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업은 경건하고 엄숙하여야할 제례예법의 특성상 다른 어떤 업종보다 서비스정신이 강조된다. 특히 고인을 마지막으로 떠나보내는 자리다보니 유족들은 슬픔과 비통함에 젖어 있어 제대로 장례를 치루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점을 노린 바가지 상술은 유족들을 두 번 울리는 경우가 된다. 우리나라가 장례문화가 발달됐음에도 선진장례문화라고 보기 어려운 점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H씨는 지난 14일 오후 12시 10분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어머니의 장례를 치뤘다. 유일한 유가족이던 H씨는 아산병원 장례식장 측 상담직원의 도움을 받아 빈소 없이 다음날 발인하기로 결정하고 절차와 필요한 물품 및 운구차량까지 모두 합의했다.
발인 당일 오전에 모든 비용을 결제했고, 운구차는 ‘서울추모공원’까지 시신 운반 후 화장이 끝날 때 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유가족들을 태우고 아산병원으로 돌아오는 왕복으로 하기로 합의 했으며, 그에 따른 추가비용을 지불하기로 계약했다.
문제의 시작은 여기서 부터였다. 화장터에서 관을 운반할 때 필요한 흰장갑이 6켤레이상 필요하다고 하여 장례비용에 포함해 그 금액을 지불하였으나, 장갑이 지급되지 않은 것이다. 다음날 아산병원 장례식장으로 문의하기 전까지 장례식장에서는 장갑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장례식장 측은 “직원의 실수였다”며 나중에 오면 주겠다는 식으로 응대했다고 밝혔다.
또, 이미 왕복요금을 지불하고 이용한 운구차 기사는 규정이나 관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고인을 화장하며 기다리는 동안과 화장이 끝나고 고인의 유골을 모시고 돌아올때 까지 여섯차례에 걸쳐 점심식사를 못했다며 밥값이나 팁을 달라는 요구를 했으며, 유골을 안고 차에서 내릴때에도 끝까지 “밥 먹으라는 말을 안 하냐”는 등의 비상식적인 언행도 서슴없이 했다고 주장했다.
가장 큰 문제는 장례식장에서 받은 유골함이 불량이었다. H씨는 화장터를 떠나 수습하기 위해 선산으로 갈 때 까지 그 사실을 알 지 못했으며, 유골함 결함으로 유골함을 거꾸로 들고 털어내지 않는 이상 모든 유분을 수습하지 못할 정도의 불량품이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H씨는 장례식장 관계자에게 유골함을 가져가 민원을 제기했고 유골함 업체에서는 “남은 유분을 새 유골함에 옮겨놨고 새 유골함을 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는 돈은 받고도 물품지급을 제대로 하지도 않고, 유가족이 먼저 민원을 제기 후에도 사과나 환급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고 밝혔다.
불량 유골함에 있는 유분을 새 유골함으로 옮길 것에 대한 양해조차 구하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 유분을 어떻게 옮겼는지 H씨는 확인하지 못 했다고 한다. 어떻게 고인의 유분을 그렇게 유가족에게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마음대로 이리저리 처리할 수 있냐며 하소연 했다.
이에 H씨는 장례식장에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아산병원 장례식장 측에서는 운구차비용 20만원과 장갑 값은 환불해 줄 것이고, 유골함은 새것으로 교환해 주는 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H씨는 “무슨 백화점 물건을 교환해 주는 것도 아니고 하나뿐인 어머니를 잃고 마지막가시는 길을 보내드리는 과정에서 죄스러움과 슬픔으로 장례식장 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다시 되 돌리고 싶은 심정이다”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병원에 소속되어 있는 경험 많은 장례식장임을 자랑하면서도 비상식적인 장례서비스를 제공하며 고인과 유가족을 우롱했다”며 억울함을 하소연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