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등장하는 아담이 실제로 존재한 역사적 인물인가 아니면 상징적 존재 내지는 신화적 존재인가 하는 문제는 어제오늘의 논쟁거리가 아니다. 이런 질문은 성경에 기록된 특정 내용들의 역사성을 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 하는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담의 역사성 문제는 신학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전통적 입장에서는 아담을 역사적 인물로서 인류의 기원으로 인정한다(눅 3: 38; 롬 5:12-21; 고전 15:20-22). 하지만 신화적 견해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아담이 하나의 상징일 뿐이며 인간 개개인을 대표하는 존재로 설명하거나, 아담이야기를 유아기의 어느 시점에서 겪는 인간의 타락과 도덕적 결단을 묘사하는 신화적 이야기로 이해한다.
어떤 견해를 받아들여야 하는가? 어느 한 편을 극단적으로 주장하는 것보다는 두 견해를 상호보완관계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아담의 역사성을 외적 형식으로 하고 그 상징적 해석을 내적 의미로 할 때 상호보완이 이루어진다. 여기서 외적 형식과 내적 의미는 분리되지 않는다. 외적 형식이라는 사실(fact)을 토대로 내적 의미라는 교훈(lesson)이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담의 역사성은 외피를 이루고 아담의 상징적 의미는 내피에 해당한다. 아담의 역사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그 안에 담긴 상징적 의미들을 함께 붙드는 것이 균형 잡힌 시각이다.
이런 입장이 견지되지 않는다면, 그 방향은 둘 가운데 하나로 갈 수밖에 없다. 하나는 아담의 역사성을 포기하고 상징적 의미만을 받아들이든지, 다른 하나는 아담의 역사성만을 주장하고 상징적 의미를 외면하는 것이다. 도널드 블뢰쉬(Donald Bloesch) 등 일부 복음주의자들은 아담이 실제적이면서 동시에 상징적이라는 이중성을 전제하면서 아담은 “역사적으로 최초의 인간임과 동시에 모든 사람들에 대한 상징이라는 것을 전제”한다. 블뢰쉬는 타락을 “먼 옛날에 일어난 역사적 사건”이면서 “각각의 인간에 의해 체험되는 현실”이라고 보았다.
[회중주체적 조직신학], 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