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긴 제법 왔습니다.
어젠 흐렸고 오늘은 종일 볕이 났습니다.
이런 날은 습도가 아주 높고 후텁지근하기 때문에 밭일을 하기 어렵죠.
그렇다고 딱히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그냥 호미낫 들고
마당아래 밭으로 갑니다.
그런데 밭일은 말이죠. 나름대로 중독성이 있지 않나...요래 생각합니다.
<작년에 고흥에서 야생유자를 구해다가 유자청을 만들어 회원들께 냈습니다.
씨가 엄청 나왔는데...겨우내 마당가에 씨앗 구불러댕기는 거 호랑가시나무 밑에
모아 묻어놨더니 싹이 나고 잎이 나고...풀속에서 자라고 있네요.>
역시 밭이 질군요.
만약 썩 건강하지 못한 밭이었다면 질척이면서 떡져서...
마르고 나면 단단해졌을 겁니다. 비 온 뒤 밭일을 함부로 않는 까닭이 거기 있지요.
그런데 볏짚과 대팻밥들을 넣어둔 밭은 그냥저냥 일을 할만 합니다.
<아주 흰 색 어린 유자나무가 생겼군요. 착색 돌연변이...뭐 이런거겠죠.
유자는 고흥 아래지역에서나 재배가 가능한 것으로 압니다만...
삼지닥나무가 2년째 겨울추위를 이기고 절반 남짓 월동에 적응했듯이...
유자나무도 스스로 추위에 적응을 하지 않을까 기대를 합니다.>
밭을 갈지 않기로 작정을 했다면
헛골과 작물을 심는 이랑을 구분해 두는 게 좋습니다.
헛골엔 퇴비를 넣지 않고 사람이 다니는 통로로 이용하지요.
쿠바식 텃밭을 떠올리면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작물을 심는 이랑엔 늘 뭔가가 덮여있도록 신경을 씁니다.
감자를 캐고 나면 이랑이 무너지는데 어떡하냐고요?
그럼 살짝 고르기만 해서 수수나 옥수수, 들깨모종, 콩 모종을 내면 되겠지요.
무경운이라 해서 아예 호미질이나 괭이질조차 않는다는 것은 아니니까요.
물빠짐이 되도록 깊지 않더라도 고랑(헛골)은 여전히 확보를 해두고요.
헛골입니다.
무릎까지 자란 풀을 낫으로 썩썩 베서 눕혔습니다.
여기다가 대팻밥, 톱밥, 나무껍질이 뒤섞인 부산물을 덮어줍니다.
15만원 주고 제재소에서 실어왔는데...이 정도면 김매는 아짐들 놉을 사지 않아도
풀이랑 해볼만한 지원군을 확보한 셈이 됩니다.
이렇게 덮어두면 어지간한 가뭄에도 끄덕없습니다.
어지간한 비엔 흙이 깎여나가지도 않습니다.
천천히 삭으면서 흙을 기름지게 해 줍니다.
아주 어린 모라면 혹 지장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이미 땅 맛을 알고 뿌리박아
자라는 작물이라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제가 뜨거운 햇빛 아래서 땀흘리며 열심히 일하는 것을
해바라기가 주욱 지켜봤습니다.
이렇게 환한 얼굴로 말입니다^^
"그래...참죽이 니가 고생이 많다~" 이러면서요.
집지으면서 주차장으로 공사차들로 단단하게 다져진 땅...
아무것도 자라지 못할 흙...풀만 쩔어있던 땅은 2년만에
흙이 살아나고 지금은 건강한 먹을거리가 나옵니다.
찬이가 왔다갔다 하면서 따먹습니다.
이야~ 몇시간 땀흘렸더니 개운하게 되었습니다.
아피오스(인디언감자)가 오르고 같은 그물 타고
갓끈동부와 수세미오이도 이웃해서 함께 오릅니다.
토마토와 가지, 파프리카도 자랍니다.
밭일은 참 재미가 있습니다.
첨에 귀농해서 '밭일이 영 재미있다'며 웃던 부안 마포친구 수원이 말을 이해 못했는데
밭이 살아나면서...그 재미가 더해갑니다.
은근한 중독...그런 거 말이죠^^