조조정에서 자본의 대응으로 첫째 가장 일반적으로는 내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 내부 사업구조의 변경, 채무 조정, 노동 유연화를 고려하고 개별 기업의 위기가 아니라 산업 전반으로 위기가 확대된 경우 정부 보조금 확대를 통해 이를 극복하려고 한다. 상시구조조정 체제가 자본의 내부 경쟁력 확보 방안을 중심으로 짜여 있다.
둘째, 자본의 내부 경쟁력 개선 시도가 불가능하거나 유동성 확보를 위해 또는 주력업종 조정 등을 위해 매각이나 처분에 나선다. 실제 소유권이 이전되는 것으로 공기업의 경우 민영화(국내/국외)되기도 하고, 민간기업의 경우 소유권 이전 방식에 따라 민간 매각, 국민주로 분산시키는 국민기업화 그리고 정부나 공공기관 소유로 넘어가는 국유화가 존재한다.
셋째, 노동자들의 자구적인 노력이나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에 의해 기존 생산을 변경해 대체생산이나 지역차원의 산업구조 개선에 나서게 된다. 추진 주체가 변경되었다는 점에서 자본 내부의 업종 전문화나 다각화와는 다르다. 대체 생산으로는 1970년대 루카스 항공 노동자들이 시도한 정의로운(공정한) 전환이 대표적이고 최근 에너지 전환이나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서도 공정한 전환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역산업 구조 개편은 지역사회에 비중이 큰 사업장의 폐쇄 경우 해당 지역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 커서 이를 지역 전체의 산업구조 개편으로 상쇄하는 경우에 나타난다. 조선소 폐업에 따라 재생산 가능한 친환경 도시로 전환한 스웨덴 말뫼와 군산 조선소와 자동차 공장 폐업에 따라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 산업으로 집중한 군산 지역의 사례가 가까운 예로 들 수 있다.
넷째, 기업의 생존이 불가능하거나 국가의 산업정책의 전환 또는 노동자의 투쟁에 따라 민간 자본 차원의 생존이 아니라 국유화를 통한 사회적 전환과 더불어 국가 투자를 통한 국영기업(국가고용)의 확대를 해나간다. 여기서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일시적 일자리를 만들 수도 있고 계속 존속하는 생산적 일자리를 만들 수도 있다.
구조조정의 원인이 단일한 것이 아니라 중층적이며 복합적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기업과 사회의 구조조정 대응 방식도 다양하게 중첩해서 나타날 수 있다. 위기와 조건의 확산과 심화에 따라 병렬적, 순차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대응 양상에 따라 기대하지 못했던 대응 방식이 나타나기도 한다. 아래는 이를 표로 정리해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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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본의 경쟁력 강화에 종속 ; 양보교섭
개방경제, 생산의 세계화, 자동화, 디지털화 등 생산력과 생산 관계의 변화가 일으키는 경쟁과 과잉공급 상황에서 특히 불황기에 전면화하는 구조조정은 자본이 사활을 걸고 생산력(경쟁력) 회복(강화)을 무기로 하므로 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구조조정 대응은 결국 자본의 의도대로 관철될 수밖에 없었다. 고용 또는 임금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 역시 자본의 경쟁력 강화에 동참하거나 노동 유연성과 타협하는 결과를 일으켰다. 구조조정 시기 개별 기업 차원에서 고용이나 임금의 조건은 생산력 프레임 내부에 존재해 이를 둘러싼 요구는 대부분 ‘양보 교섭(concession bargaining)’으로 나타난다.
구조조정과 고용축소에 대응한 노동시간 단축은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고용유지 전략으로 제시되었다. 그런데 구조조정 기에 노동시간 단축 투쟁은 특히 노동시간에 대한 조정이 아니라 임금조정 형태와 결합했고,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은 일자리 나누기라는 더 큰 명분 앞에서 임금조정으로 굴절됐다.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동결하거나 대졸 초임을 삭감하는 등 주로 임금 비용을 줄임으로써 고용을 지키거나 만들어내는 것으로 진행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임금조정이 아닌 실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확보는 구조조정 국면(위기 국면)에서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본급이 적고 초과 노동이 많은 상황에서 초과 노동시간의 축소만으로도 임금과 노동시간의 동시 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었지만, 이것조차 현실화하지 못했다. 그러다 주간 연속2교대제와 주 52시간제가 도입되고 나서 소폭 조정되었다.
주52시간제 아래에서도 여전히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이라 일반적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하지만, 구조조정 기에 노동시간 단축은 임금 유연성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작동한다. 만약 시간당 임금에서 임금하락 폭이 노동시간 축소보다 작다면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이 같은 노동시간 단축으로(가령, 초과 노동의 축소 또는 중단) 사내하청 비정규직과의 일자리 나누기(고용유지)가 가능하다면 노동시간 단축은 유의미하다. 하지만 이는 대공장 일부 사업장에서만 가능한 조건이라 전국적인 투쟁과제로는 적절하지 못하고 개별 사업장의 조건에 따라 진행될 수 있다.
이제까지 노동조합의 구조조정 대응은 현실적으로 구조조정에 따른 노동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용, 임금 및 직업의 안정성을 최대한 확보하고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확대하는 것으로 수렴됐다. 요컨대, 노동조합의 대응은 자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동 유연성을 조건으로 안정성을 확대하기 위한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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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적 노동운동 진영의 구조조정 대응 전략으로는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 총고용보장 투쟁, 연대임금제 실현을 들 수 있다. 이 전략들이 추구하는 것은 모두 고용보장(안정)이다. 그런데 구조조정 시기에 이들은 자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소한의 유연성 도입을 조건으로 타협할 수밖에 없다. 노동시간 단축은 직업 및 고용 안정성을 위해 노동시간 특히 임금 유연성과의 타협을 시도한 것이며, 총고용 보장은 고용 안정성을 목표로 고용량 축소를 최대한 피할 수 있는 기능/노동시간/임금과의 적절한 타협을 구사했다. (전국적 수준의 동일노동-동일임금 실현이라기보다는) 개별 사업장의 원청/하청 또는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나누기 형태로 제안된 연대임금제는 직업 또는 고용 안정성을 목표로 임금 유연성과 타협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전체 사업장의 상황에 따라 노동조합은 고용>임금>직업>조합 순으로 안정성을 추구했으며, 유연성에 대해서는 기능>노동시간>임금>고용 순으로 받아들이거나 타협했다. 유연성과 안정성에 대한 타협은 덴마크나 네덜란드와 같이 유연 안정성을 전면적인 형태의 법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국가만이 아니라, 구조조정이 벌어지는 모든 나라에서 부분적으로, 일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본의 전략이며, 자본의 경쟁력 강화 방안이기도 하다.
결국, 한국의 상황과 조건에서 노동시간 단축, 총고용 보장, 연대임금제는 모두 자본의 경쟁력 강화를 조건으로 노동시간이나 특히 임금 유연성을 받아들이는 조건이며 어느 것이 더 전체 노동자의 입장에서 확고한 지도 불확실하다. 개별 사업장의 특수한 조건 속에서 고려될 수 있지만, 전체 노동자 또는 전국적 수준의 대응에는 적절치 않다.
3) 노동력 분절화 수용
양보 교섭의 결과 정리해고 및 외주화(아웃소싱)를 수용했다. 1998년 노동법이 개악되고 정리해고와 외주화가 법적으로 가능해지자 첫 시험대로 현대차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규직 인력 구조조정을 최소화하는 대신 정리해고와 외주화를 받아들이는 양보 교섭이 진행됐다. 그럼으로써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노동시장이 이중화(이후 학력, 성별적 형태로 노동시장 이중화는 굳어졌다) 되고 노동력 분절화가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상시구조조정 체제가 도입되기 시작해 기업별 구조조정이 일상화, 구조화되었다. 상시구조조정 체제의 작동으로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남성/여성에 따른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고착화되었고 노동력의 분절화와 양극화는 심화하여 제조업 하청-서비스업-자영업-반실업 상태를 순환하는 노동시장이 구조화됐다.
구조조정은 작업장 내 구조조정이 가시화되기 이전에 노동력이 분절화된 상황에서 외주 하청기업의 노동자들이 먼저 방패막이처럼 구조조정의 대상이 됐다. 현실적으로도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구조조정이 물 위로 오를 때까지 구조조정 문제는 현실화하지 않았고 구조조정을 위한 잠재적, 주변적 ‘사건’들로 치부되었다. 일련의 구조조정이 묵인되고 마지막 단계로서 대기업 정규직 구조조정이 감행되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구조조정 반대 투쟁과 고용보장 투쟁이 현실화하였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 대응에서 전체 노동자 중심의 대응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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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코로나 위기 대응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데, 이미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에서는 구조조정이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다. 문제가 이렇게 된 이유가 노동력의 분절화가 이루어져 이중 노동시장이 형성되고 노동자 간 차별이 심화하고 있는 탓이다.
4) 전국적 대응의 실패
구조조정 대응이 개별 사업장별 파편화 된 대응으로 이어지면서 전국적 대응에 실패했다. 1998년 외환위기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산업별,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노동자들의 연합적, 전국적 대응을 무력화시킨 경험도 존재한다. 특히 상시구조조정 체제와 채권단 중심의 재무구조 측면에서 구조조정이 일상화되면서 구조조정이 개별 기업의 현안으로 위축된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런데도 노동조합의 전국적 대응 실패는 자본의 경쟁력 강화 논리를 극복할 수 있는 한국경제의 구조개혁과 산업정책에 대한 상과 계획이 사실상 전무하면서 발생한 문제다. 고용 문제는 재벌체제와 하도급 구조 등 산업구조와 긴밀한 연관이 있고 이와 연계된 고용전략이 없으면 개별 사업장에 국한된 대응을 하는 것 외엔 다른 방안이 없다. 현재 민주노총이 밝히고 있는 재벌 소유지배구조 개혁-지주회사 설립과 이사회 구성의 다양화 및 노동이사제 도입- 수준의 내용으로는 부족할 뿐만 아니라 구조개혁과는 맞지도 않는 내용이다. 재벌체제와 경제구조의 개혁을 통해 달성하려는 내용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산업에 대한 정책적 개입은 양보 교섭과 마찬가지로 위험에 처한 자본을 구제하는데 복무한다.
또한 이와 맞물려 전국적 대응을 가시화할 한국경제의 구조개혁의 또 다른 힘으로서 정치적 조직화에 실패했다. 현재 노동자 정당은 물론이고 노동자 지지 정당조차 무색하리만치 희미해진 제도권 정치 상황 속에서 구조조정 문제를 포함하여 노동조합의 현안 해결이 민주당 등 제도권 보수 정당에 의탁해 국회 청원이나 개별 국회의원의 개입을 통해 해결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의 산업적, 정책적 요구나 개입도 그 수준에서 이루어졌다.
5) 과제
구조조정 대응에서 노동조합과 노동자 운동이 극복해야 할 문제로는 첫째, 양보 교섭의 극복을 들 수 있다. 불황기에 총고용 보장이나 노동시간 단축(일자리 나누기), 연대임금제는 고용안정을 위해 노동시간 및 임금의 유연성을 받아들이는 전략으로 기본적으로 양보 교섭의 형태가 될 것이다. 특히 미조직,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자 전체를 아우르는 전체 노동자의 이해에서 자본의 경쟁력 강화를 극복할 수 있는 구도와 아젠다 마련이 시급하다.
둘째, 노동력 분절화의 극복이다. 노동시장이 이중화되고 분절화된 상황에서 구조조정 대응이 전체 노동자의 고용안정이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안정으로 제한되는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노동력 분절화는 단기에 극복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라 하더라도, 상시구조조정 체제에서 정규직-비정규직의 연대투쟁 조직화, 전체 노동자의 이해에 부응하는 구조조정 대응 투쟁 속에서 노동력의 분절화 및 노동시장의 이중화도 해소될 것이다.
셋째, 한국경제의 구조개혁과 정치적 조직화를 들 수 있다. 불황기 해당 산업 또는 개별 기업은 자본의 생존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강요하는 산업 구조를 열망한다. 또한 글로벌 과잉공급과 경쟁 속에서 자본의 생존과 경쟁력 강화라는 대명제에 고용과 노동조건을 종속시키려고 한다. 따라서 노동조합의 산업정책은 개별 사업장의 경쟁력 강화와 고용 및 임금 지키기를 넘어서 생산의 계획이라는 관점에서 거시 조직화와 원하청 등 생산 관계의 민주화 및 이윤의 사회적 환수를 실현해 나가는 경제의 구조개혁 방향을 담아야 한다. 또한 이와 연계되고 구조화할 정치적 동력(세력)확보와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즉, 한국경제의 구조개혁과 이를 실현할 정치세력화와 맞물려 진행되어야 한다.
넷째, 불황기 성격에 맞는 노동조합의 투쟁을 개척해야 한다. 즉, 장기 불황과 글로벌 과잉공급 아래에서 발생한 코로나 위기의 성격에 조응하는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경제 위기가 전반적 위기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세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시장개입도 전면화하고 있다. 이 속에서 노동조합 투쟁 방향과 과제에 대한 정립이 필요하다.
3. 구조조정의 성격과 특징
1) 구조조정의 성격
불황기 산업 전반의 위기 심화와 이윤율의 동반 축소 속에서 실업이 증대하고 고용이 악화한다. 이에 따라 국가의 시장 개입이 어느 때보다도 확장되는데, 코로나 사태로 위기가 증폭하여 국가개입의 폭과 수준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 같은 전반적 위기(general crisis)는 산업 전반에 걸친 위기 심화. 개별 자본의 수익성 악화, 도산 위험 증가, 고용의 전반적인 악화, 국가개입의 전면화로 요약된다.
현재의 구조조정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급속한 경기침체, 장기불황 속 구조 위기, 신산업으로의 전환을 포함한 산업재편이라는 중층적 과정에서 진행되고 있다. 신자유주의 축적체제의 형성으로 이윤율 상승 국면을 맞이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해서 이후 다시 장기 이윤율이 하락했다. 현재 자본주의 세계 경제는 (코로나 이전까지도) 정체 상태로 성장률은 둔화했고 특히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 경제 성장률은 특별한 위기가 없는 일반적인 시기에조차 1%대 또는 그 이하에 머물고 있다. 세계 경제성장을 이끌던 중국도 하향국면에 들어갔고, 인도와 아프리카 등 중국을 대체해 새롭게 성장을 이끌 국가들의 경우도 이전 중국 경제가 해오던 역할을 못할 뿐만 아니라 성장세가 이미 둔화하고 있다.
성장률 침체로 표현되는 이윤율 저하를 가져온 구조 위기 속에서 자본주의 세계 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더 폭발적인 형태의 부채 주도 성장을 하고 있다. 실물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부동산, 주식, 채권 등 금융시장과 자산시장의 투기적 호황만 지속하고 있다. 즉 주요 산업의 과잉생산과 경기둔화 및 부채 성장의 모순이 중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 사태는 공급과잉 상태에서 급격한 수요 위축과 공급망 교란을 가중했는데, 공장가동 중단이 장기화하면 공급이 위축되겠지만 현재로는 코로나 사태가 잡히면 공장재개는 가능하다. 생산능력이 파괴된 것 아니라는 점에서 수요부족과 함께 상대적, 절대적 과잉공급 상태가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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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산업별, 업종별로 그 영향이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는데 가령, 코로나 경기침체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도소매, 숙박업과 여행, 항공업계의 구조조정은 급속하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 이전부터 과잉공급 상태라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이 예고됐던 항공업계는 더 빠른 속도로 더 큰 규모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다른 한편, 자동차, 해운, 조선, 철강, 석유 등은 글로벌 공급과잉에 따른 영향과 전동화, 디지털 전환, 에너지 전환 등 산업재편과 겹쳐서 코로나 위기로 심화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과잉공급 업종의 경우,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업종 또는 사양산업인 경우) 생산량 감축 이를 위한 사업정리, 폐업 등을 유도하고 글로벌 경쟁력이 조금이라도 보이는 업체, 업종에 대해서는 대규모 유동성 지원 및 자본 확충, 국가투자(인프라) 확대로 대응하고 있다. 즉, 줄여야 할 부분은 줄이면서 국제 경쟁력이 조금 있으면 지원을 더 해주고 과잉투자를 통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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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공통적인 것은 수요 위축이 장기화하면서 산업 전반의 과잉공급이 더 심화하고 이 속에서 이윤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는 점, 그에 따라 채권 및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중앙은행의 무제한 채권매입에도 불구하고) 확대되고 있어 기업의 유동성 부족 사태는 더욱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에 따라 최종 대부자로서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에 대한 더욱 전면적인 개입이 시도되고 있고, 정부의 재정으로 부족해진 수요를 떠받들고 기업의 부실에 대비한 자본 확충이 현실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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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내수침체 영향으로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감소 전환되는 등 고용 충격이 본격화되면서 일자리 위기상황 전개 중이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등에 따른 영향이 집중된 숙박・음식, 도소매, 교육 등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큰 폭 감소했다. 앞으로 수출 등 실물충격까지 가세할 경우 일자리 위기가 심화할 우려가 있다. 최근 일시 휴직자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증가한 가운데, 기업의 실적 악화가 심화할 경우 대량실업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한편, 위기가 지나가고 생산과 소비가 코로나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더라도 고용문제는 여전히 큰 어려움으로 남게 될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지나가고 수요가 다시 회복되더라도 현재 상황이 단순한 수요유지를 위한 유동성 확보나 지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의 고용률은 계속해서 하락해 왔고 여기에 전동화, 디지털전환 등 산업재편의 영향도 존재해 자동차 부품, 중소 조선소, 해운선사의 경우 생산량의 축소를 의미하는 폐업이나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업종전환을 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또한, 신산업에서 일자리는 정체되고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간접고용 형태의 불안정 노동을 확대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2) 국가의 경제개입
정부의 시장개입은 크게 세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첫째, 한국은행을 통한 금융시장의 무제한적 개입. 이는 채권시장 등을 통한 기업 유동성 확보를 위한 안정화와 함께 채권, 주식 넓게는 부동산까지 모든 자산시장의 부실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기업 지원이다. 이는 금융시장을 통한 간접지원을 포함하고 기업 대출 및 자본확충 등 직접 지원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일시 유동성 부족기업(주로 금융시장 지원), 자본력 보강필요 기간산업(기간산업안정기금 40조+@), 코로나 이전 부실 발생 기업(상시구조조정제도)으로 구분해서 대응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부터 두산중공업과 항공업계에 대한 구조조정과 자금지원을 진행했고 최근 더 확대했다. 또한 기간산업지원기금 40조 원으로 자동차, 조선, 해운, 철강 등 주요 제조업을 모두 지원해야 하는데 부족할 것으로 전망한다(3차 추경으로 부족한 기업지원금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완성차와 부품업계 지원에 필요한 유동성을 32조8000억 원으로 추정했는데, 문제는 완성차뿐 아니라 특히 자동차 부품사는 산업재편과 관련해서 전기차 등 전동화에 따라 30% 정도 없어져야 할 상황이다. 때에 따라서는 부품사 전체 차원의 구조조정이나 업종전환 등의 조치가 따라야 할 상황이다. 조선이나 철강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조선업의 경우 대형 조선소의 경우 수주 잔량이 1~2년 치가 남아 있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으나 최근 계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어 조만간 위기가 닥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소형 조선소의 경우 중국 업체들과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에 자동차 부품사와 마찬가지로 전업을 모색하거나 폐업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 중소형 조선소 및 해운사에 대한 구조조정과 공적자금 투여 이야기도 계속되고 있고 현재, 해운사 회사채 매입 등 1조2,500억 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이 이루어졌지만, 위기상황이 조금 더 지속하면 곧바로 회사가 존립의 위기에 빠질 수 있어 정부의 정책 대응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세 번째는 국가투자의 확대다. 또한, 민간 투자가 위축 내지는 거의 사라진 가운데(재벌 이외에 투자를 확대하는 곳은 없다), 국가 투자가 이를 대신하고 있다. 국가가 이미 자본이 형성해 놓은 이윤을 낳는 공간으로써 시장을 국가가 잠식해 들어오면 자본은 수익 자체가 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된다면 지금의 코로나 위기가 지나간 후에도 민간투자나 시장 이윤은 축소할 수밖에 없어 자본 축적의 위기는 더 심화한다. 그러므로 자본은 국가 투자에서도 시장 자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프라 투자를 유도하면서 자본의 비용을 상쇄하여 오히려 시장의 독점이윤을 더 강화하는 방식으로 국가 투자가 이뤄진다.
3) 국가독점의 확대
국가독점자본주의 특히 신자유주의 위기 이후의 특성으로 중앙은행의 금융시장 개입이 이전 시기와는 질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산업자본과 은행자본의 융합으로서 금융자본의 탄생과 금융자본의 지배를 의미하는 금융과두제를 넘어 신자유주의 금융화는 유휴자산을 유동화하여 세계금융시장 질서로 통합했고, 부채 위기를 중앙은행과 국가 부채로 막는 방식(손실의 사회화)으로 대응하면서 부채 위기를 더 증폭시킬 뿐 아니라 실물 부문의 과잉공급 문제 해결을 지연시켜 왔다. 그럼으로써 자본주의적 생산의 사회화는 민간기업 특히 대자본의 국가 소유 또는 국가 개입의 확대뿐 아니라 금융적 토대에 대한 사회화, 중앙은행의 사실상 ‘지배’로까지 확장했다.
양적완화는 이제 위기 시 비상대책이 아니라 2009년 이후 일상적인 통화정책의 하나로 자리 잡혔고 거시건전성 감독의 강화 속에 금융 시스템 전반에 대한 중앙은행의 직접 개입은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은 최종대부자로서 은행구조의 안정화와 통화량 관리라는 고전적 목표에 활동이 제한되지 않는다. 특히 위기 시에 중앙은행은 투기등급 회사채까지 직접 매입할 뿐 아니라 위기가 심화하면 일본 중앙은행과 같이 주식시장에도 직접 개입할 것이 자명하고, 미국 연준과 같이 일반 대기업의 지분을 직접 인수해 국유화하는 등 실물 부문에 대한 개입도 확대하고 있다(그 때문에 중앙은행을 통한 사회화의 확대 및 중앙은행의 사회적 통제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또한 국가와 독점자본의 융합과 그 결과 이루어지는 독점 및 생산수단의 형식적 사회화도 가일층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의료와 방역시스템의 국가화, 국유화 경향 외에도 전반적 위기가 심화하는 시기에 국가는 시장 질서의 유지를 위해 기업과 생산수단에 직접 개입을 확대한다. 한국 정부만 하더라도 135조원 규모의 금융시장 부양과 함께 40조 원 이상의 규모로 ‘기간산업안정화기금’을 마련해 대기업에 직접 지원한다. 출자가 아니라 대출을 해주더라도 위기가 심화하면 출자전환하여 지원금 전체가 자본화하고 정부 지분은 더 늘어난다. 이런 방식으로도 대기업의 회생이 어려워지면 정부는 아예 국유화하는 방식도 고려한다(그렇게 되면 기존 주식은 종이 쪼가리가 되며 소유권이 완전히 정부로 넘어가게 된다. 그 때문에 자금지원으로 정부가 의결권 또는 소유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계속 붙이고 있는 것도 자본의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함이다).
이러한 국가의 위기 대응은 독점의 강화와 확대에 복무하지만, 신자유주의적인 방식으로 확대할지, 국유화와 같은 국가주의적 방식으로 확대할지 아직 경로가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국가주의적, 형식적 사회화의 확대가 아니더라도 이미 독점자본간 세계경쟁에서는 미·중 간 무역분쟁처럼 국가 간 대결이 확대하고 있다. 철강이나 석유 시장을 보듯 실물 부문의 과잉에서 자본간 조절은 실패했고 국가 간 대립과 조절이 확대하고 있다. 그것도 WTO 등 다자간 조절 기구는 이미 유명무실해졌고 이해 당사국 간, 특히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주요국 간의 대결로 나타나고 있다. 어찌 됐건 국가 차원의 결합 없이 단일 상품시장에서조차 과잉(생산량)을 조절할 수 없다는 점이 더 명백해지고 있다.
동시에, 생산성 저하와 과잉공급에 따른 경쟁 격화와 과잉투자와 함께 국가와 독점자본의 융합은 더 확대되고 강화된다. 한국형 뉴딜, 한반도 뉴딜 등은 모두 국가 투자로서 신산업의 기반시설이나 연구개발 투자로 제한되어 있고 독점이윤의 형성과 보장에 기여한다. 한국형 뉴딜의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비대면 시장 관련해서는 삼성의 의료산업 진출과 관련이 있는 원격진료 기반시설일 가능성이 매우 크고, SK 등 통신 재벌이 시장으로 삼는 5G 기반과 현대차와 LG화학 등 자동차와 전지 및 수소경제와 관련된 인프라 시설, 부동산 가격 지지와 관련된 도로나 경전철 등 SOC 건설이 이야기되고 있다. 스타트업 육성을 전면에 내세우고는 있지만 대부분 재벌과 대자본이 독점이윤을 더 키울 수 있는 영역에서 국가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생산의 국가독점적 성격은 더 강화되어 독점자본간 경쟁은 국가 간 경쟁과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5G와 신산업 부문에 미국, 중국, 일본, 유럽, 한국 등 주요 국가 대부분이 국가투자를 확대할 전망이라 과잉 속에서 생존을 위한 치킨게임, 글로벌 독점을 향한 경쟁을 더 강화해 나가려 할 뿐이다. 미·중 간의 무역 분쟁에서 미국의 중국 (사실상 국유기업인) 화웨이에 대한 견제와 방어는 물론이고, 석유 시장에서 미국의 셰일오일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정책적, 외교적 지원은 이미 민간 기업에 대한 일상적 개입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셰일오일 기업이 부도 위험에 빠지면 미국 연준이 GM이나 AIG를 국유화했듯이 이 기업들을 국유화하고 석유 시장 정책을 국가 주도로 전면화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다. 특히 신산업과 관련해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인프라 투자는 가히 천문학적인 규모라고 할 수 있고 인프라 투자가 크면 클수록 산업 전반에 국가의 영향력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자본간 경쟁도 더 치열해져 국가적 규모로 확대된다. 앞으로 각국 산업정책이 선도적 기업이 있는 경우 여전히 해당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움직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국가를 중심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것도 국가의 산업개입의 폭과 수준을 더 강화하는 요소다.
4. 완전고용 쟁취
: 국가고용보장과 기간산업 사회화
1) 전반적 위기의 심화와 ‘완전고용’
코로나 위기를 넘어 수요가 회복되더라도 여전히 민간 고용은 줄어들어 실업이 계속해서 심각한 문제로 남아 있게 된다. 민간기업의 고용 기여율이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10억 원당 고용인원을 계산하는 고용유발계수는 지난 2000년 13.8에서 8.1로 낮아졌고 특히 수출은 11.1에서 5.8로 절반으로 줄었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업종마다 차이가 있지만, 산업재편 속에서 고용축소뿐 아니라 제조업 비중의 축소와 서비스업의 확장 국면에 있기 때문에 제조업 고용은 전반적으로 더 줄 전망이다. 미국, 유럽과 같이 산업 구조의 발달에 따라 제조업 고용은 10% 미만으로 줄어든다. 현재 제조업의 고용률은 20% 정도이기 때문에 절반으로 준다(서비스업에서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제조업 생산성의 절반도 안되기 때문에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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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민간기업의 경쟁력 강화로는 현재의 고용수준조차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이 위기는 자본이 경쟁력을 갖기 위한 과정 자체가 인력구조조정을 포함한 생산량(생산능력)의 감축과 조절을 동반하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끝난 이후 필연적으로 민간의 고용량은 줄어든다. 그게 아니라면(고용유지를 위해 양보 교섭을 수용하게 되면) 코로나 발발 이전 미국과 일본의 고용상황과 같이 고용 총량은 늘어나지만, 불안정 일자리를 늘리는 방식 즉, 기존 양질의 일자리를 나쁜 일자리로 쪼개놓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고용이 이뤄진다(불안정노동의 심화).
민간자본의 고용 기여율이 추락하고 정부의 경제개입이 전면화한다는 것은 고용 측면에서도 이제 민간자본이 아니라 정부가 고용을 결정하는 단계에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반적 위기가 심화하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민간고용은 축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가가 직접 고용의 주체로 나서게 된다. 정부는 고용 특별대책을 통해 부처별 데이터 구축에 10만 명, 방역, 산림재해 예방, 환경보호 등 공공일자리 30만 명 등 40만 개의 임시 일자리(최장 6개월)를 직접 만들고 민간고용을 지원해 추가로 15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는 계획이다(이런 국가의 고용 창출은 시장 이윤을 침식하지 않고 시장의 토대를 확대하고 강화하기 위한 방식으로만 나타나기 때문에 일시적이고 임시적인 일자리만 만들뿐이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다룬다). 정부 지원 없이 생존할 수 있는 대기업이 줄어든다는 것도, 정부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아야 기업 유지가 가능하다는 것도 고용에 대한 정부 의존을 높이는 일이다. 위기가 심화할수록 이런 경향은 강화하고 이번 코로나 위기 이후에도 다시 반복되는 위기와 고령화로 인한 인구학적 위기, 기후 위기에 따른 에너지 전환 속에서 국가 고용의 확대 경향은 확산한다.
그러므로 현 상황에서 개별 자본의 시장 경쟁력을 회복하여 고용을 유지하는 전략보다도 민간기업의 고용률 하락과 산업재편, 제조업 축소와 서비스업 확대, 국가의 경제개입 전면화에 맞춰 ‘완전고용(full employment)’을 요구하고 투쟁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전체 노동자의 고용안정이라는 목적에 부합할 수 있을 것이다.
2) ‘완전고용 쟁취’의 의의
1980년대 후반 3저 호황국면에서 태동한 민주노조 운동은 주로 민주노조 건설 등 노동기본권과 노동조건, 임금 문제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와 함께 2000년 대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고용 문제가 전면에 떠올랐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와 함께 한보와 기아차 등이 문을 닫거나 통폐합되고 신자유주의 노동 유연화와 비정규직 등 노동분절화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과거 산업합리화 정책인 업종 전문화 수준을 넘어 생산량(=고용량) 자체를 직접 조절해야 하는 상황과 노동 유연화가 맞물려 진행되었다. 당시 노동진영의 대응은 개별 대기업 중심이었고 1998년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을 도입하는 노동법 개악을 수용한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조직조차 되지 못했기 때문에 구조조정 반대 투쟁은 언제나 대기업 구조조정 문제로 사고되었다. 특히 2000년을 전후로 현대그룹, 삼성그룹, 대우그룹 등 재벌 대기업들이 위기에 빠져 그룹이 쪼개지거나 국유화되고, 일부는 폐업하면서 구조조정이 현실적인 문제로 인식됐다. 이 틀이 지금까지 흘러왔다. 2008년 이후 상시구조조정체제가 도입되고 이제 구조조정과 고용 문제는 전 업종에 걸쳐 전면화했으나 여전히 개별 대자본 중심의 정규직 고용유지가 관건이 되는 문제로 사고된다.
그러나 자본주의와 노동조합의 역사가 오래된 유럽의 노동조합은 그동안 고용 위기를 여러 차례 겪었고 그 과정에서 ‘완전고용’이 가장 중요한 투쟁 과제의 중심으로 사고 되어 왔다. 상황과 조건이 변하면서 여러 수단과 방법, 요구 조건이 변했지만, 완전고용을 전체 노동자의 이해로 관철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가장 가까운 예로 프랑스 노동총연맹(CGT)은 2019년 5월 개최된 52차 총회에서 마크롱 정부의 노동법 및 노동조건 개악 시도에 맞서고 플랫폼 노동 형태인 긱(gig) 노동자를 포괄하는 새로운 임금노동자의 지위와 기준을 마련하며 사회적 임금에 기반한 100% 사회보장을 위한 투쟁과 완전고용을 의미하는 ‘모두를 위한 직업사회보장제(sécurité sociale professionnelle)’ 도입을 요구했다. 이를 통해 그 어떤 노동자도 권리와 가치 인정의 단절로 인한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이며, 실업과 실업급여의 개념에서 벗어나 일자리 유지 및 지속적인 경력개발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국제노동브리프, 2019년 8월호)
이처럼 ‘완전고용 쟁취’는 세계노동조합 운동 속에서 나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신자유주의 노동 유연화로 인한 정규직-비정규직 차별, 불안정 노동의 만연(노동시장의 분절화) 속에서 전체 노동자의 이해를 통일시키기 위한 주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첫째, 완전고용 쟁취는 미조직,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 층의 이해를 모을 수 있고 함께 투쟁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을 제공한다. 이미 고용된 사람들의 고용을 유지하는 해고금지 또는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과 일자리 나누기와 같은 시혜적, 자기 수용적 대책이 아니라 해고되어 있고 불안정 노동 상태에 있는 모든 노동자와 이해를 함께 할 수 있는 조건이 바로 완전고용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둘째, 완전고용 쟁취는 개별 자본의 경쟁력 강화에 종속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 개별 기업 차원의 고용보장이나 양보 교섭을 통한 일자리, 임금 나누기보다는 노동조합의 교섭력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다.
셋째, 완전고용 특히 국가고용보장은 가장 강력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임과 동시에 최저임금을 규율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존재한다. 이 기회에 최저임금 문제도 같이 해결할 수 있다. 국가가 고용을 보장한 일자리의 최저 수준은 그 사회의 최저임금 일자리로 자동으로 자리매김한다. 왜냐하면, 민간의 일자리가 국가고용일자리보다 임금이나 노동조건이 떨어진다면 해당 노동자는 바로 국가고용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완전고용 아래에서 노동조합의 힘은 극대화할 수 있다. 노동시장에서 산업예비군의 수가 줄고 취업을 원하는 모든 사람이 고용될 수 있다면 노동력 수요자로서 자본의 힘은 약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말로는 완전고용을 추구한다고 헌법에도 나와 있지만, 대다수 국가에서 현실적으로 완전고용 정책을 실현하지는 않는다. 일정한 수의 실업자, 산업예비군의 존재는 임금노동자의 임금수준과 노동조건을 규율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3) 완전고용 쟁취를 위한 과제
완전고용 쟁취는 경제 상황과 조건에 따라 구체적인 요구과제가 달라진다. 가령,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직전까지 미국과 일본의 고용률은 완전고용상태로 평가받았다. 미국은 무려 113개월 동안 일자리 증가를 이어왔고, 코로나 발생 직전인 2월까지 실업률이 3.5%로 자연 실업률에 근접해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가 됐다. 문제는 수치상의 완전고용보다는 이런 상황에서도 임금상승률은 멈춰 섰고 그 결과를 반영하듯 저임금의 열악한 노동조건의 일자리가 양산됐다는 점이다. 최근 3년(2015~2018년) 미국 임금상승률은 연평균 2.4%에 불과해 금융위기 이전 7년간(2000~2007년) 평균치인 3.3%보다 낮았다. 게다가 중위임금소득자가 대폭 줄어 임금 양극화도 심화했다. 저임금의 열악한 일자리가 양산됐다. 현재 민간자본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일자리 확대 또는 완전고용은 이같이 나쁜 일자리로 쪼개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케인스적 완전고용).
또한, 국가는 민간 자본의 시장영역을 잠식하지 않는 조건 속에서 오직 위기 국면에서 임시로만 임금소득을 일부 보전할 수 있는 일시적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 정부는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고용대책과 관련하여 10.1조 원의 고용안정 예산중에서 3.6조 원을 들여 55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는 계획이다. 정부 부처별 데이터 구축 10만 명, 방역, 산림재해 예방, 환경보호 등 공공일자리 30만 명 등 40만 개의 임시 일자리와 청년 디지털 일자리, 일 경험 지원, 채용보조금 등 민간고용을 지원해 추가로 15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 이처럼 정부가 고용 창출로 직접 만드는 40만 개의 일자리는 최장 6개월의 임시 일자리이면서 21세기형 ‘인형 눈 붙이기’인 데이터 구축, 공공근로 등이다. 한국형 뉴딜을 통한 일자리 창출도 이를 구체화한 것이라 거의 같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계획하는 국가의 고용 창출은 시장 이윤을 침식하지 않고 시장의 토대를 확대하고 강화하기 위한 방식으로만 나타나는데,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국가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기간에만 유지되는 일시적이고 임시적인 일자리일 뿐이다.
이처럼 (케인스적) 완전고용은 일자리의 양적 문제만을 언급하지 질적인 수준을 조건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불완전한 측면이 존재한다. 또한 국가투자와 고용의 확대도 시장의 이윤 창출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완전고용 쟁취는 무엇으로, 어떻게 하는가가 중요한 문제이며, 각국의 상황과 조건에 따라 구체적인 요구의 내용이 달라진다. 현재 국면에서는 국가투자 확대를 통한 생산적 일자리의 확충을 의미하는 국가고용보장과 공적자금 투입 기업(기간산업)에 대한 사회화다. 즉, 완전고용 쟁취는 국가고용보장과 가사노동의 사회화 및 독점이윤과 기간산업 사회화를 통한 실현으로 집약된다.
① 국가고용 보장(job guaranteeing)1)
국가고용보장(job guaranteeing)은 국가가 고용의 최종 수요자(demander of last resort) 또는 최종 고용주(employer of last resort)로 기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국가가 직접 고용을 창출하고 국민이 원할 때 언제든 국가가 제공하는 양질의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국가고용보장은 고용 창출을 위한 국가투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국가투자의 목적이 시장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대체하는 생산적인 일자리로서 고용보장이 되어야 한다.
국가투자와 관련해서 정부도 6개월 단기 임시직 외에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확대해 고용을 늘릴 것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은 4차 경기부양책으로 2조 달러(2,500조 원)에 달하는 인프라 투자 계획을 의회와 논의하고 있고. 중국 중앙정부도 양회에서 인프라 재원 확보에 주로 쓰이는 지방정부의 특수목적채권을 3조7500억 위안(약 600조 원) 규모로 발행하기로 했다. 현재 8개 성(省)이 발표한 인프라 구축 계획에 따른 투자 규모는 33조 8,300억 위안(약 5,700조 원)에 이른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인프라 투자와 사회간접자본 건설의 목적이 대부분 5G 등 신산업 기반 형성이나 토지개발에 있다. 지금 얘기되는 인프라 투자는 대부분 과잉공급에 따라 과잉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산업에서 자국 자본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다시 과잉투자를 확대하는 조치라 할 수 있다. 특정 자본의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의 특혜성 지원 논란은 둘째 치더라도 현재와 같은 과잉공급에서는 회피해야 한다. 또한 부동산 가격 지지를 염두에 둔 토지개발 형 사회간접자본 투자 역시 투기수요를 불러일으켜 국가투자로서 대단히 부적절하다.
따라서 임시적, 일시적인 일자리를 만드는 투자, 투기수요를 확대하는 투자 또는 과잉공급에서 시장경쟁을 확대하기 위한 국가투자가 아니라 시장의 비효율성과 저생산성, 고용률 하락, 착취적 축적을 대체하는 생산적인 부문에 대한 국가투자를 전면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국가투자의 사회화). 그리고 이를 통해 국가가 고용을 직접 보장하는 고용의 최종 수요자(demander of last resort)로 기능해야 한다. 이런 국가투자로 첫째, 재정 투입 후 수요가 발생하여 재생산이 가능한 영역(의료, 교육의 질적 확대) 둘째, 시장의 비효율을 공적 투자를 통해 제거할 수 있는 영역(보육, 유통-공공배달앱, 교통) 셋째, 이윤이 적어 시장화하지 못한 영역에 대한 사회화(가사노동, 에너지 전환, 유틸리티). 특히 가사노동의 사회화는 필수재로 삶의 질을 올리고 여성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다. 넷째, 기간산업의 사회화. 현재 위기 국면과 맞물려 국유화 또는 공적자금 투입 대기업을 중심으로 전면화할 수 있다.2)
② 기간산업 사회화
정부는 40조 원 규모로 위기 극복과 고용을 위한 기간산업안정 기금을 조성한다. 자동차, 철강, 조선, 해운, 화학 등 제조업 전반의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이 과정에서 공적자금 투여는 거의 필연적이다. 기간산업안정 기금 40조에는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 대응만이 아니라 자본 확충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공적자금으로 자본확충에 지원하겠다는 의미이며, 이는 해당 기업 국유화의 근거가 된다. IMF도 비상시 대응이긴 하지만 민간기업의 국유화를 한시적이고 투명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권고한다. 이례적인 사태가 계속되면 대형 국가 지주회사를 설립해 민간 기업을 인수하라고 추천한다.3)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에서 부도 위기에 빠진 세계 최대 보험사 AIG와 GM 등을 연준이 직접 국유화하기도 했고, 한국도 1998년 외환위기와 그 이후 재벌기업의 위기 속에서 대우조선, 현대건설 등을 국유화했다. 그러나 이런 일시적인 국유화는 단순히 민간기업의 부실을 국가가 대신 책임지는 형태(손실의 사회화)로만 이뤄졌고 기간산업을 사회적으로 계획하고 운영하는 기간산업의 사회화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부실을 털어내고 수익이 나자 다시 재벌회사로 매각(민영화)됐다.
현재 국면에서 일시적으로든, 장기적으로든 국유화되는 기업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난다. 국가독점도 확대되어 대기업과 국가의 결합은 더 확산하고 심화한다. 여기서 기간산업의 사회화는 단순한 소유권 문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계획의 수립 및 원하청과의 민주적, 수평적 관계 구성, 독점이윤의 사회적 환수 등 사회적 운영과 통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재벌주도 경제가 아닌 민주적 구조개혁을 의미한다. 그런데, 기간산업을 국유화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운영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하므로 기간산업 사회화는 국유화를 조건으로 한다는 점에서만 의미를 갖는다.
또한, 정부는 대기업 자금지원의 조건으로 고용유지와 기업이윤의 사회적 공유를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사실상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 대기업의 이익공유제도는 그동안 말만 무성했지 실제 실현되지도 않았고 하청계열 회사와 이윤공유조차 되지 않고 오히려 하청회사에 대한 이윤 수탈은 더 늘어나고 있다. 공적자금 지원의 조건으로 이윤공유를 내걸어도 원하청 관계가 민주적으로 재편되지 않는 이상 이윤을 공유할 수도 없고 남은 이윤을 배당금이나 사내유보로 축적하지 않고 국가나 사회에 자발적으로 환원할 기업은 없다.
실제로 기간산업 사회화를 통해서만 산업 계획 수립과 원하청의 민주적, 수평적 관계 구성, 독점이윤의 사회적 환수 및 고용안정 등을 확보할 수 있다. 민간기업의 생산성이 떨어질수록, 고용률이 하락할수록, 독점이윤이 대주주와 사적으로 지배될수록 대기업과 기간산업의 사회화 요구는 거세질 것이다. 비록 신자유주의 민영화가 사라지지 않았지만, 민영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거나 자본수익률을 증가하기 위한 시도는 거의 없고,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한 민영화의 경우 그 수탈적 성격이 드러나 전 세계적으로 저항을 받아 이제는 쉽게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됐다. 대신 민영화된 기업이 재국유화되는 사례, 위기에 빠진 대기업이 정부 지원에 의해 국유화되는 사례, 의료와 교육과 같은 필수재와 관련된 시장의 공공성이 강화되는 사례가 자주 목격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특히 필수재와 관련된 영역에서 국가적 통제와 공공적 조절은 한층 강화되는 추세에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실질적 강화는 국유기업의 출현 또는 국가의 산업개입의 확대와 결합으로 나타나 기간산업의 국가 독점적 사회화를 가일층 진전시키는 형태로 갈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산업계획, 산업 평등, 고용안정, 이윤공유를 실현하기 위한 기간산업의 민주적 운영과 사회적 통제이며, 이번 위기가 재벌 대기업 등 독점자본의 국가주의적 결합 강화냐, 민주적 통제냐를 가름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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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1) 국가고용보장제도와 관련해서 특히 두 가지 ‘신화’에 대해서 논의해봐야 한다. 첫째, 민간기업이 국유 또는 공적 소유 기업보다 더 생산적이고 혁신적이라는 신화다. 둘째 국가고용보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가투자가 필요한데, 이 자금을 재정에서 조달하면 국가부채가 증가하고 중앙은행을 통해 조달하면 통화량이 늘어나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는 신화다. 지면 관계상 두 신화에 대한 비판은 차후로 미루고 두 신화가 이론적으로든 현실적으로든 근거가 없다. 여기서는 사적 자본가로 구성된 기업보다 더 생산적인 자본주의적 국유기업이나 공적 소유 기업의 사례가 너무 많다는 것만 강조한다. 또한 화폐이론에서 실제 수요를 창출하는 부문에 대한 투자는 화폐거래량을 증가시켜 인플레이션과 무관하며, 국가부채가 우려될 정도의 과도한 국가투자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만 강조한다.
2) 국가고용보장제도의 도입은 미국에서 더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2020년 미국 대선을 준비하며 민주당 대선 유력 주자들은 너나없이 고용보장을 핵심정책으로 내놓았다. 이들은 미국 연준이 실업률 추락을 방어하지 못했고 10% 이상 추락한 실업률 정상으로 돌아오는데도 10년이나 걸렸다며 미국의 경제성장이 멈춰 있는 현재 상황에서 국가의 적극적인 고용보장 정책으로 이를 타개해 나가자고 주장한다. 코리 부커(Cory booker) 연방상원의원은 연방고용보장법(Federal Jobs Guarantee Development Act)을 발의했다. 연방정부의 고용보장에 앞서 노동부가 15개 지역을 선정해 3년 동안 그 지역 모든 성인의 시간당 임금을 최소 15달러로 보장하며, 가족병가 수당과 의료혜택을 보장하는 시범사업을 하자고 제안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전국 2,500개의 고용센터(job center) 설립을 포함하는 고용보장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3) https://blogs.imf.org/2020/04/01/economic-policies-for-the-covid-19-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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