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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03
S#1. #배안
지민의 죽음을 예감한 기서, 표정이 창백하게 굳어져 지민앞으로 다가간다.
무릎을 굽히고 앉아 봄이 어깨에 얹힌 머리를 바로 하고는.....지민을 꼬옥 끌어 안는다.
기서의 어깨에 힘없이 툭 얹혀지는 지민의 머리. 힘없이 툭 떨어지는 지민의 손.
영신과 봄이는 전혀 지민의 죽음을 눈치채지 못한다.
말똥말똥 천진하게 바라보다가......끌어안고 있는 기서와 지민의 모습이 민망해서 서둘러 자기 자리쪽으로 간다.
있는 힘을 다해 참고 있는 기서의 눈에....참아도 참아도 어쩔 수 없이 어리는 눈물.
기서(E) : 뭐가 그렇게 급했냐, 짜식아......안녕.......인사나 하구 가지.
S#2. #수술방
기서 : (뱃속으로 손을 넣어 seeding 여부를 확인한다. 얼굴빛이 점점 어두워지는....
천천히소장을 손에 잡고 배 밖으로 끌어 낸다. 소장 표면에 좁쌀만한 mass들이 수없이 깔려 있다.)
기서 : 아뇨, 안 끝났습니다. 난 아직 안 끝났습니 다.
(메스를 절개 부위에 갖다 대려는데 손이 심하게 떨려 메스를 쥐고 있기도 힘들다)
지민부 : (버럭) 오 선생! 김 선생!! 민 기서 끌어 내!!! (저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 맺히고)
기서, 지민의 뺨에 입맞춤을 하는. (입은 산소 호흡기를 꽂은 상태)
기서 : (E) 안 끝났다구요.....(버럭) 난 아직 안 끝났다구요,,
S#3. #복도 자판기 앞
인턴1 : (울 것 같은) 왜 그래?......뭐하는 짓이야, 형!! 미쳤어요? 제 정신이야?!!!!
S#4. #준호 택시안
기서 : 다신 의사 안합니다!!
준호 : (눈빛이 흔들리는)
기서 :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빛) 안합니다, 다신! 그쪽으론 고개 돌리는 일도 없을 거예요.
S#5. #이노인방
지민의 마지막 체취라도 느끼려는 듯 봄동이를 꼭 끌어 안아보는데.
지민 : (E) 내 실수루 HIV(주: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아이가 있어. 혹시 내가 못만나고 가게되면
형이 대신 얘기좀 해줘. 살아오는 내내 가슴에 두고 마음아파 했다고..
S#6. #사람들 모여 있는 곳 (보람부 있는 곳)
영신,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서 떨고 있는 보람모의 어깨에 덮어준다.
끔찍함에 보람부쪽은 차마 보지도 못하고. (지친 보람모, 영신을 눈물이 그렁해 고맙게 보고)
기서(E) : 남는 글로버 있어요?
사람들, 돌아보면 봄동이를 옆구리에 낀 기서가 서 있다.
영신 : (쓰러졌던 사람이 여긴 웬일인가....깜짝 놀라서 보고)
종수 : (누군가....처음엔 못 알아보는)
봄 : (아낙1의 팔에 싸여 한쪽에 있다가 기서를 보고 역시 놀라고)
기서 : (봄동이를 한쪽으로 던져 놓고 응급 도구 세트에 있는 장갑을 끼고, 종수 옆에 앉는다.
소란과 손을 바꿔 상처를 누르며 소란에게) 베타딘(주: 소독약), Dilution (주:다이루션. 희석) 된 걸로!
소란 :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해서 못 알아듣고) ....네?
기서 : (자기가 응급 상자 거칠게 뒤져 베타딘 찾아서 상처를 눌렀던 손을 떼고 소독약을 병째로 붓는다)
보람부 : 으아아아악!!!!!!!! (죽을 듯 비명을 지르고)
보람부의 비명 소리에 사람들 다시 술렁거리고. “뭐하는 거여, 저거?” “누구여, 저 사람. ”“저러다 사람 죽이겠네.” 등등.
보람모 :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 지르는) 당신 뭐야? 누구야? 뭐하는 사람이야?!!!!
영신 : (자기가 더 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고)
기서 : (끄떡도 않고 소란 보며) 메스!!
S#7. #수술방 (3년전. 플래시백)
응급 환자, 다리에 피를 줄줄 흘리며 누워 있고.
레지던트 1년차(주치의) 기서(얼굴에 피가 묻은), 당황하며 애를 먹고 있다.
기서 : (저도 모르게 낮게) 아버지...
인턴 : (목례하고 뒤로 물러 나고)
준호 : 메스! (간호사가 메스를 건네준다)
준호, 상처를 더 벌리는데, 준호의 얼굴에 피가 튄다.
기서 : (당황한 기색 역력해서) 안 그래도 피가 장난이 아니게 나는데, 이런 상황에서 더 벌리면...(어떡해요?)
S#8. #사람들 모여 있는 곳 (보람부 있는 곳)
기서 : (메스로 상처를 더 크게 연다. 얼굴에 피가 계속 튀지만 굳은 표정으로 아랑곳 않고,
상처 속으로 손을 집어 넣고 혈관 찾는)
박씨 : (하얗게 질려) 저...저 사람이 지금 어쩔려구.....그렇게 더 찢으면 피가 더 나오잖아, 이 사람아!!
보람모 : (경악하며 애가 타서) 이 사람 좀 비키라 그래! 누가 이 사람 좀 치워!! 수철이 아부지! 이 사람 좀 치워주세요!!!
(그러나 사람들, 심각한 상황에 얼어붙은 듯 어찌할 바 모르고)
종수 : (불안하게 기서를 보는데)
기서 : (전혀 표정에 동요 없이 계속 찾다가....뭔가 손으로 잡은 듯) 클램프!!
종수 : (떨리는 손으로 클램프를 기서에게 주고)
영신 : .........
기서 : (손으로 잡고 있던 혈관을 클램프로 잡는다. 따라락~ 클램프 물리는 소리 들리고)
S#9. #수술방 (3년전. 플래시백)
준호 : (대답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상처를 더 벌린 후 손을 안으로 쑤욱 넣는다.) 우웃차....(손으로 혈관을 잡았다)
잡았다......클램프!
간호사 : (준호에게 클램프 주고)
준호 : (그제야 친절하게 설명하는) 동맥이 절단되면 이렇게 근육속으로 들어가 버려서 그냥은 잡기가 어렵지....
(씨익 웃으며 얼굴에 묻은 피를 기서의 어깨(수술복)에 비벼 닦는다)
기서 : (눈빛이 흔들리는......준호에 대해 새삼 다시 느끼는 경외감)
S#10. #사람들 모여 있는 곳 (보람부 있는 곳)
종수 : (떨리는 목소리) 자...잡았어요? Femoral Artery?
기서 : (성공했다는 안도감과 다시는 의사 짓을 않겠다던 결심을 어긴 것에 대한 갈등이 복잡하게 스치는)
종수 : 자...잡았냐구요?!!!!
기서 : (고개를 끄덕이고 예전에 준호가 그랬듯 얼굴에 묻은 피를 종수의 어깨에 닦는)
종수 : (잠깐 당황하다가....그제야 자신감을 찾고 소란에게) 패...패드! 압박 붕대도!
소란 : (멍해 있다가....패드와 압박 붕대를 종수에게 내민다)
종수 : (이젠 자신감 있게 상처에 패드를 대고 압박 붕대를 감는다)
박씨 : 멎었다! 이제 피가 멎은 거 같애!!
기서 : (천천히 뒤로 물러나며 일어서려는데. 긴장이 풀리자 다시 느껴지는 현기증....다시 휘청 주저 앉는다.
얼굴에 식은 땀이 가득하다. 눈 앞이 뿌옇게 흐려지자 떨치려 고개를 젓는다.)
영신 : (그런 기서에게 시선 준 채 걱정스럽게 보고)
기서 : (있는 힘을 다해 몸을 일으켜 자리를 벗어난다.)
영신과 봄이, 소란, 그런 기서에게 시선을 주고. (다른 사람들은 종수가 마무리 처치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물러 나온 기서, 꿋꿋하게 등을 보이고 걸어간다.
영신 :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는)
기서 : (얼마를 그렇게 꿋꿋하게 걷다가 갑자기 휘청하며 쓰러지고 만다.)
영신 : ! (놀라는)
혜정(F) : 미스터민은 섬 생활 잘 적응하고 있나?
S#11. # 마을 길 일각 (노을녘)
석현, 난감한 표정으로 걸어가며 핸드폰 받고 있다.
혜정(F) : 모친이 전활 했는데, 핸드폰을 계속 안 받는대서....속은 안 썩여?
석현 : (서울에도 안 갔나...심난한) 잘 하구 있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회장님.
혜정(F) : 그래, 최석현씨만 믿어.... 그럼 미팅이 좀 있어서...수고 해요. (딸깍 전화 끊는 소리 들리고)
석현, 핸드폰을 닫고 심난한 표정이 되어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석현 : (중얼거리는) 어디 있냐, 대체? ......어딜 간거야, 민기서?!!!
이때, 저 앞으로 사이렌 울리며 응급차가 오고 있다.
S#12. # 영신집 외경(밤)
S#13. #영신 부엌
영신, 소꿉놀이 플라스틱 그릇에 밥과 반찬을 담고 있다. (이 노인이 먹을)
봄이 옆에서 돕고 있다. 과일칼로 반찬 잘게 썰어서 마치 소꿉놀이하듯.
봄 : 그 도둑놈 아저씨도 천사야?
영신 : 누가 천사래?
봄 : 보람이 엄마가....천사래. 그 도둑놈 아저씨가.
영신 :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그 아저씨 때문에 보람이 아빠가 살았잖아.
봄 : 천사가 근데 왜 도둑질을 해? 우리 봄동이.
영신 : ....그거야 뭐.....
봄 : (O.L.) 씨이...뭐 그딴 아저씨가 천사야? 개나 소나 다 천사야?
영신 : 또! 또 못된 말 한다! (봄이 입을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예쁜 천사 입에서 개나 소나가 뭐야?
개 하구 소 입장에선 얼마나 맘 상하는 말인데, 그게...그런 말 덩달이가 들어봐라.
삐져서 다신 너랑은 말두 안 할라 그런다.
봄 : .......(선선히) 잘못했어요.....덩달이한텐 말하지 마, 엄마?......근데 나두 천산데, 그 아저씨두 천사면 어떻게 돼?
영신 : ....뭐....천사가 종류가 많은가 부지.....지구를 봐선 천사가 많은 건 참 좋은 일이야.
(하다가 문득 걱정되어).....많이 아픈가?......깨났을래나, 인제?
S#14. #보건소 진료실
링거액 뚝뚝 떨어지고.
기서, 링거병 꽂고 누워 있다. 멍한 동공으로 천장을 응시하고 있는.
입술은 바짝 마르고, 이마엔 식은 땀이 가득하다.
기서, 멍해 있다가.....시선을 돌린다.....머리 맡에 봄동이가 보인다.
소란(E) : 배트맨 쓰리 이후루 이렇게 가슴 떨려보기 첨이다. 어. 지금 우리 보건소에 있어.
S#15. #보건소내 여자 화장실
소란, 변기에 앉아 용변보며 핸드폰하며 수다 떨고 있다.
소란 : (두근거리는 가슴에 손을 대고) 비주얼두 당근빠따 아트지. 구경하러 오라니까....니가 그 모습을 봤어야 하는데....
(카리스마 넘치는 기서 흉내) 메스으! 클램프! (하는데)
종수(E) : (O.L.) 메스루 상처를 더 찢어서 클램프루 혈관을 잡은 거지!
S#16. #보건소내 남자 화장실 (여자 화장실 옆에 붙은)
종수 : (소란의 전화 신경 쓰며 핸드폰을 한 손으로 가리고) 내가!.....그래, 당신 남편 오종수가!!......
당신이 내 모습을 봤어야 하는데.....그 쏟아지는 존경의 눈초리들, 진짜 봤어야 하는데, 당신이......
끊어진 혈관을 잡는 게 그게 아무나 하는 게 아니거든.
소란(E) : 아무나 하는 게 아니지, 그럼!
S#17. #보건소내 여자 화장실
소란 : 우리 쌤 학교 선배래.....아버지두 의사구, 서울에 대학 병원 레지던트 통틀어 베스트 쓰리에 꼽히는...
(들릴까봐 소리 낮춰) 우리 쌤이 고등학교, 대학교, 인턴, 레지던트 워낙 화려하게 꿀었잖아.....
그 와는 레벨이 다르다니까. (종수쪽 화장실에서 물 내리는 소리 들리고) 어쨋든 선배래....그래. 빨리 와.....
(휴지 뽑으며) 아, 나가서 볼 생각하니까 떨린다......
(다시 떨려오는 가슴에 손을 대며) 아, 떨려서 다이하시겠다, 진짜.
S#18. #화장실 밖 세면대 있는 곳
소란, 가슴 다독거리며 화장실 문 열고 나오는데, 종수, 세면대에서 손 씻고 있다.
종수 : 변비가 영 낫질 않나 봐요?
소란 : (머쓱한 표정 지으며) 선생님은요?
종수 : (머쓱하게 고개 젓고) 순복이 할머니가 주신 홍시를 먹는 게 아니었는데......
칼 퇴근인 분이 왜 안 가구 계세요, 근데?
소란 : ......그....그냥....할 일도 좀 있구.....선생님두 퇴근 하셔야죠. 여긴 제가 지킬테니까 퇴근하세요, 쌤은.
(콤펙트 꺼내 화장 고치고 립스틱도 새로 칠하는데)
종수 : (소란의 마음을 알고) 본인이 남편이 있는 기혼자라는 거....숙지는 하고 계시죠, 언제나?
소란 : (쩝...............)
S#19. #보건소 진료소
종수와 소란, 함께 나오다가 당황한 표정이 된다.
링거 바늘이 이불 위에 얹혀 있고, 진료실 침대에 누웠던 기서의 모습이 없다.
봄동이도 없다.
S#20. #영신 마당
영신 방에 켜진 불빛이 마당으로 새어나오고 있다.
영신 마당으로 들어서는 구둣발....기서다.
기서, 옆구리에 봄동이를 끼고 있다.
영신 방 쪽에서 영신과 봄이, 이 노인의 까르르 웃음소리가 새어나온다.
S#21. #영신방
영신, 이 노인, 봄이 둘러 앉아 저녁 먹고 있다. (이 노인은 소꿉놀이 공기에 담겨진 밥과 반찬 먹고 있다)
티브이에선 코미디 프로 방송 되고 있다.
영신과 봄이 ‘김기사~’ 흉내 내며 까르르 웃고, 이 노인도 생각 없이 흐흐흐 따라 웃는다.
봄 : (이 노인이 티브이에 눈 돌리고 있는 새 잽싸게 포크로 소꿉놀이 공기에 담긴 반찬을 먹으려 하는데)
이노인 : (숟가락으로 능숙하게 봄이의 포크를 막는)
봄 : (이 노인과 시선 마주치고 기 싸움하며 다시 포크를 돌려 반찬 집으려는데)
이노인 : (잽싸게 다시 막아내는)
봄 : (씨이....표정 지으며 다시 포크를 돌려 시도하는데)
영신 : (젓가락으로 봄이의 포크를 탁 치며) 니꺼 먹어 니꺼! 왜 할아버지 껄 뺏어 먹어?
이노인 : (숟가락으로 봄이의 뒤통수를 딱 때리고) 왜 뺏어 먹어? 나쁜 메주야!!
봄 : 씨이...나두 낼부터 소꿉 놀이 공기에 담아줘!
영신 : 니가 애기야?
이노인 : (따라하는) 니가 애기야?
봄 : 할아버지는 뭐 애기야?
영신 : 할아버지는 아프시니까 그렇지. (하는데)
기서(E) : 어이! 꼬마!
봄 : (못 듣고) 나두 아퍼. 나는 옛날에 교통사고도 이따만큼 크게 났잖아.
영신 : (할 말이 없는데)
기서(E) : (더 큰소리로) 꼬마아!!.....보옹!!
봄 : 어? 누가 나 부르는 거 같애, 엄마......(하다가) 보옹? (그건 아닌데 갸웃)
영신 : ?
이노인 : (봄이가 손 못 대게 소꿉놀이 그릇을 한 팔로 가리는)
S#22. #영신 마당
영신과 봄이 각각 손에 젓가락과 포크 쥔 채 나오다 마당에 서 있는 기서보고 어? 하며 놀라는.
기서 : 봉......(부르다가 나오는 두 사람보고 목소리 삼키고)
봄 : 어? 도둑놈 아저씨다.
영신 : (괜한 말 한다고 봄이를 쿡 찌르고) ....몸은 좀 괜찮으세요?
기서 : 네....(무뚝뚝하게 대답하고 봄이에게) 봉! 너 혹시 내 핸드폰 못 봤어?
봄 : (고개 저으며) 아니요. 그리구요 제 이름은 봉이 아니구 봄인데요. 봄 여름 갈 겨울 할때 봄!
영신 : 핸드폰 잃어 버리셨어요? 우리 집에서요?
기서 : (건조하게) 그런 거.....같은데요.
영신 : 못 봤는데......한번 찾아 볼께요.
기서 : (더 할 말 없자 돌아서려다.....다시 봄이 돌아보며) 그리구, 너.....(봄동이 들어보이며) 이거, 팔어!
봄 : (무슨 소린 지 못 알아듣고 벙한)
영신 : (역시 무슨 소린 지 못 알아듣고 벙한 표정)
기서 : (지갑에서 만원 짜리 세 개 꺼내 봄이 손에 쥐어준다)
봄 :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얼떨떨, 어안이 벙벙)
영신 : (역시 얼떨떨.....어안이 벙벙)
기서 : (두 사람의 벙한 표정에) 왜? 모자라?.....(지갑에서 2만원 더 꺼내 총 5만원을 손에 쥐어준다)
봄 : (멍한 표정.....무슨 상황인지를 인지하지 못하는)
영신 : (역시 멍해서...무슨 상황인지를 인지 못하는)
기서 : (두 사람의 멍한 표정에....돈이 적어서 그러는 줄 알고 다시 지갑에서 십만원짜리 수표 꺼내
봄이의 손에 든 오만원과 바꾼다)
봄 : (여전히 벙한)
영신 : (역시 벙한)
기서 : (두 사람 표정 보다가.....더? 아, 이젠 몰라....하는 표정으로 휙 돌아서서 나오는데)
영신(E) : 잠깐만요!
기서 : (걸음 멈추고 돌아보면)
영신 : (봄이 손에 든 10만원 수표 휙 채서 기서 앞으로 와 기서에게 쑥 내민다)
기서 : (삐딱한) 것도 적어요? 그 돈이면 똑 같은 인형 다섯 개는 살 수 있을텐데....얼마를 원해요?
(돈이라도 더 꺼낼 듯 지갑 펼치는데)
영신 : (화내지 않고 담담하게) 우리 아이, 돈 잘 몰라요.
기서 : ?
영신 : (정말 괜찮다는 듯) 그냥 가져가세요. 원래 주인이시라면서요?
기서 : (당황하는....봄이를 보는)
봄 : (그래도 억울하다는듯 봄동이를 애틋하게 보고 있는)
영신 : (미소 띠고) 보람이 아빠도 구해주셨잖아요......아, 그것두 참! 고맙습니다. (봄이에게 너도 인사하라고 눈짓하고)
봄 : (어쩔 수 없이 꾸벅 인사하고) 고맙습니다. 보람이 아빠 살려주셔서.
기서 : (두 사람의 반응에 오히려 당혹스럽고 머쓱한.....돌아서는데....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몇 걸음 더 걸어가다가 걸음 멈추고 돌아보며) 식당을 못 찾아서 그러는데......혹시......밥 팔아요?
S#23. #영신방
기서,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이 노인을 보고 있다.
이 노인, 소꿉놀이 공기에 담긴 밥 먹다가 숟가락 입에 물고 기서를 빤히 바라본다.
봄이는 봄동이 손 잡고 열심히 얘기하고 있다. (한동안 떨어져 있다 만난 남매처럼)
봄 : 덩달이보구 니가 멀리 갔다 그러니까 덩달이가 막 울었다? (덩달이 흉내) 우우 우우.....이렇게 울었어. 진짜야.
덩달이한테 가 볼래?
기서 : (이 노인을 빤히 보다가) 나한테 이상한 거 먹였죠? 뭐 먹인 거예요?
이노인 : (표정 없이 빤히 보는)
봄 : (계속 봄동이와 놀고) 꼬꼬한테두 말하니까 꼬꼬도 꼬꼬꼬꼬꼬....그러구 울었다? 뭐라구? 누나한테 살짝 말해봐.
(서로 귓속말하며 노는 동안)
기서 : 아까 낮에 할아버지가 나 먹으라구 준 거, 거기 뭐 넣었냐구요? 그거 먹구 내가 이상해진 거죠?
이노인 : (빤히 보며 밥만 떠 먹는)
기서 : (위협하듯) 할아버지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요? 그게 얼마나 엄청난 짓인지.... 알아요?
이노인 : (여전히 빤히 보며 밥만 먹고)
기서 : (웃음기 없이 굳은 표정으로) 살인 미수거든요, 그거?!!
이노인 : ........(보는)
기서 : 경찰에 신고하면 할아버진 잡혀가! 경찰 알죠? (권총 쏘는 모션 살벌하게 하며) 폴리스! 순경! 순사!
이노인 : (숟가락을 입에 문채.....기가 푹 죽어 고개와 시선, 푹 떨구는데)
이때, 방문 열리고, 영신, 개다리소반에 밥상을 차려들고 들어온다. (된장찌개와 계란 후라이 반찬 두 세개 정갈하게 놓인)
영신 :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드세요. (상을 놓고 의아하게 이 노인을 보는) 왜 그래요, 미스타리?
이노인 : (마치 포즈 상태처럼 숟가락을 입에 문채 그대로......)
기서 : (차려진 반찬을 못마땅하게 보다가....전혀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는 듯 밥을 깨작깨작 먹다가....
어? 밥과 반찬이 상당히 맛있다)
영신 : 무슨 일인데요오? (하며 의아한 표정으로 이 노인을 살피지만)
이노인 : (꿈쩍도 않고 시선 푹 떨군 채)
기서 : (시침 떼고 계속 밥 먹는데)
이때, 전화벨 울리고....봄이 얼른 일어나서 전화를 받는다.
봄 : 네. 봄이네 집입니다.......어, 태창아.....응....(걱정스럽게) 응....응.....용주 오빠두?....(약간 힘 빠져서) 알았어.
(수화기 내려 놓고 영신 보며) 엄마! 태창인데 보람이가 계속 잠두 안 자구 엄마 아빠 찾으면서 운다구
와서 좀 위로해주래.
영신 : 그래애?....많이 놀래서 그렇구나. 갔다 와. 엄마가 데려다 줘?
봄 : 아니.......용주 오빠두 갈거구...(기서 눈치 슬쩍 살피며) 봄동이 데꾸 가면 돼......(기서에게) 봄동이 좀 빌려가두 돼요?
기서 : (대꾸 않고 밥 우걱 우걱 먹는)
봄 : (기서 눈치 계속 살피며 슬슬 일어서 봄동이 손 끌고 밖으로 조심조심 나가며) 봄동이가요
누나가 없으면 막 시끄럽게 울어요......100초만 빌려 가야지.....다녀오겠습니다. (하고는 얼른 밖으로 나가버린다)
기서 : .......(밥만 먹고 있는)
영신 : (봄이와 기서 보다가 다시 이 노인 달래며)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화 풀구 식사하세요, 미스타리...
영신이가 낼 초코파이 백 개 사줄께요. (하는데)
이노인 : (갑자기 입에 물고 있던 숟가락을 빼더니 기서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딱! 때린다)
기서 : (머금었던 밥이 튀어나오고....)
영신 : (놀라는) 할아버지!
이노인 : 니네 집에 가! 나쁜 놈아!! (하더니 방 문 열고 나가 버린다)
기서 : (대꾸할 말도 차마 안 나오고....황당하고 기가 막힌데)
영신 : 어뜩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할아버지가 지금 많이 아프셔 가지구....죄송합니다.
(하며 “할아버지” 부르며 밖으로 나간다)
기서 : (기분이 확 상해 표정이 있는대로 일그러지는데) 씨이.......
S#24. #이노인방
이노인, 방으로 들어오더니 벽을 향해 등을 돌리고 눕는다.
영신, “할아버지!” 부르며 따라 들어오다가 이 노인 모습보고 푸후.....깊은 한숨 내뱉는.
S#25. #영신마당
표정이 굳은 기서, 외투 챙겨 입고 신발 신고 있는데.
영신, 이 노인 방에서 나와 얼른 기서에게 온다.
영신 : (당황하며) 왜 벌써 가세요? 누룽지도 끓이구 있는데, 식사 더 하시구.....(하는데)
기서 : (O.L. 무뚝뚝) 근처에 호텔.......모텔이나 민박 같은거 없어요?
영신 : 근처엔 없는데......주무실 데 찾으세요?
기서 : (신발 다 신고) 밥 값은 상 밑에 뒀어요. (돌아서려는데)
영신 : 저희 집에 빈 방 있는데.
기서 : (돌아보는)
영신 : 거기서 주무세요, 그럼..밤두 늦었는데....방값은 안 주셔도 돼요.
기서 : (쌀쌀하게) 아뇨. 됐습니다. (몸을 돌려 가려는데)
영신 : 아픈 사람 많이 보셨을 거 아녜요!
기서 : (발길이 멈칫 멎는데)
영신 : 의사 선생님이니까.........예전엔 안 그러셨어요, 우리 할아버지.
기서 : .........
영신 : 아프기 전엔 되게 되게 따뜻하고 좋은 분이셨어요.
기서 : .........(돌아보는)
영신 : 누구한테 나쁜 소리 한번 한 적 없구, 집에 오신 손님 한텐 밥 한끼라도 따뜻하게 먹여서 보내야 되구.....
그러던 분이셨어요. 우리 할아버지.
기서 : .........
S#26. #두섭 모텔앞
석현, 두섭 모텔(네온사인 조명도 대부분 떨어져 나가고 낡고 조악한 여인숙급에 가까운 모텔이다) 앞에
두섭과 함께 서 있다. 기서를 찾으러 왔다.
두섭 : (고개 저으며) 그런 사람은....온 적 없는데요.
석현 : 혹시 오면....나한테 전화 좀 해달라구....아니, 니가 직접 나한테 전화 좀 해줄래? (난감한 표정)
S#27. #다른 모텔앞
석현, 한 아주머니 앞에 서 있다.
아주머니, 기서가 안 왔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석현, 다시 난감해지는......
S#28. #마을길 술집앞
석현, 기서에게 핸드폰을 하며 털레털레 걸어온다.
핸드폰이 꺼져 있다는 안내음 들리고.
석현, 핸드폰을 신경질적으로 탁 닫다가 문득 발걸음을 멈춘다.
이젠 폐가가 된 술집이 보인다. 추억이 묻어 있는 곳이다.
벽 한쪽에 석현과 친구들의 이름이 아직 낙서로 희미하게 남아 있다.
‘석현이랑 영신이랑 어찌어찌했대요... ’ 낙서도 있고.
석현, 잠깐 시선을 주었다가....발걸음 옮겨가는데.
석현(E) : 그래애! 이영신!! 걔가 날 어마무지 사모했다니까!!
S#29. # 술집-현재 폐가가 된 그 술집 (8년전, 겨울. 플래시백)
유리창에 김이 뿌옇게 서려 있고.
뿔테 안경 쓴 대학생 석현, 친구 다섯 명과 둘러 앉아 술 마시고 있다. 모두 거나하게 취했다.
석현 :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가면 몰래 쫓아 나와서 지켜보구, 내가 말이라두 걸면 얼굴이 벌개져서 말두 더듬거리구......
일기장두 몰래 훔쳐봤는데....진짜 내 이름밖에 없더라?
석현이가 나를 보고 웃어줬다. 석현이가 내 이름을 불러줬다. 나중에 커서 석현이랑 결혼하고 싶다.
그래서, 석현이 닮은 아기를 낳고 싶다.
친구1 : 다 롱롱타임 어고우 철없던 시절 이야기담마.....지금은 영신이 쫓아 다니는 킹카 놈들이 얼마나 많은데?
우리 섬에서 인물 하난 먹어주잖아, 걔가.
석현 : 내기 하까?
친구2 : 내기?
석현 : 영신이한테 아직두 내가 로망인지 아닌지.
친구1 : 좋다, 임마! 근데, 어떻게?
석현 : (막걸리 들어 쫙 비우고 놓으며) 입대 기념으루 영신이 한번 자빠뜨려 볼라구.
친구2 : 뭐어?
석현 : (지갑을 열어 카드 꺼내 탁 놓으며) 한도가 500이거든? 내가 못하면 이걸루 니들 술을 사주구,
내가 하면 니들이 돈을 모아 나한테 술을 사구!... 그럼! 작업하러 간다, 엉아는!
(V자 그리며 술 기운에 약간 휘청하다 밖으로 걸어나오는)
S#30. #석현집 앞길
석현,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털레털레 걸어온다. 입가에 씁쓸한 웃음이 흐른다.
생각에 젖어서 오던 석현, 무언가 발견하고 걸음을 멈춘다.
석현집 대문 앞에 봄동이를 업은 봄이, 초인종을 누를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
석현 : (봄이를 알아보고 당황하는데)
봄 : (문득 고개 돌리다 석현을 발견한다. 알아보고 환하게 웃으며) 어? 용주 오빠 삼촌이다.....안녕하세요?
석현 : ....어....안녕. (많이 당황했다)
봄 : 용주 오빠 뭐해요?
석현 : ...어....공부하구 있던데?
봄 : 저 지금 보람이 위로해줄라구 가는데요. 보람이가 용주오빠두 꼭 데꾸 오래가지구요.
석현 : ........으응.......용주, 불러주까?
봄 : 네.
석현 : 잠깐만...(대문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다) 추운데 안에 들어가서 기다릴래?
봄 : (잠깐 망설이다가 고개 저으며) 아니요. 용주오빠 할머니가요, 저 대따 싫어하셔서 안돼요.
석현 : ...........(마음 아프고)
봄 : 갔다 오세요. 봄동이랑 같이 기다리면 돼요.
석현 : .......(마음 한켠이 쓰리다.....대문 열고 들어가려다 다시 봄이를 돌아보는데)
봄 : 우리 봄동이 자?....누나가 재워주까?......자장......자장.....
석현 : (그런 봄이를 쓰리게 보는.....표정)
S#31. #영신집 아랫채방 (오래 비워 두었던 조악한 방)
영신, 걸레로 방을 훔치고 있다. 기서, 팔짱 끼고 서서 구경하고 있고.
영신 : 불 넣었으니까 금방 따뜻해 질거예요.
기서 : (조악한 방을 못마땅한 듯 휘 보는)
영신 : (방 닦으며) 푸른도엔 어떻게 오신 거예요? 우리 봄동이 가질러 일부러 오신 거예요?
애인 분이 잘 못 줬다구 다시 갖구 오래요?
기서 : (대답 않고) 근처에 다른 숙손 정말 없어요?
영신 : 네.......(하다가) .아, 한 10킬로쯤 떨어진 데 쪼그만 모텔이 있긴 있는데...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나 갖구.....
거기라도 가실래요, 그럼?
기서 : (잠깐 표정없이 듣다가.....발로 바닥을 툭툭 차며) 여기, 여기가 먼지가 많은 거 같은데...여기 좀 박박 닦아요.
영신 : 네...(하며 열심히 걸레 훔치고)
기서 : (다시 발짓으로 가리키며) 여기두.
영신 : 예에. (하며 걸레 다시 열심히 훔치고)
기서 : (천장을 휘 둘러보며) 쥐 같은 건 없죠?
영신 : 있는데.
기서 : (그 말에 자기도 모르는 새 움찔)
영신 : (천진하게) 있어요. 천장 안에......밖으로는 잘 안 나오니까 걱정 마세요. 쥐, 무서워 하세요?
기서 : 아뇨! ( 단호하게 말하지만, 저도 모르게 마른 침 꿀꺽)
영신 : (기서가 겁을 먹고 있다는 걸 알아채고 장난치는) 우리 집 쥐가 밖으로는 잘 안 나오는데요.....저기! 저기 나왔다!!
기서 : (뻣뻣하게 굳어 있는)
영신 : 큭큭큭......장난인데.. (갤갤갤 웃는다)
기서 : (뭐 이딴......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다)
영신 : (갤갤갤 아이처럼 웃다가 기서를 보는데)
기서 : (싸늘한 표정으로 영신을 보고 있는)
영신 : (뚝 웃음 멈추고.....무안한 표정 되어 고개 숙이고 걸레질 열심히 하는)
S#32. #(푸른도) 석현 집 주방
석현 기서에게 계속 전화하며 방에서 나온다.
석현모 주방에서 음식 만들며 노래 부르는데...
석현모 : 어어.. 어여 앉아. 심심이 집에 보내고 애미가 직접 그거 다한거여.
석현 : (놀라) 아니 이걸 저 혼자 다 먹으라구요?
석현모 : 아이.. 그거 먹다 먹다 못먹으면 애미가 먹을테니깐 어여 앉아.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메시지 들리면 석현 전화 끊으며 앉는다
석현모 : 아니 그 서울에서 오신 그 손님은 아직도 전화를 안받어?
석현 : 네..
석현모 : 으이그.. 먹을복이 없는 놈인가부네 그놈두... 어이구 저 얼굴 상한것 좀 보게
이왕 내려온거 몸보신이나 실컷 시켜서 보내야 겠어. 내새끼..
석현 : ... 같이 드세요..
석현모 : 아이.. 먼저 먹으라니깐.. 쌩까.. 우리 용주가 흔히 쓰는 말로 쌩까라구!
석현 : !!!
석현모 : 영신이하고 영신이 딸 혹시 길가다 눈이 마주쳐도 무시하고 눈길도 주지 말고
괜히 가엽다 불쌍타 틈을 주면 안되. 그것들은..
석현, 석현모의 얘기를 들으며 문앞에서 만난 봄이가 생각난다.
봄 : (E)(잠깐 망설이다가 고개 저으며) 용주오빠 할머니가요, 저 대따 싫어하셔서 안돼요.
갔다 오세요. 봄동이랑 같이 기다리면 돼요.
석현, 봄이가 생각 나자 일어서며
석현모 : 영신이딸 부추전 그게.. 지 애밀 닮아갖고 작정하고 달려들면 여러사람 혼을 빼는애야.
조그만게 되바라지긴 했지만 어찌나 앙증맞고 영악하고 영리한지.. 아이구.. 저런 손녀 있었음 좋겠다..
저런 딸하나 있었음 좋겠다.. 저 건너 섬에 사는 사람들까지 탐내는 사람이 한두 사람이 아니고..
어이구!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야.. (뒤돌며 석현에게 다가가) 어구구구.. 왜 일어서있어 안먹고!
석현 : 같이 온 사람 한번 더 찾아 볼께요.
석현모 : 아니 핸드폰 안받는다며!
석현 : 한번 더 돌아보고 올께요. (나가는데)
석현모 : (뒤에다 대고) 아니 그럼 얘 석현아! 회라도 몇점 뜨고 가~ 회가 자연산이야~
S#33. #보람방 안
봄이와 태창, 보람이 앞에서 춤추며 노래 부르고 있다.
보람이 깔깔거리며 좋아하며 웃고 있고, 용주, 옆에서 밤을 까서 보람이에게 주고.....보람이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고.
봄이 노래하다가 그런 보람과 용주의 모습이 못내 가슴 쓰리고.
어쨌든 아이들, 보람이를 열심히 위로하고 있다. (한쪽에 봄동이 놓여 있고)
S#34. #보람 마당
석현, 천천히 보람집 마당으로 와 선다.
안에서 봄이와 아이들의 웃음 소리 연신 터져 나온다.
창호지 문으로 놀고 있는 아이들 모습이 그대로 비친다.
아이들 중 유독 봄이의 실루엣이....석현의 시선속으로 깊이 들어온다.
석현 : .............
S#35. #영신 마당
영신, 빨래를 걷고 있다가.....기서가 있는 아래채 방으로 시선 돌리는.
S#36. #아래채 방
빨간색 꼬마등이 켜진 방.
안대를 한 기서, 이불을 펴고 팔베개하고 누워 있다.
잠이 안 오는지 벌떡 일어나 앉으며 안대를 벗는다.
겉옷 주머니에서 약통(수면제가 든)을 꺼낸다.
다섯 알 정도의 수면제 꺼내 입에 털어 넣으려다 뱉어내고 벌떡 일어나서 방 문을 연다.
S#37. #영신 마당
기서, 방문 열고 빨래 걷고 있는 영신에게 말하는.
기서 : 술, 있어요?
영신 : ......술,요?
기서 : 잠이 안 와서 그런데......근처에 가게 같은 거 없어요?
영신 : 문 닫았을텐데......아, 과일주 담근 건 있는데......그거라도 드릴까요?
S#38. #아래채방
기서, 과일주를 통째로 놓고 컵으로 떠서 단숨에 원샷으로 비운다.
과일주통, 반쯤 비었다. 기서, 정신은 오히려 더 말짱해지는 느낌이다.
기서, 과일주를 아예 통째로 들어 꿀꺽꿀꺽 들이키고 놓는다.
기서 : (벌렁 바닥으로 드러누우며 중얼거리는) ...........인제 좀 자께.......나 줌 자께.....나줌 자게 해주라, 지민아.......
(눈을 감았다가.....잠에 빠지는듯 하다가....번쩍 눈을 뜨는........어떡해도 멀쩡해지는 정신.....미치겠다...
이불을 얼굴 위로 덮어버리는)
S#39. #이노인방
코까지 드렁드렁 골며 곤하게 잠든 이 노인.
영신, 정성스레 이불을 다독여 덮어주고, 베게도 편하게 바로 베게해준다.
불을 끄고, 조명등 (천장에 야광 별이 흐르게)을 켜다가 문득 생각난 듯.
영신 : 참! 우리 봄!..........정신이 없어서 딸내미 없어진 것도 몰랐네.......엄마두 아냐, 이 영 신!
(자책하며 자기 머리를 꽁 쥐어박는)
S#40. #마을 길
외투를 대충 걸친 영신, 부지런히 종종 걸음을 쳐서 걸어가고 있다.
석현(E) : 영신아!
영신,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쪽으로 시선 돌리다 표정 굳어지며 걸음 멈추는.
저 앞으로 잠든 봄이를 업은 석현, 걸어오고 있다.
영신 : (당혹스런)
석현 : (영신 앞으로 걸어오며) 용주 데리러 갔다가 봄이가 잠들었길래....
영신 : .....어......고마워.......이리 줘.
석현 : 업어다 주께. 집까지.
영신 : 괜찮아. 내가 업구 가면 돼.
석현 : 생각보다 무겁더라, 애가.....니가 업기 힘들어.
영신 : 아무리 지 새끼 하나 못 업겠어?.....나 얘 엄마야!
석현 : (그 말에 더 이상 대꾸 못하고 영신에게 봄이를 업혀주는)
봄 : (으응....하며 약간 찡얼거리고)
영신 : 봄아....엄마야.....괜찮아.
석현 : (봄이 업혀 주며 툭) 애 아빠는?
영신 : (흠칫 보는)
석현 : 봄이 아빠는 어떤 사람이야?
영신 : (보다가) ......천사.
석현 : ?
영신 :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천사야. 우리 봄이 아빤.
석현 : ..........
영신 : 가께. (돌아서 간다)
석현 : ...........
S#41. #일각 논두렁 길
영신, 봄이를 힘겹게 업고 간다. 다리가 후들후들 사정없이 떨려와 한 걸음 한걸음 떼기가 힘들다.
자꾸만 아래로 미끄러지려는 봄이를 들춰 업으며....간신히 걸어가다가....발걸음을 잘못 디디며 어어....휘청하며
그대로 두렁으로 철퍼덕 엎어지고 만다. 비명도 채 못지르는.
S#42. #마을 길(영신과 만났던 곳)
영신의 모습이 없어진 후에도 한참 동안 붙박힌 듯 서있던 석현, 천천히 발걸음 돌려 돌아선다.
(E) : ‘으아앙’ 봄이의 울음 소리.
영신(E) : 미안해. 미안해, 봄아.
S#43. #논두렁 길
얼굴에 생채기가 난 영신(뻘도 묻히고), 우는 봄이를 꼭 끌어안고 다독이며 달랜다.
영신 : (눈물을 꾹 참고) 미안해. 미안해. 봄아.......
봄 : 아아아앙.
영신 : 미안해...미안해......엄마가 진짜 진짜 미안해, 우리딸.......미안해.......
S#44. #영신집 아래채방
이불로 얼굴을 푹 덮은 기서, 누워 있다.
과일주통은 어느새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기서 : (이불 안에서 목소리만 들리는) 백 세 마리. 백 네 마리. 백 다섯...백 일곱...아니 백 여섯...백 여덟....
(하더니 이불 확 젖히며 벌떡 일어나 앉는다. 얼굴 부 비며 괴로운)
S#45. #영신방
영신, 봄이 옷을 벗겨놓고 샅샅히 상처가 났나 살펴 보고 있다. (봄이는 팬티와 런닝만 입은 상태)
봄 : (어느 새 씩씩해진) 괜찮아. 엄마. 상처 하나도 안 났어.
영신 : 그래두 어디 봐.....피나는 데 없어? 따갑구 아픈데 없어?
봄 : 없어. 내복 입을래.
영신 : 잠깐만.....다시 한번만 더 보구......(열심히 보며, 눈가가 벌개져서...절대로 울지는 않는) 무슨 엄마가 이러냐, 난?
뭐 이딴 엄마가 다 있냐, 진짜?
봄 : (영신 얼굴에 난 상처를 후 불어준다)
영신 : !
봄 : 엄마 얼굴에 상처 났다. 여기 피 나, 엄마.
영신 : (아무렇지도 않게 스윽 손으로 닦으며) 괜찮아. 엄만 괜찮아.....춥지? (봄이에게 내복 입히며)
아프면 아프다구 엄마한테 꼭 말해줘야 돼. 그래야 착한 딸이야.
봄 : (고개 끄덕이며) 응..... 졸려....(하며 영신의 무릎을 베고 눕는다) 엄마. 자장가 불러 줘. 애기 때처럼.
영신 : 그래. 우리 애기....엄마가 자장가 불러주께.
S#46. #영신집 아래채방
기서, 방바닥에 대자로 엎드려 있다. 영신방 쪽에서 자장가 아련하게 들려온다.
영신(E) :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클레멘타인 부르는)
기서 : .......(고개 돌린채.....).....가지가지 한다......
(한심한 표정 짓다가......점점 표정 풀리며.......저도 모르게 자장가를 듣고 있는)
S#47. #영신방
영신, 봄이를 토닥여주며 노래 부른다.
봄이, 눈을 감았다 떴다 꾸무럭거리며....점점 눈꺼풀이 무거워 진다.
영신 :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S#48. #석현방
안온한 조명등 켜진 방.
석현도 침대에 누웠지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심난한......
영신(E) : 늙은 애비 혼자 두고 영영 어디 갔느냐......
S#49. #영신집 아래채방
기서, 어느 새 곤한 잠에 떨어져 있다.
영신(E) : 늙은 애비 혼자 두고 영영 어디 갔느냐.............
F.O.
S#50. #푸른도 전경
두섭모 허리에 이노인과 연결끈해서 노래부르며 걸어온다.
걸음을 멈추고 이노인을 보며
두섭모 : 이렇게 나오니깐 어떠세요. 기분이 되~게 좋으시죠?
이노인 : 네. 아주 좋아요. 미스 송씨~
다시 걸어가며
S#51. 영신 아래채방
아침 햇살이 스며들어 곤히 잠든 기서의 얼굴을 비춘다.
기서 : (편안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는데)
바깥 마당에서 웅성이는 사람들의 소리 들린다. 음매애....하고 우는 소 울음도 들리고.
‘근데 왜 아직 안 일어나? 해 뜬 지가 언젠데?’ ‘서울 사람들은 원래 좀 늦게 일어난 대.’
‘그렇게 일어나서 어떻게 밥을 벌어먹구 살어?’ 등등.
기서 : (천천히.....힘겹게 눈꺼풀을 밀어 올렸다...내렸다.....)
S#52. #영신 마당
마당에 박씨를 비롯한 열명 정도의 마을 사람들 웅성이며 서 있다.
소를 끌고 온 노인도 있고. 아픈 할머니를 업고 온 40대 남자도 있고. 엄마와 함께 온 7살 아이도 있고.
영신, 봄이와 함께 커다란 쟁반엔 따뜻한 차 끓여 들고 나온다.
영신 : 추운데 차 좀 드세요.....안으루 들어가서 기다리면 좋은데....(사람들 “고마워”하며 차 한잔씩 가져가고)
영식이 아버지! 할머니 저희 방에 일단 좀 눕히세요.
남자 : 아니야. 괜찮아...(박씨보고) 저 방에 계신 분이 그렇게 대단한 분이야, 정말?
박씨 : 돌팔이 말이 천재래. 서울서도 저 선생한테 진료 한번 받을라구 환자가 끝도 없이 줄을 서고.....
내가 눈으로 직접 봤잖아! 우리 돌팔이하군 차원이 다르다니까!! 영신아! 너두 봤지?
영신 : (동의한다는 듯 고개 끄덕이는데)
이때, 아래채방 문 벌컥 열리며 기서의 모습 드러난다.
기서, 잠에서 덜 깬 표정으로 마당에 모여선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보는데.
사람들, 누구랄 것도 없이 “선생님!” 부르며 반갑게 꾸벅 인사한다.
기서 : (뭐야? 어안이 벙벙한데)
봄 : 아저씨한테 치료 받을라구 아까아까부터 기다리셨어요.
기서 : ?
영신 : 저희 동네 분들이신데요. 어제 보람이 아빠 치료해주신 거 소문이 나 가지구....
여기 영식이 할머닌 보름 전부터 입맛이 떨어지시구 명치 끝이 자꾸 아프시다 그러구요...박씨 아저씨는.....
박씨 : (O.L.) 그건 직접 선생님께 일대 일루 말씀 드리겠습니다.
기서 : (어이가 없고)
영신 : 여기 순영이 어머닌 오십견이 와가지구 잠도 제대로 못주무시구....
(소를 몰고 온 노인 가리키며) 현덕이 할아버지는....
노인 : (O.L.) 내가 고장이 난 게 아니구! 우리 집 소가 어제부터 여물만 먹으면 자꾸 뱉어 내구,
사흘 전부터 콧구멍에서 피 고름이 나오구....(하는데)
기서 : (O.L. 싸늘하게) 가축 병원으로 가셔야죠, 그럼!!...(사람들을 향해) 몸이 아프면 병원으로 가세요! 병원, 몰라요!!
(휙 돌아서며 방문 닫으려는데)
영신 : 병원 가는 걸 몰라서 오신 게 아니구요, 유명한 의사 선생님이라니까 진료라도 좀 받아 볼려구...(하는데)
기서 : (O.L.) 누가 의산데요?!!
영신 : (천진하게 손가락으로 기서를 가리키며) 의사 선생님이시잖아요.
기서 : 나, 의사 아녜요!!!
영신 : 에에이.....우리 보건소 선생님두 그러셨는데.....(하는데)
기서 : (버럭 O.L.) 의사 아니라잖아!! 누가 의사야!! 내가 의산 거 당신이 봤어?!!!
영신 : (당황하며 놀라고)
봄 : (역시 눈이 동그래지며 놀라고)
사람들 : (놀라고. 7살 아이는 우와앙 울음을 터뜨리며 울고)
기서 : 나 의사 아니니까, 여기 이 사람들 당장 내 눈 앞에서 치워! 치워, 당장!!!
영신 : (당황해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하는데)
당황하고 놀란 사람들, ‘가자...가자.’ 슬금슬금 피해서 마당을 떠난다.
영신 : (사람들 보며) 아니.....저기.....잠깐만....(당황해 잡지도 못하는데)
봄 : 지은아...울지 마.....(하며 우는 아이를 따라 가고)
기서 : (문을 거칠게 쾅 닫고 방 안으로 들어 가 버린다)
영신 : (당황하고, 기가 막힌 표정으로 기서의 방문을 보는데)
S#53. #아래채방
기서, 벌렁 이불 위로 눕는다. 표정은 서늘하게 굳었다.
잠시 후, 문 벌컥 열리고 영신의 모습 나타난다. 영신의 표정도 서늘하다.
기서 : (영신을 서늘하게 보는데)
영신 : 치운다는 말은 물건을 치운다, 눈을 치운다, 그럴 때 쓰는 말이예요.
기서 : .......(뭐야? 표정 일그러지고)
영신 : 사람한테는 절대 쓸 수도 없고, 써서도 안되는 말이예요! 학교에서 그런 거 안 가르쳐줬어요?
기서 : (벌떡 일어나 앉는다. 기가 막힌)
영신 : 우리 봄이두 아는데.....안 배웠어요, 학교에서?
기서 : (O.L.) 이봐요, 아줌마!
영신 : (O.L.) 아저씨, 어머니 같구, 아버지 같구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분들이시잖아요!
진료 해주기 싫음 못하겠다 그럼 되지, 말을 그 따위루 밖에 못해요? 우리 영우나 봄이가 그랬음
내일 아침까지 패구 점심때 세대 더 팼다!
기서 : (더 이상 대꾸도 하기 싫다. 일어나서 외투 챙겨서 나가려고 방문 쪽으로 나가다
가로 막고 선 영신과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고 영신을 휙 밀쳐버린다)
영신 : ........(어어...넘어질 뻔하며 밀려나는)
S#54. #영신집 앞 일각
기서,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 걸어 나온다.
저 앞으로 봄이 오고 있다. 봄이 기서를 밉게 노려보는데, 기서, 봄이 무시하고 그대로 가 버린다.
봄이 어리둥절하고.
S#55. #푸른도 일각
두섭 모와 이노인 앉아있다.
두섭모 도시락을 펼치고 막걸리 한잔을 이노인에게 건네주며
두섭모 : 자 한잔 쭈욱 드세요 오빠
이노인 : 고맙습니다. 미스송씨
이노인 막걸리를 들이킨다. 고추를 쌈장에 찍어 이노인에게 건내며
두섭모 : 자! 안주 오빠.
이노인 : (고추를 먹으며) 고맙습니다. 미스송씨
두섭모 : 아이고.. 어쩌면 저렇게 잘나고 잘나셨을까
이노인 : (고추가 매운지 하악하악)
두섭모 : 왜요. 매워요? 자 그럼 밥 한숟갈 드세요. (이노인에게 밥 한숟갈 먹이고)
아이고.. 먹는 모습도 어쩜 저렇게 잘나고 잘나셨을까. (막걸리 한모금 마신다.)
이노인 소매로 두섭모 입 주변을 닦아주고 고추를 건내며
이노인 : 먹어요. 미스송씨
두섭모 : 오빠가 다행히 치매에 걸려서 이제야 내가 고백을 하는데요 오빠가 이 섬에 영신이 할머니한테 장가올때
제가 16살이였어요. 그때 혼인이를 돌보러 왔다가 오빠를 처음 본 순간 얼마나 가슴이 설레고 답답한지
이 가슴이 설레고 설레고 또 설레고...
이노인 : 쪼꼬파이 줄까요. 미스송씨
두섭모 : 내가 남의 새신랑에게 이러면 안되는데 달을 붙잡고 별을 붙잡고 울고 울고 또 울었는지...
이노인 두리번 거리면 두섭모 노래 부르기 시작한다.
이노인 초코 파이 한입 먹으며 노래를 듣는다.
(시간경과)
두섭모 취해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이노인 두섭모가 졸 때마다 “안녕하세요”를 외친다. 이노인 일어서며
이노인 : 오줌 좀 누고 올께요. 안녕히 계세요.
S#56. #마을 길
털레털레 정처 없이 걸어가던 기서, 문득 걸음을 멈춘다.
이노인 갈대 밭에서 노상방뇨를 하다가 기서를 발견하곤 방긋 웃는다.
이노인 : 형..
기서 몇 걸음 다른데로 가서 바지를 내리고 노상방뇨를 하는데 뒤에서 이노인이 툭치며
이노인 : 형.. 오줌싸??
기서 이러지도 못하고 중간에 끊는데
이노인 : 빨리싸요 형. 왜 안싸요. 형..
기서 : 할어버지 땜에 놀래서 멈춰버렸잖아. 그 정신으로 어딜 싸돌아 다녀요!
그 기집앤 정신나간 노친네 팽게치고 어디서 뭘하고 있는데!
이노인 자르며
이노인 : 또 못된말 한다. 또!! 너 열시 넘으면 인터넷도 하지말고 텔레비전도 보지 말어! 이 메주 똥개 바보야
기서 어이없이 이노인 쳐다보다 갈대 밭을 나가고 이노인 기서 따라가며
이노인 : 형.. 어디가.. 오줌싸 형!! 오줌싸!!!
기서 : 아! 다 들어갔어요!! 나가요 좀!! 가!! 좀!! 에이씨~!
이노인 : 오줌싸라 형!!!! 오줌 싸 형!! 형!! 오줌싸!!!! 오줌싸라 형!!!
길가는 아낙들 이노인을 발견하며 인사하고
이노인 : (버럭) 오줌싸 형!!!
기서 창피해서 도망가고 이노인 계속 기서를 쫓아가며 오줌싸라고 외치고
기서가 달리면 이노인 죽을 힘을 다해 기서에게 오줌 싸라고 소리치며 쫓아간다
기서 정신없이 달려가다 뒤를 돌아보니 이노인 보이지 않자 놀라고
다시 보니 이노인 바닥에 쓰러져 있다.
기서 이노인에게 다가가 일어나라고 해도 일어나지 않자 이노인을 일으켜준다.
기서 : (이노인의 옷에 뭍은 흙먼지를 털어주며) 아.. 미치겠네 진짜.. 이리봐요!!
이노인 : 오줌싸요! 형!
기서 : (버럭) 쌀께요! 쌀께!!!! 내 오줌 내가 알아서 쌀테니깐 할아버지 집에나 가요 좀!
이노인 : (기서에게 꾸뻑 인사하며) 네.. 형..
기서 뒤돌아 가다
이노인 : 형!
기서 : (다시 뒤돌아 보며) 왜요! 왜요 또!!!
이노인 : (기서가 한걸음 다가 오면) 우리집이.. 어디예요..?
기서 : ..........!!
S#57. # 영신 집 마당
기서 이노인의 팔을 붙잡고 이노인을 데려와
기서 : 여기가 할아버지 집이예요 들어가요
이노인 : 형도 들어가요
기서 : 됐거든요!
이노인 : 형! 고맙습니다
기서 : ...
이노인 : (기서에게 초코파이 건네며) 형!!
기서 가슴이 찡..한데..
S#58. #마을 길/ 선착장 앞
굳은 표정의 기서, 털레털레 걸어서 선착장 앞으로 온다.
배가 막 떠나려 하고 있다.
배 밧줄을 풀고 있던 남자, 기서 보며.
남자 : 배 떠나요, 지금......탈려면 빨리 타요.
기서 : ........
기서의 머릿속에 지민의 마지막 가던 모습이 스쳐 지나가고
S#59. #배 안
외출복 차림의 석현, 갑판 위에 서서 먼 바다를 보고 있다.
뱃고동 울리며 배, 서서히 섬을 떠나고 있다.
석현 : (E) 애 아빠는..? 봄이 아빠 어떤 사람이야?
석현 씁쓸하게 석현 집앞에서 봤던 봄의 모습을 회상하는데..
S#59-1. #선착장 앞
기서, 선착장앞에 서서 떠나고 있는 배를 표정 없이 보고 있다.
S#60. #영신 마당
칫솔로 봄이 실내화를 씻던 영신, 아래채 방 쪽을 보는.....찜찜하고 씁쓸한.
S#61. # 마을 길
털레털레 정처 없이 걸어가던 기서, 문득 걸음을 멈춘다.
S#62. #석현집 앞
기서, 석현집 앞으로 온다.
대문 앞으로 가 벨을 누르려는데, 대문 벌컥 열리며 석현모, 나온다.
석현모 : (기서 보고) 누구....신가?
기서 : (건조하게 목례하고) 최석현 과장님하구 같이 서울에서 온 사람입니다.
석현모 : 아아.......그 양반이시구만.....우리 최 과장이 연락이 안된다구 어제밤 내내 찾았었는데....
근데, 우리 석현이 집에 없는데, 지금.
기서 : ?
석현모 : 잠깐 육지에 좀 다녀오겠다고 갔어요. 저녁 안으루 돌아온댔는데.....
기서 : ........
S#63. # 보트안
바다를 가르며 모터 보트가 달려오고 보트 조수석에 선글라스 쓴 석현이 타고 있다.
석현, 지적도를 펴놓고 실제 지형과 비교하는.
스케치북 펴놓고 창공에서 본 섬의 모습을 능숙한 솜씨로 크로키해가는....
S#64. #마을 길
기서, 다시 털레털레 걷고 있다.. 어디로 가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막막하다.
카메라 PAN하면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영신이 일하고 있는 작업장 보인다.
S#65. #생선 또는 채소 작업장 (2회와 다른 작업장)
영신, 열심히 작업하고 있다. 기서를 그렇게 보낸 찜찜함에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하던 일을 놓고 심난한 표정 짓고 있는데.
석현모(E) : (너무나 다정하고 간드러지는) 영신아아.....
영신 : (자기를 부르는 소린 줄도 모르고 계속 심난한 표정만 짓고 있는데)
석현모(E) : 신아아.......봄아아.........
영신 : (그 소리에 문득 고개 드는데)
석현모 : (영신 앞에 서서 영신을 향해 자상하고 환한 미소 얼굴 가득 띠우고 손까지 살랑살랑 흔들어 보인다....
지금까지 석현모와 180도로 다른)
영신 : (어리둥절한)
S#66. #다방
영신과 석현모 마주 앉아 있다. 미스정 석현모 앞에 커피, 영신앞에 우유 한잔을 각각 놓고 아웃하면
석현모 : (영신에게 우유 건네며) 마셔 영신아!!
석현모 흠흠.. 거리며 박씨에게 눈치주면 박씨 신문으로 얼굴 가린다.
석현모 : 마셔! 신아
영신 : ....
석현모 : 아유 일하느라고 갈증났을텐데 시원하게 쭈욱 마셔 네가 이렇게 우유를 많이 마셔서 피부가 밀크 같구나
영신 : 무슨.. 일이신데요?
석현모 : 어휴.. 그게 너희 아부지 엄마가 내 꿈속에 찾아왔더라. 근데 어찌나 꿈이 현실같던지 너희 아빠랑 엄마랑 글쎄...
영신 : (엄마 아빠 얘기에 흠칫 놀라며) 저희 엄마랑 아빠가 왜요??
석현모 : 글쎄.. 글쎄글쎄.. 너희 엄마 아빠가 내 꿈에 나와서 나를 붙들고 글쎄.. 글쎄...
얼마나 얼마나 서럽게 우는지.. (눈물 찔끔찔끔 짜며)
영신 : (석현모가 눈물 흘리자 눈에 눈물 고이며) ....
석현모 : 아유 글쎄 치매 할배 봉양하랴 애비없는 자식 키우랴 젊은 청춘 다 버리는 니가 불쌍해서 저승을 갈 수가 없다고
눈을 감을수가 없다고 (영신 손 끌어다 잡으며) 이렇게 내 손을 꼬옥 잡으면서 우리 영신이를
니가 니 딸같이 생각하고 부탁하나만 들어달라고 나한테 신신 당부를 하더라니깐!! 그래서 내가..
여기저기 특별히 부탁을 해가지고 (가방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며) 자..
영신 : 이게 뭔데요?
석현모 : 봐봐.. 일단 한번!! 어른공경 잘하고 아이 좋아하고 성실하고 젊고 잘생기고 (박씨 들으라고) 머리 숱도 많고!!
석현모가 머리 숱 얘기를 꺼내자 자기 머리를 만져보고
영신 : 누군데요 이사람이?
석현모 : 니 짝!!
영신 : ......
석현모 : 영신이 더 나이들기 전에 니짝좀 지어주라고 죽어서도 그게 걱정이 된다고
니 엄마가 그걸 부탁하러 나한테 왔다니깐
박씨 갑자기 달려와 영신에게 사진을 뺏고 석현모 놀라서 박씨를 때리며
석현모 : 이리내놔! 이리내! 이게 무슨짓이야!
박씨 : 인상한번 드럽게 생겼네. 내가 이런 얼굴의 특징을 아는데 이거 뭔가 뒤가 구린 녀석이야.
(사진에 킁킁 냄새를 맡으며) 이거봐! 사진에서부터 냄새가 팍 나네!
석현모 : (박씨에게 사진을 뺏으며) 냄새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옘병할놈! 냄새는 너한테 난다.
소똥 개똥 말똥 같은 냄새! 너 일년에 한번이라도 목욕은 제대로 하니?
박씨 : (기분 나뿌고) 아니 무슨 그런 심한 말씀을... 아주머니 말씀 다하셨습니까?
석현모 : 못했다 이놈아! 내가 네 심보를 모를줄 알고? 너 먹자니 싫고 남 주자니 아깝고 이거 아니야 지금!
박씨 : (찔린) 내가 언제요!! 내가 언제 갖기 싫다고...
석현모 : (버럭) 너 영신이 찼잖아! 치매 할배 모시기 싫다고!
박씨 : (변명거리를 찾는) 아니 내가 언제.. 그게.. 아니.. 싫다기 보다는 시간을 갖고 좀 생각을 해보자.
지 어머니도 못 모신 놈이 지 여자 할아버지를 모신다고 하면 사람들한테 어유.. 저 호로자식.. 그러면서
욕 뒤지게 먹을게 뻔한데.. 우리 엄니 삼년상 이라도 다 끝나고 난 다음에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자..
석현모 : (박씨의 말을 자르며) 어이그!! 근데 왜 또 딴여자랑 선보러 나왔어!! 너 또 딴여자랑 선보러 나왔잖아!!
박씨 : (맞다) 아니 내가 선보러 나온걸 어떻게 아시고!!
석현모 : 어이그 어이그.. 여자한테 버림 받았음 조용히 집에 들어가서 발닦고 잠이나 자!
낼 모레 환갑인 사람이 쪽팔린지도 모르고!!
박씨 : 아주머니 진짜 말 너무 막하신다!! 같이 늙어 가는 처지에.. 나도 애들한텐 할아버지 소리 들어요!
영신 못들어주겠다. 영신 석현모와 박씨를 말리며
영신 : 그만 하세요. 아줌마.. 그만 하세요...
석현모 : 어디서 지 주제도 모르고 어디서 감히 영신이를 차.. 허허.. 지나가던 소가 웃어요 소가! 허~~하고
박씨 : (열받아 한숨 푹 쉬며) ....
영신 : (얼른 석현모에게) 사진 저 주세요. 제가 집에가서 봄이랑 할아버지랑 의논해 볼께요.
석현모 : (영신의 말에 화색이 돌며) 응.. 그래...
영신 : 잘 생각해 볼께요. 아줌마
박씨 안된다고 손 흔들고 영신 씁쓸한데....
S#67. #바닷가 근처(오후)
기서, 바다를 보며 앉아 있다.
S#68. # 선착장
배가 도착하고 석현, 배에서 내리고 있다.
농구공을 들고 기다리고 있던 용주, 석현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용주 : 삼촌!
석현 : 어! 용주야!
용주 : 농구, 가르쳐 주기루 했잖아요. 오늘! (하며 농구공을 석현을 향해 휙 던지는데)
석현 : (비켜가는 공을 날렵하게 몸을 날려 받아내며 환하게 웃는)
S#69. #마을 길/ 공터 근처
영신, 봄이(봄동이를 업었다)와 나란히 손 잡고 걸어온다.
봄 : (사투리 흉내) ‘의사가 되기 전에 인가이 대야지! 내 새끼 같으몬 사흘동안 디지게 패뿌고 하루 더 패뿐다!’ 그랬어.
영신 : 누가?
봄 : 정길이 아버지가!
영신 : 나두 딱 그렇게 말했는데! 우리 봄이 같았음 내일 아침까지 패구 점심때 세대 더 패버린다! 그랬어, 엄마는.
봄 : 그러니까 뭐래?
영신 : 잘못했습니다. 다신 안 그러겠습니다. 그러구 쪽팔려서 더 못 있구 가 버린 거야.
봄 : 우리 봄동이 찾을라구 다시 오면 어떡해?
영신 : 다시 올래나.....다신 안 올거 같은데.......(하는데 저 앞 낡은 농구대에서 길거리 농구를 하고 있는
석현과 용주의 모습을 본다. 얼핏 표정 굳는데)
봄 : (환해지며) 어! 용주 오빠다!.....엄마! 잠깐만 갔다 오께....(영신이 “봄아!” 잡을 틈도 없이 달려가 버리는)
영신 : (당혹스럽다....같이 쫓아가지도 못하고)
S#70. #일각 공터 (낡은 농구대 놓인)
석현, 용주에게 농구를 가르쳐 주고 있다. 농구 실력이 눈부시다. 덩크 슛도 하고, 중거리 슛도 쏘고.
봄이, 농구대 근처로 달려 와 “용주 오빠!!” 소리치고.
석현, 잠깐 당황하고.
용주, 봄이를 보더니 석현에게 공을 뺏어 계속 슛을 시도하지만, 어긋나고....
봄이, “용주 오빠 파이팅!” 소리치는데.
잠시후, 용주가 던진 공, 슛판을 맞고, 어긋나 근처에서 있던 봄이의 얼굴을 사정없이 가격한다.
봄이, “아악!” 소리치며 얼굴을 가리고.
석현, 놀라고, 용주도 놀라 “봄아!!” 소리치는데.
봄이, 얼굴을 가렸던 손바닥을 떼는데.....코피가 묻어 나온다.
봄 : 어?!!......(하며 더욱 놀라는데)
석현 : ...(당황하며 다가오는) 봄아....괜찮아? (용주는 얼어서 붙박힌 듯 서 있고)
봄 : (얼른 석현에게서 몸을 돌리며 걸음을 빨리 해 도망치는데)
석현 : 봄아....(따라오며) 코피 나니? 이리 봐. 아저씨 좀 봐.
봄 : (석현이 따라오자 더 당황하며) 괜찮아요.
따라 그런 봄이를 하얗게 얼어서 보고 있는 기서의 얼굴에서. ENDING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