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산일지 (입암산)
일자 : 2015. 10. 23.
장소 : 입암산 (전남 장성군 북하면 남창계곡)
동반 : 조병백, 최호권.
◌ 남창계곡
최 전무 승용차가 시내를 분주하게 들려 3명을 태우고 입암산 남창계곡으로 향한다. 전남대 수련원에 도착한 시간이 10:50. 이곳에서 입암산 남문까지는 작년 9월 초등 동창생들과 산행을 하고, 이곳 수련원에서 즐겁게 하룻밤을 보낸 곳이다.
11:00. 산행채비를 마치고 우린 정상을 향해 출발한다. 수련원 개울 건너에 남창탐방지원센터가 있다. 아직 단풍철이 이르지만 초입지에는 붉게 물든 단풍의 수줍은 자태를 볼 수 있다. 처녀단풍이다. 단풍도 사람도 수줍어하는 저 시절이 아름답다.
조금 오르막에 들어서면 근사한 화장실이 보이고 앞 공터에는 “笠巖山城殉義諸烈士之靈”이란 비와 제단이 보인다. 비석의 제(諸)자를 보더니 조 실장이 자기 호가 월제(越諸)라고 소개하며 아호 이야기를 한다. 최 전무는 자기 호가 운암(雲岩)이란다. 나도 별 수 없이 내 호를 소개한다. 현암(玄巖)이라고. 남명(南冥) 스님이 적어 준 뜻풀이까지 해본다. 玄中如海闊 萬古不易巖.
단풍구경에 아호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금새 ‘은선동삼거리’가 나온다. 삼거리에서 남문까지는 약간 오르막에 평탄하지 않는 길이다. 그렇다고 어려운 길은 아니다.
(사진 – 은선동 삼거리)
조 실장, 최 전무와 셋이서 함께 산행은 처음이다. 할 애기도 많다(쓸데없는 애기지만-). 남문에 도착한다. 옛 산성 성벽의 일부분이 남아있다. 쉬면서 과일도 먹고 사진도 찍는다. 12:20.
탐방지원센터 –(1.6km)- 은선동 삼거리 -(1.2km) -남문
(사진 – 남문)
◌ 갓바위
남문에서 갓바위 가는 길은 세 사람 모두 초행이다. 평지나 다름없는 시골 오솔길이다. 군데군데 옛 성터 소개 간판들이 있다. 좋은 날씨와 편안한 산행길에 세 사람 모두가 즐겁다. 군데군데 복숭아꽃(桃花)보다 더 야하게 생긴 붉은 꽃이 나무에 피어있는데, 아무도 이름을 모른다. 너무 아름다워 사진을 찍어 카페에 올렸더니 내 등산 멘토 찔레향께서 ‘참빗살나무’라고 알려왔다.
(사진 – 참빗살나무)
어느새 입암산성 북문에 도착한다. 13:00. 능선 삼거리에 북문이라는 이정표만 있을 뿐 성문으로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다. 산행 초입지에서는 처녀 단풍이 수줍은 듯 자태를 숨기더니만, 위쪽으로 오를수록 오히려 단풍이 가뭄에 말라버린 듯 쭈굴쭈굴 쭈굴이다.
정상인 갓바위가 저기 보인다. 모처럼 오르막 계단길이 있지만, 거북이 바위라고 쓰인 안내문을 읽으면서 해찰하다 보니 어려운지 모르게 오른다.
꼭대기 갓바위 오르는 길은 사다리를 설치했다.
정상에 도착한다. 13:20.
평일이라 한가하다. 젊은 남녀 한 쌍이 오붓하다. 정상 표시석 옆에 안내판에 [갓바위 (641m) : 저 멀리 보았을 때 갓(草笠)을 쓴 것 같은 형상을 하고 있어 갓바위라고 부릅니다. 입암산(笠巖山, 654m)이란 이름은 이 바위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북쪽으로는 호남고속도로가 지나고, 좌로는 부안군 우로는 정읍의 넓은 평야가 보인다.
남문 -(1.5km)- 북문 -(0.8km) - 갓바위
(사진 – 갓바위 정상)
◌ 핸드폰 벨소리
갓바위 아래 편편한 곳에 자리 잡고 점심을 먹는다. 김밥에 막걸리에 과일에 함포고복이다. 지나는 행인도 없다. 쓸데없는 잡담으로 한 시간이 지날 무렵, 최 전무께서 핸드폰이 안 보인다고 주머니를 뒤지고 안절부절못하신다.
원래는 정상인 갓바위를 지나 도면표시 ‘백암 8-13’을 거쳐 은선동 삼거리로 오는 코스의 계획이었는데, 어쩔 수 없이 백코스를 한다. 조 실장과 나는 줄곧 최 전무 핸드폰에 전화를 해대면 땅만 쳐다보며 하산이다. 금년 봄에는 핸드폰을 바다에 빠뜨렸다는 최 전무님, 이번에는 산에 빠뜨렸으니, 집에서 체면이 말이 아닐 것임을 불문가지(不問可知)- 미안해하는 최 전무 성격을 잘 아는 터라, 농담도 진하게 못하고 찾을 수 있다고 격려를 해대면서 세 사람은 풀밭에 눈을 부라리면서 하산한다.
오전에 남문에서 쉬면서 최 전무가 윗옷을 벗었던 곳이라 남문을 유력한 분실지로 지목하고 쉼도 없이 말도 없이 달려간다. 드디어 남문에 도착하다. 15:30. 그런데 어럽쇼. 안 보이네-
조 실장이 핸드폰을 호출하자, 풀밭에서 핸드폰 벨소리가 들려온다. 우아 – 빙고-. 이렇게 반가운 ‘핸드폰 벨소리’를 최근엔 들어보지 못했다. ^^
오전에 최 전무님 풀밭에 쉬하고 옷매무새 고치다 핸드폰을 빠뜨리고 그도 모른 채 갓바위까지 갔다. (갓바위까지 가서 핸드폰 없어진 사실을 알았기에 다행이지, 오르다가 알았더라면 정상에 가지도 못하고 하산할 뻔 했다. 휴, 다행이다. ^^)
최 전무님 핸드폰 들고 감격의 만세 삼창이다. 기념사진 찰깍 찍어놓다.
(사진 – 핸드폰 들고 만세)
돌아오는 길에 저녁 식사는 최 전무가 쏜다. 한재골 농원에서 먹는 우렁이 추어탕은 언제나 별미이다.
즐거운 산행에 핸드폰 사건으로 초긴장에서 요절복통까지 겪었으니 당분간은 추억거리가 듬뿍할 여행이었다.
2015. 10. 26. 정리.
첫댓글 만세 소리 날만하지요 저도 두번이나 만세 부른적이있네 나도 어등산에서 처음으로 휴대폰 잊어 석봉 갔다 내려오다 주머니을 디져보니 없다 어럽쇼 허겁지겁 하산 하다 오르는 남자 한분에게 오시다 휴대폰 본적 없냐고 물으니
전화가 몇번이냐고 되묻는다 1751번이라고 했더니 그분이 주어서 들고 오는게 아니던가 배냥속에 담금주가
마치 마시지 않고 있어서 나눠어 먹고 고맙다고 인사하고 혜여진다 최근에 화순 만연산을 갔는데 순환도로 통행세 주고 지갑을 차에두고 등산을 시작하고 큰재까지 다녀오는데 만연사 절반 내려오다 생각이나 다시 되돌아가 허탕치고
고생은 고생대로 헛걸음이 얼마나 힘들고 스트레스에
이제는 모든게 포기하고 은행 찾아가 카드중지 면허증 제발급 주민증 제발급 이런 생각만 듣다 ㅉㅉㅉ
이런때 구세주가 필요했는지 차문을 열고 착석 하려하니 발밑에 지갑이 떨어져 있다
오마이~갓 나에게도 이런행운이 가끔은 자화자찬 축복 받는 날도 있드라닌까 ㅉㅉㅉ~~~
찔레향
고생하셨네 그랴 ^^
이제 나이가 먹었다는 표시이네
젊음을 아껴가며 살으라는 게시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