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는 여수
하루가 다르게 바람의 숨결이 부드러워지고 있다. 봄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봄을 가장 먼저 느끼는 여수(麗水)에는 동백이 짙푸른 쪽빛 바닷물에 어울려 선명한 빛깔을 자랑하고 있었다. 개나리, 진달래가 봄의 요정이라면 동백은 아직 매서운 한기가 남아있는 겨울의 끝자락에서도 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일깨워주는 봄의 전령사이다. 동백의 고장 여수를 가봤다.
◇오동도
여수하면 오동도, 오동도하면 동백꽃이 떠오른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기점이자 종점이기도 하다. 여수 중심가에서 차로 10여분이면 오동도에 도착한다. 토끼 모양의 아담한 섬은 700여m의 방파제로 육지와 연결돼 있다.
이 방파제 길을 바닷바람 맞으며 걷는 것도 운치가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육지에서 섬까지 운행하는 ‘동백열차’를 타고 들어가는 것도 좋겠다.
방파제를 지나 섬에 들어서면 먼저 짙푸른 동백숲이 여행객을 반긴다.
전체면적 3만7천여평, 국내 최대의 동백군락지다. 4천여그루의 동백나무 군락이 하늘을 가려 침침한 숲 속에 아득히 파도소리만 흘러다닌다. 그러나 동백꽃은 그리 많이 피어있지 않았다. 지난 11월에 핀 꽃이 추위로 대부분 떨어졌기 때문. 나무 주위로 추위에 놀라 낙화한 동백꽃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가지엔 날씨가 따뜻해지기를 기다리는 꽃망울이 지천으로 맺혀 있었다. 산책로를 따라 가면 곳곳이 명소다. 해안산책로에서 해안 절벽인 용굴로 내려가는 목조계단도 방문객이 즐겨 찾는 명소. 계단 전면이 바다로 툭 트여 있어 숲의 터널을 통과해 바다로 뛰어드는 듯한 아찔한 스릴감까지 맛보게 해준다.
해안에는 용굴 외에도 코끼리바위 등 마치 조각품을 연상케 하는 듯한 기암괴석들이 자리잡고 있다. 산책길을 걷다보면 이국풍의 하얀 등대를 만난다. 바다와 숲이 어우러져 또 하나의 멋진 풍경을 이룬다.
등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른다. 바깥이 흔히 보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25m 높이의 전망대에 오르면 동백숲과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멀리 남해 돌산도, 돌산대교, 여수항, 광양항, 하동포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돌산도
오동도에서 나와 돌산대교를 건너면 바로 돌산도이다. 우리나라의 섬 중 일곱 번째로 큰 섬이다. 돌산도는 오동도 못지않게 동백이 많은 곳으로, 오동도가 작은 동백정원이라면 돌산도는 큰 동백정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백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다. 돌산대교와 돌산공원, 그리고 무술목유원지를 지나면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 길은 임포항과 향일암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 길은 돌산읍내로 가는 길이다.
왼쪽 동부해안 도로를 따라 향일암으로 향했다. 도로 곳곳에는 동백나무가 가로수로 자라고 있어 여행객의 기분은 동박새처럼 하늘 높이 날아다닌다. 또 이 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그만이다. 청정 바다를 점점이 수놓은 양식장 부표, 다도해의 섬들은 그림처럼 아름답게 가슴에 안긴다. 가는 길 둔전리와 죽포리 들판에서는 갓 수확하는 장면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비릿한 바다갯향과 소박한 섬마을 사람들 인심에 취해 길을 가다보면 언덕에 정박한 돛배같은 향일암이 모습을 드러낸다. 푸른 남해 바다에 머리를 맞대고 기암절벽에 아찔하게 앉아 있다.
◇향일암
‘해를 향한 암자’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동쪽을 향해 있다. 돌산도의 맨끝인 금오산 능선에 자리잡고 한려수도를 굽어보고 있다. 향일암은 유명한 기도터. 남해 보리암과 강화 보문사, 양양 낙산사 등과 함께 관음기도도량으로 꼽힌다. 세속적 소원을 비는 곳으로 그 이름이 알려지기는 했지만 스스로의 아름다움만으로도 빛나는 절이다. 평일에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오를 정도로 붐빈다. 매표소부터 돌계단이 시작된다. 모두 290여개이다. 계단 주변에도 동백나무가 심어져 있다.
계단이 끝날 무렵 큰 바위 사이로 사람 하나가 겨우 드나들 정도의 비좁은 터널이 있다. 이곳을 지나면 경내가 시작된다. 향일암. 국내에서 가장 빨리 봄을 맞는 곳.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화신을 보내오는 남도의 암자다. 한려수도 동쪽바다를 향해 서있는 암자 주변이 온통 동백숲이다. 마치 꽃수술처럼 암자를 에워싼 동백나무는 2천여그루. 동백나무는 범종각 옆과 관음전 뒤편에 많다. 특히 관음전 뒤편의 나무들이 붉은 꽃망울을 많이 달고 있다. 단청이 바랜 절을 등지고 바다를 바라본다. 점점이 떠 있는 수많은 섬과 파란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봄이 눈에서 가슴 속으로 들어온다.
◇'오동도동백꽃축제’
제7회 여수 오동도동백꽃축제가 12일부터 16일까지 5일간 여수 한려해상국립공원 오동도에서 열린다. 이번 축제는 전시.체험과 참여 프로그램 등으로 꾸며진다. 전시.체험 프로그램으로는 동백나무 심기와 동백나무 및 분재 감상, 동백기름.동백비누 체험, 동백염색, 동백마사지 등이 있다. 참여 프로그램은 동백가요제 및 동백 포토 존 경연, 동백설화 퍼포먼스, 동백꽃 단막극 이벤트 공연 등이 준비돼 있다. 또 기획 프로그림으로 해상 크루즈, 해양 레이저 쇼, 해상 퍼레이드 등도 마련된다. 축제기간 중 여수의 명소를 둘러보는 시티투어도 운영한다. 문의: 061)690-2225(여수 관광홍보과)
◇먹을거리
여수는 남도지방답게 맛있는 음식이 많다. 장어구이, 장어탕은 전국적으로 명성이 높다. 매콤하게 양념해 무친 서대회도 일품이다. 돌산도는 갓김치로 유명한 곳으로 도로변에 갓김치 판매장이 즐비하다. 칠공주식당(061-663-1580)은 장어구이와 장어탕, 서대회는 모노식당(061-662-0292)이 유명하다.
◇가는 길
여수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다. 구마고속도로를 이용해 마산으로 가다가, 마산 조금 못미쳐 진주 방면으로 빠져 순천으로 가면 된다. 순천IC를 빠져나와 7번 국도를 타고 여수시내로 들어가면 된다. 여수, 오동도, 돌산도 등을 하루에 돌아보기에는 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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