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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길 이성휘 기자2014.02.27 16:28:32
경기도 포천의 아프리카 예술박물관 김철기 관장은 2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문종 의원은 아프리카문화원의 발전적인 개선을 요구하며 박물관 이사장직을 사퇴했다”며 “금번 사태를 통해 느끼고 배운바대로 아프리카박물관을 환골탈태시킨다는 각오로 개선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관장은 “아프리카 예술박물관 신임관장으로서 아프리카 이주노동자들과 이번 일로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노동단체들과 을지로위원회에 특별한 감사를 드린다. 이분들의 도움이 있어 우리는 이 문제를 바로 이해하고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 관장은 “지난 2월12일 이들과 합의 후 약 2주간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오해를 풀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다”며 “박물관의 잘못에 대해서는 진심어린 사과를 했고 이들 역시 자신들의 뜻과 다르게 전개된 부분들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표했다”고 밝혔다.
김 관장은 “지적된 잘못은 즉각 시정했고, 다른 부당한 대우가 있지는 않았는지 면담과 조사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재점검했다”며 “다행히 현재까지는 추가로 확인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특히, 김 관장은 “일부에서 노예노동, 노동착취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사실과도 다르며, 사태 해결에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며 “정정보도를 포함해 아프리카 문화원의 신뢰 회복을 위해 가능한 모든 대처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아프리카 박물관측은 언론사를 상대로 언론중재위 조정 신청을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김 관장은 “의도적인 임금체불이나 노동착취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밝혀두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박물관은 이들과 1일 3회의 공연계약을 체결해 이에 따른 소정근로시간에 맞춰 임금을 지급했던 것”이라며 “이주 노동자라는 신분과 포천이라는 외딴 지역 특성상 공연계약이 아닌 전속계약을 했어야 한다는 판단에 전적으로 동의했으며, 그 즉시 근로기준법에 따른 미지급 임금을 지불하고 소정의 위로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김 관장은 또 “문제가 된 숙소는 마을 이장님께서 선친이 직접 기거하던 방을 빌려준 것”이라며 “외국에서 온 분이라고 마을 주민들이 살던 방을 선의의 뜻으로 빌려줬는데 작금의 보도처럼 쥐가 들끓는 동네로 알려져 주민들도 상당히 불쾌해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오신 분들이 낡은 한국주택에서 살면서 관리가 잘 안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사전에 조치를 취하지 못했던 불찰”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김 관장은 “유통기한이 지난 쌀을 지급했다는 주장 역시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우리나라 쌀은 도정일자만을 의무적으로 표기하는 데 이를 유통기한으로 착각하여 발생한 일입니다. 박물관은 마을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근 일반 마트에서 직접 쌀을 구입․배달해 제공해 왔다”고 해명했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기자회견 도중 참석해 “와 있는 동안 잘 해드려야 했는데”라며 “가신다고 하셔서 인사드리러 왔다. 잘 가시고 건강하시라”면서 이들과 포옹하고 사진 촬영을 했다. 홍 사무총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날 한국을 떠나는 6명의 아프리카 예술박물관 노동자를 비롯해 10여 명이 기자회견에는 참석했지만, 특별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 김 관장은 “저희들이 준비한 통역이 교통 관계로 늦고 있다”고 해명했고, 끝내 통역이 도착하지 않아 이들 노동자들의 입장 표명 없이 기자회견은 끝났다.
이들 노동자들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했는데 진짜 그러냐’는 질문에 “정말 통역이 필요하고 더 이야기 하고 싶다”며 말을 아꼈다.
노조측은 박물관측 해명과 달리 추가적인 피해 상황을 제보 받았고, 이 같은 문제도 해결할 것을 박물관측에 촉구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조합 박진우 활동가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분들은 임금 체불, 기숙사 문제는 해결됐지만 다른 피해자의 제보를 추가적으로 받고 있다”며 “제보된 노동자들의 내용이 확실히 조사되면 밝히겠다”고 말했다.
박 활동가는 “이 피해자들은 지금은 안 계시지만 포천 아프리카 예술박물관에서 일했던 분들”이라며 “공연을 하다가 다쳤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점, 산업 재해 보상 부분에 대해 제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 사회진보연대,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노조, 민변은 지난 21일 서울 남부지검에 최저임금법, 근로기준법,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 징수 등에 관한 법률, 여권법 위반 혐의로 홍문종 사무총장과 박상순 전 관장을 고발했다.
장하나 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로 야당 의원 36명은 지난 20일 “홍 의원은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건축법, 군사시설보호법, 납세 관련법 위반 등을 저질러 국회의 명예와 권위를 국내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까지 심각하게 실추시켰다”고 제명을 포함한 징계안을 발의했다.
아프리카 예술박물관 이주노동자 엠마누엘씨는 지난 14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위원장 우원식)와 국회 정론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홍문종 의원과 같이 막대한 책임을 가진 사람이 저지른 인권 유린에 충격을 받고 분노했다”며 “홍문종 의원이 저희 이외에 다른 아프라카인들을 초청할 경우 잘 대해달라”고 말했다.
엠마누엘씨는 “피부색은 달라도 흐르는 피는 같다”며 “아프리카인들을 한국인과 똑같이 대해달라. 저희는 한국인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한국에) 온 것이지 고통을 받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은 아프리카 이주노동자들의 요구 사항을 수용해 ‘노예노동’을 중단하고 노동환경 개선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김철기 관장은 이주노동자들, 을지로위와 공동으로 합의문에 사인했다. (관련 기사<아프리카박물관 ‘노예노동’ 중단 합의…장하나 “노동부, 홍문종 조사해야”>, <홍문종, ‘노예노동’ 알고 있었다? 거짓해명 논란>)
박물관측은 그간의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 위로금 등을 포함해 1억 8968여만 원을 오는 13일까지 이주노동자들에게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하루 8시간 노동에 대한 최저임금을 지키고, 인종비하적 발언을 하지 않으며, 재계약연장여부를 기간만료 3개월 전에 통보하는 등의 내용도 합의됐다.
박물관측은 또 이주노동자에게 △여권과 적금통장, 항공권 즉시 반환 △2인 1실과 바람을 막을 수 있는 벽, 온수가 나오는 샤워시설 등을 갖춘 합리적 기숙사 제공 △건강검진 및 의료비 지원 △출국 전 경력증명서 발급 △향후 한국 노동 표준근로계약 준수 등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