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는 것과 늙는 것의 경계는 애매하다. 소년과 어른의 경계도 애매하다. 현실과 동화도 마찬가지다. 어떤 이야기를 동화 같다고 표현할 때는 대체로 동심에 기반을 둔 착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성장의 기쁨은 눈물과 함께 오는 법이고 동화의 밝고 화사함은 그보다 짙은 어둠과 우울을 바탕으로 한다. <몬스터 콜>은 깊은 어둠을 향해 자맥질치는 만큼 묵직하게 가슴을 울리는 영화,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12살 소년 코너(루이스 맥두걸)는 벌써부터 삶이 버겁다. 학교에서는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집에서는 투병 중인 엄마를 보살펴야 한다. 반복되는 악몽에 잠을 이루지 못하던 코너는 엄마와 함께 영화 <킹콩>을 보면서 거대 괴수에 빠진다. 어느 날 오전 12시7분 창가의 나무가 몬스터로 변해서 코너를 찾아온다. 몬스터는 코너에게 세 가지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말하고 이야기가 끝날 때 코너에게 네 번째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부탁한다.
동화 속의 동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몬스터 콜>은 이야기의 이면에 숨겨진 어두운 면들을 구태여 끄집어내어 확인시킨다. <몬스터 콜>이 말하는 동화는 모든 아이들이 겪을 성장통을 위한 예방주사처럼 느껴진다. 영화는 성장을 거부한 코너를 통해 어른이 되기 위해 견뎌야 하는 현실의 잔인함을 서늘한 상상력으로 돌려서 표현한다. 주연을 맡은 루이스 맥두걸은 물론 시고니 위버, 펠리시티 존스 등 안정감 있는 배우들이 과장되지 않은 연기로 작품의 무게를 잡아준다. 과도한 볼거리나 시도를 하지 않고 좋은 이야기를 살리는 데 집중한 연출도 만족스럽다.
-2107.09.13. 씨네21. 송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