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면이 바다로 둘러 쌓여 있는 우리 나라는 각 지역마다 독특한 해산물 채취방법이 발달하여 왔다.
특히 동해안의 경우 머구리라고 불리우는 사람이 직접 바다속으로 들어 가 해산물을 채취하
여 왔는데, 이제는 점차 사라져 가고 단지 몇몇의 소수만이 남아 그 명맥을 이어 나가고 있
다.
머구리는 우리 옛말인 개구리를 가르키는 말이다.
아마 물속과 뭍에서 생활하는 특성상 그런 이름이 붙여지지 않았나 추측된다.
차가운 수온과 깊은 수심 때문에 자맥질로는 해산물을 쉽게 채취할 수가 없어 동해안의
머구리들은 제주도의 해녀와는 달리 거의가 남자들이다.
배 위에서 긴 호스를 통하여 공기를 공급하여 주면, 머구리는 바다속에서 그 공기를 호흡하
며 장시간 작업을 해야 한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노동이어서 지금 현역에 남아있는 머구리들은 모두가
고령이다.
머구리들의 가장 큰 걱정은 예측못할 바다 날씨와 잠수병이다.
한 가닥 줄에 의지하여 깊은 바다속을 걸어 다니는 머구리들은 운신이 자유롭지 못하다.
행동반경도 공기공급 선을 넘어 설 수 없으며, 스스로 수면으로 헤엄 쳐 올라오지도 못한다.
무거운 쇳덩이를 목에다 걸고 쇠구두를 신고 청동투구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슨 병(caisson disease) 이라고 불리우는 잠수병은 기압의 급격한 감소로 체내조직 속에
녹아 있던 공기 중의 질소가 유리하여 기포화하고 조직 ·혈관 ·중추신경 ·체강 ·뼈 ·
관절 내에 기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제압챔버가 필수인데 현재 경남통영과 진해등 몇 곳만이
이러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태백준령의 동쪽에는 검푸른 바다가 있고, 그 바다속에는 머구리가 있다.
머구리들의 일상에는 언제나 검푸른 바다가 일렁이고 있으며,
때로는 밝은 햇살 비치는 에덴동산을 거닐고, 또 때로는 빛조차 들지않는 어둠속에서 혼자
우두커니 서 있어야 한다.
동해안의 마지막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머구리들이 오늘도 그 속에서 꿈과 희망을 채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