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호의 『대학·중용 철학의 시대에서 정치를 배우다』를 읽었다. 대학·중용과 관련된 책은 그 동안 손길이 닿지 않는 영역의 것이었다. 그러므로 내가 귓등으로나마 알고 있는 대학과 중용은 그저 별 것도 없었다.
그래서 이 기회에 대강의 그림이나마 그려보고자 한 것이다. 저자는 대학과 중용의 철학적인 내용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고, 이를 통해 인간의 삶과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제공하고 있다.
책의 구성
책은 모두 4개의 장으로 되어 있으며 다음과 같다.
1장. 평천하와 진정한 리더의 길
2장. 대학 읽기
3장. 중용 읽기
4장. 철학의 이정표
공자, 자료 : 다음, 이하 같음
4장의 철학의 이정표는 고대 중국의 철학서에 대한 개괄적인 안내이므로 이를 제외하면 대학과 중용에 관련된 것은 앞의 3개의 장이다. 첫째 장은 대학과 중용의 내용과 역사적 배경에 대해 다루었다.
둘째 장은 대학과 중용의 철학적인 내용을 분석하면서 정치학적인 문제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그리고 셋째 장은 대학과 중용의 내용을 바탕으로 현대 정치학에서 다루는 문제들을 더듬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대학과 중용은 유학의 경전으로 도덕철학의 내용을 주로 말한다. 그러므로 동양학 전공자가 아니면 읽기 어렵다는 점은 저자는 먼저 지적한다. 이를 염두에 두고 읽는다면 현재의 자본주의 경제 논리에서 벗어나 좀 더 다른 시각에서 삶을 이해하는 폭을 넓혀줄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통해 과거의 일이 현재나 미래의 일을 비판하거나 판단하는 절대적인 잣대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왜냐하면 시대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방식은 달리지기 때문이다.
대학과 중용은 중국 고대의 난국 속에서 태어났으므로 당시의 시대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유학이 담고 있는 내용들은 과거 주나라로의 사상적 회귀를 염두에 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오늘을 비추는 거울로 사용하기는 무리가 있다.
그렇더라도 이를 기꺼이 읽는 것은 복잡한 현대의 삶 속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참고 자료로는 훌륭한 가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은 주로 평천하로 가는 정치 목적과 실천 원리에 대해서 논의했다면, 중용은 주로 삶의 실천 윤리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대학과 중용의 철학의 기본 개념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책에서는 대학과 중용 철학의 개념과 함께 이 두 철학이 정치 철학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대학과 중용 철학을 기반으로 한 정치 철학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책에서는 대학과 중용 철학의 철학적 원리와 그것이 정치 철학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이를 통해 대학과 중용 철학을 기반으로 한 정치 철학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특별히 대학을 통해 화목한 가정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오늘날 ‘효교육’은 아랫사람의 효 실천 교육이다. 그러나 대학은 부모들에게 ‘당신이 먼저 수신해서 훌륭한 사람이 디지 못하면, 집안을 잘 다스릴 수 없다’라고 하며 가장의 수신을 먼저 강조한다.
문헌으로서의 대학·중용
춘추전국시대는 진나라 왕 영정에 의해 인접한 한나라를 시작으로 조나라, 위나라, 초나라, 연나라, 제나라를 차례로 멸망시킴으로써 막을 내렸다. 진나라 왕 영정은 분서갱유를 통해 사상통일을 도모하고 스스로 시황제라 칭했다.
그러나 그 뒤를 이은 2대 황제의 무능과 환관의 농간으로 급격히 쇠락했으며, 항우와 유방 등의 거병으로 패망했다. 항우와 유방의 싸움은 5년간 지속되었으나 유방의 승리로 한 왕조가 세워졌다.
한 왕조가 들어서면서 진시황의 분서갱유로 사라진 과거 문헌들을 복원하는 작업이 왕성하게 진행되었다. 그 동안 입으로 전해지던 경전의 내용과 문자들을 당시 문자로 바꿔서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대학’과 ‘중용’은 각각 ‘예기’의 42번째와 31번째로 편입되어 정리됐다.
현재 ‘대학’과 ‘중용’ 두 책을 누가 지었는지 그리고 그 유래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다. 대학과 중용은 예기에 소속되어 있는 하나의 편이었지만 이후 독립된 문헌으로 유행하면서 ‘사서’의 하나로 불리게 되었다. 세간에는 사거삼경 또는 사서오경, 심지어 사서육경으로도 불린다.
사서 : 대학, 논어, 맹자, 중용
삼경 : 시경, 서경, 역경
오경 : 시경, 서경, 역경, 예기, 춘추
육경 : 시경, 서경, 역경, 예기, 춘추, 악경
유가는 춘추전국시대 당시의 혼란은 위정자들이 주나라 천자의 예제를 파괴해 발생한 것이라 보고, 위정자들의 도덕적 각성과 주나라의 예치를 회복하고자 주장한다. 대학과 중용은 태평한 천하의 건설을 위해 위정자들이 갖추어야 할 도덕 실천, 앎, 통치 방법들을 논의한다.
평천하를 지향하는 ‘대학’
대학은 공자의 중심 사상인 ‘인’의 실현 내용과 방법을 축약해서 설명하는 유학의 매뉴얼과 같은 문헌이다. 대학의 기본 강령은 ‘밝은 덕을 밝히는’ 수양을 쌓으며 ‘백성을 새롭게 하는’ 정치를 통해 ‘지극히 선함에 머무르는 것’을 추구한다.
즉, 자신의 도덕 수양의 내용을 점차 더 큰 사회적 범주로 확장하는 가운데 평천하라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한다는 이상을 담고 있다. ‘자신의 수양(修身)’을 토대로 다시 ‘가문을 평안하게 하고(齊家)’, ‘나라를 다스리고’, ‘나아가 ’천하를 화평하게 하는(平天下)‘ 것이 그것이다.
‘밝은 덕을 밝히는 것’, ‘백성을 새롭게 하는 것’, ‘지극히 선함에 머무는 것’ 이 세 가지가 ‘대학의 3강령’이다. 이처럼 개인의 도덕적 완성과 이상적인 정치의 관계를 주제로 삼아 간단명료하게 내용과 실현 과정을 밝히고 있다.
‘대학’은 3강령에 이어 그것을 실현해나가는 과정을 8단계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것을 8조목이라고 부른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물을 연구하고(格物), 앎을 이루고(致知), 뜻을 정성되게 하고(誠意), 마음을 바르게 하는(正心) 과정을 통해 자신을 수양하고, 완성된 자신의 수양(修身)을 토대로 다시 가문을 평안하게 하고(齊家), 나라를 다스리고(治國), 나아가 천하를 화평하게 한다.(平天下)”
여기서 8번째 ‘평천하’ 조목은 앞의 7조목이 완성된 결과로 출현하는 상태를 의미하며 그것은 바로 공자가 말한 인(仁)이 실행된 상태이다.
‘자신의 밝은 덕을 밝힌다(명명덕)’라는 첫째 강령은 공자가 말한 ‘극기’에 해당하고, ‘백성을 새롭게 한다(신민)라는 둘째 강령은 공자가 말한 ’복례‘에 해당하며, 이 두 강령이 조화롭게 완성되어 인간 삶이 ’지극히 선함에 머무르는(지어지선)‘ 최고의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평천하(지극한 선의 상태, 仁)를 위한 과정은 격물, 치지, 성의, 정심에서 수신을 거쳐, 제가, 치국의 상태로 연계된다. 즉 대학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경지인 이상적인 선과 인이 실현되는 평천하라는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8조목이 논리적 구조로 연결되어 있다.
삶의 실천 윤리로서의 ’중용‘
’대학‘이 교육과 정치에 관한 지침서라면, 현재 총 33장으로 통용되는 ’중용‘은 수신의 내용을 형이상학적으로 더 깊이 있게 다룬 윤리철학서라고 할 수 있다. ‘중용’ 사상의 핵심은 ‘하늘의 도(天道)’와 ‘인간의 도(人道)’를 서로 소통시키는 데 있다.
‘중용’의 ‘하늘’은 인간에게 생명과 삶의 원리를 부여하는 존재라고 본다. 하늘이 부여하는 그 삶의 원리가 바로 인간이 타고나는 성품이고 하늘에게서 부여받은 이 성품은 인간이 도덕을 실천할 수 있는 씨앗이 된다는 것이다.
‘중용’이 밝힌 군자의 인간상은 바로 하늘로부터 물려받은 본연의 성품을 그대로 보존해 기르는 인물을 말한다. 따라서 ‘중용’의 핵심은 바로 인간이 마땅히 따라야 할 길(道)은 도덕성의 회복이고 도의 큰 근원이 하늘(또는 우주 자연의 원리)에서 나왔음을 밝힌 데 있다.
여기서 사람의 본성을 회복하려는 도덕적인 실천 사항의 핵심이 바로 책의 이름으로도 쓰이는 ‘중용’이다. ‘중용’은 ‘정성됨(誠)’의 다른 표현이자, 또한 ‘정성됨’을 통해 달성해야 할 목표이기도 하다.
중용
“중(中)은 편벽되지 않고 치우치지 않으며, 지나치지도 못 미치지도 않는 것의 이름이요, 용(庸)은 평상 함이다.” 이러한 ‘중용’은 유학에서 말하는 최고의 도덕 표준이다. 치우치지도 않고, 기울지도 않으며 지나침도 없고 모자람도 없이 일을 처리하는 태도를 말한다.
‘중용’은 우주 자연의 법칙인 ‘하늘의 도’와 그것을 본받아 도덕적 이상 사회를 이루려고 애쓰는 ‘인간의 도’를 서로 통하게 하는 ‘마음의 법(心法)’이며, 그 본질은 ‘정성됨’이다. 이점에서 ‘중용’은 형이상학적 성격을 지닌 유학 문헌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