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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참게’의 습성을 아는가. 한 마리를 잡았을 땐 반드시 뚜껑을 덮어두어야 도망치지 못한다. 그러나 두 마리 이상을 잡았을 땐 뚜껑을 열어놓아도 도망치지 못한다. 도망치려고 기어오르는 한 놈을 다른 놈이 끌어내리기 때문이다. 섬진강이 지척인데도, 곧 매운탕으로 죽을 운명인데도, 놈들은 기어코 혼자 살려다가 함께 죽는다.
참게가 참게를 끌어내리는 모습은 왠지 우리에게 익숙하다. 민주당을 떠올리면 그렇다. 그런 그들이 통합을 요구한다. 아니, 대놓고 협박한다. 그러나 체온계 빼앗는다고 열이 내리진 않는다. 당장 만선이 급하다고 치어까지 잡으려는 건 멍청한 짓이다. 민주당은 실제로 통합을 원치 않는다. 열린우리당의 파열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통합 협박은 사실상 유시민 대표를 옥죄고 참여당을 조각내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가마솥보다 밥그릇이 급한 게 그들이다. 가마솥은 화장발에 불과하다.
통합?
지난 총선 때 민주당은 영남권 68개 선거구 가운데 무려 41곳에 공천자를 내지 못했다. 또한 구성원 대다수가 고령화, 보수화 되었다. 이러니 민심을 선도하기보다 쫓아가는 데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야권연대도 마찬가지다. 급한 건 민주당이지 우리가 아니다. 지금 참여당에 쏟아지는 비난들은 국민의 비난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자들의 비난이다.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 참여당은 민주당을 극복하기 위해 창당되었다. 통합은 있을 수 없다.
지금은 공생보다 자생을 우선해야한다. 나눌 게 있으려면 우리 것을 챙겨놔야 한다. 자생이 되어야 공정한 공생이 가능하다. 참여당의 지향점은 공정한 공생으로 야권이 다함께 승리하는 데에 일조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자생의 힘을 키워야한다. 통합이니 연대니 하는 것도 결국엔 힘이 있어야 목소리의 당위를 인정받는다. 지금까지 발생한 모든 결과물은 정당 파워와 정치인 파워, 즉 참여당 파워와 유시민 파워의 불일치에서 기인된 것이다. 따라서 총선 예비후보자 지역의 정당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한다. 정치는 힘이 있는 만큼, 딱 그만큼만 보인다.
때를 기다리자
상황이 힘들수록 사리분별이 흐려지고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삐딱해진다. 스스로를 피해자의 울타리에 가두고 학대한다. 아픔을 과장하고 현실을 오독한다. 1인칭시점의 해석이 난무한다. 정치는 맹신이 아니라 신념이다.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다. 경계하고 바로잡아야한다.
유 대표님에겐 다독보다 정독이 필요해 보인다. 에너지의 긍정적 분출과 역동성을 조율하고 이끄는 로드맵에 전력할 때다. 대선은 나중이다. 대선을 바라보면 볼수록 주변 견제세력들의 역선택으로 인해 자식들이 성장할 수 없는 형편이 되었다. 먼저 자식들의 젖을 떼게 하고 성장시키는 데에 매진해야한다. 그러면 성장한 자식들이 어미를 먹여 살릴 것이다. 그러다보면 “손학규로는 안 되겠다. 유시민이 나서라”는 국민적 요구가 자연스레 무르익을 날이 반드시 온다. 그때를 기다리자.
관념의 정치, 현실의 정치
관념과 현실의 괴리, 당원과 국민의 괴리를 이번 선거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참여당의 슬로건은 ‘시민은 자유롭게 국가는 정의롭게’이다. 훌륭하다. 그러나 자유와 정의는 현실을 넘지 못한다. 관념일 뿐이다. 자유와 정의의 중요성에 대해 모르는 국민은 없다. 그러나 관념은 멀고 현실은 가깝다. 당연히 국민은 가까운 이득에 투표한다. 관념은 거실 벽의 액자로 모셔질 수는 있지만 싱크대에, 급여통장에, 아파트 외벽에 머물지 못한다. 자유와 정의가 곧 현실이라고 인식할 만큼 국민들의 정치인식 수준이 높지 않다. 아직까지는 그렇다.
비판의 내용에 동의하면서도 비판을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고, 정의를 외치면서도 “나도 좀 살자”고 변명하기도 한다. 내 한 몸 지키기도 힘든데 뭔 정의냐고 항변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복잡한 관계를 관념으로 묶는다는 건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재개발’의 잔인성을 충분히 인지하고서도 재개발로 지어진 아파트를 거부하지 않는 것과 같은 논리다. 즉 ‘재개발의 잔인성’이라는 관념보다 ‘재개발로 지어진 아파트’라는 현실을 선택하는 것이다. 대다수의 국민은 더 나은 경제적 지위를 누리기 위한 생존경쟁만으로도 충분히 피곤하다. 그래서 관념으로는 현실을 개탄하면서도 실제로는 유익한 현실을 선택한다.
관념과 현실 사이에 ‘감정’이 있다
사람들은 주류 의견으로부터 고립될까 두려워한다. 고립되지 않기 위해 여론동향에 귀 기울인다. 만약 여론과 자신의 생각이 일치하면 그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자기주장을 편다. 능동적 동조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엔 여론에 맞서기보다 차라리 침묵으로 일탈한다. 인격적 모욕을 받으며 소수로 고립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사회에 가장 보편적으로 형성된 여론은 ‘감정’이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침잠된 침묵이 더 다수다. 그들은 섣불리 목소리를 내지 않고 부동층을 형성하며 ‘역풍’에 가담할 수 있기만을 기다린다. 그것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싶어 한다. ‘감정의 복수’다. 그들에게 누가 먼저 목소리를 줄 수 있느냐에 따라 선거판이 요동친다. 때문에 고정지지층만 바라보다간 쪽박 차기 십상이다.
참여당이 나아갈 길
① 정책연구팀 운영
사실 ‘노무현’도 관념이다. 관념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관념은 마음속 상징의 자리에 공고히 머물러주면 된다. 관념의 정치를 하려면 현실이 뒷받침되어야 힘을 받는다. 현실은 곧 정책이다. 시급히 정책을 살찌워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주당 손 대표는 ‘특권과 반칙을 용인하는 중산층이 될 것이냐 아니냐’의 윤리적 제시로 승리했다. 현실의 힘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
참여정책연구원 산하에 ‘정책연구팀’를 운영하자. 5~10인 정도의 정책정예당원을 선발하여 월2회 정도씩 정기모임을 갖고, 윤곽이 잡힌 정책들은 게시판에 하나씩 오픈하여 당원토론을 거친 뒤, 최종적으로 정책연구원에 넘겨 구체화시키는 것이다. 생산된 정책들은 곧바로 홍보물로 배포하고, 총선예비후보자 및 당원들은 그 홍보물을 들고 소속 지역민들을 향해 뛰면 된다. 물론 우리 당을 대표하는 간판 브랜드정책(사실상 가장 시급)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례토론회를 반드시 거쳐야 하고, 이동당사 운영 시에도 활용될 수 있어야 하겠다.
② 전략적 콘텐츠 생산
표심은 관념과 현실뿐 아니라 감정으로도 움직인다. 특히 현실적 이익과 무관하거나 영향이 적은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투표한다. 그 침묵의 다수에게도 감정을 자극하여 귀를 들이댈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주장만을 배설하는 정치가 아니라 공존 가능한 감정의 터치, 타협 가능한 감정의 지점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그래야 고립의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순풍에 합류시킬 수 있다.
감정은 전략적 스토리로 컨트롤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선 그들의 감정을 콕콕 찌르는 전략적 콘텐츠를 적시에 생산할 수 있는 TF팀이 전략기획위에 시급히 꾸려져야한다. 정책은 현실적 비전을 제시하지만, 전략콘텐츠는 국정이 요동칠 때마다 가차 없이 비판을 가하며 감정을 자극한다. 또한 유 대표의 동선을 장기적 전략스토리로 안내하고, “대전은요?”와 같은 감성스토리도 생산해내야 한다. 스토리텔링의 시대다. 스토리를 소비하는 시대다. 문화에도, 제품에도 스토리를 입히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마음을 짠하게 만들고, 예상치 못한 반전과 역발상이 터져 나오고, 도저히 극복할 수 없어 보이는 난관을 뚫어내거나 몰래한 선행이 알려지는 등의 극적인 요소들이 필요하다. 정치에도 스토리를 입히자. 감정적으로 유혹하는 스토리로, 인간의 얼굴을 가진 현실정책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자.
③ 일몰 형식의 ‘목적별 특별당비’
일전에 펀드레이저(fundraiser)의 필요성에 대해 글을 남긴 적이 있다. 펀드레이저 위원회를 조직하여 재정을 확보하자는 내용이었다. 펀드레이저는 기부가 성사되도록 기획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우리도 펀드운용의 효율성을 키울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십시일반 형식의 펀드로는 시급성과 적정성을 충족시키기 어렵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사회적, 경제적 위치에 올라있는 당원님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단시간에 더 큰 규모의 펀드를 운용할 수 있다.
펀드는 펀드레이저로 충당하고, 십시일반식의 펀드참여는 목적별 특별당비로 전환하자. 정책과 전략 콘텐츠를 생산하고 배포하려면 상당한 자금이 소요된다. 콘텐츠가 생산될 때마다 목적과 예상비용, 결산을 게시하여 특별당비를 걷자. 지금까지의 특별당비는 막연했지만, 목적과 내역을 알리고 자신의 특별당비로 생산된 홍보물을 직접 손에 쥘 수 있으니 만족감도 높을 것이다. 특히 홍보물을 통해 지역인지도를 높여야하는 총선예비후보자들에겐 의무적으로 특별당비를 배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④ 외곽 지원 단체 조직
이번 선거에서 우리는 조직표의 위력을 실감했다. ‘박근혜’는 시 단위로까지 포럼을 뻗어가고 있다. 우리도 ‘포럼’ 형식의 외곽 지원 단체(가칭 참여포럼)를 조직해야한다. 최소한 광역시에 하나 정도는 충분히 조직할 수 있다. 실제로 유 대표의 심정적 지지층 중에서 당이나 시민광장에 가입하지 않은 분들이 많다. 대부분 연세가 높고 사회적, 경제적으로도 안정된 지위를 누리는 분들이지만, 당에 가입하자니 프라이버시를 침해받을 거 같고, 그렇다고 팬 카페에 가입하자니 내키지 않는다고 토로하신다.
이분들이 아무런 터치도 받지 않고 자유로이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참여포럼이다. 또 그것이 직접적인 정당참여보다 그분들의 더 자존감을 높여주는 방식이기도 하다. 수요층이 있다면 마땅히 조직화해야 한다. 포럼 창립과정과 운영방안에 대한 가이드 맵을 제작하여 총선예비후보자들에게 배포하고, 광역시 단위 내의 총선예비후보자들끼리 창립준비위를 구성하여 진행하면 될 것이다.
⑤ 이동당사 운영방안
이동당사는 당 지지율과 유 대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핵심전략이다. 그러나 주마다 1회밖에 운영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각 예비후보지역은 총선까지 1회의 기회도 얻기 벅찬 실정이다. 물론 당선가능성을 최우선 고려한 우선순회방식이겠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이동당사’가 꾸려지면 기대효과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먼저 해당지역의 텃밭을 다진 후에, 이동당사가 꾸려진다는 지역민들의 기대감과 분위기가 무르익은 후에 실행해야 최대효과를 노릴 수 있다. 텃밭은 위에 언급한 정책, 전략 홍보물로 다지면 되겠다.
또한 다양한 프로그램, 복합효과를 낼 수 있는 단일화 원칙에 대한 서명(또는 입법청원) 작업, 간판 브랜드정책을 마련한 후에 스타트를 끊어야한다. 섣불리 진입하면 실패다. 브랜드정책 없는 이동당사는 공소하다. 경청하고 접촉하고 참여시킬 수 있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지니테크’란 말이 있다. Genie와 Technology의 합성어다. 램프의 요정처럼 소비자들의 불편은 물론 희망까지 반영한 보완성 기능제품을 일컫는다. 이동당사도 지니테크가 되어야한다.
그리고 공정한 단일화원칙과 당위근거를 마련하여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킨 후 서명 작업을 병행했으면 싶다. 이대로 간다면 총선단일화에서도 민주당과 민노당 주도로 내놓는 일방적 방식에 또다시 궁색한 처지로 사인을 강요받게 된다. 유 대표의 급부상을 우려하는 야권 내 견제세력의 ‘태업’도 협상테이블에 작용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이것저것 다 떼어주고 ‘협력’이라는 껍데기만 손에 쥘 확률이 높다. 때문에 반쪽짜리 협상으로는 나머지 반을 넘볼 수 없다는 것을 국민의 힘을 앞세워 먼저 제시하고 당위성을 인정받아야한다. 그러자면 우리가 제시하는 원칙이 국민에게 더 실익일 뿐만 아니라, 정치를 개혁하고 정치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가장 적합한 방식이라는 근거를 준비하고 다듬어야한다. 이 부분은 가치 중심에 근거하여 따로 구상한 것이 있으므로 수일 내에 다시 글로 올리겠다.
끝으로 ‘토론대회’ 형식의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미국엔 대학교는 물론 초중고에도 다양한 주제의 ‘Debate League’ 또는 ‘Debate contest’라는 토론대회가 있다. 그리고 학군 대항, 도시 대항, 주 대항 후에 전국토론대회가 개최된다. 심지어 '캘리포니아 토너먼트'와 '하버드 토너먼트'라는 양대 토론리그가 형성되었을 정도다. 토론대회는 아니지만, 얼마 전 슈퍼스타K 시즌3 부산예선에 28만 명이 몰려 3만 명의 1차 합격자가 가려졌다고 한다. 일종의 시대조류인 듯하다.
우리라고 못할 거 없다. 최종우승자에게 총선 비례 1순위를 예약해주고, 대학생 및 일반인(당원 포함)을 대상으로 이동당사가 꾸려지는 지역마다 토론대회를 여는 것이다. 우선 모든 참가자들이 각자 작성한 발표문으로 1차선별 후, 최고위원님들이 심사위원으로, 유 대표님이 사회자로 나서는 예선을 치르고, 각 예선우승자들끼리 토너먼트 형식으로 서울에서 본선을 치르면 된다. 토론주제는 우리가 제시해도 좋고, 각자 준비한 매니페스토 정책토론으로 진행해도 좋겠다. 홍보만 제대로 한다면 흥행몰이로는 그만이다.
유시민 대표님께
어차피 정치는 산 넘어 산입니다. 호랑이는 가죽 때문에 사냥꾼에게 죽고 정치인은 이름이 멍에가 되어 경쟁자에게 정치적 죽임을 당하기도 합니다. 겸손하면 만만하다고 삿대질하고, 당당하면 오만하다고 손가락질하고, 이름이 족쇄가 되기도 하고, 신념이 도그마가 되기도 하니 얼마나 힘드시겠습니까. 위기도 끊임없이 되풀이되겠지요. 저는 위기를 없애진 못하더라도 잘 관리하는 리더를 간구합니다. 위기상황에서는 모두 불안합니다. 불안한 마음을 쓰다듬고, 차가운 이성을 일깨우고, 풀린 손발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리더가 되어주십시오.
요즘은 깃발의 대의에 헌신하는 게 아니라 아이콘에 열광합니다. 비난과 조소에 흔들리지 말고 대표님이 가장 잘해왔고 잘할 수 있는 것, 그 신념을 소신 있게 밀어붙여 시대의 아이콘으로 만드십시오. 중국의 주룽지 총리는 “99개의 관을 준비하라.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내 것으로 준비하라”며 부패척결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대표님도 굽이굽이에서 뒤틀리고 눌리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아이콘이 되어주십시오. 시대를 관통하는 아이콘이 되어주십시오. 신념은 잠시 시대와 불화하더라도 유장한 역사의 강 어디쯤에서 언젠가는 화해하게 됩니다. 멀리 보고 신념을 굽히지 마십시오.
정치인의 몸값은 절대적인 재능의 가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시장처럼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됩니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으면 몸값은 올라가고 그 반대면 내려갑니다. 그러나 신념은 독점적 공급자로서의 지위를 누립니다. 독보적인 신념은 그 사람밖에 공급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대표님은 대선판도를 좌우할 핵심변수입니다. 대표님의 지지율은 대표님만이 제공할 수 있는 상품입니다. 민주당 내 대선주자들 입장에선 대표님이 독점적 공급자인 셈입니다. 그러니 몸값은 점점 올라갈 것입니다. 지금은 그저 느긋하게 즐기시면 됩니다. 그리고 더 이상 몸값이 올라갈 수 없는 쌍방독점의 순간이 왔을 때 냉철히 승부수를 던지면 됩니다. 쌍방독점의 상황에서의 협상 결렬은 양측 모두에게 손해입니다. 그리고 대선 상품엔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상품을 부패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역선택은 불가능합니다. 이때가 진정한 승부의 시간입니다.
머리와 마음이 충돌한다면 마음을 따르십시오. 지금은 훌륭한 경쟁자로서의 지위를 최대한 끌어올릴 시간입니다. 어느 정당이든 거친 풍랑 속에 휩싸이는 시기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패배를 단련하여 다시 일어서곤 했습니다. 미국 민주당과 일본 민주당도 그랬습니다. 미국 민주당은 ‘새로운 방향-2006년을 위한 여섯 가지’ 공약을 앞세워 하원을 접수했고, 일본 민주당은 50년 자민당 독주를 ‘생활정치’로 이겨냈습니다. 우리도 그럴 수 있습니다. 일점일획 명징한 대안과 가치로 일어설 수 있습니다. 대안과 희망조차 내부에 잉태하지 못하는 정치는 실패합니다. 지금은 외부보다 내부를 들여다볼 때입니다. 칼은 칼집에 있을 때 가장 무섭습니다.
당원님들께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지하묘지의 성공회 어느 주교의 묘비에 새겨진 글귀를 소개합니다.
<나는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꿈을 가졌었다. 좀 더 나이가 들고 지혜를 얻었을 때 나는 세상이 변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내 시야를 약간 좁혀 내가 살고 있는 나라를 변화시키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었다. 황혼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마지막 시도로 나와 가장 가까운 내 가족을 변화시키겠다고 마음을 정했다. 그러나 아무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누운 자리에서 나는 문득 깨닫는다. 만일 내가 내 자신을 먼저 변화시켰다면 그것을 보고 내 가족도 변화되었을 것이고, 거기에 용기를 얻어 내 나라를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누가 아는가, 세상까지도 변화되었을지>
지금 여줄가리 말싸움이나 즐길 때가 아닙니다. 마음속 촛불이 적당하면 혁신이 되고, 커지면 혁명이 됩니다. 이익은 잠깐이지만 후회는 평생 갑니다. 그러므로 이익의 방법을 논하기보다 후회하지 않을 방안을 논하는 게 맞습니다. 우리에게는 희망이라는 불치병이 있습니다. 머리는 차갑게, 발은 뜨겁게 합시다. 차가운 이성으로 발바닥에 불나도록 뜁시다.
민주당과의 통합은 해서도 안 되고,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한국 인삼을 중국에 가져다 심는다고 한국 인삼 약효가 나오진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민주당과 우리는 다른 환경에서 다른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건 통합이 아니라 가치연합입니다. 당장의 권력승패도 중요하지만 역사에 무엇을 남기는지도 중요합니다. 있는 사람들은 뭘 해도 되고, 없는 사람들은 아무리 기를 써도 안 되는 세상이라면 그 사회의 미래는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참여당으로 모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피안을 주목하고 그곳에 무사히 착지하는 착지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그들은 나머지 유리창도 깨뜨릴 것이고, 심지어 불을 질러도 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히 헤쳐 나가야합니다. 우리의 능력과 처지를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한계와 약점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합시다. 물론 어렵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놓쳤는지 알면 이미 대단한 발전입니다.
결국 무엇을 걱정하느냐, 그 걱정을 어떻게 배분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국민적 관심과 문제해결 역량을 어디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발전하기도 하고 뒤처지기도 합니다. 소모적 갈등에 매달려 골머리를 썩일 수도 있고, 생산적 대안을 모색하는 데에 에너지를 모을 수도 있습니다. 둘 다 걱정의 총량은 같을지라도 걱정의 질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참게가 참게를 끌어내리는 연합, 그래서 결국은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연합은 더 이상 만들지 말아야겠습니다. 당장 쉬운 것은 미래가 없습니다. 한 발 빠르게, 한 뼘 높이 뛰는 것이 얼치기 정치판에서 살아남는 길입니다. 2012년 4월의 화신풍(花信風)은 우리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